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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풀 한 포기 없는 광활한 사막, 흐릿한 먹구름 사이로 붉게 타오르는 노을, 그리고 그 속에서 빛나는 별들.


저 위에서 빛나는 별들은 너무나도 고요해서,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지만, 이따금씩 느껴지는 격한 땅울림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내게 알려주었다.


누가 봐도 이상한, 비현실적인 광경. 오히려 그 비현실성이 내가 이성을 되찾게 해주었다.


"자각몽...인가?"


입을 열자,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별 의미는 없지만, 괜스레 안심이 되었다. 사람의 목소리를 들은 게 얼마만이었더라? 체감으로는 벌써 몇 주는 된 느낌이다. 아마 밖에서는 길어봐야 사흘 됐겠지만.


"근데 여긴 어디지? 꿈 속이긴 한 거 같은데...의식을 옮기는 동안 복원 장치가 틀어주는 영상인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휑한데...그 김지석이라는 사람의 취향이 이런 쪽이었던 거려나?"


생각보다 고지넉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라비아타 씨가 말씀하주신 내용과는 조금 괴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다른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려나? 별 일 없으면 좋을 텐데..."


만일을 대비해 병력을 최대한 동원해 오기는 했지만, 3일이라는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철충의 기습이라던지, 연결체가 또 나타났다던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역시 조금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마리 씨나 레오나 씨 같은 분들이 바이오로이드 분들을 이끌고 계실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별 의미없는 사색을 이어가며 사막을 걸어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조금씩 다리가 아파와 잠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내 저질 체력까지 재현하다니, 쓸데없이 현실적인 꿈이다.


털썩 주저앉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건 끝없는 황야. 산도, 강도, 하다못해 바위도 없는 이 살풍경한 광경에 한숨이 나오려 하던 찰나, 저 멀리서 무언가가 보였다.


"사람인가?"


로브를 입고 있어서 누군지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말동무가 생기는 걸 마다할 이유는 없다. 지칠대로 지친 다리는 비명을 질렀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걸음을 멈추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꿈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꿈에서 운동했다고 근육통이 생기진 않겠지."


그렇게 그 사람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던 와중,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한참을 걸어왔는데, 나와 저 사람 사이의 거리는 전혀 좁혀지지 않는, 그런 느낌. 꿈 속이니 무엇인들 불가능하겠냐만, 그와는 별개로 뭔가 심히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잠시 걸음을 멈추자,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던 그 사람은 나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저 사람이 낯설지가 않았다.


그 사람은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뻗어 나를...아니, 내 뒤를 가리켰다.


"...뒤?"


내 뒤에 뭔가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뒤를 볼아봤을 때였다.


"으아아!?"


늘 그렇듯 느껴지는 격한 땅울림. 하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심상치 않았다. 마치 대지가 그대로 반쪽으로 갈라질 듯한 격한 진동에, 난 땅바닥에 코를 박으며 엎어졌다.


"@#?!%!&?"


너무 놀란 나머지 제대로 된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땅바닥에 엎드린 채로 벌벌 떨기를 몇 분. 진동이 좀 가라앉나 싶어 고개를 든 내 눈에,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철충!? 여기에?"


수천마리는 족히 될 듯한, 어마어마한 수의 철충. 어떻게든 다시 다리에 힘을 넣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려 했지만, 철충들은 내가 마치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나를 지나쳐갔다. 심지어 연결체까지 나를 무시한 채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종착지에는...


"...뭐야, 저거."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하다는 말도 모자랄 정도의 압도적인 크기의 괴물. 철충들은 그 괴물을 향해 천천히 진격하고 있었다.


나는 그 괴물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보려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팔과 다리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힘이 풀린 것이다. 피로가 아닌, 두려움에.


내 무의식 속에 저 괴물에 대한 공포가 새겨져있다.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챈 나는, 어떻게든 제정신을 찾기 위해 혼잣말을 이어나갔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도대체 이 꿈은 뭐야?"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김지석의 취향이 독특하다 해도, 복원 장치가 이런 내용의 영상을 틀어주게 설계했을 리가 없어...그렇다면 이건 온전히 내가 꾸는 꿈이라는 건가? 내 무의식 속에 잠들어있던 기억인 걸까?"


좀 더 자세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만약 내 무의식 속 기억이라면, 뭔가 중요한 단서나 의미가 내포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막상 자리에서 일어나자니 너무 무섭-


"으악!? 또 땅울림이야?"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진동에 나는 다시 자리에 웅크렸다.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내 예상을 비웃듯, 진동은 오히려 더 격해지기 시작했다. 한 술 더 떠서, 하늘에서 빛나던 별빛은 더욱 강렬해져, 마치 수백개의 태양처럼 지상을 밝혔다.


"이, 이게 무슨 일이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고!"


나는 두려움에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런 내 비명을 덮어버리듯, 별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마리 대장님? 콘스탄챠 씨? 아무도 없어요? 아무나 좀 도와주세요!!"


끝도 없이 강해지는 별빛과 사정없이 날 흔들어대는 진동에 내 정신이 아득해졌고, 마침내 온 세상이 별빛으로 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여어, 일어났냐? 잠버릇 참 고약하다, 너. 누가 보면 프레디 크루거1)가 꿈 속에서 쫓아오는 줄 알겠어."


익숙한 목소리.


"...그레고르 씨?"


"그래, 임마. 나다. 왜? 슈트 벗은 모습은 오랜만이라서 적응이 안 되나?"


                                                                                               


"그래, 진정은 좀 됐어?"


"아직 머리가 좀 멍하긴 하지만, 괜찮아요."


프란츠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댔다. 머리가 아파서 그런 거려나? 아니면 자기 머리에서 철충 감염이 사라졌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나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혹시 상태가 영 아니다 싶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다프네 양을 불러드릴테니."


"네. 고마워요, 콘스탄챠 씨."


...이런 말까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저 얼굴로 저렇게 환한 미소를 짓는 건 반칙 아니야? 아니나다를까, 콘스탄챠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붉혔다.


"반응 확실하구만...야, 프란츠. 너 조심해라. 그러다가 여자 여럿 울린다."


"네? 제가요? 왜요?"


"있어, 그런게. 아무튼, 몸에 문제 없으면 누워서 쉬고 있어. 출출하면 말하고. 죄다 전투식량밖에 없긴 하지만."


"네. 근데...나머지 분들은 어디 계세요? 마리 대장님이나, 라비아타 씨나..."


"아, 걔들? 아마 지금쯤 후퇴한다고 짐 싸고 있을걸?"


"후퇴요? 왜요? 아직 그레고르 씨 차례도 남았잖아요?"


아, 그러고 보니 가장 중요한 걸 까먹고 말 안했군.


"너무 위험해서 일단 보류하기로 했어. 요 며칠간 모가지가 날아갈 뻔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서. 그나마 나랑 마리랑 레오나랑 라비아타가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어떻게든 수습해서 망정이지, 삐끗했으면 우리 모두 사이좋게 저승에서 MT하고 있었을걸?"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어...설명하자면 좀 긴데...어디서부터 말해줄까?"


"처음부터요."


"처음부터라...그럼 네가 저 쇳덩이 안에 들어가고 난 직후부터 시작해야겠네. 너 들어가고 얼마 뒤에 철충이 쳐들어왔는데 말이지..."


                                                                                               


"...해서, 그 방패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 말이지. 덕분에 내 슈트는 완전히 걸레짝이 돼서 수복소에서 수리 중이지만."


"그런 식으로 처리하다니, 그레고르 씨 답다고 해야겠네요. 그래서,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어요?"


"응? 이게 끝인데?"


"네?"


"왜? 이상한 거라도?"


"아니아니, 잠깐만요. 뭔가 마무리가 이상하잖아요? 방패는 처리했어도 연결체는 아직 그대로고, 지상군이 철충 공세를 막고 있는 것도 그대론데 이게 끝이라고요?"


"아, 그거? 튀었다던데?"


"네?"


"튀었대. 방패 다 처리하고 나서 나이트앤젤한테 연락해봤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튀었다더라고. 지상군 쪽도 마찬가지고. 마음만 같아서는 확실히 처리를 하고 싶었다는데, 이쪽도 다친 사람이 꽤 돼서 어쩔 수 없이 보내줬다나."


"..."


프란츠는 내 말을 가만히 듣고는 고개를 숙인 채 뭔갈 중얼거리가 시작했다. 간만에 보는군, 저 버릇. 뭔가 귀신 쓰인 거 같아서 그리 반갑지는 않지만.


"흠흠, 저, 프란츠? 마리랑 레오나도 다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 걸 테니 딱히 신경쓸 필요는..."


"..."


"저기요? 프란츠 어린이?"


"......"


"얼씨구, 완전히 안들리는 모양이네. 야, 인마, 정신 차려."


"......!"


"저기요오오~ 들리세-"


"...그거다!"


"어우 씨, 깜짝이야!"


"그레고르 씨!"


"ㅇ, 왜?"


"마리 대장님이랑 레오나 대장님 좀 불러주세요! 빨리!"


"지금? 걔들 지금 전선에서 철수하는 거 지휘하고 있어서 좀 걸릴 텐데?"


"그럼 통신기는요? 가지고 계시죠?"


"아니, 통신기도 따로...아니, 잠깐. 임시 구호소 쪽에 하나 있던가? 어, 있다. 아마 나이트앤젤이 가지고 있던 게 있을 거야."


"안내해주세요! 콘스탄챠 씨! 다른 분들에게 전투태세 발령하시고요!"


"네? 갑자기 왜-"


"부탁드릴게요!"


프란츠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품에 안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한편, 콘스탄챠는 잠시동안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우리 뒤를 쫓아왔다. 그리고는 잠시동안 우리와 나란히 달리더니,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주세요.'라는 말만 남기고는 우리를 앞질러갔다. 엄청난 체력이다. 역시 메이든가.


그나저나, 남자 품에 안기는 건 취향이 아닌데. 아니,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다.


"갑자기 왜 그래, 벼락맞은 것 마냥?!"


"철충들, 도망간 게 아니에요! 곧 있으면 다시 돌아올 거라고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레고르 씨, 방패를 처리하자마자 연결체가 후퇴했다고 하셨죠?"


"응."


"거기서 만약 연결체가 후퇴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건 또 무슨 선문답이지? 뭔가 의미가 있는 건가?


"그야...현상유지 아니겠어? 지상군은 계속 전선 유지하고, 기동부대는 연결체 마크하고."


"그렇죠. 하지만 지금은 연결체도 철충도 없죠. 그래서 다들 태세를 다듬고 철수를 준비하는 거고."


"그렇지."


"만약 그게 연결체가 노린 점이라면? 예를 들어, 아군이 철수를 준비하는 와중에 다시 전투가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전선에는 두 대장님이랑 다른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습이라도 당한다면?"


"잠깐.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런 가능성은 없어. 이미 적들도 다 처리해서 연결체가 이끄는 병력은 이제 없다고."


"증원이 들어온다면요?"


"지상군이 감지했겠지."


"상공으로 온다면요?"


"그건 기동부대가...잠깐."


"기동부대는 아까까지 연결체와 교전하느라 정찰을 할 여유가 없었어요. 만약 연결체가 그걸 노리고 일부러 기동부대의 발을 묶어놓은 거라면요?"


"아니아니, 잠깐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증원이 올리가 없어. 연결체가 도망간 게 고작 1시간 전이야. 아무리 적이 빨라도 1시간만에 올리는 없다고."


"주둔지에서 병력을 모아오는 경우에는 그렇죠. 하지만 만약 이미 모아져있던 병력이라면요? 그레고르 씨, 방패랑 싸우실 때, 창이랑 방패 몇 자루가 추가로 왔다고 하셨죠? 상처입은 것들로요."


"어...그랬지."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가정이에요. 만약 그 창과 방패들이 이미 사전에 어딘가에서 싸우다가 상처를 입고 후퇴한 뒤, 재정비를 위해 따로 모여있던 게 아니였을까요? 본래라면 그대로 본거지로 돌아가 수복을 했겠지만, 근방에서 연결체의 지원 요청에 따라 가세한 거죠."


"싸우다니? 누구랑? 이 행성에 우리 말고 철충이랑 싸울 지성체가 있나?"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쩌면 절대방위지역의 AGS일수도 있고,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죠. 아무튼, 제 가설은 이래요. 연결체와 그 병력은 어딘가에서 이미 교전을 하다 왔어요. 집결지에서 부상자들 모으고 본거지로 보내려 했지만, 우리가 여기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죠. 우리를 처리해야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한창 교전중인 주 병력을 빼돌릴 수는 없으니, 연결체는 일단 부상병이라도 보냈고, 그 병력을 계속해서 소모하면서 시간을 끌었어요. 자신이 직접 나서도 봤지만, 시설을 돌파하기에는 무리였죠. 하지만 시간을 끄는 데에는 성공해서, 본대에서 온 지원 병력을 받고선 후퇴한 거에요."


"가능성은 있지...잠깐,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철충들을 계속 썰어버렸던게 다 연결체의 계획이었다고? 그리고 우리가 여기 있다는 정보는 애초에 어떻게 얻은 건데?"


"아뇨, 그건 아마 아닐 거예요. 만약 단순히 시간만 벌려고 했다면 병력 일부를 오르카로 보내지는 않았겠죠. 처음에는 우리를 제거할 목적으로 움직였지만, 작전이 실패하며 더 조심스러워졌다고 보는게 자연스러워요. 정보를 얻은 방법은...아마 이 주변을 배회하던 철충 무리가 보고한 거겠죠. 오르카로 향하던 철충 중에 센츄리온 제너럴이 있다고 하셨죠? 아마 그 개체가 이끌던 무리가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흠..."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너무 많은 정보와 가설이 머릿속에 들어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런 걸 몇 분 사이에 생각해내다니, 프란츠 녀석의 뇌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걸까?


"잠깐.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연결체는 원래 우리는 안중에도 없는 상태에서 다른 세력과 교전하다 부상병들을 이끌고 후퇴했고, 재정비를 하던 와중 우리를 발견한 철충 무리의 보고를 받은 뒤, 급하게 부상병을 이끌고 우리를 처리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뒤, 어쩔 수 없이 증원을 요청하고 시간을 끌었다 이 말이지?"


"정확해요."


"그렇다면 그 지원병력은?"


"연결체가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 판단하고 후퇴한 걸 보면 이미 이 근방일 거예요. 그리고 연결체가 지금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개체겠죠."


"...설마 또다른 연결체는 아니겠지?"


"가능성은 적어요. 아직 본대의 교전이 끝나지 않은 마당에 전력의 핵심인 연결체를 요청할 리는 없고, 교전이 이미 끝났다고 해도 또다른 연결체가 합류했다가는 지휘권의 혼선이 있을 테니까요."


점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프란츠가 하는 말의 80%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역시 난 전략과는 인연이 없나?


그렇게 생각하며 프란츠의 해설을 가만히 곱씹던 와중,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주인님? 프란츠 씨도? 여긴 무슨 일이세요?"


아무래도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벌써 시설 입구에 도착한 모양이다. 구호소 입구에서 바람을 쐬며 기지개를 키고 있던 리제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어어, 리제, 혹시 통신기 좀 빌릴 수 있어?"


"통신기요? 네, 쓰세요. 저기 안쪽에 있어요."


리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프란츠는 나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구호소 안으로 들어가 통신기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세요, 이렇게나 서두르시고. 콘스탄챠 씨 말은 듣긴 들었는데...이제 골치아픈 일은 다 끝난 거 아니었나요?"


"프란츠 말로는 아직이래. 난 잘 모르겠지만. 근데 바닐라는 어딨어?"


"다프네랑 같이 환자들을 실어오고 있어요. 저는 여기서 응급처치를 하던 중이고요."


어쩐지 다프네도 보이지 않더니만, 그런 거였군.


"혼자서 괜찮아?"


"아까 전까지는 좀 바빴지만, 이제는 좀 널널해요. 중상자도 전부 처치 끝났고, 나머지 경상자는 간단히 소독만 해주면 끝나-"


리제가 '끝나니까요'라는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저 멀리서 들려온 무수한 폭음이 말을 끊었다. 마치 불꽃놀이에서나 들을법한 폭음이었지만, 애석하게도 하늘에 불꽃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오직 시커멓게 피어오르는 연기만이 보일 뿐.


"지, 지금 뭐였죠?!"


"젠장...프란츠! 습격이다! 마리네 쪽이야!"


"생각보다 훨씬 빨리 시작했네요...전선 상황은 제가 통제할테니, 두 분은 부상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송해주세요! 그레고르 씨는 수리중이던 슈트 다시 받아오시고요!"


"알겠어! 가자, 리제!"


"네!"


                                                                                               


패러디 목록


제목) 게임 '엘더스크롤 5:스카이림'의 오프닝에 나오는 대사. 밈으로 가끔씩 쓰인다.


1) 영화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등장인물. 꿈 속에서 사람을 죽여 현실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살인마로, 못생겼다.



스토리를 쓰고 다시 보면 맘에 안들어서 갈아엎기만 3주째


어떻게든 진도를 빼려고 약간은 급전개를 했는데 여전히 진도는 그대로다


나 이거 6지 끝낼 수는 있을까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