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던져진 질문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먼저 스스로의 체질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뱀의 유전자가 섞였기에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함은 기본이며, 하필 조절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알비노 형질을 얻어 따사로운 햇살조차 마음껏 즐기지도 못하는 체질.


분명 지금껏 홀로 살아오며 가장 불편한 것이라면 그것이었다.


"음.. 왜 없겠어? 핫팩이랑 만나기 전까지 얼마나 불편한 게 많았는데~"


마치 가벼운 것을 대하는 것처럼 밝게 대답했으나, 그의 표정은 영 밝지 못했다. 분명 걱정하고 있는 거겠지. 의외로 섬세한 녀석이니까.


"왜에~ 걱정 돼?"

"걱정은 무슨."


살며시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콕 찌르면, 그는 저렇게 대답하며 시선을 회피한다. 지금까지 그와 지내오며 깨달은 것인데, 그는 딱딱하게 대꾸하는 것과 다르게 다정다감한 성격을 지닌 녀석이었다.


"푸훗! 뷰웅신~ 사냥개를 걱정해서 어쩌자는 거야? 야! 핫팩! 넌 대장이라구~"


그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키워지던 사냥개를 걱정하는 녀석이 대장이라! 오르카의 사령관이자, 최후의 인간이 할 법한 걱정은 아니리라. 그러나 그는 내 말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인지 조금 인상이 구겨졌다. 사실, 그의 저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의외로 지금까지 겪어온 과거의 인간들과 다르게, 그는 진심으로 도구에게 마음을 주는 인간이었으니까.


하지만 그저 표정을 구길 뿐, 업무를 계속 보면서도 온화한 목소리로 가볍게 대꾸할 뿐이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난 도구는 필요 없다니까."

"아, 그럼 사냥개로 정정~"

"사냥개도 필요 없어."


'사냥개는 필요 없다' 라는 그의 말에 자연스레 웃음이 입을 비집고 나오며 몸은 그에게 안기고 있었다. 예전과 같았다면 굉장히 불안했을 말이었을 것이다. 그 임무를 다하고 필요가 없어진 사냥개의 운명이란 토사구팽 뿐일 것이니 더욱.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있을 곳을 주었고, 품에 안아주었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사랑을 주었다.


그래서 그에게 반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주 그를 놀리는 주제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그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참 핫팩은 특이한 녀석이야."

"내가?"


자연스럽게 안아주면서도 그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 대꾸했다. 아마도 너는 영원히 모를 거야. 내가 왜 너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그것도 그럴 게, 핫팩은 우리들에게 바라는 게 전혀 없어 보이거든~"

"바라는 거라.."


장난스레 고민하는 시늉을 하며 그는 내 볼에 입을 가볍게 맞춰주었다. 


"이렇게 매일 날 찾아와 주는 걸 가장 바라고 있으려나?"

"역시, 넌 이상한 녀석이야."


지금까지 살아오며 느껴본 것 중에 가장 따뜻한 품과 깊은 충족감. 

이것들이 있는 한 나는 영원히 네 곁에 똬리를 틀고 머무르겠지. 

뱀은 따뜻한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니까.


그래서 난, 핫팩. 너를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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