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 거기 서!"


"미안미안! 한 번만 봐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사령관과 하이에나의 시끄러운 발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사령관은 잡히면 정말 가만 두지 않겠다는 투로 씩씩대고 있었지만, 하이에나는 장난에 불과하다는 개구진 미소로 잡힐 듯 잡히지 않게 달리고 있었다.


"잡히면 피의 보복을 당할 줄 알아!"


"헤, 그럼 더더욱 안 잡혀야겠는 걸?"


사령관의 숨가쁜 경고를 한 귀로 흘려들은 하이에나는 재빨리 모퉁이로 몸을 꺾었다. 자칫 눈앞에서 하이에나를 놓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사령관은 믿는 구석이 있는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라비!"


숨겨둔 와일드카드는 사령관의 승리에 톡톡히 기여했다. 모퉁이 뒤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가 한 번 난 뒤, 하이에나는 머리에 큼직한 혹을 달고 라비아타의 손에 뒷목을 잡혀서 끌려왔다. 자신의 손에 매달려 대롱거리는하이에나를 사령관에게 던져준 라비아타는 근심이 가득찬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주인님,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가요?"


"별 거 아냐. 늘상 있는 일이지."


사령관은 라비아타를 안심시키려는 듯 대수롭지 않게 답하고 목표물로 시선을 돌렸다. 하이에나의 몸을 일으켜 세운 사령관은 의기양양한 승리의 표정으로 그녀를 골렸다.


"밀가루 폭탄을 나한테 던진 시점에서 각오는 했어야지!"


"흐에... 폭탄... 폭탄이..."


아직도 라비아타의 꿀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롱거리던 하이에나 사령관실로 끌려갔다. 자신의 침대에 그녀를 눕힌 사령관은 장난기 가득한 호선을 입에 그렸다.


"이번에는 내 차례라고."






"으음... 괴상망측 하지 않습니ㄷ..... 핫!"



몇 시간 뒤. 하이에나는 삼도천에서 되돌아와 정신줄을 부여잡는데 성공했다. 지끈거림이 채 가시지 않은 머리를 매만지며 두개골에 금이간 건 아닐까 걱정하던 하이에나는 자신의 왼손에 느껴지는 묵직함에 바로 고개를 돌렸다.


"음?"


짤그락거리는 소리를 따라 시야를 돌리자 세상 편하게 자고 있는 사령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범한 모습이라면 평범했을 터였다. 자고 있는 사령관의 오른손에 은색 수갑이 채워진 것만 빼면 말이다.


"뭐야 이거?! 사령관? 사령관!"


누가 봐도 사령관이 저지른 게 명백한 장난질에 하이에나는 그를 흔들어 깨웠다. 하이에나의 다급한 손짓에도 사령관은 태평하게 느릿느릿 일어났다. 얼마나 편히 잤으면 입에 침까지 흘리던 그는 하이에나의 당황한 표정을 보자 능글맞게 웃었다.


"일어났어?"


"이거 뭐야?"


"글쎄?"


손목에 굳게 묶인 수갑을 가리키며 해명을 요구한 하이에나에게 돌아온 건 늘어지는 역질문이었다. 예상 밖의 상황에 기가 찬 하이에나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다시 질문했다.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지 마.

의문문에 의문문으로 답하라고 학교에서 가르쳐줬어?"


"이거 어쩌나. 난 학교를 다닌 적이 없어서 말이야."


능구렁이가 담 타듯이 하이에나의 말을 슬쩍 피한 사령관은 일부러 수갑을 더 흔들었다. 짤랑거리는 소리가 귀를 때리자 구겨지는 그녀의 표정을 본 사령관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답했다.


"생각을 해봤는데, 너 같은 폭탄에게는 안전핀이 있어야할 거 같아서."


"...그래서, 사령관이 안전핀이 되어주겠다고?"


"정답. 폭탄이 안 터지도록 꽉 잠가주겠다 이 말이야."


사령관의 답을 들은 하이에나는 헛웃음을 뱉었다. 그러나 사령관의 말은 장난스러울지언정 의지가 곧게 서 있었다.


"이제부터 세트로 다니는 거지. 폭탄과 안전핀. 나쁘지 않잖아?"


"그래, 그래. 안전핀 끼워도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거 알려줄게."


사령관의 말이 얼마만에 깨지나 두고 보겠다면서 하이에나는 특유의 상어이빨로 웃음을 지었다. 오른손에 수류탄을 든 하이에나가 불발탄을 들 때까지 6일 전이었다.









괜찮은 아이디어 같아서 단편으로 써보려고 했는데, 쓰면서도 필력이 참 떨어지는 거 같아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쓰고 반복한 끝에 프롤로그 분량 밖에 안 남았네. 다른 실력좋은 문필가에게 뒷편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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