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lastorigin/60099473 1화



아마... 그 인간님께서는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모종의 트라우마가 있으신걸로 보입니다.

네? 저희 바이오로이드를 무서워한다구요?? 어째서...

음...분명 무언가 깊은 사정이 있는건 분명해보이는데... 함께 대화해나가며 알아가보려해도 상황이 상황이니...

아니, 인간이 바이오로이드를 왜 무서워한데?? 당최 이해가 안가네!

하하!! 그야 그대가 윽박지르니까 그런거 아니겠나

넌 좀 가만히있어라 좀

그나저나, 큰일인걸.. 모처럼 찾은 두번째인간인데 상태가 저래서야 원.

역시 이 상태로는, 계속 제자리 걸음만 반복될텐데..음......

괜히 섣불리 다가가는건 오히려 더 역효과일테고, 이래서야 친해지기는 커녕 말문이나 틀수 있을지 걱정되는군

그나저나, 그 인간님은 지금 어디에 있소?

아 그분이라면 따로 개인실로 안내해 드렸어요. 워낙 수척하시다보니...

혼자 놔둬도 괜찮은거야? 만약 혼자 놔뒀다가 무슨 사고라도 생기면..

아니, 애초에 우리가 다가가면 소리부터 지르는데...어떻게 다가가...


.........................


 ....하아.....




이 시각 라붕이의 방



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

나한테 왜 이딴 일이!!!!!


좆됬다. 난 지금 완전히 좆되버린것이다.

긴 설명은 필요없다. 난 지금 라오 세계관에 전이해버렸다.

그것도 두번째 인간으로 아주 개같이 전이해버렸다!

좋은거 아니냐고? 섹돌끼고 살수있는 하렘낙원인데 좋은거 아니냐고? 씨발 그건 주인공보정 빵빵하게 받는 철남충새끼한테나 해당되는거지 나같은 평범한 일반인. 그것도 두번째인간인 나는 처신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아주 좆같다!!


하아.........


지금 이럴때가 아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리리스나 리제, 혹은 소완같은 말종년들이 날 죽이려고 들것이다!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같이 힘없는 일개 라붕이인 내가 과연 뭘 할수 있을것인가...

씨발!



똑똑!

흐갸아아악!!


벌써부터 암살자가 온건가?!

누구지..역시 리리스인가? 아냐... 소완이 중식도랑 회칼들고 서있을수도 있다. 뭘 해야하지? 무기로 쓸만한게...있을리가 있나! 애초에 그런거 든다고 저 미친년들을 하나라도 막을수 있을리가 없다. 아...이젠 끝인가.


드르륵

???


알아서 문이 열리고 그 너머엔 의외로 3얀중 하나가 아닌 의외의 인물이 서있었다. 

사령관???


아니...이 임마가 왜 여기있노??


어...그... 안녕? 지금은 좀 어때?

에? 어..? 저.... 그...그게


아니...이 양반이 초반부터 왜 나타나지??

뭔가 꾸미는게 있나? 아냐...나에게 심문이나 탐색을 하려면 시티가드나 080을 보낼터... 그럼에도 사령관이 홀로 이곳에 왔다는건...



그 순간 라붕이의 명석한 라최지 두뇌가 맹렬히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라붕이는 최소 수십에서 수백에 달하는 후회물과 학대물을 섭렵한 라오챈 폐인새끼. 

즉 후회물 아카이브 인것이다!

라붕이의 머릿속이 지금, 이 상황에 걸맞는 후회물에 대해 검색하고, 또 흡사한 문학글을 찾기까지에 걸린 시간은 불과 수 초남짓


그래! 이 상황...! 본 적이 있다!

이것은 반년전에 본 개추 95개짜리 후회물(장편 연재중)에서 2화 초반부에 나온 시츄에이션!

거기서 사령관은 두번째 인간의 보다 정확한 사상검증을 위해서 바이오로이드가 아닌, 자신이 직접 좆간인지 아닌지 가리겠답시고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그 장면이다! 


명석한 두뇌가 추리라는 과정에서 결과에 도달하기 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초.


그렇다면! 아마 시간이 좀더 지나면, 곧 그 이야기가 나올 터! 그것만 무사히 넘긴다면 우선 오늘은 무사히 숙면을 취할수 있어!


이미 모든것을 간파하고 계산한 라붕이!

무시무시한 사령관의 사악한 계획(아님) 따위, 씹고인물 모쏠아다라붕이에게 닿기엔 한발짝 부족한 것이다.


음...아무래도 많이 피곤해보이네. 역시 내일 다시올...

안녕하십니까!!!! 사령관님!!!!!!!

(화들짝)어...? 어 그... 어 나.. 나도 반가워 하하...

'뭐지..? 우릴 무서워 하는게 아니었나... 그나저나 목소리가 참 우렁찬 사람이네..'

'후...침착하자. 우선은 밉보이지 않는것이 중요하다.'


내가 이놈들한테 무해하다는것만 증명한다면, 이새끼들이 날 죽이거나 해코지할일도 없을터!

최대한 예의바르고 싹싹하게 행동해서 점수를 딴다!


아까까지와는 전혀 다른 우렁차고 당당한 모습, 흐트러짐 없는 각잡힌 군인의 경례에 사령관은 어안이 벙벙한 모습 그대로 멍하니 쳐다볼수밖에 없었다.

아니...아까 난리피우던 그 사람이 맞나...?

아, 아무튼간에 이제야 제대로된 인사를 하겠구나. 정식으로 다시 인사할게. 난 이곳 오르카호의 총사령관을 맡고있는 사령관이라고 해. 그... 혹시 이름이?

김라붕입니다!!!!

..!!! 아, 그...그래... 라붕씨 라고 하는구나 하하..

(깜짝이야..) 

저를 구해주신 은혜에 몸둘바를 모르는바!! 어찌 감사를 드려야할지, 송구한 마음뿐입니다!!!! 진심으로!!! 이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어...저... 그...그래. 아 아니, 괜찮아 괜찮아!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건 당연히 해야할 일이니까. 내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이런식으로 행동했을테니, 너무 마음에 두지 않아도돼.

(목소리가 장난아니네...)

아닙니다!!!! 자비로우신 사령관님의 마음에, 이 김라붕!!! 전례없는 감격을 느끼고 있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말이 끝나는 동시에90도 직각폴더 인사를 하는 라붕이의 모습에 사령관은 그 어느때보다도 당황하고 있었다.

아니...바이오로이드 중에서도 이렇게까지 뜨거운 사람은 못봤는데.

하하..괜찮다니까 그러네. 그나저나, 조금은 많이 상태가 좋아진것같아서 많이 안심이네. 안그래도 걱정을 많이 했거든.

...네? 무슨 걱정을...

아 그야, 여기 오는동안 난리도 아니었다면서? 그것때문에 모두가 많이 걱정했거든... 그런데, 지금 상태를 보아하니 어느정도 진정된것같으니 마음이 놓이네.

...아....


그 때라는게, 아마 여기에 납치(구조임) 당하던 그 순간을 말하는건가.

문득 라붕이는 그 순간 느낀 공포의 감정이 떠올라 무심코 비명이 나올뻔 했으나 가까스로 내색하지않고 흘려보내는데 성공하였다. 침착하자..침착해야해. 아직은 안심할수 없다. 이 미친새끼가 언제 생트집을 잡을지 알수없는 지금, 정신줄을 놓아선 안된다.


그, 그땐 정말 실례가 많았습니다!!! 워낙 패닉상태였던 터라...

응 괜찮아. 누구라도 그럴수밖에 없지. 밖은 평범한 인간이 오래 머물기엔 위험한 곳이기도 하고, 심지어 그 장소엔 철충부대가 꽤나 많은 지역이거든. 그런 상황에선 누구라도 흥분할수밖에 없을거야. 다 이해하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감사합니다!!!!!!!

어..응(소리지르는것좀 안하면 안돼나..)


어찌저찌 그때 있었던 일에대해 넘어가는듯한 분위기에 조금은 긴장이 풀린 라붕이. 허나 아직 시작도 하지않았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도 될까?

...네..? 무슨 이야기를...

하하하 그야 당연히 라붕씨에 대한거지. 사실, 오르카 전체가 라붕씨 이야기로 떠들썩하거든. 당연한 이야기지, 무려 나 말고도 살아있는 인간이 발견된거니까!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라붕씨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있거든.

..............


느슨해진 라붕이의 긴장감에 타이트함을 더해주는 그 한마디는 라붕이의 대가리를 이미 수백번 후려치는것과 동등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니, 이미 하도 후려쳐서 깨지기 일보 직전이다.

..저, 저에... 관한거라면...구체적으로 어떤것을...

음? 음....글쎄. 아! 우선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지 않을래? 예를 드면 어떤 일을 했는지라든가, 혹은 어디서 살았다든가 같은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라붕이를 바라보는 사령관새끼의 면상은 가히 심판대를 주시하는 처형자 그 자체였다. 

'침착해.. 이 질문정도는 상정범위 내에 들어있다. 나의 설계에 지장따윈 없다!'


곧바로 작년 겨울에 읽었던 추천수 72개 NTR문학(작가가 잠수타서 연재 중단) 초중반부를 떠올리는 라붕이는 향후 일어날 상황에 대해 예측을 시작하였다.


만약 내가 여기서 말 그대로 사실대로 말한다면...


난 한국인이고, 라스트오리진 이라는 게임을 하다가 눈을 떠보니 어느새 이곳으로 전이되었는데, 알고보니 여긴 게임속 세상이고 님들은 게임속 캐릭터고 난 너희들을 조종하는 사령관(플레이어) 입니다ㅎㅎ


라고 말했다가 정신병자 취급에서 더 나아가 펙첩으로 의심받는 바람에 080의 시라유리가 자백제 강제투여하는 결말이 나와서 좆되는 이야기가 있었지.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더라... 

아 작가새끼가 연중했지


실제로 그렇게 털어놓는다 한들, 믿지도 않을거야..


그럼 설정을 지어내야하는데...하지만 어정쩡하게 지어내면 얼마안가 들킬거고, 그럼 더욱 더 의심을 사서 그만큼 곱절로 위험해진다. 애초에 정교한 설정을 짤 시간도 없으니...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죄송합니다.

응??

사실, 전 저에 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제가 처음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려 보았을때, 전 어느 폐허에서 깨어난 상태였습니다. 가진것도, 주위사람도, 단서도 없이 그저..몸 만이 덩그러니 남겨진 상황이었습니다.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었습니다. 전 제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위해, 그 단서를 쫒기위해서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오르카 여러분들을 만난 상황이었죠.

.....응......

제가...여러분들을 보고 흥분하고 크게 소리친 이유는.. 그저 모든것이 두려웠습니다(이건 진심) 아무런 기억도, 과거도 없는상황에서, 갑자기 저를 구하러 왔다는 사람들의 말을.. 전 도저히 믿을수 없었습니다.. 혹시 이자들이 나의 사라진 기억들과 관계가 있는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었죠.

...응...

그렇게 저는, 그저 저를 구해주러 오신 여러분들을 막연히 의심스럽다는 이유만으로 그저 경계하고, 멀리했습니다. 그런 저 이기에...저 또한 제가 어떤 인간인지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말을 마치며 고개를 푹 숙이는 라붕씨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사령관은 더이상 아무것도 묻지않고 그저 쳐다만 볼뿐, 방에서는 끝없는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


'씨발 들켰나...?'


손발이 와들와들 떨리는것이 주체가 안돼는것이 너무나도 티가 나는 상황인지라 라붕이는 이제는 끝이구나 하고 두 눈을 찔끔뜨고 사령관을 살짝 쳐다보았다.


라붕씨.


스윽

..?

이 이상 아무말 하지 않아도 돼. 라붕씨도...많은 사정이 있었겠지.

...사령관님...

괴롭다면, 너무 억지로 말할 필요는 없어. 우린 그냥, 라붕씨와 함께 잘 지내고 싶을뿐이야. 그냥 이전부터 그 한마디를 해주고 싶었어


따뜻한 목소리로 말하며 라붕이의 땀에 절은 두 손을 꼬옥 모아 부드럽게 감싸쥐어주는 사령관의 눈빛은, 마치 자애로움이 형태를 이룬 모습 그 자체였다.

믿어...주시는건가요? 이런 저를...

그야 당연히 믿지! 내가 아니면 누가 라붕씨를 믿겠어? 하하하

.....


나뿐만이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라붕씨를 걱정하고 있고, 또 믿어줄테니까. 그러니까


사령관은 이내 밝게 웃으며 라붕이에게 대답했다. 그 순간만큼은 라붕이라도 잠시나마 공포를 잊기에 충분한, 상냥한 미소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라붕씨!









일단 무사히 하룻밤을 넘긴 라붕이!


다행이 오늘 밤은 느긋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겠어...



라는 내용의 문학이 이런식으로 이어지면 참 재밌게 볼거같은데... 필력좋은 누군가가 써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