글쓴거모음


샤워를 하고 나온 뒤 세 여자가 달아올라있던 그 때, 나는 분위기상 경호원인 펜리르가 끼어들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확인해보니...리리스에게 혼날것을 걱정한건지 몰라도 펜리르는 고개를 저었다.


'흥미는 있지만, 난 안할래. 그런 쪽의 경우에는 특히나 주위를 경계해야한다고 언니가 말했어.'


의외로 가르쳐야할 부분은 확실하게 가르친건지, 펜리르는 집의 바깥에서 경호에 집중하려했다.


부우우웅.


그리고 때마침 펜리르의 돌발행동에 대해 리리스도 걱정이 된건지 전화를 걸어왔다.


-여보세요? 주인님? 펜리르는 제때 도착했나요? 중간에 다른곳에 새서 늦었다면 저한테 꼭 말해주세요.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있었다면 그것도 바로 말씀해주세요. 아무리 사랑스러운 동생들이라도 경호에 빈틈이 생기는건 용납할 수 없어요.


"어어...."


리리스의 단호한 입장을 옆에서 들은 펜리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자, 나는 일단 편을 들어주기로 했다.


"...아니, 제때 도착했어."


-후우, 다행히 펜리르도 할때는 제대로 하는 아이였네요. 그리고 위험한 일은 없었나요?


"습격이 한번 있긴 했는데...펜리르가 막았어. 그리고 습격자의 정체랑 배후도 바로 알 수 있었고."


-네? 과연 주인님, 바로 알아내신건가요...?


리리스가 나를 좋게 봐주는건 좋지만, 그래도 사실은 사실대로 이야기 해야지. 뭐...말해서 난감한 사실도 아니고.


"아니, 지인중에 습격조직의 관리자가 있어서. 근데 다른 사람이 사주한 일이라 몰랐던것같아."


-아, 다행이네요. 제가 직접 나설일은 적겠어요. 나중에 만날 시간만 만들어주시면 제가 해결할게요.


뭔가 만나게하고싶지는 않은데, 그래도 경호문제상 어쩔 수 없겠지.


"....알겠어."


나중에 시라유리랑 리리스를 만나게해서 이야기하자. 그렇지만, 시라유리한테 들을 이야기는 좀 남아있었지.


"시라유리?"



"네, 선생님. 부르셨나요?"


시라유리는 귀가 좋은건지, 아니면 나의 대화를 줄곧 듣고있었던건지 몰라도 문 밖에서 부른 내 목소리에 반응하여 문을 열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막 물에 젖은 옷을 벗던 참인지 상체에 실오라기 하나 없는 상태의 시라유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옷은 왜 벗은거야?"


"앗...입고 하시는게 취향인가요?"


물론 하반신에는 내가 이름붙여준 암컷냄새환풍구가 부착된 잠행복이 그대로 입혀져있지만...벗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겠지.


"아냐, 벗어. 젖은 옷인데 벗어야지. 그보다 아까 온 암살자, 이름이 니키라고 했던가...그 사람은 누구야? 네 부하야?"


"...저희 일족과 연이 닿아있는 정보기관, 080기관의 요원이에요. 어떻게 보면 부하에 가깝지만...일단은 독립된 기관이라 알지 못했네요."


"정보기관까지 있나...혹시 그 첩보영화에 나오는 그런?"


그 흔한 CIA라던가 그런게 먼저 생각나는데? 그리고 세계를 뒤엎으려는 악의 조직을 혼자 궤멸시키는 비밀요원도.


"네, 그런 기관 맞아요. 그리고 니키는 그곳의 요원이고요. 아버...아니, 전대 수장이 선생님께 암살을 보냈더라고요? 쯧, 조금 더 모욕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시라유리는 전대 수장인 본인의 부친을 더 모욕하지 못해 아쉽다는듯 혀를 찼다.


지금 수장은 시라유리 본인이니까 뭔가 하려면 얼마든지 할텐데...아무래도 은퇴해주는 대가로 손 안대기로 약속받은게 아닐까.


"아무튼, 명령으로 움직인거면 나한테 악의는 없다 이거지?"


"네, 저쪽도 프로니까 개인적 감정은 없고 그냥 빠르게 해결하고 돌아갈 생각밖에 없었을거예요."


그런것치고는 바로 죽이는 대신 기절시킨다고 이야기 했는데...아닌가? 원활한 시체처리를 위해 일단 기절시키고 해결하는건가?


"그래...? 그래도 나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는 해봐야지. 그리고, 암살의뢰 들어간 사람들 찾고는 있는거 맞지...?"


"네, 하지만 여러가지로 의뢰인의 정보를 불지 않는 조직도 많아서...시간이 조금 걸려요."


"그럼 그동안은 경호신세를 져야겠네..."


"저도 언제나 선생님을 예의주시할테니, 안심하세요!"


"...그건 안해줘도 될것같아. 들어가자. 누가 보겠다."


"네!"


펜리르가 잠깐 불안하긴 했지만, 이번에 크게 혼날뻔 했으니 다음번엔 안그러겠지.


대략적인 이야기를 끝낸 나는 이내 집에 들어가 세 여자들과의 시간을 보냈다.


-이튿날 아침-


아침이 되어 눈을 떠보자, 나는 어젯밤 뜨거운 시간을 보냈던 여자들 중 한명인 시라유리와 눈이 마주쳤다.


"...깨어나셨어요? 후후, 조금 더 주무셔도 되는데."


시라유리는 어젯밤 나를 구해준 포상으로 나에게 섹스를 요구했었고, 나는 어제 샤워할때 들이닥친 내 주변 여인들의 생떼...아니, 요구에 따라주었다.


물론 내가 만족할만한 액수의 돈을 줄 수 있을만큼 형편이 넉넉한것도 아니고, 부탁을 들어준다 해도 본인이 직접 요청한 사안이니 거부할 명분도 없었다.


애초에 예전에 손을 대버렸고. 그러고보니, 어쩌다가 시라유리가 머리에 섹스만 가득 들어찬 사춘기의 남학생처럼 변한걸까...


"어머, 졸리신가요? 대답이 없으시네요."


"아니, 안졸려."


"아쉽네요. 조금 더 오래 있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녀는 내 곁에 가만히 누워 미소지은 채 나를 지켜보고 있었고, 이제보니 옷차림이 평소의 교복차림이었다.


몸에서 은은한 향수냄새도 나는걸 보면...내가 자고있을때 씻고 옷갈아입고 단장까지 전부 마친건가? 그런 다음에 옆에 누워서 날 계속 지켜본거고?


"...지금까지 계속 옆에서 지켜본거야?"


"후후, 선생님을 독점하는 기분을 즐기려고요. 물론 독점할 환경이 아니고, 제가 그럴 자격도 없지만 기분내기만이라도 할 수 있을때 해야죠."


침대 주위를 둘러보니 카엔과 제로는 이미 임무로 복귀해서 몰래 지켜보고 있는것 같다.


어쨌든 아침인만큼 나도, 얘도 해야할 일을 하러 가야겠지.


"후우, 난 밥먹고 바로 미호 데리러 가야하니까 너도 따로 학교 가."


나는 침대에서 일어난 뒤 시라유리에게 떠나라는듯 손을 내저었지만, 시라유리는 그런 내손을 살포시 잡으며 뺨에 갖다댔다.


"음...선생님, 그 부분에 대해서 작게 어리광을 조금 피우고 싶은데요."


"어리광...?"


-잠시 후, 미호의 집-


미호는 눈에 익은 차가 가까이 다가오자 곧바로 자신의 지정석인 조수석의 문을 열고 올라탔다.



"쌤, 좋은 아침!"


차에 올라탄 미호는 운전석에 앉은 철남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래, 좋은 아침."


그리고 둘의 인사가 끝나자, 뒷좌석의 문이 열리고 또다른 소녀가 탑승했다.



"안녕, 미호네 쌤! 좋은 아침!"


"철용이...도 좋은 아침."


여느때처럼 자연스럽게 미호의 등교차량을 얻어탄 철용은 아무도 없어야 할 뒷자리에서 뜻밖의 인물을 마주쳤다. 


"엥? 이 사람이 왜 여기있어?"


"뭔 사람?"


미호가 철용의 반응에 뒷자리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낯익은 인물이지만 이곳에 없어야 하는 인물이 탑승해있었다.


"어어? 학생회장?"


"으음, 짠! 하고 놀래켜줄 생각이었는데..."


뒷좌석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시라유리는 실망한 기색으로 몸을 일으켜 모습을 드러냈고, 그 옆에서 그녀와 함께 숨어있던 이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그만두라고 조언을 드렸습니다만..."


"어머, 경호원씨도 같이 숨지 않았나요?"


"어, 어디까지나 주인님을 위해 협조해드린겁니다."


뒷좌석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두 사람을 본 미호는 둘의 이야기를 듣던 도중 문득 한가지 생각에 다다랐다. 


"학생회장이 계속해서 숨어있었다는건...쌤 집에서부터 타고 온거야?"


"후후, 문득 미호양에게 장난을 한번 쳐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께 양해를 구해 미리 숨었답니다. 그런데...그게 들킬줄은."


"그렇게 재미 하나때문에 그런 수고를...아, 그러고보니 지난번에도 재미있겠다면서 구경했지. 학생회장...원래 그런 성격이었어? 학생회장 캐릭터마냥 완벽한 인물인줄 알았는데."


"어머? 저는 원래 장난같은걸 싫어하지 않았답니다? 다만 공과 사를 가렸을 뿐이에요."


"공과 사...?"


"학원의 부지내에서만큼은 학생회장으로 살지만, 그렇게만 살면 너무 힘들잖아요? 저도 긴장을 풀고 즐길땐 즐길 줄 알거든요."


"으음, 그런가...? 하긴 너무 완벽하긴 했지..."


미호가 뭔가를 눈치챌줄로만 알았는데, 시라유리가 연기한 '완벽한 학생회장' 모습이 이럴때 도움이 됐다.


"후후, 그럼 제안 하나 해도 될까요?"


"어...네?"


무슨 제안을 하려는거지...?


"제 비밀을 아는 사람,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저로서도 늘 완벽한 모습을 연기하기도 힘들고...또, 선생님께도 학원 안에서 미호양을 챙겨줄 사람이 필요하실테니...학생회로 들어와서, 가끔씩 둘만이서 '완벽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지 않으실래요? 가끔 수업도 조금 넘기실 수 있을거예요."


어우, 저 얼굴에 음험함 다 드러난거 봐. 저렇게 음험한 얼굴도 연기라니 믿을수가 없네.


음, 그보다 이 제안...다른곳에서 보면 좀 이상하겠는데.


특히나 여자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는 창작물에서 보면 이건 틀림없이 바다가 육지가 될때까지 비비라는 사인이겠지.


하지만 사라유리는 이름에 백합이 들어가긴하지만 그쪽 성향이 없다는걸 어젯밤에 잘 확인했다.


이건 무슨 의미에서 하는 말일까...?


예전같으면 그냥 완벽 연기에 피곤해진 학생회장님이 비밀이 들키자 그걸 빌미로 놀 계획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시라유리의 검은 속내랑 뒷배경을 알고보니 저 단순한 제안의 뒤에 이중 삼중의 계략이 있을것만 같다.


하지만 그건 내가 시라유리에 대해서 알고 있어서 그런거고, 보통은...


"괜찮을까...?"


"아, 제가 일짝 하교하게 도와드릴수도 있어요. 다른 학생들 시선받으면서 하교하는거, 거부감 들었죠?"


"네, 할게요!"


...저렇게 제안을 받아들이겠지. 뭐, 중간에 조건이 들어가긴 했지만 저정도 이득이 없으면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도 없을거고.


"어머, 좋네요. 그러면 학생회실에 적당한 비품을 둬야할텐데 혹시 과자 취향이라던가..."


"아, 저는 초콜릿이면 뭐든 좋아요!"


"좋아요, 그럼..."


두 소녀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동안 어느새 차는 목적지인 UOU 학원 앞까지 도착했고, 나는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둘을 배웅해주었다.


"잘 살펴가.


"그럼 쌤, 나중에 봐요!"


"저도, 나중에 뵐게요."


시라유리, 내가 너를 집까지 데려다 주는건 아니잖아.


"....넌 나중에 볼 일 없지 않아?"


"어머, 말이 심하시네요."


시라유리와 미호와의 간단한 잡담을 나눈 후, 집에 돌아가기 위해 차를 돌리려던 그 때.


똑똑똑.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누구....?"


창문을 내리며 옆을 돌아보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나일세. 에밀리와 함께 등교한 뒤에 그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에밀리의 보호자였는데, 이름이....아마...로열 아스널이었지.


그리고 아스널의 앞에는 어느새 차에서 내린 페로가 접근을 저지하고 있었다.


"그 이상 다가오지마십시오. 누구시죠? 주인님, 관계가 없는 분이라면 바로 배제하겠습니다."


확실히, 페로는 하치코나 펜리르처럼 여유있을때 하고싶은대로 하는 기분파랑 다르게 도중에 여유가 있어도 빠릿빠릿하게 경호에 임하는것같다. 뭐...너무 딱딱한것같기도 하지만.


"로열 아스널이라고, 모르는 사람은 아니야."


"그래도, 최소한의 선은 지켜주셔야합니다. 어제의 습격 건은 저도 들었으니까요. 주인님께서 먼저 조심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으시면 저희는 주인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이들을 강제로 멀리두게하는 등의 강압적인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으니 양해해주시길."


음...어제 일을 꺼내면 할 말이 없는데. 게다가 내가 부주의하면 더 깐깐해질 수 밖에 없다니.


"알겠어, 조심할게."


나도 죽는건 원하지 않으니까 조심할만큼은 할거다. 그런데...나, 아까부터 아스널이 자꾸 신경쓰이는데...?


"아스널?"


"왜 그러나?"


나는 지금 아스널의 양 어깨와 가슴 옆을 보고있다.


크고 탄력이 훌륭해보이는 저 가슴이 신경쓰여서 그러는건 아니다. 물론 가슴을 보는게 남자의 본능이긴 한데, 아스널의 가슴 양 옆에 있는것이 신경쓰여서다.


아스널의 가슴 옆에는 흔한 배낭...백팩을 멜때 쓰는 가방의 끈이 있었다. 물론 그 끈 두개가 가슴을 부각시키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가슴이 아니라 저 끈이 신경쓰이는거다.


심지어 저 가방, 에밀리가 메고다니던거랑 똑같아보이는데...그걸 왜 님이 가지고 계세요?


"아스널, 등에 에밀리가 메던거랑 비슷한 가방은 왜 멘거야?"


나는 별 생각없이 한 질문이었지만, 아스널은 내 예상밖의 대답을 해왔다.



"아아, 언제 물어보나 싶었다네. 오늘 에밀리의 기분을 이해하기위해 에밀리와 똑같이 학생으로서 등교해봤다네!"


이게 뭔 미친 소리지?


"뭐?"


"가방과 외모까지는 완벽한 학생이었지만 에밀리와 함께 교문을 넘는순간 교복을 입고오지 않은게 눈에 띄어 내가 학생이 아니란게 곧바로 들통났지 뭔가! 하하하!"


이게 진짜 뭔 미친소리지?


"농담이지...?"


"음, 솔직히 농담은 맞다."


아, 다행이네. 근데 그럼 가방은 왜 갖고있는거야?


"이 외모가 고등학생은 아니지 않나? 아무래도 그것때문에 걸린것같기도 하군."


그 점에서 걸린것도 아닌것같은데.


"......"


내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얼굴에 웃음과 자신감이 가득하던 아스널은 조금씩 웃음을 거두었다.


"음, 웃질 않으니 난감하군. 가방까지 새로 사며 나름 열심히 준비한 농담이었는데."


"농담 하나 하려고 가방을 새로 샀다고?"


"정확히는 에밀리의 가방을 새로 사줬지. 그렇게 생긴 여분의 가방을 농담의 재료로 써먹으려 한거고."


아스널은 가방을 벗은 뒤 그것을 들어올렸고, 농담에 쓸 용도라는 말은 사실인지 확실히 그 안에는 책 대신 텀블러와 노트북 등의 물건만이 들어있었다.


...근데 이거 품목만 보면 대학생 가방 아니야? 그보다 진짜로. 아스널이 여기에 대체 뭘 하러 온거지?


별다른 목적 없이 그냥 온것도 아닐테고. 평소에 에밀리와 함께 다닌것도 아니다. 뭔가 원하는게 있으니까 온거겠지.


"...뭐, 농담따먹기는 여기까지 하고. 뭐하러 온거야?"


나의 물음에 아스널은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듯이 씩 웃었다. 역시 원하는게 있었나.


"당연히 그대를 보러 온것 아니겠나?"


"나를 보러 왔다니, 그건 보면 아는데...왜?"


뭐, 보러온 행동보다는 그 행동에 담긴 목적이 중요하지.


"그래. 그저 보고싶어서 왔네, 그대여."


....목적 없이 그냥 온거라고?


"뭔가 숨기고 있는 계획이라던가 꿍꿍이라던가 그런거 없고?"


"그런건 없네, 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생각난건 있네."


뭐지? 계략이나 계획을 짜둔건 아니지만 생각은 있다 뭐 그런 소린가?


"다른거?"


나는 조금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아스널에게 반문하였고,  이내 그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내 상식과 생각과 논리와 이성을 벗어난 대답이었다.


"가지고 있는 계획은 그대와의 결혼계획이고 꿍꿍이는 없지만 나의 이 가슴이 꿍꿍거리고 있지!"


"...내가 방금 뭘 들은거지?"


이 나이에 벌써 귀를 먹기 시작한건가? 물론 10대때 이어폰을 자주 끼긴 했지만 벌써 귀가 이렇게 안좋아질줄은...


"...제가 방금 뭘 들은거죠?"


...페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걸 보니 내가 잘못들은건 아닌 모양이다.


"잘 못들었나? 다시 한번, 그리고 더 솔직하게 말해주지."


어? 다시 말한다고?


"아냐 말 안해도 될것같..."


"그대와의 결혼 및 자녀계획을 가지고있고 이 뱃속의 자궁이 꿍꿍거리고 있다!"


미친, 더 진화했잖아!


"어때, 솔직한 대답이지 않나?"


"정신나갈정도로 솔직한 대답이다!"


아니, 그보다 저게 마음에 담고있던 솔직한 대답이라고? 미친거 아냐?


"칭찬 고맙군. 우선 서로를 알아가야하니 숨김없이 드러낸것이다. 마음같아선 몸도 드러내고 싶지만 공공장소에서 그럴 수는 없으니 마음만 드러내도록 하지."


아스널은 그렇게 말한 뒤 창문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자, 그대여. 방금 말했듯 서로 알아가는 단계부터 밟지. 같이 데이트를 하지 않겠나?"


수락하면 곧바로 문을 열고 쳐들어올것 같아서 무섭다...아니, 이미 일부는 들어와있지만.


"...거절할게."


나는 불안감을 안고 거절했지만, 아스널은 내 거절에 곧바로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음, 그렇군. 내가 너무 경우가 없었군. 상호간에 협의가 중요한건데 말이야. 자, 여기 명함을 두고갈테니 연락해주도록. 서로 통화하며 느긋하게 데이트 약속을 잡아보도록 하지."


"이리 나오세요!"


"알겠네. 그럼 그대여, 연락해주게."


나에게 명함을 건네준 아스널은 페로의 제지에 순순히 차에서 떨어졌고, 곧바로 떠나갔다.


"...내가 방금 무슨 미친 소리를 들은걸까."


"그러게말입니다..."


나와 페로가 서로를 쳐다보며 방금전 아스널이 한 말을 떠올리고 있을 때, 차에서 멀어진 아스널이 소리치는게 들려왔다.


"그대여! 참고로 아까 한 말은 진심이었다네! 그대로 데이트를 생략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어도 될만큼!"


아스널의 말은 또다시 나와 페로의 뇌를 강타했고, 나는 충격에 말을 잃었다.


"........"


저렇게 폭주하는 전차처럼 대놓고 들이대는 여자는 만난적이 없어서 오히려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물러서지 않는것도 아니고 필요하면 바로 유턴까지 해버리니 적응도 안되고.


"저기, 주인님? 경계대상으로 지정할까요?"


"아니, 일단은 놔둬...악의는 없어보이니까."


얼굴을 보자자마자 데이트를 신청한다라...흐음,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리앤이랑 데이트를 했었지.


자고로 만난지 얼마 안됐을때엔 그런 풋풋한 느낌의 그런게 있어야하는데 말이야.


"....주말에 잠깐 만나자고 해볼까."


으음...리앤과 두번째 데이트, 나쁘지 않을지도.


"네? 저 여성을 만나시려는건가요?"


"아니, 아니야."


아스널은 조금 무서워. 나처럼 연약하고 연애 경험 없는 소심한 남자에게는...하와와 넘모 무서운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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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그동안 잠깐 쉬다 왔음. 죽은거 아니니까 걱정들은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