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9461966 






-아스널의 설명을 전부 들은 후 시간이 흘러-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벌인 거야?!"


"왜 그래, 다 구했잖아 그거면 됐지"


"그러는 형은?!"


"...형?"


흥분해서 말이 헛나왔는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은 사령관이 다시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애초에 이미 닥터랑 이야기도 끝내고 온 거야, 다들 이미 각오는 했을테지"


"그러면 니아씨나 더치걸은!? 당신만 믿고 있는 녀석들은 어떻게 할 건데!"


"미안하다고 전해줘, 잠시나마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도"


"왜?!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거야?! 그렇게 쉽게 포기해도 되는 거야!"


"그래, 말 잘했다! 난 원래 그런 새끼야! 언제나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맞닥트리면 도망가기 일쑤였어! 이제 와서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그것 밖에 안되는 걸 어떻게 하라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 결과만 나오는 걸 어떻게 하라고!"


"그렇다고 그렇게..."


눈에 띄게 감정이 격해진 사령관은 결국 어두운 얼굴을 한 체 말 끝을 흐렸다.


"내가 왜 합류했는지는 알아?"


그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나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계속해서 차악을 고르며 살았지. 그렇게 간신히 손 안에 든 것만 지킬 수 있었어 그렇게 잠들고 다시 일어나 만난 게 너희들이었다."


나는 잠시 고개를 돌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니가 내게 있어서는 최선이었을 뿐이야. 그리고 나는 너 없이는 다시 실패하고 말겠지, 다시 후회했을 거야 그래서 이번에 이렇게 막무가내로 일을 벌였고"


잠시 숨을 가다듬고 나는 마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없는 너는 있을 수 있어도, 네가 없는 나를 상상할 수는 없었어. 다시 한번 부탁할게 니아를, 우리 애들을"


공간이 점차 가루가 되어 바스라져 가고 있었다.


"끝나가네요, 정말 이대로 괜찮아요?"


"뭐, 내 난장질에 대한 나름의 결과겠지. 꼴이 이렇게 되어서 미안하게 됐다 마키나"


"아뇨, 결국은... 제 방법이 틀렸으니까요... 만일 더 일찍 여러분들을 만났다면... 달라졌을까요?"


"마키나..."


"메리, 미안해요. 결국 저는 잘못된 선택만 했었네요... 조금만 더 일찍 당신의 말을 들었더라면..."


"왜 그런 일을 벌인거야..."


"희망을 잃고... 실의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 이들을 구하고 싶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멈출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원래 행복이라는 감정은 점점 둔감해 지기 마련이니까. 애초에 영원한 행복이라는 것 부터가 넌센스였던 거야"


"...당신 말이 맞네요..."


"왜, 이제 신놀음은 그만 둘 생각이야?"


"애초에 신도 뭣도 아니었는걸요"


"이제야 좀 볼만한 모습이네"


"..."


말 없이 작게 미소 짓는 마키나의 등 너머로 도시의 광경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들었지, 돌아들 가. 바깥에 있는 사람들 걱정한다"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닥터랑 리앤도 있으니까, 둘 다 괜찮을 거야"


"그렇긴 해도, 일단은 작별 인사 할 시간이야. 앞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니까"


"..."


"다음번에 눈 뜰 때에는 술도 마실 수 있는 몸으로 부탁한다고 닥터한테 말해줘"


"정말..."


"어쩌겠냐, 원래 그런걸"


"미안해 내가 좀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그걸 미리 알면 신이지 임마"


"그것도 그렇네"


그렇게 말하는 사령관 뒤로 아스널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런, 내가 먼저 나가는 건가?"


메리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이리 될 줄 알았다면 나도 좀 더 그대처럼 막 나갈걸 그랬나 싶네"


"밤일처럼?"


"하하... 이거 못 당하겠군"


"잘 가라, 나 없는 동안 잘 부탁하고"


"걱정하지..."


아스널은 말을 채 끝 맺기 전에 빛의 기둥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수고했어"


이어서 빛의 기둥 속에 들어간 메이가 입을 열었다.


"그래, 들어가 메이. 사령관이랑 잘 해보고"


"야, 그건 아니지!"


"후후"


화를 내며 사라져 가는 메이를 보며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젠, 내 차례군"


"칸"


"후회는 없나?"


"없으면 거짓말이지, 그래도 뭐. 나 치고는 잘한 것 같아"


"바깥에서 먼저 기다리지"


"뭘 당연한 듯이 말하는 거야"


"좋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은 건 같은 마음 아니겠나"


"그래, 기다리고 있으라고 나중에 한잔 하자"


"그래"


이미 모든 게 거의 사라져 하얀 배경만이 남아버린 세상에는 사령관과 메리, 마키나 그리고 나만이 남아있었다.


"마키나! 절대로 죽지 마! 마키나는 내 하나 뿐인 소중한 가족이니까!..."


"가족..."


"바깥에서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먼저 가서 미안해"


"너희들도 휘말리기 전에 빨리 돌아가"


그렇게 내 말을 끝으로 나갈 수 있는 모두가 바깥으로 사라졌다.


"정말... 될까요?"


"저번에 한번 해본 경험이 있긴 해"


"그래요?"


"대충 칠십 몇 퍼센트 확률로 성공한다고 그러더라고"


"그런데도 그렇게 울고불고 한 거에요"


"난 안 울었다, 그리고 어떻게 될지는 그때 가 봐야 아는 거니까"


"그렇긴 하네요"


"너도 나도 바깥에 가족이 있는데, 살아서 나가야지"


"제가 나갈 자격이 있을까요?"


"자격이고 뭐고 살아있는 것도 누구한테 허락 받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냥 살아있을 뿐이지"


"......"


"뭐, 나가면 어떻게 모두한테 사과할 지나 생각해 둬."


"그래야겠네요"


"이런, 시작이군"


"이제 저희 모습을 유지할 전력도 없나 보네요"


"그러면, 나중에 다시 보자고"


나의 말을 끝으로 마키나의 모습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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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 Ex Machina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