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령관이 아니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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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냐고 묻는다면, 레오나가 호기롭게 도전하고 실패한 것들이다.

뭐, 레오나의 말을 빌리자면, `소원권`이라는 당근이 나올 때까지 실패한다는 이른바.

당근 박치기 전법이라는데.

 

“헤으... 으읏...”

 

“...”

 

솔직히 이젠 그냥 모르겠다.

레오나 너무 허접인거 아니냐고.

 

차게 식은 눈으로 축 늘어진 레오나를 잠깐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쉬어주고서.

살포시 레오나의 엉덩이에 손을 올렸다.

 

“레오나야.”

 

“하으...?”

 

초반의 당당함은 어디로 가고 몽롱함이 잔뜩 느껴지는 목소리.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별 수 없다.

 

다 레오나가 자초한 일인걸.

 

“이제 일어나서 다트 던져야지!”

 

찰싹- 찰싹-!

 

“히얏!! 하으으읏!!”

 

정신 좀 번쩍 들라고 말랑한 엉덩이를 조금 두드리자 자동 반사적으로 터져 나오는 간드러진 신음.

 

이게 또 꼴리긴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꾸물꾸물 올라오는 끈적한 마음을 억누르고 어거지로 레오나를 일으켜 세울 뿐.

 

“아이고. 레오나. 너무 힘주진 말아. 그럼 든다? 하나. 둘―!”

 

칠칠치 못하게 “헤으응.”거리는 레오나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번쩍 들어올렸다.

그러자 마치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았던 ‘롱캣’처럼 기묘해진 레오나.

 

“으으... 으응...! 으응!”

 

“어허, 어디서 앙탈이야.”

 

몸에 힘이 없으니, 고개를 저어가면서 생떼를 부리는 롱캣 레오나.

그 모습이 뭔가 귀여우면서도 레오나 답지 않게 애 같아서 방심하다간 무심코 웃음이 나올 정도다.

 

“으응... 으으...”

 

결국 다트를 던질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지.

레오나는 금세 잠잠해져서 질질 끌려왔다.

 

“그래. 얌전히 받아들여.”

 

“...”

 

대답 없이 나를 원망하듯 바라보는 레오나.

그런 그녀에게 웃으며 다트를 넘겨주자 멍하니 자신의 손에 들려진 다트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레오나는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으로 힘차게 다트를 던졌다.

 

나한테.

 

...?

뭔데?

 

슈욱- 톡.

 

약간의 혼란이 있었지만.

이런 다트 따위, 화려한 무-빙으로 피할 가치도 없어서 내 친히 맨몸으로 맞서주었다.

 

내 가슴팍에 맞고 힘없이 떨어진 다트. 그리고 파르르 떨리는 레오나의 눈동자.

 

레오나의 얼굴에 공포와 경악이 서렸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피식 웃곤 천천히 레오나를 향해 다가갔다.

 

“어리석구나. 레오나야. 너무나 어리석어. 이까짓 걸로 나를 해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크큭, 이런 허접한 걸로 날 처리할 순 없어.

 

뭐, 어차피 다트 끝 부분은 자석으로 마감되어 있어서 위험하다고 할 수 없었지만.

 

한 걸음 또 한 걸음. 사시나무 떨듯 아주 부들부들 요동을 치는 레오나의 코앞에서 멈춰 서서.

자연스럽게 팔을 뻗어 레오나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살살 넘긴다.

 

그리고 말하는 거지.

 

“너도 이제 이해했겠지. 이 룰렛게임의 진짜 모습을.”

 

뭔가 있어 보일 정도로 사악하게.

 

“버텨. 게임을 끝내려면. 버틸 수밖에 없어.”

 

“...그, 그치만... 당근이...”

 

“당근을 노린다고? 흐음... 그게 될까?”

 

내 물음에 레오나는 확신이 없었는지 말을 하려다가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재밌네.

 

그냥 별 생각 없이 놀리려고 뱉은 말이었는데.

이런 깜찍한 반응을 보이니... 이렇게 된 거 좀 더 악랄하게 나가기로 했다.

 

“생각해봐 레오나. 저기 저렇게 떡하니 적혀있는 `소원권`이 사실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거라면? 이상하잖아. 그치? 다트를 그렇게 많이 던졌는데. 당근이 처음 한번 빼고는 나오질 않아. 레오나 네가 원하는 건 이런 벌칙이 아닌데... 그렇지?”

 

“존재하지... 않아...?”

 

“아아, 어쩌면 좋아 레오나, 네겐 앞으로 펼쳐질 무수한 벌칙들 기다리고 있을 텐데...”

 

괜히 우스갯소리로 `물욕센서`라는 말이 있겠는가.

원하는 게 유난히 안 나올 때 사람은 조금씩 망가져 버린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모이고 모여 천천히 현실을 부정한다.

 

- 왜 나만 없어?

-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거 아냐?

- 확률 조작이다! 아무튼 조작이야!

 

끔직하다.

너무나 끔찍해.

 

그런 감정을 마구 유발시켜 레오나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돌고 돌아 한 가지 생각에 도달하는 거다.

 

‘그때 그냥 욕심 부리지 말고 끝냈을 걸.’하는 후회.

 

스스로의 선택으로 현재의 자신이 이리 고통 받으니.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자기 자신.

 

레오나 본인이 내린 결정이 아닌 `내`가 권유한 대로 그 자리에서 만족하고 끝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망상.

 

분명 지금 보단 편했겠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한 가지, 의심이 싹틀 거다.

자신의 결정은 ‘옳지 못한 것’이었고 나의 말들이 ‘옳은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의심.

 

반복적으로 가해진 자극으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머리로 내릴 결정은 안 봐도 뻔하지.

 

“그냥 진작 내말대로 할 걸 그랬지?”

 

넌지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을 건네며 레오나를 바라본다.

 

“...네 말대로 할 걸... 흐윽... 네 말대로 할 걸 그랬어...”

 

떨리는 목소리와 물기 가득한 눈동자.

총명함이 떠나간 자리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의심은 곧 `내게 의존하면 잘 풀린다.`는 잘못된 확신으로.

 

몇 초 정도 레오나를 지켜보다가 바닥을 구르고 있던 다트를 주워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내가 따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건 지금의 레오나도 잘 알고 있다.

 

“아, 안 하면 안 될까...? 응? 나, 나 이제... 그냥 포기 할래...”

 

다트를 꽉 쥔 새하얀 손이 파르르 떨린다.

마치 비에 젖은 새끼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애달픈 눈동자는 정확히 나를 담고 있었다.

 

“근데... 레오나, 네가 선택한 거잖아.”

 

살포시 레오나를 안으면서 속삭였다.

 

“아...”

 

크게 움찔이는 그녀를 놔주면서 미소를 짓는다.

 

“자기 말에는 책임을 져야지.”

 

일부러 책임이라는 강조했다.

이 두 글자만큼 이 상황에서 무겁게 다가오는 건 또 없으니까.

 

나를 쫓는 눈동자를 애써 모른 척 하면서 저벅저벅 걸어 나가 돌림판 앞에 선다.

그리고 돌림판을 회전 시킨다.

 

촤르르르-

 

레오나의 마음도 몰라주고 빠르게 돌아가는 돌림판.

똑같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레오나의 눈동자.

 

“던져.”

 

내 말을 신호탄으로 하듯 눈을 질끈 감은 레오나가 다트를 던졌다.

 

슈우욱-

 

타앗-

 

자석 특유의 달라붙는 소리.

 

싱글벙글 웃는 나와 달리 불안함을 숨기지도 못하는 레오나.

 

서서히 줄어드는 속도의 돌림판에 꽂힌 두 시선.

 

그 끝에 보인 것은.

 

 

 

 

 

[1시간 방치하기]

 

 

음... 뭐랄까.

 

“운이 없네. 레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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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가면 안 돼? 응? 내가 잘 할게... 가지마. 가지마. 너 없으면...”

 

“왜이래. 1시간만 나갔다 오는 거라니까? 앞으로 평생 안 볼 거도 아니고.”

 

무슨 망겜에서 떠나가는 사람 붙잡듯이 내 다리에 엉겨 붙은 레오나를 어르고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1시간... 정말 1시간 뒤에 올 거지? 1시간만 참으면.... 꼭... 돌아올 거지?”

 

워터 파크를 개장하고 남은 물로 농사를 지어도 될 정도로 물을 뿜던 레오나.

사실은 그때 뿜었던 것은 조수가 아니라 지능이 아니었을까?

 

이번 기회에 기강을 다져 함부로 나를 못 꼬집게 만든다! 고는 했지만 이렇게 유아퇴행 비스무리한 상태가 되어 버릴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응. 1시간 뒤에 무조건 돌아올게. 저기 시계 보이지?”

 

나는 침대 옆 전자시계를 가리키며 아직도 엉겨 붙어있는 레오나를 보며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응... 보여.”

 

“곧 있으면 5시 되니까 6시 되면 돌아올게 알겠지?”

 

“6시... 응 알겠어. ,,,꼭 돌아 올 거지?”

 

가련하게 올려다보는 레오나.

그냥 장난삼아 “아니.”라고 말했다간 정말 큰일 날 것 같았기에.

몇 번이나 그렇다고 안심시켜준 뒤에야 떨어질 수 있었다.

 

“얌전히 이 방에 있기야. 알겠지 레오나?”

 

“응... 알겠어.”

 

뭔가 목소리에 확신이 없어서 불안하지만 설마 다 큰 레오나가 이거 하나 못 지킬까...

 

얌전히 많이 축축해진 내 침대에 잘도 자리 잡은 레오나를 확인하곤 나는 한쪽 구석에 짱박아 두었던 걸 꺼냈다.

 

별건 아니고 저번에 망가진 오르카 폰이다.

 

...걸레짝을 넘어서 씹창난 그거 맞다.

 

다시 만난 오르카폰.

분명 부숴진지 며칠 밖에 되질 않았는데...

 

“어째 몇 달 만에 보는 것 같네.”

 

문득 이 아이가 처참하게 망가졌을 때가 생각나 레오나 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레오나가 흠칫 놀라더니 이불을 뒤집어쓰고 고개를 홱 돌리며 시치미를 떼는 게 아닌가!

 

귀엽네.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중간 중간 내 반응을 살피려 고개를 쏙 내밀다가 눈이 마주치니까 무슨 타조마냥 자기 눈에만 안보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두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는 레오나였다.

 

피식 웃어주곤 방을 나섰다.

 

자아, 그럼, 레오나를 방치하는 동안.

 

“아자즈에게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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