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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라!"


무적의 용이 외쳤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수색을 시작해! 주변을 샅샅이 살펴라!"

"네!!"


그녀의 지휘에 일사분란하게 흩어지는 호라이즌 대원들.

그것을 본 델타는 혀를 찼다.


"쳇."


무너진 건물의 잔해 뒤에 숨어 있던 그녀는 곧장 달아난다.

그녀의 옷은 불에 그을렀고, 뺨에는 검댕과 생채기가 나 있었다.

그리고 홀몸이었다.


"찾았습니다!"


그렇게 외친 건 상공을 날던 앵거 오브 호드의 탈론페더였다.


"이익...!!"


델타는 이를 악물고 달린다.

케스토스 하마스도 박살났고, 부하도 전부 죽었다.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도망치는 것뿐.


"도주합니다, 다리에 발포하겠습니다!"


타다다다당.


총알 여러 발이 델타의 허벅지와 종아리를 꿰뚫고 지나간다.


"아악!!"


델타는 모퉁이를 돌아가다가 총에 맞고, 탈론페더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페더가 당장 그 방향으로 기동하며 모통이를 돈다.


"목표를...."


페더는 공중에 멈췄다.


".....놓쳤습니다."


델타는 사라졌다.

그러나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핏자국을 보면 하수도로 들어간 것 같아요. 어떻게 할까요, 사령관님?"


-추적해. 하지만 죽이지 말고 내버려둬.


"왜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사령관이 굳은 목소리로 말한다.


-나랑 델타, 단 둘만 있도록 해줘. 부탁할게.








"젠장, 젠장....!!"


델타는 하수도를 따라가다가 유연히 지하수를 발견했다.

그 지하수를 거슬러 올라가자 깊고 깊은 동굴이 나타났다.


'피는 물에 다 씻겨갔고.'


이 동굴은 못해도 수십 미터 아래에 위치한 듯했다.

여기라면 당분간은 추적을 피할 수 있을 듯했다.

과연 지금 상태로 더 멀리 도망칠 수 있을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다.


"크윽....!"


그녀는 땅에 엎드리고 주먹을 떨었다.


'내가 더러운 하수도 물에 몸을 숨기는 추태까지...!!'


"용서 못해."


그녀는 오르카호의 사령관을 떠올리며 그를 저주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 모든 걸..... 잃었어....."


전쟁에서 패배함으로써 델타는 자신의 부하와 장비, 거처까지 잃었다.

회장을 기리는 사진과 물건이 가득했던 방은 오르카호의 포격 아래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사진을 타올랐으며, 100년이 넘게 쌓인 그녀의 추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뿐일까.


얼마 남지 않은 흔적들마저 이제 오드리와 사령관의 지휘 아래 세상에서 사라져갈 거다.

그것이 너무 분했다.


"흑... 으흑...."


저주를 퍼부었던 것도 잠시.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일까.

그녀는 무력하게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하염없이 울다가 정신을 잃었고.

하루하루 말라 비틀어져가며 죽어간다.






"으...."


어두컴컴한 동굴.

그녀는 긴 시간 정신을 잃었다가 찰나의 순간만 되찾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차차 죽어가고 있던 찰나, 유일한 소망이 있다면 물 한 모금을 마시는 것이었다.


"물....."

"......"


그 소원이 이루어진 걸까.

차가운 물이 입안에 고였다.


"아....."


입안에 시원한 물기가 퍼지고, 그것이 목구멍을 넘어가면서 속을 물칠하는 감각이 느껴졌다.


'뭐지? 물?'


누가 물을 먹여주는 걸까?

하지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이런 동굴에서 숨어 사는 사람이 또 있을 리가 없으니까.


'동굴 천장에서 흐른 물인가.'


동굴 천장에는 물의 흐름을 따라 성장하는 종유관이 있다.

그게 결코 몸에 좋은 물은 아니겠지만, 말라 죽어가는 지금 상황에서는 따질 게 없었다.

어차피 곧 죽을 몸이니까.


몸에 총알 구멍이 적어도 다섯 군데는 뚫렸다.

평상시였으면 이까짓 부상은 쉽게 해결했을 테지만 지금 그녀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더러운 하수도 속을 걸어왔으니, 분명 상처가 곯아 터져가고 있을 터.

죽음이 멀지 않았다.


그러니 이 물 한 모금은, 죽기 직전의 만찬인 셈이었다.

델타는 황홀함을 느꼈다.



동굴에 오고 약 6일 째.

처음으로 편안한 마음이 되어 잠들었다.






"천천히 드십시오."

"....."


그날의 물 한 모금은 석회 섞인 종유관의 물이 아니었다.

깨끗한 물이었다.


"너는...."


델타는 자신에게 물을 먹여주는 남자를 본다.

옆에서, 기름 냄새가 확 풍겨왔다.

한쪽 바닥에 횃불이 고정되어 있고, 

그 횃불을 등진 누군가가 그녀의 앞에 있었다.


"넌 누구지?"

"...저는 보잘 것 없는 실패작입니다."


남자의 음성이었다.

후드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은 알아볼 수는 없지만.


"그보다 어서. 지금까지는 잠결에 한, 두 모금씩 먹였지만 부족합니다. 정신이 드셨을 때 조금 더 드셔둬야 합니다."

"....."


델타는 그가 먹이는 대로 물을 마셨다.

그리고 묻는다.


"남자 바이오로이드...? 어떻게..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지?"

"운이 좋았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추하게 생겼기에."

"....?"

"우선 더 드십시오. 하지만 너무 많이는 안 됩니다."


남자는 다시 물을 먹였고, 델타는 받아마셨다.


"내일 또 오겠습니다."


남자가 몸을 일으킨다.


"잠깐."

"말씀하시죠."

"넌.. 대체 누구지? 왜 여기 있는 거고, 왜 날 돕는 거야?"


그녀는 쏘아붙이듯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이밍이 너무 좋았다.

며칠의 시간이 지났으니 오르카호 대원들도 그녀의 흔적을 찾았을 터.

게다가 나타난 것이 남자라니.


현재 이 세계에서 멀쩡히 살아 움직이는 남자는 단 한 명 뿐이다.

남자 바이오로이드들은 옛적에 전부 처분당했으니까.


"....저는 등이 굽고 얼굴이 녹아내렸습니다."

"뭐?"


델타는 다시 한 번 그의 실루엣을 본다.

횃불이 은은하게 비추어 전제를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았으나, 등이 굽은 것 같기는 했다.


"저 같은 실패작이 살아갈 곳은, 이런 깊고 어두운 장소 뿐이지요. 안심하시고 쉬고 계십시오. 내일 또 오겠습니다."


남자가 떠난다.

그리고 델타는 홀로 남았다.


왜일까.

횃불이 사라진 동굴은 너무나도 어둡게 느껴졌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요?"

"...그걸 물어서 어쩌려고?"


남자가 델타에게 죽을 한 숟갈 떠먹여준다.

둘이 얼굴을 본 지도 벌써 5일 째.

이제 물만 먹는 생활을 그치고 죽을 먹기 시작했다.


상처는... 잠들어 있던 동안 자연이 아문 모양이었다.

운이 좋았다.


"처음에는 내가 누구고, 뭘 하다 이렇게 됐는지 전혀 신경 안 쓰지 않았나?"

"괜한 걸 물었다면 죄송합니다."

"...."


남자가 침묵 속에서 다시 죽을 떠먹여준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냐고?'


델타는 얌전히 죽을 받아먹으며 생각했다.

나는 왜 실패한 걸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몰라."

"...."

"그러니까 내 얘기를 들려주면. 내가 알려줘. 내가 왜 이런 신세가 된 건지."

"알겠습니다. 최대한 노력해보죠."


그렇게, 델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회장의 아래에서 태어나 회장을 사랑하게 된 것.

그러나 회장은 절대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고 다른 여자의 재능만을 탐한 것.

처음에는 시기와 질투로 인한 경쟁욕에 불타올랐던 것과.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질투심에 삼켜진 것까지.

전부 말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거대한 세력과 전쟁을 치루고 있었어."

"어째서입니까?"

"그 세력이 오드리가 있었거든."

"오드리. 그게 회장이 사랑한 여인의 이름입니까?"

"맞아."


델타가 아닌 오드리.


"별 것도 아닌 이름 몇 자의 차이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그리고 패배했어. 꼴사납지."

"....위에서 난리가 일어난 것은 대강 느끼고 있었습니다만, 하나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말해."

"왜 그렇게까지 질투를? 회장이란 분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분이었습니까?"

"그야 당연히....!!!!"


델타는 발끈해서 남자를 쏘아봤다.

하지만 곧, 입을 다물고 몸에 힘을 뺐다.


"....모르겠어."

"모르겠다니, 무슨 말씀이시죠?"

"이제 와서야... 의문이 들어. 왜 그렇게까지 회장님을 사랑했을까?"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회장님과 관련된 모든 걸 잃고 나서야 그 사랑을 의심하다니.


"어쩌면, 이제야 나한테 있던 회장에 관련된 것들이 사라진 게 아닐까 싶어. 모든 걸 잃고 죽음을 앞둔 지금에서야... 겨우 자유로워진 게 아닐까. 정말 사랑했었지만... 지금은... 많이 희미해졌어.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모든 것.. 인가요?"


남자가 델타를 위아래로 훑었다.

몸은 아직 남아 있지 않냐는 질문 같았다.


"맞아. 모든 것. 내 생명까지도. 네가 아니었으면 죽었을 테니까. 또, 지금 나는 꼴이 말이 아니야. 어두워서 안 보이겠지만."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씀드렸듯, 저 또한 실패작에 불과하니까요."

"후후. 좋네. 엉망진창인 사람끼리 모이고. 아, 미안. 나쁜 의미는 아니었어."

"괜찮습니다. 그런데 죄송합니다. 왜 이런 신세가 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답은.."

"아, 괜찮아. 알 것 같아. 대강은. 마음에 두지 마."


그 대화를 끝으로 침묵이 흘렀다.


"....죽은 다 먹은 거야?"

"예."

"그런데도 내 말을 들어주려고 있었던 거고?"

"예, 뭐. 그렇습니다."


델타는 피식 웃었다.

할 일이 끝나면 칼 같이 떠나던 남자가, 지금은 곁에 있어줬다.

그게 묘하게 고마웠다.


"좋네. 이런 정적과 여유는 오랜만이야. 어쩌면 이런 홀가분함을 느껴본 게 처음일지도 몰라."

"....내일 또 오겠습니다."

"꼭 와줘. 부탁할게."

"그러죠."


남자가 다시 떠난다.

속마음을 조금 터놨기 때문일까.

오늘따라 어둠이 더 고독하게 느껴졌다.


'엉망진창인 사람들끼리 모였다라.'


델타는 피식 웃으며 숨을 깊게 들이켰다.

그 남자의 향을 맡아보고 싶었다.

어떤 향이 날....


'이건.....'


동굴의 공기 중.

횃불의 기름 냄새에 묻혔던 아주 작은 향수 냄새.

너무나도 익숙한 냄새였다.


"......"


오늘따라 어둠이 더욱 고독하게 느껴졌다.






"상처는 이미 다 나은 것 같지만."


오늘은 남자가 구급함을 들고 왔다.


"제대로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을 수도 있어 가져왔습니다."

"....."


델타가 그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올려다본다.

남자는 그 의미를 멋대로 해석했다.


"오래 숨어 지내다보니 이것저것을 많이 가지게 됐습니다. 그뿐입니다."

"....."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남자가 상처를 하나하나씩 살핀다.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찾는 거야?"

"예?"

"상처.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찾는 거냐고."

"그야..... 지금까지 몇 번이나 봤던 것이니까요."

"...."


과연 그럴까?

이 어둠 속은, 횃불 하나만으로는 가까이 있는 사람의 전체 모습도 밝히지 못한다.

그런데 다리 곳곳에 뚫린 총알구멍을 전부 파악했다고?


"다행히 크게 곪은 상처는 없군요."

"지하수를 거슬러올라올 때 깨끗히 씻긴 모양이네."

"그렇습니까? 다행이네요. 마지막으로 허벅지 안쪽에도 상처가 있는데, 그건 직접..."

"아니, 해줘."


델타가 그의 말을 끊었다.


"...."

"네가 해줘. 난 지금 몸도 제대로 못 가누니까. 부끄러운 건 괜찮아. 안 부끄러우니까."

"....알겠습니다."


남자가 허벅지 안쪽을 들여다보려고 그녀 앞에 엎드린다.

그 순간, 델타는 그의 후드를 꽉 잡았다.


".....벗기실 겁니까?"

"그래."


그녀가 후드를 확 젖혔다.

나타난 건 그녀가 잘 아는 남자였다.

오르카호의 사령관.

정체가 탄로나자, 사령관은 상처를 놔두고 뒤로 물러났다.


"어째서."

"...."

"어째서 네가!!"

"델타."


목소리가 변했다.

지금까지는 목소리 변조 프로그램을 사용한 듯했다.


"어째서 너지!? 모든 것 잃고! 내 모든 걸 앗아간, 그 남자가!! 네가 어떻게 나를....!!!"


그녀는 사령관을 노려보며 울부짖었다.


"대체 왜 나를 돌봐준 거지?"

"델타. 진정해."

"진정?! 너도 회장이랑 똑같아! 처음부터 내가 매달리게 할 수밖에 없었으면서! 내가 의지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고서!! 내가 너를 보고 희망을 느꼈을 때 정체를 밝히며 나를 기만했어!!"

".....그렇게 느꼈다면 유감이야."


사령관은 침착하게 말했다.

하지만 델타는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나는...!!"

"델타. 난 그저 네 본심이 듣고 싶었을 뿐이야. 단순히 오드리를 향한 질투 때문에 그 모든 일을 했을 것 같지는 않거든."

"너마저 이러면... 너마저 이러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델타가 절규한다.


"왜 바이오로이드가 아닌 거야!

왜 얼굴이 녹아내린 곱추가 아닌 거야!

난 믿었다고! 네가 나랑 같은 위치에 서 있고,

그럼으로써 나를 이해하고 받아줄 유일한 남자가 될 거라고 믿었어!

그런데 너는 그런 나를...!! 나를....!!!"


"....."


잔뜩 흥분한 그녀를 본 사령관은 고개를 숙였다.


"내일, 다시 올게. 그때까지 결정해. 여기 남아 있을지. 아니면 떠날지.... 그럼 이만."

"기다려."


델타가 떠나려는 그를 말렸다.

아까는 화를 내고 있었지만, 지금 그녀는 애원하고 있었다.

왜 이럴까?


솔직히 말해서 그녀도 자신의 감정을 알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걸까.

왜 이렇게 증오스러우면서도....

그가 있어 주기를 원하는 걸까.


막상 그가 떠나려고 한다는 것을 느끼자 겁이 덜컥 났다.


"그냥 이대로 떠나면.... 정신이 부서질 것 같아. 제발."

"...."

"이것이 나의 죽음이라고 해도 좋아. 나를 안아줘. 사랑해줘. 이 순간만큼은 지금까지 내가 느낀 감정들이 가짜가 아니었다는 걸 느끼게 해줘. 제발...! 엉망진창으로 범해도 좋으니까 제발...!!"

"....."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내게 단 한 번만이라도. 사랑 받는다는 감정이 뭔지... 그 따스함이 뭔지.. 알려줘."


델타는 눈물을 흘렸다.

아주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간다.


"....."


사령관은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한쪽 귀에서는 오드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댓츠... 롸잇.... 알겠어요. 델타는 결국... 평생 사랑을 쫓았을 뿐인가요.

그녀가 한 행동들이 결코 옳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같은 여자로써, 그 마음은 이해가 가요.

그녀도 나름대로의 괴로움을 가지고 살았겠죠.

이해와 납득은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사령관은 숨을 깊게 들이켰다가 천천히 뱉는다.

지난 며칠 동안, 그는 델타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되었다.

물론 지난 날의 악행을 용서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이대로 죽여 버리는 것보다 더 좋은 선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혼자 남기는 것보다는, 사랑을 주는 게 더 고통스러울 거예요.


사령관은 놀랐다.

오드리가 저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어서 하는 말을 듣고 납득했다.


-그녀를 안아주세요, 사령관. 따스하고... 격하게. 온몸이 부서지도록. 그 다음은 사령관의 초이스에 맡길게요.


통신이 끊긴다.

그가 오드리의 말을 듣는 동안, 델타는 두려워하고 기대하며 울고 있었다.


"....알았어, 델타."


그는 델타에가 다가가 어깨에 살짝 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키스.

처음에는 부드럽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오르카호와 델타 사이에 오고 간 수많은 공방과 오드리들의 고통이 떠오르자, 그도 더 이상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격하고 짐승 같이 그녀의 입술을 탐하고, 혀를 넣어 그녀의 입안을 농락했다.


"윽....!"


그가 거칠게 밀어붙어 델타를 쓰러뜨렸을 때 델타는 신음했다.

이어서 그의 굵고 거대한 성기가 꽉 앙다문 그녀의 처녀를 찢으려고 비집고 들어올 때.

델타는 화끈한 고통과 쾌락을 동시에 느끼며 울었다.


"아아..! 어째서....! 왜 나를....! 또 이렇게 희망만....! 이렇게 희망만 주고....!!"


입을 열어 절규했으나, 그 절규는 사령관의 거친 키스에 뒤덮였다.


"아... 아아아...!! 아흣...! 응....!!"


델타는 자신을 깔아뭉개는 묵직한 남성의 무게에 숨통이 조이는 쾌락을 느낀다.

무자비할 정도로 과격하게 보지를 들락날락거리며 쑤시는 육봉이 주는 고통은 몇 배는 더 짜릿한 쾌락을 선사했다.

델타는 절규하는 동시에 심음을 뱉었고, 수도 없이 오르가즘을 느끼며 좌절했다.


지독하게 어둡고 차디찬 동굴의 바닥은 두 사람의 온기로 덥혀졌다.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동굴에 계속 울려 퍼졌고, 그 마지막은 쾌락에 젖은 비명이었다.





"하아... 하아...."


영원할 것 같으면서도 한없이 짧았던 정사가 끝났다.

델타의 얼굴과 배, 그리고 허벅지 안쪽은 정액으로 범벅이 되었고, 보지도 숨을 고르며 가득 찬 정액을 울컥 토해냈다.

옷은 전부 흐트러졌으며, 목과 가슴에 키스마크가 남아 있었다.


"델타."


사령관은 여전히 자신의 몸무게로 그녀를 짓눌렀다.

그리고 델타는 그런 압박감이 싫지 않았다.


"세상이 전부 등진다고 해도 나만은 너를 봐줄게."


그의 속삭임이 귀를 간질이고, 그녀의 뇌리 깊은 곳에 박힌다.


"네가 진심으로 지난날을 후회하고, 모두에게 계속 속죄한다면. 나만은 끝까지 너의 편이 되어 주겠어."

"아아....."

"네가 모두에게 속죄한다면."


델타는 그를 꼭 끌어 안으며 또다시 울었다.


"정말... 정말 잘못했어요. 평생 속죄하며 살게요.. 그러니... 그러니까 제발...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


사령관은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이후, 델타는 오르카호에서 모두에게 속죄하며 조용히 살았다.

자신의 철학을 일부 꺾어 오드리처럼 모두가 원하는 야시시한 옷을 만들고.

자신의 유전자 복제 능력으로 개체를 복원할 때의 용이함을 도우며.

그렇게 서서히, 오르카호 속에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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