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폐하. 

아무 말씀 마시고 들어주세요. 


주인님도 느끼셨을 거에요. 

뭔가 예전에 비해

저희들-바이오로이드-의 기능도 회복도 더디고 이상하다는 점을요. 


그래도 주인님께선 

저희를 책망하시는 대신

다독여 주시고 더 노력해 주셨지요. 


사령관.

우리를 움직이는 오리진 더스트는, 

무한히 있는 것도 아니고

무한히 지속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시한부인 셈이다. 

마치 인간들처럼. 


폐하. 

그 끝이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습니다. 


저희는 어떻게든 대책을 찾아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오리진 더스트가 고갈된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재활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죠. 


이를 발견한 자들은 엄청난 절망에 빠졌다. 

죽는다는 것, 사라진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말이다. 


저희의 창조자들을 저주했어요. 

왜 저희를 이렇게 불완전하게 만들었는지. 애초부터 저희에 대한 애정은 있었는지. 

그냥, 돈을 벌기 위한 장난감이었는지. 

왜, 주인님과 함께하는 이 시간들을, 빼앗겨야 하는지.


폐하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저희를 왜 복원하셨을까요. 

복원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슬프지도 않았겠지요.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우리 때문에 사령관이 마음아플 거라는 사실이었지.

그대가 우리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저희가 불완전해서,

저희가 잘못해서,

사령관님이 마음아파하시고

언젠가 혼자 남으시게 되는 건 아닌지

생각만 해도 

너무나 고통스러웠어요. 


저희의 창조자들은

저희를 버릴 생각이었습니다. 

다른 인간들도

저희를 팔고 부리고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인님께선

저희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마음 열 때까지 기다려 주시고

선물해 주시고

사랑해 주셨어요. 


당신에게서 우리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당신의 품 안에서 우리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정말로, 기뻤지. 


사람 모양의 기계일 뿐인,

창조자들로부터도 버림받은 저희를

폐하께서 사랑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기억하나?

요리 대회를 열고, 테마 파크에 가고, 여름 휴가를 떠나고, 성탄절 서프라이즈를 하고

요정 마을과 성역에서 동료들을 구하고 섬에 이르기까지

당신은 우리에게 값진 추억을 선물해 주었어. 


저희가 더 이상 주인님을 섬기지 못해서

주인님이 저희와 작별하는 때가 오겠지요. 

그 때가 오더라도, 그 후에도,

저희와 함께한 추억을

기억해주실 수 있나요. 


저희가 부족해서,

폐하를 실망시키고 

마음 아프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저희에게 베풀어 주신 모든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이 세상의 마지막까지는

당신과 같이 하지 못할 것 같군. 


대신

항상 우리를 위해준 당신을 위해

마지막까지 웃어 주겠다. 

정말로, 정말로....사랑한다.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