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령관이 아니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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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식후에 마셔도 좋고, 피곤할 때 마셔도 좋은 음료다.

그것도 상당히 중독성이 있는.

 

종이컵에 담긴 그것을 한 모금.

천천히 음미한다.

 

우우우웅!

 

“읍! 으븟! 으그긋!?”

 

...역시 달군. 혀끝을 간질이는 달콤함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다.

응? 겨우 인스턴트 커피가지고 유난이라고?

 

흠...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우우우우웅!

 

“흐그읏! 읍?! 으읍!”

 

...겨우 태운 콩가루 즙 아냐? 라고 생각했던 시기도 나에게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콩도 아니고 사실상 태운 씨앗 즙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뭐 그건 그거고.

 

커피란 자고로 단순히 맛과 향으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분위기, 그날의 온도, 날씨, 상황 등 다양한―

 

우우우우우웅!

 

“으으읍! 흐븟! 으응?!”

 

...쓰읍, 흠흠. 이렇게 싸구려 인스턴트 커피 한잔 하면서 있는 척하면 또 그거만큼 멋있는 게 없지.

향긋한 커피와 그것을 음미하는 남자.

 

멋들어진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뜻 모를 두꺼운 책을 읽는다?

멋짐이라는 것이 폭발한다고.

 

솔직히 남자라면 한 번 쯤 해보고 싶지 않아?

 

우우우우우우웅!

 

“으응?! 으읏...? 흐브읏! 읏, 으읏!”

 

...물론 다리를 꼰다거나 하면 다리 사이의 존재감 강한 녀석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나 역시 책이란 존재랑 그리 친하지도 않아서 그냥 지금은 앉아있을 뿐이지만.

 

그래도 뭔가 사연 있어 보이는 남자가 그윽한 눈으로 커피 잔을 굴리면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그런 모습이 또―

 

우우우우우우우웅!

 

“읏! 흐읏!! 으으응! 읏읏!?”

 

...에이 진짜 못해먹겠네!

 

나는 바로 커피고 나발이고 내벼려 두고 벌떡 일어나 나의 멋짐을 억지로 꾸역꾸역 방해하는 이 괘씸한 존재에게 다가갔다.

 

따끔하게 한 마디 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첫 발을 내딛었지만.

그 생각은 내 침대를 아주 워터파크로 새로이 바꿔 논 레오나를 눈에 담자 눈 녹듯 사그라졌다.

 

애벌레 마냥 꾸물거리는 레오나. 내가 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참을 수가 없었는지 하반신을 배배꼬면서, 정확하게는 허벅지를 서로 딱 붙이고 비벼대고 있는 중이다.

 

그럴 수밖에 없지.

 

시티가드 애들이 실제로 사고 친 녀석들을 압송할 때 쓴다는 수갑.

영화 속 범죄자를 구속한 것처럼 등 뒤로 채운 그것은 완벽하게 레오나에게서 자유를 앗아갔다.

 

마음 한 구석. 나중에 꼭 해볼 플레이 리스트에 구속 플레이가 새로 추가 될 정도로 말이다.

 

거기에 볼개그.

볼개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볼 부분은 구멍이 송송 뚫려있어서 침이 줄줄 새어나오고 있었다.

 

새어나오는 투명한 액체들.

그것들은 실리콘 재질의 공을 타고 흘러나와서 도톰한 입술을 지나 날카로운 턱 선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야해. 야하다.

거기에 거친 숨소리까지.

 

“으으응! 으읏! 으으어!”

 

지긋이 바라보고 있으니 레오나가 뭐라 말했는데.

솔직히 뭔 소린지 모르겠다.

 

오히려 뭐라 할 때마다 침이 질질 흘러.

구멍 뚫린 공 부분이 더 반질거려서 묘한 느낌이 든다고.

 

침을 흘린다.

은근 이런 거를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애들이 많더라. 

 

레오나 역시 이건 좀 아니라면서 얌전히, 아니 조금 기대한 듯 수갑을 찰 때랑 달리 도리질까지 하고 막 물려고 해서 꽤나 고생했다.

 

하지만 뭐 이렇게 보이는 것처럼 결과적으론 나에겐 이득이다.

흔하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그야 말로.

 

“꼴려.”

 

내 말에 반응해 호시탐탐 소원권을 노리던 욕망에 충실한 매서운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지만.

 

어림도 없지.

 

바로 주머니에서 리모컨을 꺼내 다이얼을 MAX의 끝까지 돌렸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레오나의 상체.

제복상의를 풀어헤쳐 나온 풍만한 살덩이. 그 끝자락에 붙은 핑크색의 둥근 물체가 강하게 진동했다.

 

마치 이 세상을 무너뜨릴 기세로.

 

“으!? 으으으읏!! 흐으윽-!”

 

레오나는 몰려오는 자극에 패배해 언제 그랬냐는 듯 파르르 떨며 눈을 까뒤집었다.

 

그러게 누가 그런 눈으로 노려보래?

 

세기를 MAX로 돌린 핑크로터의 효과는 굉장했다.

강력한 진동으로 한 눈에 보기에도 딱딱하게 세워진 꼭지를 공격했으니.

충분히 쓰러질 만도 하지.

 

느긋하게 혼자 그런 감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응?”

 

눈을 까뒤집은 레오나의 신체가.

아니, 정확히 말해서 그녀의 허리가 붕 뜨기 시작했다.

 

그냥 얌전히 그랬다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겠지만.

온 몸을 파르르 떨며 그야말로 하나의 로터가 된 것 마냥 떨기 시작한 거였다!

 

“윽!? 으읏!? 으긋?! 으그긋!?”

 

우우우우우우웅!!

 

레오나의 열띤 신음.

핑크로터의 강렬한 진동음.

파르르 떨리는 신체와 젖은 침대.

 

그 끝에 찾아온 것은.

 

“읏? 으읏...!?”

 

퓨슛!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하나의 물줄기였다!

 

“허억!”

 

레오나의 은밀하고 앙 다물어진 균열.

끈질긴 핑크로터의 공격으로 울음바다가 된 그곳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

 

그것은 마치 깊고 넓은 바다를 유영하는 어류를 닮은 포유류.

고래의 호흡으로 인한 거대한 물 뿜기 같아 보이기도.

 

어른들의 불순한 마음을 씻어 내리고, 어린이들의 순수함을 띄우는 웃음이 넘치는 꿈나라. 무지개 꽃동산의 분수와도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순수의 상징!”

 

나는 너무 놀라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순백의 속옷. 아니, 푹 젖어서 순백보단 그냥 음란하다는 수식어를 붙여야할 팬티를 가볍게 무시한 채 퍼져나갔던 순수의 물줄기.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음란한 속에서 피어난 순수.

 

그것은 순수함을 잃은 존재들의 시선을 뺏기에 충분했다.

 

이미 한번 잃어 보았기에 그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것을 되찾을 수 없기에 더욱 원하게 된다.

 

허나.

 

이미 더러워진 손으로 그것을 붙잡는다면 자신의 추악함이 묻어버릴까 두려워.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뭐, 개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읏차!”

 

나는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나 레오나의 상태를 살폈다.

 

“레오나 괜찮아?”

 

“읏, 으으으...”

 

안 괜찮아 보이는군.

 

가볍게 가버린 레오나.

지금 이 순각까지 파르르 떨며 작은 절정을 느끼고 있기에.

 

리모컨을 조작해서 핑크로터의 무자비한 진동을 잠시 꺼 놨다.

 

“어휴, 레오나도 참, 칠칠맞게 이게 뭐야.”

 

생후 3개월 영유아 보다 침을 더 많이 흘리는 레오나가 안쓰러워져서.

일단 급한 대로 티슈를 뽑아 정성스레 어머니의 마음으로 닦아주었다.

 

이게 어머니의 마음?

 

꼼꼼히 레오나의 침을 닦아주면서 나도 모르게 후후- 웃어버렸다.

레오나는 아가야.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괘씸했다.

 

거창하게 분수를 뿜은 레오나를 보고 벌을 중단했으니.

어쩌면 이게 레오나가 노림 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왜. 그 있잖아.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도마뱀.

자신의 내장을 뱉어내고 도망치는 해삼.

 

또 신체의 일부를 남겨두는 것은 아니지만.

뿔 도마뱀도 있다.

 

“놀라운 생명체지.”

 

뿔 도마뱀.

어린 시절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보여준 괴상망측한 생명체.

이 미친 도마뱀은 눈에서 핏줄기를 뿜어 천적으로부터 도망친다.

 

그걸 본 어린 시절의 난 말 그대로 놀라서 뒤로 나자빠졌다.

괴상함! 괴이함! 기괴함! 눈에서 피를 뿜는다니!

 

당시에 난 그 믿을 수 없는 비디오를 보고 공포에 떨었다!

히트 비전도 아닌 블러드 비전을 쏘는 비현실적인 생존법이라니...!

 

다큐 속 천적으로 나온 코요테는 피분수를 맞고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부르짖었었다!

포식자조차 그 좆같은 역겨운 공격에 공포에 떨게 만들 정도니 나 같은 잼민이에게는 그야 말로 악몽이었다!

 

정말 악몽도 꿨다!

매일 밤 기괴하게 일그러진 렙틸리언과 온갖 파충류들이 내게 블러드 비전을 쏘아대는 초현실적인 그런 악몽!

그 끝은 항상 거대한 피웅덩이에 묻히는 결말 이었다!

 

“너무 끔직한 거 아니냐고!”

 

당장 과거의 내가 여기 있었다면 괜찮다고 말하며 끌어 안아주고 싶을 정도!

 

“하지만 성인이 된 나는 다르지.”

 

그때야 그게 제일 무섭다고 생각했지만 크면서 그건 무서운 것에 끼지도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

 

가장 무서운 건 같은 사람이다...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디까지 추해지는 지 몸소 경험해 보았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냥 화제를 모으기 위한 도구...

 

“아, 씹...”

 

어느 샌가 쥐고 있던 주먹.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감각에 정신을 차렸다.

 

“좋은 생각. 좋은 생각.”

 

흠흠... 좋아.

 

중간에 이상한 생각이 있었지만, 뭐 결론은 요컨대.

레오나의 분수는 일종의 생존에 직결된... 그, 뭐냐. 생존기 같은 거다.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자위수단 말이다.

따라서 내가 레오나의 분수를 보고 엉덩방아를 찧은 것도 다 설명이 된다.

 

같잖은 변명 같은 게 아니라. 

절대로 갑자기 레오나가 큰 소리를 내면서 발작해서 그런 게 맞다.

 

“으... 으으...”

 

그냥 괜스레 레오나의 부드러운 뺨을 만지작거리고 있자.

 

나를 둘러싼 여자들 사이에선 회복속도 만큼은 일등감인 레오나가 부스스 눈을 뜨고 나를 응시했다.

 

“일어났어?”

 

땀으로 축축해진 레오나의 앞머리를 살포시 쓸어주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상큼한 미소를 더해서 말이다.

 

“,,,으응.”

 

“응? 뭐 할 말 있어? 잠시만,”

 

입술을 오물거리는 것 같아서 잠시 레오나의 침으로 범벅이 되다 못해 아주 반질거리는 볼개그를 해제했다.

내심 레오나의 저 귀여운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까 기대하고 있으니까.

 

“이 새끼잇...!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에! 거기서 세기를 올려버리면 어떠케!”

 

아주 나 화났어요. 라는 표정을 지은 레오나가 그 짧은 시간에 쌓인 게 많았는지 발음까지 뭉개질 정도로 울분을 토했다.

 

음...

좋았어! 다시 채우자!

 

“그거 다시 갖다 대기만 해봐...! 아주 콱 물어 버릴 거야!”

 

“힝...”

 

나는 하는 수 없이 볼개그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러자 그걸 확인한 레오나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내가 걸린 건 그냥 ‘유두 괴롭히는 동안 절정 참기’였잖아! 갑자기 네 맘대로 강도를 높이는 법이 어딨어!”

 

여기 있지.

 

“레오나야. 잘 생각해봐. 내가 강요한건 첫 번째 뿐이고. 소원권 따겠다고 굳이 다시 시작한건 레오나 너잖아?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렴.”

 

네가 선택한 룰렛이라고.

악으로 깡으로 버티든지.

 

“자, 자, 어쨌든 실패했으니까. 바로 다음 다트 좀 던지자고.”

 

“어? 이, 일단은 조금 쉬고...”

 

쉬긴 뭘 쉬어.

 

“일부러 실패해서라도 소원권을 따겠다면서? 그 각오는 어디 간 거야?”

 

“아니, 그래도... 유도리라는 게...”

 

나는 소심한 의견을 가볍게 내는 레오나를 무시하고 바로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아 일으켜 세웠다.

 

“읏... 꺄앗!”

 

조금 비틀거리며 선 레오나.

귀여운 비명을 지르기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자, 자. 이쪽에 바로 서세요.”

 

다트를 던지기 위해 레오나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액체가 또옥- 하고 떨어져 자취를 남긴다.

 

“...으.”

 

그걸 레오나 역시 잘 인지하고 있어서 부끄러운 듯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문 모습이 귀엽다.

 

“웃지만 말고 빨리 줘어...”

 

독촉하듯 손을 뻗은 손에 다트를 쥐어주고 바로 룰렛을 돌렸다.

 

촤르르르륵-

 

빙글빙글 돌아가는 룰렛.

 

처음보단 기가 죽은 레오나는 긴장한 듯 꿀꺽 침을 삼키고.

 

“가, 간다...!”

 

다트를 던졌다.

 

촤르르륵-

 

서서히 감속하는 돌림판.

이윽고 완전히 멈춘 그것에 나와 레오나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미약 바르고 절정횟수 카운트하기]

 

“...세상에.”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그런 소리가 튀어나왔다.

 




레오나 너 좆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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