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9461966







"시간 다 됐네"


나는 그대로 손에 쥐고 있던 격발기를 두 세 번 쥐어 짰다.


쿠궁 하는 둔탁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벌집 쑤시고 튀는 건 취향이 아니긴 하지만..."


두 번째 목표에 거의 도착해 간다.


세 번째를 노릴 때 즈음에는 아마 녀석들도 방비가 끝났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목표지점 위 도로에 도착해 근처의 정비용 통로를 빠르게 찾는다.


지하에 있는 변압기를 정비하기 위한 맨홀을 찾아 뚜껑을 들어내고 아머리에서 급조폭발물들을 챙겨 밑으로 뛰어내렸다.


위잉- 위잉- 위잉-


안으로 내려온 통로에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지도에 표시해둔 방향으로 계속해서 뛰어나가자 점점 사이렌 소리가 커져 가는 게 느껴진다.


벽을 오른쪽에 끼고 코너를 돌자마자 전기 주의 표시가 써 있는 문이 보였다


그대로 문 앞으로 가서 문고리를 돌려봤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뭐, 예상 대로니까 나도!"


그대로 발로 문을 걷어차자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여김없이 방 안에 울려찼다.


방안에 있는 변압기들에 폭탄을 던져넣고 격발기와 연결한 뒤 다시 문 밖으로 나오자 경비 포탑들이 작동해 총구를 번뜩이고 있었다.


'광학미채 아니었으면 바로 벌집행이였겠는데...'


천천히 포탑을 경계하며 나가자 바깥에는 철충의 모습을 한 AGS들이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럼 터쳐볼까'


그대로 격발기를 다시 두 세 번 쥐어 짜자 큰 폭발 소리가 들리고 곧 이어 나왔었던 정비용 통로에서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충격파에 의해 광학미채가 잠시 점멸하듯 꺼지고 후드를 뒤집어 쓴 내 모습이 잠시 보였다는 걸 안 순간 이곳 저곳에서 총성이 쏟아져 내려왔다.


"씨발"


쏟아져 내려오는 총알 사이로 도망쳐 건물의 유리창을 깨고 건물 속으로 들어가 시야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금세 건물 안에 폭발이 일어났다.


"미치겠네 저거 진짜 개 빡쳤나 본데?"


다행이 폭발로 인해 건물의 유리창이 모두 부서져 나갈 때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대로면 나갈 수도 없다.


"아끼고 싶긴 했지만, 이거나 하나 먹어라!"


폭탄에 꽂힌 신관의 설정을 8초짜리 지연모드로 바꾼 뒤 바깥으로 던지자 큰 폭발이 일어났다.


나는 그것과 동시에 바깥으로 뛰쳐나가 연기 속에 몸을 숨기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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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요, 이 위로 올라가면 마키나가 마스터키를 보관하는 곳이 나와요"


"겨우 둘이서 본진을 치려 하다니,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 않는군"


"계획대로 된다면 마키나도 여기 통제를 완벽하게 할 수 있지는 않을 거야, 난동을 피우고 있으면 누군가는 합류하겠지"


"근데 그게 생각대로 될까요? 마키나는 AGS 군대를 가지고 있어요,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닐텐데..."


"어떻게든 될 거야, 어떻게든..."


메리의 걱정에 나는 확실한 답을 할 수 없었다.


"라붕이, 시간 되었네"


"가자"


내가 먼저 바깥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고 밑에 있던 두 사람에게 신호를 보낸다.


두 사람이 나를 따라 나오고 굳게 닫힌 문을 바라봤다.


"근데 어떻게 들어갈 거에요?"


"답은 정해져 있겠지?"


"물론"


내가 아머리에서 폭탄을 꺼내자 메리는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문이 안 열리면 화력이 모자란 거지 안 그래 아스널?"


"그렇지, 문제가 있으면 더 많은 화력이 필요한 법이지"


"해 보자고"


큰 폭발이 일어나며 문이 부서지고 철충의 모습을 한 마키나의 요원이라 불리는 것들이 주변에 나타났다.


"마키나의 요원들이!"


"아스널, 여기는 내가 맡지. 올라가!"


"메리! 빨리 이쪽으로"


"조심해요!"


손을 들어 답하고 후드를 뒤집어 써 몸을 숨기는 것과 동시에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마키나의 요원들도 내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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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큰 폭발음이 들리자 갈색 머리칼을 한 장신의 여성이 그곳을 향해 돌아본다.


"우와 뭐야, 칸 대장. 저기 뭔 일 났나 본데?"


"빨리 돌아가요 여기 있으면 위험해지겠어요"


"..."


"대장?"


"빨리 가자고 대장"


"501번 퀵 카멜 소령, 331번 워울프 상사..."


"네, 대장"


"왜 그래 대장, 갑자기 안 부르던 관등성명까지 부르고"


"우리가, 아니... 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 않았나?"


"갑자기 왜 그래요 대장? 괜찮아요? 연합 전쟁이 끝난지가 언젠데요"


"왜 그래 무섭게?"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대장?"


"그리고, 귀관들은... 멸망 전쟁 때 죽었지 않는가?"


"멸망 전쟁? 무슨 소리에요?"


"왜 그래 대장? 갑자기 이상한 소리나 하고"


칸은 잠시 머리를 짚고 몸을 비틀거렸다.


"괜찮으세요!?"


"...저리가..."


"빨리 돌아가야지 대장!"


"다들... 물러서..."


칸은 식은땀을 흘리며 천천히 그들을 앞에 둔 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우욱,,,!"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안에 들은 걸 게워낸 그녀를 걱정하며 워울프와 퀵 카멜이 다가오려는 찰나, 칸은 순식간에 뒤로 돌아 연기가 올라오는 곳을 향해 달렸다.


"... 젠장!..."


기동장치를 이용해 빠르게 건물 사이를 질주하며 두 사람을 따돌린 칸은 손에 무기를 든 체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아무도 답해줄 수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그녀가 일으키는 흙먼지가 길게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