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거모음



"후우..."


아파트 내의 벤치에 앉아 편의점 봉투를 옆에 끼고 캔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켜는 사모님.


맥주에 열중한건지, 사모님은 내가 바로 근처에 다가갈때까지도 나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하셨다.


"여기서 뭐하세요?"


"밖에서 맥주마시는게 일과의 낙...앗."


사모님은 말을 걸기 전까지 내 존재를 모르고 계셨던것 같은데...그만큼 열중하셨나? 아니면, 뭔가 다른 생각이라도 하셨던걸까.


"처, 철남군? 여긴 왜...?"


"지나가다 들렀습니다. 그보다 맥주 남는거 있으면, 저도 하나만 주세요."


페로나 리리스를 부르지도 않았고...물론 입구쪽에서 대기하고 있기에 부르기만 하면 곧바로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는 연락은 받았지만. 어쨌든 내가 나가기 전까지 둘은 대기하고 있을거다.


어느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맥주 한캔정도는 할 수 있겠지.


"...여기요."


사모님은 적당히 손에 들어올 정도의 표준적인 355mL 맥주캔 하나를 건네주셨고, 나는 그걸 받아들고 사모님의 옆자리...봉투가 없는 부분에 앉았다.


치익, 따악!


맥주캔의 뚜껑을 따고 한모금을 마시자, 조금 이상한 맛이 났다.


....복숭아 향 첨가? 이도저도 아닌 맛이 나는데?


일단 입에 들어온 맥주이니만큼 그대로 목으로 넘긴 뒤, 나는 가장 궁금했던것을 질문하기로 했다.


"사모님, 왜 여기서 술을 드시고 계세요? 집에서 드시지 않고? 아니, 뭐 여기도 집이라면 나름대로 집이긴 한데."


"사실, 바깥에서 밤공기 맞으며 맥주마시는게 일과의 낙이라서요."


일과의 낙...? 흐음, 어딘가 석연치않은데.


지금 사모님은 내가 아침에 종종 보는 출근 정장 차림.


진짜 일과의 낙이었다면, 적어도 출근할때 입는 정장과 화장은 아니었겠지.


물론 퇴근하는길에 마시는걸수도 있겠지만, 그랬다면 퇴근길에 마시는게 일과의 낙이라고 했을거고.


의심이 갈만한 여지가 있지만...굳이 파고들 이유는 없겠지.


"제가 술 얻어먹는 입장이니까 자세하게 묻지는 않겠습니다."


"...고마워요, 철남군. 그보다 맥주만 마시지 말고 안주도 먹어요. 과자 한봉지밖에 없지만..."


나는 일부러 안주는 괜찮다는 의미에서 안주가 있는 편의점 봉지 반대편에 앉았지만, 사모님은 나에게 안주를 권하며 편의점 봉투를 내미셨다.


내가 이상한걸 눈치챘지만 굳이 묻지 않은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 아니면, 그냥 넘어가기로 한 이상 '야외의 술자리'에 충실하게 임하려는건가?


어느쪽이든간에, 일단 그렇게 하기로 서로 합의했으니 어울려드려야지.


마침 입도 심심했는데, 안주도 먹어볼까.


"감사히..."


....커피땅콩?


"제가 맥주는 안주랑 같이 안먹는 타입이라서요. 음식에 맥주를 추가하는건 선호하지만, 맥주에 안주를 추가하는건 선호하지 않습니다."


반쯤은 거짓말이지만, 반은 진실이다.


치킨에 맥주를 같이 마시는건 선호하지만 맥주를 먹을때 닭조각 몇개 깨작이는건 안좋아한다.


뭔가, 푸짐...하지는 않지만 완전한 한마리의 닭을 먹는것에 술을 곁들이는건 좋지만 술을 먼저 먹는데 거기에 음식을 곁들이기엔 조금 애매한 느낌이랄까?


"아...그래요?"


"그냥 맥주만 마시겠습니다."


"……"


그렇게 나와 사모님, 두 사람이 아무 말 없이 맥주만 홀짝이기를 잠시.


침묵속에서 먼저 입을 연것은 사모님이었다.


"...실례가 안된다면, 철남군이 왜 여기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내 물음은 대충 둘러댔으면서,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물어보시겠다?


"........."



"......"


그게 예의가 아니란건 아시는지, 사모님도 나랑 눈을 잘 못마주치고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계셨다.


...지금까지 받은게 있는데, 무시할수도 없지. 근데....나도 곧이곧대로 성실하게 답해줄 필요는 없잖아?


"사모님 보고싶어서 왔다고 하면, 믿으실거에요?"


요즘들어 이런 농담이 입에 붙는것같다. 생활이 문란해져서 그런가...?


"네, 네?"


역시나, 당황하시네. 그래도 놀려먹는건 안좋으니까 이쯤에서 거짓말이라고 할까.


"사실 사장님이 불..."


"마, 마음은 고맙지만...저는 아이들이..."


"푸흡."


내, 내가 생각한 반응이 아닌데?


"철남군이 나같은 아줌마를 여성으로 봐주는건 고맙지만, 미호도 있고 나이차도 있고..."


아, 어떡하지? 일이 꼬인다.


이거 빨리 끝내야겠는데?


"쿨럭, 컥, 크흡. 사실은 장난이었는데요...여기는 저희 가게 사장님이 불러서 온거라..."


"장...난?"


"네..."


"크흠...그러니까...제가 오해했네요 철남군. 제가 젊은 과부다보니까 재혼 제의나 결혼한줄 모르고 애인 있냐는 말을 종종 들어서 그만..."


"아, 하하하. 그러시구나!"


"자주 들어서 익숙해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안괜찮다.


사모님도 급하게 웃음으로 무마하려 하셨지만, 우리 둘 다 그정도로는 힘들다는걸 알기에 곧바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


여기서 못풀겠다면 바로 자리를 쫑내야 그나마 해결이 되겠지.


"그, 맥주 다 마셨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반쯤 옷에 쏟고 남은 맥주를 맛도 안보고 목 뒤로 넘긴 뒤, 캔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어, 어머. 그래요. 조심히 가요."


"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나는 급하게 사모님께 인사하고 바로 자리를 떴다.


"후우, 위험했네. 엄청 어색해지고 그럴뻔했어..."


마음속으로도, 마음 밖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파트를 급하게 떠나려던 그 때.


"저기, 잠시만요."


누가 나를 불렀다.


어디서 들어본것 같으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 목소리였기에, 나는 언젠가 만난적 있는 사람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응?"


그렇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내 머리를 가격했다.


"......!"


너무 놀라고 갑작스러운 고통이었기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휘청이던 그 때, 팔에 무언가 따끔한것이 느껴지는것과 동시에 누군가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하, 너무 쉽게 걸리는데? 야, 너 지난번에 이런 놈한테 당해서 누운거였어? 으, 맥주냄새. 맥주를 옷으로 먹었나..."


"그때랑 이번은 얘기가 다르잖아. 그땐 나도 기습당했..."


은발머리...? 그때 편의점 근처 골목에서 본...


그럼 내 목을 조르는건 사모님을 닮은 단발의 그 여자인가.


"그래서 이겼어? 졌어?"


".....아무튼 빨리 끝내자. 워, 워, 진정해."


이 둘이 내 목을 졸라 죽이려나 싶어 반항하던 그 때, 은발의 소녀가 품에서 촉촉하게 젖은 손수건을 꺼내 내 코와 입을 막았다.


"자, 숨 못쉬어서 산소가 절박하지? 이제 숨쉬게 해줄게."


나는 이 손수건이 클로로포름같이 좋지 않은것이라는걸 알고 있었지만, 내 몸의 생존본능은 이 손수건을 통해서라도 산소를 마시라 하고 있었다.


"이제 풀어."


은발 소녀의 말에, 내 목을 조르던 힘이 약해지는게 느껴졌고 무언가 반항을 하기도 전에 나는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클로로포름도 곧바로 잠드는건 아니라고 했다. 산소만 빠르게 확보하고 여기서 도망치면...!


"읍?!"


이건, 흔히 수면용으로 쓰이는 클로로포름이 아니다.


내가 클로로포름을 가까이하고 클로로포름이 너무좋아 클로로포름에 밥도 비벼먹고 클로로포름으로 국도 끓여먹고 클로로포름으로 목욕도 하고 클로로포름이랑 떡도 치고 클로로포름이랑 같이 결혼하고 신혼부부 생활까지 해서 속속들이 아는 그런 건 아니지만, 확실히 이건 클로로포름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코를 찌르는 소독용 알코올 향기.


지금 내 입과 코를 막은 손수건에 묻혀진 이 액체는, 술...그것도 독한 종류였다.


"읍, 흐읍!"


나는 순간적으로 호흡이 가능해지게 되자 그대로 둘을 뿌리치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다시 조여."


하지만 눈앞의 소녀들도 그리 바보는 아닌지 내가 한 호흡을 들이쉬고 몸을 움직이려하자마자 곧바로 다시 목을 조르기 시작했고, 내 위에 올라타 움직임을 막았다.


아주 찰나의 순간을 빼고는 계속 숨을 못 쉬고 있었기에, 한번의 호흡으로 둘을 뿌리칠 힘을 얻는다는건 불가능했다.


심지어 마운트 포지션...더더욱 힘들다.


그리고 이내, 나는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지는것을 느꼈다.


"으..으읍."


"어때, 머리가 빙빙 돌고 기분이 좋아지지? 자, 이거 봐."


은발 소녀는 손을 들어올려 내게 작은 주사기를 흔들어보였다.


이 미친, 방금 따끔하더라니...약이라도 놓은거냐...


"자, 그럼 얼른 이 취객을 데리고 나가보자고. 술 취한 아저씨는 집에 데려다줘야하지 않겠어?"


취했다고...? 그럼 설마 주사 놓은게 술이었냐...?


"뭐...물론, 아저씨 집이 아니라 우리 집이겠지만."


호흡이 불가능하다는 상황과 그런 상황에서의 다급한 몸부림.


이 요소들과 술이라는 요소가 더해지자, 사람 하나를 정신 못차리게 만드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가 보면 그냥 취객인줄 알겠지.


누가....누가 날 구해줘....


하지만 나의 염원과 달리, 나를 구해줄 손길은 오지 않았다.


당연하겠지, 리리스와 페로는...충실하게 명령받은걸...지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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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


...뭐지, 머리가 어지럽다.


"일어나!"


짜악!


"으어! 어어!"


정신이 번쩍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뺨에서 얼얼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래도 두대만에 정신차렸네."


"...어떻게 된거지?"


납치된거다.


물론 지금 상황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속 한구석에서 믿을 수 없다는 그런 일말의 희망으로 뱉은 말이었다.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지금 상황이 이해가 잘 안가나본데..."


"너 납치된거야."


역시나...납치된건가.


"나 몸값 못내는데."


내게 있는거라곤 사회초년생치고는 그럭저럭 충분한 액수지만 사람의 납치 몸값으로는 택도 없는 통장잔고와 랄부 두짝뿐이란 말이다...


...아, 아직까지 안버린 자존심도 있구나.


"...누가 너한테 몸값 받으려고 납치한줄 알아?"


"미리 말해두지만, 우리 부모님은 나도 연락 잘 안되는 그런분들이시다. 자식을 놓아 키우는 유사 양식을 하시지. 사람의 손을 타긴 했지만 자연에서 큰 자연산이야."


"뭔소리야?"


"야, 우린 그런것때문에 널 납치한게 아니라니까?"


"그럼 역시 장기매매인가..."


"야! 아니라고! 돈 때문에 납치한거 아니야!"


"어째서지? 돈일줄 알았는데."


"하아, 돈이면 다 되는줄 알아?"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은 되겠지."


"...일단 어디 하나 망가뜨리고 시작해야겠어."


단발 머리 소녀는 어디 한군데를 망가뜨리겠다는게 거짓말이 아닌지, 묵직해보이는 망치를 들고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장화는 돈에 환장하는 사람들 정말 싫어하거든. 증오할 정도로."


은발의 소녀가 부연설명해주듯 슬쩍 말을 하자,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장화? 이름이 장화라고?"


"...나에 대해 아는거라도 있어?"


"어떻게 사람 이름이 부츠..."


퍼억!


"닥쳐, 이 새끼야!"


아, 아프다.


역시 이렇게 말하는건 조금 아니었나.


"와아, 잡혀왔으면서 그렇게 대놓고 비웃다니. 이건 용감한건지, 아니면 그냥 븅신인건지 모르겠네?"


"내가 다른 용기는 몰라도 븅신이 될 용기는 있거든. 뭐, 사랑이라는걸 할 용기는 없지만."


"그보다, 너 지금 잡혀왔는데 너무 태연한거 아니야? 기를 좀 죽여야할것 같은데."


쓰읍, 지난번에 어느정도 넘어온줄 알았는데...너무 약했나.


아니면 임무때문에 적대했던 제로나 카엔과 다르게 감정적으로 적대적이어서 그랬던걸지도?


좋아, 적대를 풀기 위해서 자기소개 시간이다.


"그러고보니 다스부츠는 이름을 아는데 너는 이름을 모르네. 나는 강철남. 네 이름은?"


"이 새끼가 자꾸 이름을...!"


"킥, 너도 어떻게 사람 이름이 강철남이야?"


"내 이름은 최소한 멋지잖아. 그래서 네 이름은?"


"....진짜 븅신같네. 나는 천아."


"음, 예쁘네. 그보다 그 븅신같은게 내 매력이지."


"그런것 같...아니, 은근 딴소리 하지 말고!"


딴소리에 어울려준게 누구인데...?


"비켜. 자꾸 말장난하고 놀거면 밖에 나가서 테이프랑 비닐이나 사오던가."


테이프랑 비닐이라...조금 무섭네. 죽이고 깔끔한 뒷처리를 암시하는건가?


"김장비닐이 질기고 좋아. 어떤 용도인지는 몰라도 큰거 담을거면 그거 써."


"너, 자기 처지를 알고는 있는거야? 너 잡혀왔다니까?"


그래, 잘 알고있지. 납치된거.


"어? 알지."


근데...내가 믿는 구석이 좀 있거든.


"안되겠네, 진짜 그 몸으로 알게 해줘야..."


장화가 나에게 다가오며 망치를 집어들자, 천아가 와서 장화의 팔을 잡았다.


"으음...잠깐만."


"왜?"


먹혔다.


"그런건 나중에 하고...그 전에 가벼운걸로 시작하자."


천아는 장화를 제지한 뒤 내게 다가와 옷을 잡았고, 이내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뭐, 뭐하는거야?"


"원래 고문때는 이렇게 수치심을 주라고 했어."


내 옷이 완전히 벗겨지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렇게 장화와 천아는 내 벗은 몸을 직관하게 되었다.


"벼, 별거 없네."


센척을 하는듯, 시선을 슬쩍 피하는 장화.


역시, 폭력적인 부분에서는 강하지만 이런쪽에서는 약한건가.


"헤에..."


부끄러워하는 장화랑 다르게, 천아는 내 몸을 똑바로 쳐다보며 흥미로워하고 있었다.


좋아, 먹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여자를 뿅가게 한다는건 잘 알지.


그대로 뿅 가버려라!


"너, 설마 여기서 날 따먹으려는거냐!"


물론, 더 효과적으로 먹히게 하기위해 약간의 연기도 해줘야겠지만.


"...미쳤어? 누, 누가 그런짓을 해!"


"생각이 없는건 아닌데, 미안. 그렇게까지는 못해주겠네?"


...응? 약발이 약했나? 지금 술먹어서 땀이 조금씩 나고 있는데도...?


적대적인 장화야 그렇다 치고, 어느정도 넘어온것같던 천아가 저런 태도면...이거 나가리인데.


"아무튼, 중요한걸 물어봐야겠어. 어차피 벗었으니까 옷을 따로 정리할 일도 없겠지."


장화는 나에게 천천히 걸어오며 손에 든 와이어를 늘이기 시작했다.


"와이어가 좀 더러워지겠지만, 그만큼 솔직하게 털어놓겠지?"


그리고 그것을 천천히 나에게로...


"말하겠다! 내 책상 오른쪽 서랍 위에서 두번째칸의 아래부분에 붙여놨다!"


좋아, 빠르게 자백하자.


"아직 아무것도 안했는데 불다니...겁쟁이네."


"그보다, 책상 오른쪽 서랍에 숨긴게 뭐야?"


"내 비상금 50만원."


크윽, 내 피같은 돈인데...!


"그딴거 말고! 내가 원하는건 홍련, 그 여자에 대한 이야기란 말이야!"


"뭐? 그럼 그것부터 물어봤어야지! 내 비상금 위치 어쩔거야!"


"물어볼 새도 없이 지가 먼저 불어놓고...!"


내가 소리를 지르자, 천아가 재빨리 내게로 다가와 목에 칼을 겨눴다.


"쉿, 조용. 아무리 내가 장화가 망가지는 모습 보는걸 좋아해도...잡혀온 인질이 적반하장으로 소리지르는건 못참겠거든?"


"아무튼, 순순히 말해주겠다니 좋네. 빨리 불어. 홍련과 너의 관계, 그리고 그 여자에 대해 아는것 전부."


장화는 사모님에 대한 모든것을 요구했다.


"사모님은 말이지, 사람이 좋으셔."


좋아, 얘기해주지.


"생전 처음 보는데다, 별다른 경력이 없는 보잘것없고 흔한 남자 1인데도 나같은 놈을 딸의 과외선생으로 앉혔거든."


".....?"


"그리고 그런 과외선생의 인품 하나만 믿고 본인의 차를 빌려주고, 많은 편의를 봐주시기까지 했지."


"누가 그딴거 물어봤어?"


"모든것이라며? 그래서 나도 모든걸 말해주고 있잖아. 모든걸 말해달라면서 요약을 원하면 어쩌자고?"


"일단 끝까지 들어봐. 하지만 계속 말 빙빙 돌리고 그러면 칼이 조금 더 가까이 갈지도 몰라."


천아가 말리자, 장화는 일단 잠자코 내가 하는 말을 듣기로 한듯 뒤로 물러선 뒤 팔짱을 꼈다.


"알고보니 사모님에게는 딸들을 부탁할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했더라고. 그런 믿을만한 사람의 역할로, 난생 처음보는 20대 청년 하나. 그것도 딸의 증언 하나만을 믿고 택했지."


그래, 그런 사모님은 내게 은인이다.


"그런 사모님의 신뢰를, 내가 깰 수는 없어. 말해줄리가 없지."


나는 장화에게 정보를 제공하는것을 거부했고, 장화는 기다렸다는듯이 와이어를 뽑아들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좋아, 일단 다쳐야 정신을 차린다 이거지?"


"뭐 믿는 구석이라도 있나봐? 너무 당당한데."


천아의 물음에, 나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래, 있지. 믿는 구석."


"뭐...?"


".......이임."


아, 이제 슬슬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기억하는 목소리가.


"주인니이이이이임!!!"


타앙!


"주인님! 하치코가 왔어요!"


문이 세차게 열리는 소리와 함께, 친근하면서도 귀여운...동시에 충직한 경호원 하치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천아와 장화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하치코를 쳐다보자, 어깨를 으쓱이며 답해주었다.


"우리 하치코가 코가 좀 좋거든. 내 옷에는 아까의 맥주냄새가 풀풀 나고있고 말이야."


"언니! 주인님을 찾았어요!"


콰아앙!


하치코가 리리스를 부르는 소리와 동시에, 건너편에서 벽같은게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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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이래저래 현생이 바빠서 글 못썼음.


그래도 절필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