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아탈란테, 영광을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그렇게 그가 합류한지 며칠이 지나고, 오르카 호에는 소소한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작지만 웃음기가 생겨나는 경우가 있었다. 상황이 절망적이라고는 하나 웃음을 잃지 않는 정신은 좋다. 웃음기의 중간에는 항상 그가 껴있었다. 긍정적인 영향력을 펼치는 것이다. 그가 있기에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자들도 생겨났다. 전투원 대부분은 원래대로라면 그를 만날 수 없지만, 그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우리를 만나려 했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


 “아탈란테?”


 “흠? 무슨 일이십니까 그대여.”


 “아니 그냥 요즘 어떤가 해서...”

 묘하게 얼굴이 붉은 그에게 아탈란테는 사냥의 성과에 대해 얘기했다. 그녀의 사냥얘기는 생동감이 넘치는 영웅담 그 자체 였다.


 “좋겠네, 나도 그렇게 싸울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무슨 말을, 그대는...”


 “알고있어. 난 무턱대고 목숨을 걸 수 없단 것쯤은.”


 “...그렇습니다. 그대는 세상에 한 명 뿐인 인간. 그 목숨의 가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겠죠.”


 “난 너희들만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아.”


 “아직 당신의 지휘 아래에 다친 병력은 없습니다.”


“아직은 없지. 내 잘못된 말 한마디에 모두가 죽을 수도 있어.”

  그의 어깨가 떨리고 있다. 두려운 것이겠지. 그는 신이 아니며, 하물며 영웅도 아니다. 평범한 인간이다. 그런 자의 어깨에는 부담이 되는 자리겠지.


“그대여, 알고 있습니까?”


“뭘 말이야?”


“최근 오르카 호에는 웃음이 약간 늘어났습니다.”


“웃음이? 왜?”


“그대 덕분입니다. 그대가 이렇게 우리를 걱정해주고, 우리와 말을 섞어주는 그것만으로 우리는 희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희망은 웃음을 가져다주지요.”


“...”


“게다가 그대가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는 굳건한 전사입니다.”


“그렇다 해도 나만 안전하게 있는 건...”


“그걸 위해 우리가 존재 합니다. 저처럼 다른 영광을 좇는 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대의 안전이 목표입니다.”


“당신은 그저 지금처럼 우리를 향해 올바른 명령을 내리고, 가끔 말을 걸어주는 것만으로 모두 만족할 겁니다.”


“...역시 아직은 이해하기 힘드네. 나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있습니다. 당신은 제가 보기엔 올림포스의 가호를 받는 자. 다른 자들이 보기엔 존재만으로 희망이 되는, 둘도 없는 보물에 가까울 겁니다.”


 사령관은 아탈란테를 가볍게 안았다.

 “그, 그, 그대여! 이게 대체! 품위있게 행동하시길!”


 “고마워. 아탈란테, 위로가 됬어.”


 “크흠! 그렇다면 됬습니다. 이제 놔주시죠.”


 “응, 미안해. 갑자기 껴안아서.”

 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나중에 봐! 난 가볼게.”


 “나중에 뵙겠습니다.”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기분이었다. 그 이후 무구를 정비하고 침실에 가보자. 쪽지가 가득했다. 거의 다가 사령관의 품은 어떤 기분이냐는 질문이었고, 일부는 용서못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쪽지를 전부 머리맡에 놓은 뒤 침대에 누워 오늘 일을 되새겼다. 최후의 인간의 약한 모습과 그가 한 포옹. 허그. 껴안기. 서로를 껴안는 행위만이 머리에 가득 찼다. 그녀는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밤이 깊어갔다.


 그는 그날 이후 자주 웃게 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묘하게 아탈란테를 자주 만나러 왔다. 잠깐이라도 와서 얘기를 나누려 하고, 밥도 같이 먹고싶어했다. 사냥이 없는 날에는 전투분석을 핑계로 사령관실에 불러서 얘기하기도 했다. 남성에게 관심을 받는다. 여성에게 있어 꽤 영광일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아탈란테는 아직은 여성이라기보단 전사, 영웅의 면모가 강했다. 다른 바이오로이드에게 선망과 질투의 시선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이유가 남자에 관한 것이라 복잡미묘한 감정을 품는 매일이었다.


 그러다 사령관이 프레스터 요안나와 대화하고, 어딘가 가까워 보이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사령관이 합류하기도 전에 그를 보호하며 인도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까울 수도 있고, 자신과는 별 상관이 없는 상황임에도 왜인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 훔쳐듣는다는 불명예스러운 일을 할 수는 없었기에 돌아섰지만, 곁눈질로 본 그의 미소에 왜인지 가슴이 시큰하고, 아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 기분이었다.


빠른 2편, 그리고 점점 떨어지는 개잡주와 갈려가는 내 멘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