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9461966







도시 외곽에 도착하여 남은 상자들을 열어보았다.


광확미채 망토와 같은 잠입용 장비들과 여러 도구들이 들어있었다.


"필요한 것들로 알차게도 채워줬네"


망토를 몸에 걸치자 자글거리는 모습과 함께 망토가 덮은 몸의 부분이 주변의 풍경과 하나가 되어간다


그대로 후드를 뒤집어 쓰자 이내 내 모든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몸을 숨기고 두 시간 가량을 달려 비스마르크 코퍼레이션의 본사의 앞까지 도착했다.


그렇게 삼엄한 경비 수준은 아니지만 이전까지 도시에 퍼져있던 여타 다른 곳과는 달리 이곳은 제대로 된 진형을 짜고 방어를 하고 있다는 모양새이다


그런 진형을 뒤로 하고 화려한 금빛 건물의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안쪽은 여기저기 해지고 망가진 모습이었다.


메인홀 부터 이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보인다는 건 이곳까지 위장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깊이 들어왔다는 뜻 일지도 모른다.


'모양새를 보니 여기도 제 상태는 아니겠군'


금이 잔뜩 간 벽에 우그러들어 열리지 않는 비상계단실의 손잡이를 몇 번 흔들어 보고는 이내 다른 곳을 찾으러 갔다.


나는 이 건물을 탐색하던 중 찾은 문이 없는 엘리베이터 안의 통로로 천천히 내려갔고 그 아래에서 1층의 메인 홀 보다는 깔끔한 모양의 엘리베이터 룸이 나를 반겼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와서 조금 걸어 들어가자 이곳 저곳에 전선들이 길게 뻗어 한 곳으로 향하고 있는 걸 확인하고 전선을 따라 주변을 경계하며 움직였다.


그렇게 전선을 따라 걸어 도착한 곳은 세미나실의 입구였다.


숨을 죽이고 천천히 문을 열어보니 이곳 저곳에 캡슐들과 희미한 모니터의 빛이 이곳 저곳을 비추고 있었다.


그 빛에 의지해 들여다 본 캡슐 안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들어있었다. 좀 더 자세히 하나씩 살펴보니 머리에 무언가를 뒤집어 쓴 체 이곳 저곳에 전극이 붙어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건가 보군..."


관리를 위해 켜져있는 화면에는 이 캡슐에 들어온 날짜나 형식번호, 개체명 같은 것들 따위가 적혀있었다.


"...가상현실인가"


지금까지 많이 봐 왔던 탓일까 이것이 가상현실 기계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기계를 살피며 비상 정지용 스위치를 찾았지만 캡슐에서 비상정지 스위치를 찾지는 못했다.


"중앙 컨트롤 방식인가"


굵은 전원 케이블 뿐만이 아닌 이런 저런 얇은 선들이 캡슐에서 나와 벽 한켠에 마련되어 있는 서버 컴퓨터에 난잡하게 꽂혀있는 걸 보고 추측했다.


더 이상 얻을게 없다고 판단한 나는 다시 복도를 나와 더 아래층을 향해 몸을 움직이다 찾은 경비실의 문을 따고 들어갔다.


관리가 되지 않아 이곳 저곳이 삭아 버렸지만 다행히도 관리대장 서랍장 속에 있던 건물 평면도를 찾을 수 있었다.


"세미나실은 여기 말고도 여러군데가 있고... 건물 비상 발전기... 지하 창고..."


건물 유지 보수를 위해 지하에 여러 커다란 공간과 지하 주차장 등이 있는 걸 확인하고 그곳을 먼저 탐색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자 여김없이 여러 굵은 전선들이 바닥을 따라 줄지어 늘어서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대로 열린 문을 완전히 제끼고 바로 오른쪽으로 돌아 안쪽을 들여다 보니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여러 캡슐들이 보였다.


바닥에 쓸린 자국이 역력한 몇몇개의 캡슐들은 이것들이 옮겨진 지 오래 되지 않았다는 걸 깨닫기에 충분한 지표가 되었었다.


그대로 자국 끝에 서있는 캡슐들을 하나씩 확인해나갔다.


다른 캡슐들과 달리 군용 바이오로이드의 얼굴이 캡슐 안에 누워있었다.


정보를 표시하는 콘솔창에는 최근에 들어왔다는 내용이 적혀있는 걸로 보아하니 우리 대원들 중 일부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 사령관도 이것들 중 하나에 있겠지..."


전부를 뒤져보는 건 무의미하다, 당장은 이 캡슐들을 컨트롤 하는 중앙서버를 찾아 비상정지를 시키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하고 평면도에 그려져 있던 통제실의 위치로 갔다.




-중앙통제센터-


텅 비어있는 중앙 컨트롤 룸 안에 들어서자 이곳이 왜 지키는 것들이 없는가 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임의로 개조된 중앙 통제 컴퓨터 옆에는 한세기 전에는 분명 비상정지용으로 쓰였을 붉은 스위치가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이런 저런 조작을 하려 해 봐도 모든 컨트롤이 가상현실 속 임의의 사용자에게 모든 권한이 있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내가 아니라 닥터가 왔으면 좀 더 달라졌을까?"


아무도 답해줄 수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나는 다음 방으로 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