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라붕이였던 주인공, 눈 뜨자 왠 포스트 아포칼립스 풍의 폐허 도시에 떨어진 자신을 발견함. 

주변에 누구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브라우니 등의 바이오로이드 시신을 발견함. 라붕이는 자신이 라오 세계에 전이됐다는 걸 깨달음.


자신이 첫번째 인간인지 두번째 인간인지도 모르지만, 라오 전이물 클리셰대로 오르카호의 탐색 스쿼드랑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함.


근데 첫번째로 마주친 게 철충 나이트칙임


탕!


그렇게 라붕이는 그 자리에서 사망함. 오르카호도 바이오로이드도 구경도 못해본 채 최단기록으로 두번째 인생 마감


...한 줄 알았는데 이번엔 또 아까와는 다른 이상한 장소에서 눈 뜬 라붕이. 자신이 죽은 게 아니었나 하고 갸웃거리다가-


"저승에 온 걸 환영한다. 인간이여."


"오매 씨봉탱 깜짝이야!"


-사신과 마주하게 됨. 라붕이는 자신이 죽은 게 맞으며, 지금 영혼이 저승에 와있다는 걸 알게 됨. 사신이 거울 보여주니 라붕이 머리 위에 둥근 링이 둥둥 떠있는 게 보임.


자신이 정말로 죽었다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그보다 저승이 실제로 존재하는 거였냐며 자긴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자 사신은 담담하게 생전 저지른 죄를 따져서 천국행인지 지옥행인지 판결을 내릴 거라고 대답함.


"자, 어디 한번 보자꾸나. 네가 저지른 죄는...!"


"히익... 제발천국 제발천국 제발천국...!"


"...하나도 없네."



"예? 진짜요?"


"아니, 뭔가 이상하군. 너에 관한 기록이 하나도 없다. 이런 케이스는 처음인데..."


사신도 예측못한 돌발상황 발생. 라붕이의 생전 기록이 하나도 없는거임. 하다못해 아기일 때 죽은 인간이라도 생명을 잉태받은 순간부터 그 영혼의 존재가 기록되는데 라붕이는 아예 기록이 없음. 라붕이는 이게 자신이 원래부터 이쪽 세계에 있던 인간이 아닌,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인간이라서 그런가보다 하고 추측함.


아무튼 이대로는 판결을 내릴 수 없으니 사신은 판결보류 때림. 라붕이가 그럼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자 사신이 라붕이의 영혼은 연옥에 있는 치천사에게 인도되어 그 분이 라붕이를 보고 천국에 갈 자격이 되는지 아닌지 판단할 거라고 함.


그렇게 연옥으로 이송된 라붕이. 여기서 치천사가 살고있다길래 교회나 그런 종교적인 삘 나는 장소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허전한 평원에 평범해보이는 집 한 채 밖에 없음.


사신은 이미 자기 일 하러 떠났고, 혼자 남은 라붕이는 천사는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하다가 그 때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걺.


"당신. 거기서 뭐하십니까?"


"아, 혹시 천사ㄴ..."


"거긴 제 집입니다만."


"...어?"


놀랍게도 거기 있는 건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는, 성역 이벤트에 나왔던 흑자젤이었음. 그것도 라붕이처럼 머리 위에 고리가 떠있는 상태. 흑자젤이 재차 무슨 용건이냐 묻자 라붕이는 애써 침착하며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기 시작함.


"그러니까, 사신... 님이 보내서 왔는데..."


"어머나, 손님이셨군요. 그럼 제 이름 정도는 들어봤겠죠?"


"어, 아뇨 그게, 치천사님 이라고만..."


"그럼 한번 제 이름이 뭔지 맞춰 보세요. 못 맞추면 지옥행."


"예!?"


"5, 4, 3..."


"흐, 흑자젤! 흑자젤이요!"


"땡. 아자젤입니다. 지옥행 결정~"


"아니이이! 지금 농담하는 거죠!?"


"네. 농답이랍니다. 엔젤 조크~"



"사람 간 떨어지게 하고 있어!"


"후후, 실례. 손님이 온 건 워낙 오랜만이라서 조금 들떴네요."


"아무튼 사정은 다 알고있습니다. 기록이 하나도 없어서 판결보류라고 했죠."


흑자젤이 말하기를, 앞으로 라붕이는 여기서 흑자젤이랑 1년 동안 동거하게 될 거고, 흑자젤이 그 기간동안 라붕이를 관찰하면서 선인인지 악인인지 판결을 내리게 될 거라고 함.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1년씩이나 갈 필요없이 바이오로이드인 자신한테 예의 갖추고, 농담 받아준 것 만으로도 상위1%라서 지금 바로 천국행 찍어도 될 정도라고 함.


흑자젤 본인도 죽고 나서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바이오로이드에게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영혼이 있음. 그런데 구인류는 그런 바이오로이드의 존엄성을 짓밟고 노예만도 못한 취급을 한 것 때문에 바이오로이드가 개발된 이후 시대에 죽은 인간들은 대부분이 지옥에 갔는데다 그 여파로 천국행 허들이 존나 낮아짐.


그런데도 1년씩이나 관찰하겠다고 하는 첫번째 이유는 단순히 흑자젤 본인이 하도 따분해서 붙잡아두려는 것. 자신이 죽고나서 이 직책을 맡게 되었건만 아무도 오질 않으니까 본인도 일거리가 없었다고.


라붕이가 일 없으면 그냥 놀면 되지 않냐하자 흑자젤이 두번째 이유가 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줌. 앞부분은 대충 라붕이도 아는 성역 이벤트 이야기, 오르카호랑 싸워서 패배하고 죽고 어쩌구 저쩌구. 여기서 라붕이는 첫번째 인간인 사령관은 이미 있고 내가 두번째 인간이었구나 하고 깨달음. 어찌보면 다행이지, 만약 첫번째 인간이었는데 그대로 광속퇴장했으면 지구에 남은 섹돌들은 진짜로 멸망이었으니까.


요지는 이야기의 후반부, 흑자젤이 죽은 이후의 이야기. 생전 철충을 신봉했던 흑자젤은 신도들을 지키진 못할 망정 철충 신앙을 퍼뜨리고 성역에 철충을 불러들여 신도들과 함께 집단자살을 꾀했었음. 오르카호의 난입으로 인해 미수로 끝난긴 하나 엄연히 중죄.


그러나 이건 흑자젤이 철충에 세뇌되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벌인 일. 본인 의지가 아니었기에 정상 참작 되어서 연옥의 관리인으로 일정 기간동안 근무하는 걸로 타협봄. 실제로 흑자젤 이외에 평범하게 살다 간 아자젤 기종은 여기서 일 안하고 천국 가서 다른 죽은 바이오로이드랑 같이 지내고 있음.


문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동안은 근무기간 카운트가 멈춘 상태라는 것. 여기서 나가려면 열심히 일해서 할당기간 채워야 하는데 일거리가 안오니 계속 연옥에 묶여있는 상태.


그리고 현재, 라붕이의 신병이 흑자젤 소관이 된 상황. 냅다 라붕이를 천국이든 지옥이든 판결 내면 흑자젤은 하루 일한 게 되지만 1년간 붙잡아놓고 관찰해야겠음- 하면 1년간 일한 게 되니까.


"...제게 거부권은 있나요?"


"네? 뭐라고요? 지옥이 땡긴다고요?"


 

"동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자젤님..."


"아이 참,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사인데 편하게 말 놓으세요~"


"아, 알았어... 앞으로 잘 부탁해."


"저도 잘 부탁해요. 안그래도 집안일 전담할 돌쇠가 필요했는데 잘됐네요."


"뭐요?"


그리하여 라붕이와 흑자젤의 기묘한 연옥 동거가 시작됨. 관찰이래봤자 별 거 없고 그냥 같이 살면서 얘기 나누거나 같이 나가서 돌아다니고, 같이 놀고 그런 정도임. 라붕이가 집안일을 도우면 도울수록 점점 흑자젤이 건어물화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어떤 날은 흑자젤이 라붕이를 관광차 천국에 데려다줌. 흑자젤은 거기서 살 수 없는거지 들락날락 할 권한은 있음, 라붕이는 흑자젤이 동행한다는 조건 하에 들어올 수 있는거고. 거기서 다른 바이오로이드의 영혼들을 보게 됨. 참고로 이곳의 섹돌들은 명령권도 에머슨 법 제약도 없는 상태.


새 세대로 교체되면서 전량폐기된 모델이라던가


환상종이라 여겨지던 베테랑 군인이라던가


어디서 많이 본 이름모를 상관이라던가


오리지널 즐거운 토모라던가 등등 다양한 죽은 섹돌들과 만나게 되는데


그 중 몇 명은 라붕이더러 수발 들어줄테니 냅다 따라가게 해달라고 함. 무슨 일인가 하니 인류 멸망 후 라비아타의 제조로 태어난 개체인데 사령관 발견되기 전에 죽었기 때문에 생전 인간은 보지도 못하고 죽은 게 바이오로이드로서 한이라고 함.


멸망 전에 죽은 인간 중에도 천국행인 인간은 있긴 하나 천국 땅도 워낙 넓은데다 구역이 나뉘어져 있어 죽고 나서도 인간은 구경 못해본 애들이 수두룩함.


정확히 말하자면 여기엔 이승의 모습을 비춰주는 TV같은 게 있는데, 거기 항상 나오는 건 두말할 것도 없이 최후의 인간이 있는 오르카호. 오리지널 주인공인 철남충은 저승의 섹돌들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음.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환생 시스템이 있긴한데 현재 지구엔 인간(정확히는 지적 생명체)이 멸종된 것 때문에 환생 게이트도 막혀있어서 천국도 지옥도 과포화 상태임. 죽음과 환생 반복하면 언젠가 지적 생명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데 지금 환생하면 아무리 윤회해도 인간은 못되고, 남은 지적 생명체라고 해봤자 바이오로이드 뿐인데 지금 저승에 있는 섹돌들은 또 섹돌노릇하긴 싫다며 다들 환생을 거부하고 있다고.


철충도 지적 생명체로 판정되긴 하는데 걔들은 죽어도 무한부활 치트써서 환생대상이 아님. 설령 가능하다 해도 여기 애들은 철충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떨기에 당연히 안하려들테고.


참고로 고블린같은 남성 바이오로이드도 죽고 저승에 왔었긴 하나 걔들은 옛날에 환생 가능할 때 죽은 애들이라 진작에 환생해서 더이상 여기 안남아있음.


일단 라붕이 따라오겠다고 하는 섹돌들은 흑자젤이 제지함, 어차피 집 좁아서 자리도 없음. 대신 종종 천국 방문하는 걸로.


'고아원에 봉사활동차 방문하는 뭐 그런건가...'


"그거랑 비슷한 느낌이긴 하네요."


 

"...방금 내 마음 읽은거야?"


"네, 읽었답니다. 비록 엔젤의 능력보단 못하지만... 속으로 제가 정말로 노팬티일까 궁금해하는 것도 들었어요."


 

"...지옥행 만큼은 제발..."


"전 그리 깐깐한 사람 아니에요. 입 밖으로 내진 않았으니 넘어가드릴게요."


이후 돌아가는 길에 천국행 결정되면 쟤들이랑 같은 곳에서 지낼 수 있는거냐 하자 흑자젤이 이승에서 인류부흥하고 환생게이트 다시 작동되기 전까진 저승에서 하렘 꾸릴 수 있다고 함. 진짜로 천국이네.


안그래도 천국에 가고싶었지만 이번 일로 더더욱 천국에 가고싶어진 라붕이. 그의 저승 생활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근데 그... 너는 눈이 안보이는 거야?"


"그럴리가요, 두 눈 다 멀쩡히 잘 보인답니다. 애초에 저승엔 질병이나 장애 따윈 없습니다."


"그럼 그 안대는 왜 계속 쓰고있는 거야?"


"이 안대는 제가 가고시마에서 저질렀던 죄의 상징...

아직 속죄가 끝나지 않은 몸이니 유예기간 동안은 계속 안대를 차고 다니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그런 이유가..."


"는 농담이고~ 다른 아자젤 기종이랑 구분하려면 고유의 캐릭터성이 있어야지요."


"...겨우 그런 이유로?"




"개성적이고 멋지십니다요."


"후후, 뭘 좀 아는군요."


"그나저나 생각한 것보다 많이... 살갑다고 해야 하나. 아자젤이라 하면 좀 더 권위적인... 그런 모습이..."


"코헤이의 굴레를 전부 집어던진 자유의 몸이니 마음 내키는 대로 살고있답니다."


"아, 그렇게 된거였구나."


"네, 그렇답니다..."


"정말로... 그것 뿐이에요..."


애써 밝은 척 하지만 사실은 가고시마에서 저질렀던 일이 아직도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는 흑자젤. 라붕이는 과연 흑자젤을 치유해줄 수 있을 것인가.


***


"이게 이승을 비춰주는 TV야? 저게 오르카호구나... 어디로 가고 있는거지?"


"저 방향으로 쭉 간다면 북미대륙이네요."


 

"북미... 펙스 영토...? 가만, 성역 이벤트 후에 북미에 간다면..."


"서, 설마 이제 곧 9지 시작하는 건가!?"


"구지...? 이상한 말만 늘어놓는군요. 그보다,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아는 겁니까? 정말 수수께끼 투성이인 남자네요, 당신이란 사람은..."


"...이미 죽은 마당인데 들킨다고 해서 털릴 일도 없을테니까... 그래. 사실 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고있어."


"흐~음."


"...안믿는 눈치인데. 아무튼,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오르카호가 북미에 가서 펙스 난민들을 빼올텐데, 그 과정에서... 방심한 탓에 기습을 받아 많은 난민들이 죽게 돼."


"그래요? 그럼 그 사실을 미리 알린다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요?"


"글쎄, 아마도? 그치만 알릴 방법이 없잖아."


"가능합니다."


"뭐...?"


"저는 저승의 관리직을 맡고있는 몸이라고요. 이승에 말을 전하는 일 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죽을 운명인 이들을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돕겠습니다."


"오오! 고마워 아자젤! 그럼 어떻게 하면 돼?"


"제 몸에 손을 대고 마음속으로 말을 전하세요. 그럼 통합니다."


"이렇게?"

(흑자젤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더 밑으로."


"으음..."


"조금만 더 밑으로."


"음...?"

(물컹)


"꺅♡ 변태"


"뭐!?"


[오매 씨봉탱 깜짝이야!]


"엑 뭐야 이거, 지금 연결된거야!?"


[잠깐만 콘챠 조용히 해봐! 머릿속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고 있어!]


"어... 여보세요?"


[누구야? 지금 어디서 말하고 있는거야?]


 

"어디냐면 그... 저승인데요..."


라붕이, 고스트 훈수왕이 되다!



라오 세계에 들어왔다가 죽은 라붕이가 저승에서 먼저 죽은 흑자젤이랑 만나게 되는 소재가 떠올라서 끄적여본 건데 살 좀 붙이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졌다

죽은 주인공이 저승의 높으신 분이랑 동거하게 되는건 드래곤볼 계왕님에서 영감 얻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