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9461966






광확미채와 어둠 덕분에 아주 쉽게 비스마르크 빌딩 앞까지 도착했다.


저번에 들어왔던 루트를 따라 다시 캡슐이 즐비한 방이 다시 나를 맞이했다.


바이저를 내려 시스템을 확인하자 아직 동기화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


다시 바이저를 올린 뒤 잠시 주변을 돌아본다.


"사실상 무덤이나 다름없군"


마치 지하무덤을 연상시키듯 줄지어 서있는 캡슐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떤 녀석인지는 몰라도, 취향 한번 고약하군"


이곳에 동기화를 완료한 나를 접속 시키고 이 건물의 것을 포함한 총 세개의 변압기를 파괴해야 한다.


"지원이 빠르면 몰라도... 늦는다면..."


사실상 자살에 가까운 작전이다.


"다른 두 곳을 부수는데 실패하더라도 오르카호에서 추가 병력을 보내면 여기있는 녀석들도 깨어나겠지, 그때가 되면 사령관을 믿는 수 밖에"


중얼거리며 급조폭발물로 개조한 포탄을 쥐고 만지작거렸다.


"나중에 워울프한테 술이라도 한 병 줘야겠다"


등 뒤의 램프가 녹색으로 빛났다.


바이저를 내려 확인해보자 동기화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떠 올랐다.


손을 뒤로 돌려 백팩에 붙어있는 작은 크기의 검은 상자를 꺼냈다.


케이블을 상자에 연결하고 캡슐의 슬롯에 끼워 넣자 '웅' 하는 작동음이 들렸다.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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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곳은 삭막한 분위기를 풍기는 텅 빈 방이었다.


조용히 일어서 주변을 살펴보니 기존에 내가 가져왔던 장비들도 눈에 띄었다.


"...뭐지?"


위화감을 느껴 등 뒤로 손을 가져가니 익숙한 물건이 손에 잡혔다.


"..."


총을 꺼내들며 보인 손은 기괴하게 이것 저것이 섞여 노이즈가 낀 것처럼 보였다.


"이게 보통인가..."


리앤을 회수하러 갔던 작전에서 그녀가 했던 말을 되새겼다.


"오류투성이라 했던가..."


플로팅 아머리의 설정을 마치고 광학미채를 몸에 두른 뒤 나갈 곳을 찾으려는 찰나


콰아아앙!!!


커다란 폭발음이 근처에서 들렸다.


"...!..!..."


누군가의 목소리도 동시에 들려왔다.


총의 노리쇠를 당겨 장전을 마치고 광학미채를 작동시켜 풍경에 녹아든 채 총을 겨누고는 그 소리가 난 곳을 향해 조용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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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쩌시려고 그런 거에요?!"


연기속에서 뛰쳐나온 은발의 여성이 갈색 머리를 한 여자를 책망한다.


"후... 어떻게든 사령관에게 가봐야 하는데 말이야..."


"저도 그렇지만 여기는 전부 마키나가 관리하고 있단 말이에요, 저는 그나마 여기서 숨어다니는 길을 알지만 아스널씨..."


서로 이야기를 하던 도중 이상한 소리를 들은 아스널이 총구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겨누었다.


"방금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었나 메리?"


"여...여기는 마키나가 관리하지 못 하는 곳인데...?"


"내 뒤로 숨어라, 여차하면..."


두 사람이 긴장한 표정을 한 체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고 있자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다.


"미안한데 니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거든?"


"......그 목소리, 라붕이인가?"


남자의 목소리에 아스널은 살짝 풀린 표정으로 총구를 내리고는 물어보았다.


"그래, 긴장 풀어"


"그럼 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거죠?"


"몸 상태가 말이 아니라서 말이야, 메리라고 했던가? 보고 놀라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네, 부탁드릴게요"


메리의 말이 끝나고 허공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뒤틀린 모습에 메리는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미안하군, 못 볼걸 봤지?"


잠시 모습을 보인 남자는 후드를 뒤집어 썼고 그의 모습이 다시 허공 속에 녹아 사라졌다.


"그 모습은 대체 뭔가...?"


"뭐, 사정이 있다 보니 그렇게 됐어."


"그런데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 거에요?"


"바깥 보안 상태가 엉망이라 말이야, 덕분에 쉽게 들어왔어"


"진짜요?"


"외부에서 시설을 통제할 수 없게 바꾸어 놓았더라고, 그거 때문인지 외부 보안에 신경은 쓰지 않는 것 같더라고"


"...그렇군요"


"그리고 거기까지 들어와서 접속하려 한다 해도 그 전에 세뇌되어서 알아서 들어갈 테니까. 외부에는 철충의 접근을 알기 위한 최소한의 병력만 배치되어 있었어, 덕분에 접속할 수 있었고"


"그렇구나..."


"계획은 있나? 그쪽이 여기에 왔다는 건 뭔가 대책을 준비했다는 거 아닌가?"


"여기 건물 변압기를 날려버릴거야"


"잠깐... 그쪽은 여기에 있잖나?"


"나는 복제니까, 그쪽 일은 원래의 내가 해 줄 거니까 걱정은 말고"


"...뭐?"


"외부에 있는 내가 이곳 변압기를 포함해 바깥에 있는 장치들을 무력화 할 거야, 그러면 대원들이 진입해서 시설을 점거하는 게 계획이지"


"그 전에 말이야, 복제라고?"


"그래, 당장 활동 가능한 게 나 뿐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렇군..."


"그런 셈이지. 아, 맞다 메리 여기 시간 배율은 바깥이랑 같아?"


"네? 네! 같아요"


"그러면 30분 후에는 여기도 경계가 느슨해질 거야, 혹시 이곳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장치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네, 여기 도시의 중앙인 비스마르크 본사 건물이에요"


"좋아, 바로 가자"


"제가 안들키고 거기까지 갈 수 있는 길을 알아요 그쪽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부탁하지"


메리의 안내에 따라 세 사람은 비스마르크 본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