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그러니까 델타를 치려면 바로 밀고 들어가는 게 빠르다니까! 그 녀석이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니까 빠르게 폭격해서 먼저 초토화시키는 게 제일 효과적이라고. "


"그건 아니 되오. 델타는 간교한 자라 의중을 쉽게 파악할 수 없기에 소수의 인원이 잠입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고 작전의 성공 가능성도 높소. 무작정 폭격을 퍼붓는 것은 무모한 짓이오."


감마와 제타가 아군으로 합류한 지 일주일. 현재 수뇌부는 레모네이드 델타 생포를 위한 '이스크라(불꽃) 작전'을 계획 중이었다. 지브롤터 해전 이후 바르셀로나로 오르카 호가 이동하자 델타는 그들을 피해 파리에서 로마로 도주했고 그 때문에 초기에 짜 놓았던 전투 계획을 전면 수정 중이었는데, 작전 회의에 함께 참석한 감마가 로마로 닥돌하자는 제안을 하는 바람에 한바탕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었다.


"빠르게 밀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일리가 있지만 용 대장이 하는 말을 따르는 게 좋아. 델타의 현재 상황을 완벽하지 파악하지 않는 이상 함부로 공격하는 건 일러. 거기다 역으로 오메가에게 병력을 지원받아서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력을 불릴 가능성도 있고."레오나가 용과 감마의 말다툼을 중재했다. 


"너희들 전부 무른 거 아냐? 세력을 불리기 전에 적을 빨리 쳐부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말이야."


"무른 게 아니라 신중하게 움직이자는 겁니다. 그리고 그쪽은 상대를 잘 파악하지도 않고 무작정 돌격하자는 의견을 내다니 아무리 상대가 자매라고 해도 너무 생각 없이 행동하려는 것 아닙니까?" 마리의 날카로운 눈빛에 감마는 잠시 자신의 의견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부사령관 각하,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녀는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미하일에게 물었다. 이번 이스크라 작전을 제안한 것이 그였기에 사령관은 그가 주도적으로 작전 회의를 진행해 볼 것을 권했다.


"그러죠. 벌써 3시간이나 쉬지도 않고 했으니 다들 지쳤을 것 같은데 모두 가셔서 할 일들 하시면 될 것 같네요. 그러면 이틀 후에 다시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오늘의 수뇌부 회의는 종료되었고 그는 힘이 빠져 의자에서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것을 본 사령관이 다가와 그에게 콜라 한 캔을 건네주었다.


"많이 지치시나 보네요."


"네. 그리고 사령관님은 이렇게 진 빠지는 회의를 거진 3년간 해오셨다는 거죠?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살벌해서 힘 다 빠지는데, 이끌어가는 입장이 되니 더 힘드네요." 그는 캔 뚜껑을 따고 콜라를 단숨에 쭉 들이켰다. 차갑고 달콤한 액체가 목을 넘어가며 기운 없던 몸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거기다가 감마와 다른 지휘관들 사이에서 중립적으로처신하는 것도 겹쳐 있고 말이죠." 부사령관은 기존 오르카 호의 대원들과 새로이 합류한 레모네이드들 간의 충돌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하여 작전 회의를 비롯한 전반적인 생활에서 모든 인원을 중립적으로 대하려 애썼다. 자매라고 해서 기존에 있던 대원들을 홀대했다가는 공정성의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었고 이는 곧 본인의 신용을 저하시키는 행동이었기에 미하일은 언제나 외줄을 타고 균형을 잡는 것과 비슷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는 다시 콜라를 입에 가져다 댔으나 단 몇 방울만이 입술에 묻었다. 한번에 들이켜서 캔이 너무 빨리 비어버린 것이다. "죄송합니다. 너무 빨리 마셔버렸네요."


"괜찮습니다. 편의점에 콜라가 입고됐다니까 그거 사서 드세요. 아니면 복도에 자판기 들어온 데서 뽑으셔도 되고요."


"그러면 저는 일단 가보겠습니다. 조금 휴식이 필요한 것 같아서요." 사령관에게 인사를 한 후 미하일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편한 티셔츠와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삼선슬리퍼를 신은 후 편의점으로 향했다. 


"역시 편안하긴 하네." 옷차림을 늘 편하게 하고 다니는 사령관과 다르게 미하일은  운동할 때나 잠잘 때를 제외하곤 언제나 제복 차림을 고수했다. 자신이 살아가는 가장 큰 목적인 어머니의 원한을 갚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한 일종의 자기 최면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걸 보고 있던 오드리는 못마땅했는지 그에게 이 옷을 비롯한 여러 가지 평상복을 선물해 주었다.


(회상)


"부사령관, 받으세요."


"괜찮습니다."


"제가 Not Okay하다니까요. 잔말 말고 얼른 받으세요."


"제가 오케이라니까요?"


낫 오케이와 오케이로 두 사람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입씨름을 벌이던 중, 결국 오드리는 치트키를 꺼내 들었다.


"아무리 복수가 제 1순위라고 한들 하늘에 계신 어머님은 그것보다 자식이 편한 옷 못 입고 다니는 걸 더 안타까워 하실 거에요. 그러니까 빨리 피팅해보세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면 그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오드리의 강요 섞인 권유로 입기는 했지만 의외로 편안했기 때문에 홀로 업무를 볼 때나 자유시간에는 언제나 오드리의 평상복 컬렉션을 입고 다녔다.


다시 현재. 오르카 호의 복도를 걸어가던 중, 그는 또 다시 안드바리에게 쫓기고 있는 LRL과 알비스를 마주쳤다.


"부.. 부사령관 안녕! 미안한데 우리 좀 숨겨줘!"


"...너네 또 뭐 훔쳐 먹었니?"



"지..짐과 알비스는 그저 초코바 하나만 몰래 가져가려던 것 뿐이니라!"


"하나?! 웃기지 마요! 배낭에 열댓 개씩 우겨 넣고 몰래 빠져나가려는 거 다 봤으니까! 이번 달에만 벌써 발주량이 몇 개나 공백이 생겼는 줄 알아요?!" 안드바리는 눈물 잔뜩 고인 눈으로 씩씩댔다. 예전에 내가 담배 한 보루 몰래 가져가려고 했을때도 저렇게 화냈었지. 하고 미하일은 생각했다. 결국 그녀는 분을 못 참고 울기 시작했다.


 

"우에에에에엥.."


"하아.. 우는 아이 달래는 건 잘 못하는데.." 미하일은 안드바리의 눈높이에 맞게 앉아서 서툴지만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주고 꼭 안아주었다. "화 풀어. 저 두 똥강아지들은 레오나 대장님하고 에이미 씨에게 말해서 제대로 혼내 두라고 할 테니까. 응? 기분 전환이라도 할 겸 떡볶이라도 먹을래?"


"으으.. 훌쩍. 나중에 먹을.. 히끅. 게요. 일단은 저 둘 벌 좀 세워야 할 것 같으니까요. 둘 다 이리로 왓!!" 어린아이답지 않게 사자후를 내지르는 안드바리를 피해 두 말썽꾸러기들은 후다닥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미하일은 멀어져 가는 세 아이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지으며 편의점 쪽으로 걸어갔다.





"담배는 안 돼요." 편의점에 들어오자마자 유미가 그를 보고 말했다.


"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만...."


"죄송해요. 부사령관님이 하도 심한 골초여서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담배 얘기가 먼저 나와 버렸어요. 그래서 오늘은 뭐 사러 오셨어요?"


"콜라 묶음이요. 500ml 캔으로 된 거 30개짜리."


"5참치캔이에요. 저기 냉장고 안에 들어 있으니까 꺼내 가시면 돼요."


미하일은 카운터에 참치캔 5개를 놓고 냉장고 안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던 캔 묶음 중 하나를 손에 들었다. 그때 앞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미 언니, 혹시 도넛 새로 입고된 거 있어? 시티가드 사람들하고 같이 나눠 먹게."


"어. 마침 아우로라 언니가 오전에 납품해 줬더라고. 저 쪽에 세트로 있으니까 원하는 만큼 가져가."


"아하핫! 그러다가 나 싹 사갈지도 몰라?" 리앤은 발랄하게 웃고는 도넛이 진열된 찬장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세 박스 정도를 팔에 안고 마지막 하나를 더 올리기 위해 조심스레 위로 손을 뻗었지만 박스 때문에 눈이 가려져 한 번에 집지 못했다.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도 시야가 제한되면 제대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인간과 똑같았다.



"이익.. 조금만 더..조금만 더 뻗으면 되는데.. 잡았다!" 마지막 박스를 잡은 것까진 좋았으나 그 때문에 나머지 3개가 그만 손에서 미끄러져 소중한 도넛들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위기에 빠졌다. 리앤은 순발력을 발휘해 두 개를 붙잡았으나 그만 마지막 한 박스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고, 금방이라도 삼가 고 도넛의 명복을 빌어 주어야 할 것만 같았지만, 바닥에 박스가 부딪히는 둔탁한 파열음 대신 턱 하고 누군가가 손으로 잡아낸 소리가 들려왔다.


"조심해. 그러다가 경찰인데 파손죄로 딱지 떼일라."


 "모리아티!" 리앤은 오랜만에 보는 친구에게 자비로운 포옹을 선사해 주었다. "되게 오랜만이다! 몸은 다 나았어? 팔은? 이제 내가 옆에서 부축해주지 않아도 돼?"


"응, 괜찮아. 이제 다 나았어. 너는 어때? 요즘 별일 없어?"


"초천재 미소녀 형사는 언제나 바쁜 법이라구, 모리아티 군?" 리앤은 가볍게 그의 코를 버튼처럼 눌렀다. "대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요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다 가. 요즘에 한가해져서 당 보충하려고 들렸어. 만난 김에 너도 같이 갈래?"


"어.. 내. 내가?"


"응! 마침 콜라도 있으니까 둘이서 당 보충하긴 충분할 거야. 가자!" 미하일이 동의하기도 전에 리앤은 그의 팔을 잡아끌고 편의점 밖을 나섰다. 잔돈은 됐다는 말을 유미에게 남긴 채로. 그녀에게 한번 불이 붙으면 누구도 못 말렸기 때문에 그는 속절없이 끌려나갔다. 


수 분 후, 두 사람은 갑판 위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도넛과 콜라를 먹기 시작했다.


"캬아~ 도넛과 콜라의 조합이라니 이게 야스지!" 글레이즈드 도넛 한 개를 베어물고 콜라 한 모금을 마신 후 리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여자애가 '이게 야스지' 라고 말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그런 말 함부로 했다가는 엄한 죄목 걸려서 잡히는 수가 있답니다, 부사령관님?"


거진 1주일 넘게 만나지 못한 그들이었기에 꽤나 쌓인 이야기가 많았다. 미하일은 감마와 제타를 잡아두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에 리앤은 두 사람 모두 의외로 고분고분하게 나왔다고 전했다. 한 가지 힘들었던 건 수감 초기에 제타가 식사 투정과 보다 나은 독방으로 이감을 요구했다는 것 뿐, 그마저도 며칠 지나자 금새 사그라들었다고 한다.


"미안해, 너랑 다른 시티가드 분들한테 피해를 끼쳤네."


"아니야, 왜 네가 사과해. 온 몸이 부서져라 싸운 사람이 그러면 내가 미안해지잖아." 리앤은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를 위로했다. "참, 전향하겠다고 한 뒤에 감마와 제타랑은 별 일 없었어?"


"응. 대원들하고도 큰 마찰 없이 잘 지내고 있어. 가끔 다툴 때가 있으면 내가 가서 중재하고. 그럴 때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중립적으로 대하는 게 좀 힘들더라." 지난 일주일 간 그는 새로이 합류한 자매들의 적응을 도와줌과 동시에 대원들과의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을 취했다. 일상생활에서의 크고 작은 다툼은 물론 불과 한 시간 전에 있었던 작전 회의에서도 우격다짐으로 밀고 나가려는 감마의 의견을 존중함과 동시에 지휘관들의 견해를 따라야 아군에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설득하는 등 평소보다 정신력 소모가 더해졌다. 


"그것 때문에 한 5년 정도는 더 늙은 것 같아."


"아하핫! 5년이면 늙은 것도 아닌데 뭘. 어쨌든 우리 둘 다 고생이네!" 두 사람은 캔으로 건배한 후 남은 콜라를 마저 목으로 넘겼다. "그러고 보니까 요즘에는 담배 냄새 안 나네?"


"혹시 예전에는 심하게 났었어?"


"응. 반경 10m 근처에만 가도  냄새가 훅 하고 났었어, 일주일 전에 깨어났을 때도 여전히 체취에 콜타르 냄새가 배어 있기도 했고. 혹시 끊었어?"


"자의는 아니고 강제 금연이야. 사령관님이 못 피우게 했거든. 워울프 누님이나 더치걸한테 얻어 와도 귀신같이 알아내서 그냥 포기했어."


"잘 했어. 봐봐. 끊으니까 냄새 좋잖아." 리앤의 말에 미하일은 그만 얼굴이 확 붉어지고 말았다.


"그..그래?" 그는 두 번째 캔을 따고 표정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목을 뒤로 확 젖혀 콜라를 들이켰다. 그리고 화제를 돌리기 위해 일부러 노을이 예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에메랄드빛의 지중해 아래로 서서히 해가 저물며 물 색이 조금씩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리앤이 별 반응 없이 그를 쳐다보고 있자 이번에는 또 다른 주제를 꺼냈다. "리앤은 펙스와의 전쟁이 끝나면 뭐 할거야?"


"나? 나는 우리 시티가드 식구들하고 다른 사람들이랑 함께 축하 파티 하면서 놀겠지. 그런 다음에는 아주 길게 휴가 낼 예정이야. 모리아티는 계획 세워둔 거 있어?"


미하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세 가지의 소원을 꺼냈다. 


"먼저 어머니의 묘를 다시 만들려고. 레몬 나무 아래에 수목장을 할 거야. 무덤 위치는 아직 기억하고 있으니까 납골함만 꺼내서 다시 만들면 되겠지."


"역시 어머님과 관련된 거구나, 혹시 더 있어?"


"그 다음은 가족사진을 찍으려고."


"가족사진?"


"나, 알파, 베타, 제타, 감마, 델타, 엡실론, 그리고 오메가 8명이서 다 함께 찍을 거야. 한 번도 가족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거든."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은 어딘가 슬퍼 보였다. "물론, 전원 항복하고 죗값을 받겠다고 말해야 이루어지겠지. 그리고 하나 더 있어."


"뭔데? 빨리 말해봐." 리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실은, 내가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사람이 생기면 그녀에게 이걸 주고 싶어." 그는 주머니에서 반지 케이스를 하나 꺼냈다. 그 안에는 두 날개에 보석 7개를 박아둔 나비가 올려진 결혼반지 한 쌍이 들어 있었다.


(대략 이런 느낌)


"오오~ 반지네? 서약하려고?"


"응. 근데 누구한테 줄지는 아직 못 정했어. 거기다 반지를 준다 한들 나 같은 남자를 좋아할 리가 없고.." 오르카 호에서 생활한 지 거의 두 달 가량이 지나가고 있었고 대부분의 대원들도 마음을 열었지만 그의 내면에는 언제나 자신은 죄인이라는 의식이 뿌리내려 있었다. 그랬기에 그들 중 한 명과 동침은 물론 서약을 할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 둔 지 오래였다. 거기다 바이오로이드들은 전부 사령관 한 사람에게만 애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했기에 그는 더더욱 자신의 소망을 속으로 삼켜버렸다.


"왜 모리아티를 안 좋아해? 왓슨만큼은 아니어도 잘생겼지, 키도 크고 몸도 좋지, 성격도 좋지, 장점 많잖아!"


"그래도 난.."


"펙스 회장의 자식인 거? 그건 모리아티가 원해서 그런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게 아니잖아. 너무 자책하지 마."


"아니, 그거 말고도, 오르카 호 바이오로이드들은 죄다 사령관님만 바라보니까 난 눈에 안 들어오잖아...."


잠깐의 침묵이 그들 사이를 맴돌았다.


"푸하하하하! 그거 때문이구나! 난 또 뭐라고."


"왜 웃는거야?"


"아이고 배야. 모리아티. 물론 왓슨이 이 오르카의 총책임자인 동시에 새로운 인류의 시조가 될 남자인 건 맞아. 그것 때문에 더욱 기를 쓰고 왓슨과 동침을 하려는 거고. 하지만 모리아티를 싫어해서 그러는 건 아닐거야. 언젠가 몇몇은 너하고도 자손을 만들고 싶어 할걸?" 자손을 만들고 싶어한다는 말에 미하일은 그만 마시던 콜라를 뿜고 말았다. 리앤은 깔깔 웃으며 물수건을 건네주었다.


"그런 거야?"


"그럼! 그리고.. 모리아티를 좋아하는 바이오로이드가, 지금 어쩌면 한 명 있을 수도 있잖아?"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며 리앤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비추었다. 지중해의 건조한 바람이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지나가며 연갈색 머리카락이 공기 중에 휘날렸다. 그것을 보자 미하일은 다시금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예쁘다.."


"응? 뭐라고?"


"어? 아, 아냐. 나 급한 일이 생겨서 들어가 볼게. 미안해.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도넛 한 박스만 가져가!" 리앤이 박스 하나를 건네주자 미하일은 그것을 받고 콜라 묶음과 함께 빠르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테이블 위에 아직 뜯지 않은 새 도넛 박스를 올려 두고 잔뜩 붉어진 얼굴을 가린 채 계속 생각에 빠져 있었다.


"아, 나 어떡해.."




계속

참고로 치정싸움은 없으니 안심하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