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리마토르가 시위대의 집단 린치로 중상을 입고 입원하자 매섭게 달려들던 일련의 사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머리를 숙였다. 시위에 가담한 부대들의 지휘관들이 문책하는 걸로 시작해 시위대의 행동이 도를 넘었다는 사령관의 공식 입장까지 발표되자 시류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게다가 탈론 페더가 반박 방송과 더불어 입원한 리마토르의 모습을 강조하는 여론전을 펼치자 가짜뉴스 사건은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런 이유로 부하들의 과(過)에 사과를 전하네. 미안하군.”

 

“괜찮습니다. 조용히 넘어갔으니 망정이고, 심하게 안 다쳤으니 더 다행이죠.”

 

마리는 리마토르의 병실에 직접 찾아와서 사과했다. 전세가 역전되었다고는 해도 괜히 강퍅하게 굴어서 좋을 게 하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리마토르였기에 그는 너그럽게 마리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마리가 나가자 환자 침대 옆 보호자 침상에 앉아 입 안 가득 참치를 물고 오물거리던 LRL이 그에게 물었다.

 

“권속, 어찌하여 사과를 받아들이는 건가?”

 

“그게 무슨 말인가요 LRL?”

 

“권속을 이렇게까지 다치게 했는데 왜 화를 안내는 것인가?”

 

화를 낼만함에도 웃으면서 넘어가는 리마토르의 모습이 이해가 안 되었는지 LRL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권속을 다치게 한 자인데도 용서하는가? 짐이라면 무척 화를 냈을 것이다.”

 

“흠...”

 

리마토르는 LRL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이 아이가 처세술의 일환을 파악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구태여 처세술임을 안 가르쳐도 되겠다는 생각이 한 사상가로 이어지자 그는 바로 머리를 회전시켜 고전 한 권을 서가에서 찾았다.

 

“덕이 있어야 진정 강한 자가 되는 법이에요.”

 

“그게 무슨 말이냐?”

 

“안드바리한테 가서 이 책을 받아올래요?”

 

자신을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LRL에게 그는 종이조각을 내밀었다. 먹던 참치캔을 내려놓고 도도도 달려가는 LRL의 뒷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던 그는 5분 후 복도에서 들리는 소리에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야! 참치 캔은 두고 가라고!”

 

“미안해! 에이미한테 다음 주 용돈 받으면 갚을게!”

 

자신이 시킨 심부름을 넘어 주머니까지 채웠는지 LRL은 책 한 권과 참치 캔 몇 개를 들고 복도를 달려가고 있었다. 그 뒤를 씩씩대면서 쫓던 안드바리는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권총을 뽑아들었다.

 

“여기가 수복실이니까 바로 누울 수 있게 해줄게!”

 

“안드바리! 멈춰요!”

 

분이 많이 찼는지 눈가에 눈물까지 고인 안드바리가 안전장치를 푸는 걸 본 리마토르는 황급히 병실 밖으로 나와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안드바리의 손가락이 한 발 더 앞서고 말아 귀를 찢는 총성이 수복실에 울려 퍼졌다. LRL을 겨냥한 총알은 자신의 길을 정확히 알고 나아갔지만, LRL은 총알보다 반 발 앞서 몸을 굴려 공격을 피해냈다. 눈앞의 광경을 믿지 못한 안드바리는 놀람을 담아 소리쳤다.

 

“말도 안돼! 총알을 눈으로 보고 피한다고?!”

 

“하핫! 그 정도는 이미 예측했다고! 바리바리 네가 방아쇠를 당길 거라고 예상하고 한 발 앞서 피한거야!”

 

“이런 말도 안 되는...”

 

“권속이 알려준 거라고!

 

바리바리, 네가 다음에 할 말은 ‘시끄러! 이대로 놓칠까 보냐!’다!”

 

“시끄러! 이대로 놓칠까 보냐!

 

....핫!”

 

얼이 빠진 안드바리를 놀려먹는 여유까지 보여주며 LRL은 병실 앞에 서 있는 리마토르의 품에 쏙 안겼다. 총성에 넋이 나갔던 리마토르는 그제야 제정신을 찾았다.

 

“권속! 책 가져왔어! 그보다도 예전에 권속이 알려준 방법대로 예측해서 피했는데, 나 잘했지?”

 

“네, 잘했어요. 그런데....!”

 

칭찬받고 싶어 평소 쓰던 말투도 안 꺼내고 재잘재잘 떠드는 LRL을 쓰다듬어주던 리마토르는 온몸을 뒤덮는 소름에 말을 끝맺지 못했다. 한눈에 봐도 분노가 차오른 안드바리가 총구를 들어 LRL, 잠재적으로는 자신까지 겨누자 그는 식겁해서 다급히 안드바리를 말렸다.

 

“안드바리! 잠깐만요! 그 총 내려놔요!”

 

“그렇게는 못해요!”

 

“제발 내려놔요!!!”

 

다행히 안드바리가 방아쇠를 당기기 일보직전에 총성을 듣고 달려온 다프네가 안드바리를 말리는데 성공했다. 모두에게 두터운 인망을 쌓은 다프네 덕분에 LRL과 자신의 목숨을 건지는데 성공한 리마토르는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며 자신의 병실에서 투닥거리는 두 아이로 시선을 돌렸다.

 

“훔쳐간 참치 캔 이리 내!”

 

“너의 움직임은 전부 간파되었다고! 네가 이 다음에 할 말은 ‘가만두지 않겠어!’다!”

 

“가만두지 않겠어! ....핫!”

 

1인용 병실을 요리조리 뛰어다니면서 추격전을 계속하는 LRL과 안드바리의 모습에 리마토르는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LRL이 순순히 잡히지 않고 오히려 안드바리를 농락하자, 울분이 차곡차곡 쌓이던 안드바리는 울먹이다가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우으... LRL 미워! 흐아아앙!!!”

 

“하아... 울지 마요, 안드바리.”

 

누구 하나가 울어야 종료되는 상황을 맞은 리마토르는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과 함께 안드바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도망치던 LRL도 미안한 표정으로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그... 미안해...”

 

“히끅... 됐어!”

 

LRL의 사과를 매몰차게 거절한 안드바리는 분이 다 풀리지 않았는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리마토르는 둘 사이를 중재할 겸 안드바리를 자신의 무릎에 올리고 초코바를 쥐어주었다.

 

“미안해요, 안드바리.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초코바 먹으면서 울음 그쳐줘요.”

 

“흐극... 교수님까지 그러시면...”

 

리마토르까지 개입하자 안드바리는 더 투정을 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화난 건 여전했기에 입을 삐죽 내밀고 LRL을 째려보았다. 주눅 든 LRL이 훔쳤던 참치 캔 몇 개를 안드바리에게 내밀었지만 안드바리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대꾸하지 않았다. 이대로 둘을 까칠한 관계로 내버려둘 수 없었기에 리마토르는 둘의 갈등을 풀 수 있는 방향으로 강의 계획을 비틀어서 입을 열었다.

 

“자자, 둘 다 그렇게 대립하면 좋을 건 없어요. 어차피 인간의 본성은 모두 선하니까요.”

 

“선하면 도둑질을 안했겠죠!”

 

“그, 그럼 친구한테 총 쏘지도 않았겠지!”

 

리마토르의 말에 입을 삐죽이며 반박한 안드바리가 도끼눈을 뜨고 LRL을 째려보자 LRL은 속이 뜨끔했다. 그러면서도 가만히 있으면 지는 거 같아 급히 대거리했으나 안드바리가 권총을 만지작거리자 입을 다물었다. 리마토르는 자신의 방에서 더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일이 더 커지기 전에 깁스한 왼팔로 LRL이 들고 온 책을 들었다.

 

“이 책 들어본 적 있어요?”

 

“<맹자>요?”

 

“들어본 적 없니라.”

 

안드바리와 LRL 모두 한자로 크게 孟子라고 적힌 표지를 보고 고개를 도리도리 젓자, 리마토르는 전에 안드바리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꺼내왔다.

 

“안드바리, 전에 저랑 같이 컵 떡볶이 먹으면서 했던 이야기 기억나나요?”

 

“어... 아! 그 인(仁)이야기요? 책 제목이... 뭐였더라...?”

 

뭔가 떠올랐지만 입으로 바로 나오지 않는지 안드바리는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찌푸렸다.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인(仁)이라는 핵심 단어가 나오자 리마토르는 중요한 점을 잘 기억하고 있다는 칭찬과 함께 말을 이었다.

 

“전에 저랑 같이 봤던 책은 <논어>였죠. 동양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공자가 했던 말을 제자들이 모아서 책으로 쓴 거였어요.”

 

“생각났다!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게 살라는 정명(正名) 사상을 이야기했어요!”

 

“아! 그러고 보니 안드바리가 예(禮)에 따라 사람들이 만든 가치를 따라야 한다고 그랬다!”

 

첫 삽을 뜨자 때를 기다렸다는 듯 물꼬가 금세 트였다. 한 번 듣고 기억하기 어려운 내용일 텐데도 한 마디씩 보태는 둘이 기특했던 리마토르는 초코바를 하나씩 더 아이들의 손에 쥐어주며 설명을 계속했다.

 

“잘 기억하고 있어요! 정말 훌륭해요.

 

제가 들고 있는 책인 <맹자>는 공자보다 한 세대 뒷사람인 맹자가 자신의 사상을 담아 쓴 책이랍니다. 맹자는 공자가 강조한 인(仁)에 의(義)를 추가하여 공자가 제시한 주장을 발전시켰어요. 그래서 두 사람을 묶어 공맹이라 부를 정도로 유교 사상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끼친 사상가로 평가받을 정도랍니다.

 

<맹자>라는 책은 <논어>와 성격이 많이 달라요. <논어>의 한자를 풀이하면 논할 론論에 말씀 어語인데, 글자 그대로 공자와 제자들이 나눈 말을 모아 놓은 책이라 철학적인 느낌이 강하죠. 반면 <맹자>는 온갖 나라가 건국되고 멸망하며 경쟁하는 시기인 전국시대에서 어떻게 해야 나라를 부강(富强)하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한 실용서의 성격이 강해요.”

 

“그러니까 더 어렵다는 얘기 아니냐?”

 

이야기를 듣던 LRL이 낭패라는 표정을 지으며 리마토르에게 슬쩍 물었으나, 리마토르는 그런 걱정은 접어두라며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거렸다.

 

“물론 <맹자>가 <논어>보다 쓰인 글자수가 더 많으니 해석할 부분이 많죠. 하지만 제가 여러분께 한문 원문을 해석하라고 하겠어요?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면 되죠. 게다가 <맹자>는 실용서라서 철학적인 내용보다 왜 그렇게 해야 천하를 얻을 수 있느냐의 결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해요. 배경지식이 없어도 이해하기 쉬울 거에요.”

 

“봐봐, 괜찮다고 하시니까 한 번 들어보자.”

 

안드바리가 LRL을 바라보며 말하자 LRL도 떨떠름함이 다 가시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들은 리마토르의 강의에 신뢰를 보내며 알겠다고 말했다. 그제야 둘이 강의를 들을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 리마토르는 본격적인 사상 설명으로 들어갔다.

 

“제가 앞에서 맹자가 공자의 인(仁)에 의(義)를 추가했다고 말했죠? 인(仁)이 다른 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따뜻한 사랑의 정신이라면, 의(義)는 무엇이 바르고 무엇이 그른지 분명히 구분하는 도덕 정신이에요.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보다 더 혼란스러운 시기였답니다. 갑자기 역사 이야기로 넘어가서 미안하지만,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의 차이를 이해해야 왜 맹자의 사상이 공자의 사상을 보강해서 만들어졌는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춘추시대는 주나라가 수도를 동쪽에 있는 낙양으로 천도한 이후를 일컫는 말이에요. 수도를 옮긴 주나라는 낙양과 그 주변도시에만 직접 힘을 쓸 수 있게 되고, 다른 지방에 대해서는 통제력을 잃어버렸답니다. 그래서 각 지방에서는 황제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황제가 임명한 제후들 중 가장 힘 있는 자가 모든 제후들의 정점에 올라 다른 제후들을 감독했죠. 이 시기에도 제후국들 사이에 싸우는 일이 잦았지만, 그래도 주나라 황제의 권위가 인정되었기에 제후를 임명하고 교체하는 건 황제의 고유 권한이었어요. 그래서 전쟁을 벌여도 서로의 세력을 멸망시키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답니다.

 

전국시대는 이 불문율이 깨지면서 시작돼요. 제후국들이 주나라 황제의 권한을 침범하는 일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미 제후국들의 반란을 진압할 힘조차 남지 않은 주나라 황제가 자신의 권한을 침범한 제후들을 인정하면서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황제의 권위마저 무너지고 말죠. 그러자 기존의 제후들은 더 이상 황제의 그늘 아래에 머물지 않고 독립국을 천명하며 다른 국가들과 멸망을 각오한 전쟁을 이어가게 된답니다.

 

정리하자면 춘추시대는 그나마 오메가가 기강을 잡고 있는 펙스고, 전국시대는 지휘부가 사라져 철저히 본능대로 움직이는 펙스 패잔병이라고 할 수 있죠.”

 

“으아, 실로 끔찍하구나...”

 

“간신히 유지되던 규칙까지 없어졌으니 인(仁) 하나로는 안 될 만했네요...”

 

리마토르의 설명을 들은 LRL과 안드바리는 모두 완전히 질려버린 표정을 지었다. 맹자 사상을 이해할 배경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한 리마토르는 멀쩡한 오른팔로 둘의 머리를 차례로 쓰다듬어주면서 설명을 계속했다.

 

“우리가 펙스와 철충과 전투를 이어가는 지금도 그렇지만,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문자 그대로 야만의 시대였어요. 철저한 힘의 논리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었고, 승자는 패자의 모든 것을 유린할 권리를 얻었죠. 전쟁을 한 번 할 때마다 총력전 양상을 띠었기에 승자도 전쟁에서 쓴 만큼 패자에게서 뜯어가겠다는 계산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도덕이 제 목숨을 붙들 수 있을까요? 승자나 패자나 이익만 되면 사람을 죽이는 건 고민할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대인데요?

 

그렇지 않죠. 오히려 모든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생각이 퍼져나갈 거에요. 멸망전쟁 당시 구 인류가 보여준 모습을 떠올려 봐요. 인간의 본성은 악한 게 아닐까요?”

 

리마토르의 말을 들은 LRL은 등대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 안드바리도 침울함을 얼굴에 걸고 고개를 도리도리 젓자 리마토르는 기다렸던 반응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생명의 가치가 하찮아진 시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본성은 모두 악해 보이죠. 실제로도 그런 주장을 편 사상가가 있었지만 지금은 맹자에 집중해야하니 넘기도록 할게요.

 

맹자는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게 당연한 논리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대단히 파격적인 주장을 했어요. 바로 모든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주장이었죠. 구체적으로 나가면 인간은 누구나 선천적으로 도덕을 자각하는 능력인 어진 앎, 양지(良知) 도덕을 실천하는 능력인 어진 능력, 양능(良能)을 타고 난다고 말한 거랍니다.

 

이렇게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동적으로 도덕이 무엇인지 생각해서 깨닫고 실천하는 능력이 있으니, 맹자는 누구나 이 능력을 통해 차마 다른 이의 고통을 보고 넘기지 못하는 선한 마음을 깨칠 수 있다고 했어요. 그걸 한자로 쓰면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이라고 한답니다. 

 

맹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4가지 도덕적인 마음을 깨우칠 수 있다고 했어요. 그게 바로 4가지 실마리라는 뜻의 사단(四端)으로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에요. 하나씩 알아보도록 할 텐데, 여기까지 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나요?”

 

리마토르는 잠시 말을 끊고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자로 쓰인 용어가 대거 출몰해서 혹여 이해가 안 되면 다시 풀어서 설명해줄 생각이었다. 다행히 안드바리와 LRL 모두 질문이 없는지 괜찮다고 답했다. 둘의 반응을 본 리마토르는 언제든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말해달라고 일러준 뒤 풀렸던 말의 실마리를 다시 감았다.

 

측은지심부터 보도록 하죠. 측은지심은 남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으로, 맹자는 측은지심을 따라가면 인(仁)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어요. 수오지심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맹자는 수오지심의 끝에는 의(義)가 있다고 말했어요. 사양지심겸손하게 양보하는 마음으로, 맹자는 사양지심의 끝에는 예(禮)가 있다고 했죠. 시비지심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마음으로, 맹자는 이 끝에 지(知)가 있다고 했어요.

 

이 네 가지 마음을 수양을 통해 확충하면 도달하는 결과인 인의예지가 바로 맹자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도덕인 사덕(四德)이랍니다. 맹자는 사덕을 갖춘 이는 크고 올바른 도덕적 기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갖춘 대장부(大丈夫)가 될 수 있다고 보았어요. 공자가 주장한 군자(君子)는 인(仁)과 예(禮)를 갖출 걸 요구했는데, 맹자의 대장부는 의(義)와 지(知)까지 갖춰야 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랍니다.

 

자, 그럼 대장부에 이르기 위한 수양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맹자는 자신의 책 <맹자>에서 고자 상(告子 上)편에 이렇게 서술해놨어요. LRL, 읽어줄래요?”

 

 

孟子曰 仁 人心也, 義 人路也

舍其路而不由 放其心而不知求 哀哉

人有鷄犬 放則知求之 有放心而不知求

學問之道 無他 求其放心而已矣

 

 

빈 종이를 꺼내 한자로 짧은 문장을 쓴 리마토르는 종이를 LRL에게 건넸다. LRL은 글자를 살피더니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다. 한 눈에 봐도 어려워 보이는 글을 LRL이 읽자 안드바리는 놀란 눈으로 LRL을 바라보았다.

 

“맹자왈 인 인심...야, 의 인로야.

이게...사? 기로이불...유. 방기심이부지구... 애... 재!

인유계견 방즉지구지... 유방심이부지구.

학문지도 무...타... 구기방심이....이...의?

 

권속, 짐이 제대로 읽었느냐?”

 

“아주 잘했어요. 틀린 거 없이 전부 다 제대로 읽었네요.”

 

“엣헴, 역시 진조의 프린세스는 못하는 게 없노라!”

 

“LRL, 너 언제 한자를 공부했어?”

 

“권속과 함께 진리를 담은 고대의 문자를 공부하는 것도 사이클롭스 프린세스의 책무이니라! 이것이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아니냐?”

 

칭찬에 리마토르의 쓰다듬까지 받고 의기양양해진 LRL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안드바리에게 논어 첫 구절까지 인용해서 말하자 리마토르도 감탄했다.

 

“우와, 리버럴 아츠 특강 때 다루고 같이 하지는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있는 거에요?”

 

“예전에 권속이 쓰던 원고를 한 번 본 적이 있노라. 첫 문장이었는데, 그 정도는 짐의 비상한 두뇌로 외웠지.”

 

“정말 대단해요. 진심으로 기쁘네요!”

 

리마토르는 가르치는 자로서의 희열을 느끼며 LRL을 쓰다듬었다. 그가 기특하다며 LRL의 손에 참치캔을 쥐어주는 장면을 본 안드바리는 놀람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로 리마토르에게 물었다.

 

“교수님, LRL한테 한자를 가르쳐주셨어요?”

 

“제 방에 자주 찾아오니까 같이 한문 공부를 해보자고 했거든요. 그러겠다고 해서 가르쳐줬죠. 에밀리도 LRL이랑 같이 공부했는데 안드바리도 배워볼 생각이 있나요?”

 

“네! 저도 해 볼래요!”

 

안드바리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배움에 뜻을 갖는 이가 하나 더 늘어나자 리마토르는 과거 자신을 가르친 성문환 교수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현재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하르페이아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닥터를 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학원생 여석은 없었으나, 그는 내심 LRL과 안드바리도 대학원생의 길에 들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도 참, 아무리 그래도 애들을 이런 길에 들여서야 쓰나.’

 

그런 생각도 잠시, 자신이 아이들을 배고픈 길로 이끈다는 자각이 들자 그는 스스로를 꾸짖고 다시 강의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가 LRL이 읽은 문장을 풀이해주려는 찰나, 병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리마토르, 괜찮아?”

 

“에밀리 언니!”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병실을 찾아온 건 에밀리였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아스널이 병문안을 올 때면 어디서 꼭 구해오는 델X트 오렌지주스 병을 들고 리마토르를 찾은 에밀리는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안드바리와 근처에 앉은 LRL을 보고 피식 웃었다.

 

“리마토르는 사랑받고 있구나.”

 

“지난번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닌 거 같아요.”

 

“그래도 괜찮아.”

 

쓴웃음을 지은 리마토르에게 다가온 에밀리는 침대 한 귀퉁이에 앉더니 그를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리마토르와 안드바리, LRL 모두 당황했으나 에밀리는 평온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다들 미워해도, 나는 리마토르를 사랑할게.”

 

솜사탕처럼 달달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감돌자 리마토르는 반사적으로 팔이 올라갔다. 그대로 에밀리의 어깨에 오른팔을 두르고 토닥여주면서 그는 감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저를 안 미워하는 분이 여기 있었네요.”

 

“저도 교수님 안 미워해요!”

 

“짐도 권속을 좋아한다!”

 

“나도 사랑해, 리마토르.”

 

안드바리와 LRL까지 뛰어올라 리마토르를 끌어안는 와중에 새로운 목소리가 추가되자 그는 또 병실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 포니테일로 묶은 갈색 장발이 닿자 그는 방문객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맞혔다.

 

“칸, 작전 나간 거 아니었어요?”

 

“금방 끝내고 왔지. 혼자 병실에서 책 읽고 있을 거 같아서 찾아왔는데, 아무래도 시끄러움만 더한 거 같네.”

 

“아니에요. 와줘서 기뻐요.”

 

“그래? 그럼 나도 어깨 내줘.”

 

칸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에밀리가 앉은 반대쪽으로 가서 리마토르의 왼쪽 어깨를 끌어안았다. 깁스를 풀지 못한 왼팔이라 에밀리처럼 칸을 안아주기가 여의치 않자 그는 난처해하며 팔을 버둥거렸으나 칸은 그를 배려해서 괜찮다고 말했다.

 

“괜찮아. 안 그래도 당신 마음은 다 알아.”

 

“알아줘서 고마워요.”

 

좌우로 칸과 에밀리, 앞에는 LRL과 안드바리에게 끌어안긴 모양새가 된 리마토르는 갑자기 늘어난 방문객들을 어찌하면 좋을지 생각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함께 맹자 철학이나 공부하자는 심산으로 그는 화제를 돌렸다.

 

“LRL, 안드바리. <맹자> 이야기 계속 할래요?”

 

“네!”

 

“그러겠노라!”

 

“맹자, 공부한 적 있어. 나도 할래.”

 

“전에 논어 강의할 때 일러주지 않았나? 나도 자신 있는 주제네.”

 

혹시나 싶어 LRL과 안드바리에게 동의를 구했는데, 둘뿐만 아니라 에밀리와 칸까지 동참을 선언하자 리마토르는 잘 되었다면서 이야기를 속행했다. 에밀리가 따라준 오렌지 주스 한 잔을 곁들이며 리마토르는 에밀리에게 LRL이 읽었던 종이를 내밀었다.

 

“에밀리, 여태까지 저희가 한문 공부했잖아요. 이 글을 해석할 수 있겠어요?”

 

“어디보자. 맹자가 말하길, 인은 사람의 마음이고 의는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을 버리고 가려고 하지 않으며, 그 마음을 놓아버리고 찾으려 하지 않으니... 애재를 어떻게 해석해야하지?”

 

“그건-”

 

“여기서 어조사 재(哉)는 감탄 종결사야. 그러니 앞의 슬플 애(哀)와 합쳐 ‘슬프구나!’라는 감탄사로 해석하면 돼.

 

그 다음은 내가 하도록 하지. 개와 닭을 가진 사람은 그것들을 놓아주면 찾으려고 하면서, 마음을 놓아버리면 찾으려고 하지 않는구나. 학문의 길은 달리 있는 게 아니라, 놓아버린 그 마음을 찾을 뿐이다.”

 

첫 두 문장을 읽고 해석이 막힌 에밀리의 바통을 이어받은 칸이 깔끔하게 마무리 짓자 리마토르는 박수를 쳤다. LRL과 안드바리도 따라 박수를 치자 에밀리는 볼이 조금 붉어졌다.

 

“둘 다 훌륭해요. 이게 바로 맹자가 주장한 수양의 방법으로, 잃어버린 본심을 되찾는 구방심(求放心)이랍니다. 추가로 욕심을 적게 갖는 과욕(寡慾)올바름을 명확히 하는 일을 꾸준히 실천하는 집의(集義)를 통해 자신을 갈고 닦아야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다고 보았답니다.”

 

“교수님, 그러니까 욕심을 적게 부리고 올바른 일을 반복적으로 실천하면서 잃어버린 마음, 그러니까 선한 마음을 되찾으면 자기 안의 사단을 찾아 사덕에 이를 수 있다는 거죠? 그 과정에서 호연지기를 갖추면 대장부가 되는 거고요?”

 

“정확해요. 그게 바로 맹자가 말한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 성선론(聖善論)이랍니다.”

 

안드바리가 배운 내용을 요약해서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이해가 안 된 부분이 있나 점검하려는 요량으로 리마토르가 질문이 있는지를 묻자, 에밀리와 LRL이 손을 들었다.

 

“네, 두 분 모두 말해보세요.”

 

“권속, 인간의 본성이 정말 선한 걸까? 날 등대에 보낸 인간들은 날 100년이 넘게 다시 찾지 않았어.”

 

“나도 궁금해. 연구원들은 날 실험체라고 불렀어. 인간이 선하다면, 사령관이나 리마토르처럼 인간으로 대해주지 않았을까?”

 

인간이 선하다는 맹자의 주장에 둘 다 의문을 던지자 칸도 그를 바라보았다. 묵언의 동의를 표한 그녀를 보며 리마토르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여러분이 보신 구 인류의 모습을 생각하면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주장은 틀려도 아주 단단히 틀린 걸로 보이죠. 맹자가 살았던 당대에도 맹자의 주장에 반대를 표한 이가 있었어요. 그 사람이 바로 방금 LRL이 읽고 에밀리와 칸이 해석한 구절이 적힌 단원의 제목이기도 한 고자(告子)에요.”

 

“고자? 아스널 대장이 전에-”

 

“그거 아니에요, 에밀리.”

 

에밀리가 위험한 발언을 꺼낼 것 같자 리마토르는 바로 선을 그었다. 칸도 그 다음에 이어질 말을 충분히 예측했기에 그에게 잘했다고 말하고 다시 강의로 집중을 돌렸다.

 

고자는 맹자와 동시기에 활동한 제자백가 사상가 중 한 명이에요. 맹자가 인간이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을 폈다면 고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과 악, 어느 한 방향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을 주장했죠. 책 <맹자>의 고자 상편을 보면 세 번째 부분에 이 이야기가 잘 나와 있어요.”

 

“쓸 필요 없어. 찾아 놨거든.”

 

리마토르가 펜을 들고 다시 한문을 쓰려고 하자 칸이 들고 있던 패드에 화면을 띄우고 건넸다. 칸이 감사인사는 괜찮다고 말하자 리마토르는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LRL이 패드를 들여다보자 아까보다 더 복잡한 문장이 화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告子曰, 性猶湍水也 決諸東方則東流 決諸西方則西流 人性之無分於善不善也 猶水之無分於東西也 

 

孟子曰, 水信無分於東西 無分於上下乎? 人性之善也 猶水之就下也 人無有不善 水無有不下

今夫水, 搏而躍之 可使過顙 激而行之 可使在山 是豈水之性哉 其勢則然也 人之可使爲不善 其性 亦猶是也

 

 

“으음... 쉽지 않구나...”

 

“아까보다 많이 어려울 거에요. 에밀리, 한 번 읽어줄래요?”



“알겠어. 

 

고자 왈, 성유단수야. 결저동방즉동류, 결저서방즉서류. 인성지무분어선불선야, 유수지무분어동서야.

 

맹자 왈, 유수지무분어동서, 무분어상하호? 인성지선야 유수지취하야, 인무유불선 수무유불하, 금부수, 박이약지 가사과상 격이행지 가사재산, 시기수지성재 기세즉연야, 인지가사위불선 기성역유시야.”

 

호흡이 길었음에도 에밀리는 막힘없이 문장을 술술 읽었다. 안드바리는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고, LRL은 동문수학한 사이임에도 자신보다 뛰어난 에밀리의 실력에 자신을 비추어 여태까지의 배움을 반성했다. 리마토르가 대견한 눈빛으로 에밀리를 바라보자 강독을 마친 에밀리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 잘했어?”

 

“그럼요. 아주 잘했어요.”

 

“잘했으니까, 쓰다듬어줘. 그러면 기분이 좋아.”

 

“알겠어요.”

 

쓰다듬어달라면서 에밀리가 자신에게 머리를 숙이자 리마토르는 손을 뻗어 머리를 살살 어루만졌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게 많이 좋았는지, 에밀리는 헤실거리며 잔잔한 산들바람 같은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한 번 해석해볼까요.”

 

“그건 내가 해볼게.”

 

칭찬을 마친 리마토르가 해석에 들어가려고 하자 칸이 자신이 하겠다며 자원했다. 리마토르는 문장의 호흡이 긴데 그녀가 잘 할 수 있을까 염려하며 물었다.

 

“좀 긴 문장인데 괜찮겠어요?”

 

“나도 에밀리랑 같이 배웠으니까 할 수 있겠지. 대신 잘하면 나도 칭찬해줘야 해.”

 

칸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찌라시 사건이 터진 이후 간만에 보는 그녀의 가벼운 미소였기에 리마토르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뜻을 밝혔다. 그의 동의를 받은 그녀는 바로 해석에 착수했다.

 

“고자가 말했다. 인간의 성품은 웅덩이의 물과 같아서 동쪽으로 길을 트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길을 트면 서쪽으로 흐른다. 사람의 본성은 선함과 선하지 않음을 구분하지 않는데, 이는 물이 본디 동쪽으로 흐르냐 서쪽으로 흐르냐를 구분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에 맹자가 말했다. 물은 과연 동쪽과 서쪽을 구분하지 않지만, 위쪽과 아래쪽은 구분하지 않는가? 사람의 본성은 선하며, 이는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 사람은 선하지 않음이 없고, 물은 아래로 흐르지 않음이 없다. 이제 물을 손바닥으로 튀겨 이마 위로 넘길 수도 있고, 끌어올려 산까지 옮길 수 있지만 이게 물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가? 쏠리게 하는 힘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니, 인간이 선하지 않게 되는 수도 있는 것은 그 성질이 또한 이와 같기 때문이다.”

 

거침없이 깔끔한 해석을 해낸 칸은 자신감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리마토르를 바라보았다. 리마토르는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감탄을 표했다.

 

“아주 훌륭해요! 어려운 부분인데 이렇게 잘 해낼 줄은 몰랐어요.”

 

“누구한테 배웠는데. 가르치는 사람의 재주가 뛰어난 덕분이지.

 

자, 그럼 이제 상 줄 차례네?”

 

칸은 싱긋 웃으면서 에밀리가 했던 것처럼 그에게 머리를 내밀었다. 리마토르는 당연히 그래야한다는 느낌으로 그녀의 머리를 오른손으로 쓰다듬었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갈색 머리카락은 전장을 누비는 군인답지 않게 부드러워 마치 비단을 연상시켰다. 이만하면 충분할 정도로 쓰다듬었다고 생각해서 그가 손을 떼려고 하자, 칸은 그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뺨으로 그의 손을 쓸어내리며 반대했다.

 

“머리를 쓰다듬어달라고 했잖아. 아직 다 안 쓰다듬었어.”

 

“잠시만요, 애들이 보고 있는데...”

 

“약속은 약속이니 지켜야지?”

 

리마토르가 아이들을 보며 나중에 해주겠다고 넌지시 뜻을 전했으나 칸은 장난스럽게 튕겼다. 건전한 철학 수업의 수위가 조금씩 올라가자 안드바리는 얼굴을 붉히고 숨을 죽였다. LRL과 에밀리는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어디서 났는지 3D 안경을 쓰더니 팝콘과 츄러스를 들고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머리 쓰다듬어주니까 기분이 좋네. 왜 해달라고 했는지 알겠어.”

 

“그... 역시 조금 부끄러운데요...”

 

“쉿. 그런 말은 안 해도 돼.”

 

칸은 그의 손바닥을 살짝 혀로 핥으며 그의 입을 닫았다. 뺨을 살살 문지르던 리마토르의 손이 칸의 날렵한 턱선을 따라 턱에 이르자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주는 쓰다듬을 만끽했다.

 

“흐음...”

 

눈을 지그시 감고 만족을 만연에 띄운 그녀는 그의 손에 쥐었던 자신의 손을 풀었다. 아이들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던 리마토르가 기다렸다는 듯 강의를 재개하려고 하자 칸은 대놓고 그의 왼팔에 자신의 몸을 밀착했다.

 

“리마토르, 강의 다시 시작해야지?”

 

“크흠, 그래야죠. 에밀리, LRL. 3D 안경 벗어요.”

 

“이게, 아스널 대장이 말한 사랑이구나.”

 

에밀리가 아스널이 하던 말을 떠올리며 둘을 바라보자 리마토르는 헛기침으로 장면을 돌렸다. 분위기가 더 다른 곳으로 흐르기 전에 그는 다시 맹자 사상으로 돌아갔다.

 

“아무튼, 방금 칸이 해석한 문장의 뜻을 살피면 맹자와 고자의 견해 차이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알 수 있죠. 둘이 사용하는 비유가 참 재밌지 않나요? 물을 사용해서 동서로 흐르지는 않지만 위에서 아래로는 흐르는 것처럼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는 맹자와 고자의 대화를 읽다보면,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 사상가들의 주장이 중요하게 남아있는 이유가 느껴질 거에요.

 

앞에서 했던 이야기로 돌아가죠. LRL과 에밀리는 구 인류의 사례를 들어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주장에 의문을 표했죠. 이에 대해 고자도 동의했어요. 인간은 선함을 타고나는 게 아니라, 가르치고 교화하는 방법을 거쳐서 선한 방향으로 성품을 형성해나간다고 했어요. 고자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맹자는 인간의 성품이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거라면 모두가 안 좋은 상황에 처하면 모두 악한 이가 되냐면서 반대했어요. 이때 맹자가 쓴 비유 중에 가장 유명한 게 우물과 아이 이야기로,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보면 누구나 일단 달려 나가 구하고 볼 거라는 이야기에요. 배우든 배우지 않든 타인의 어려움을 차마 무시할 수 없는 게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기에 인간의 성품이 선하다고 한 거죠.”

 

잠시 설명을 멈춘 리마토르는 무언가 떠올리더니 칸에게 시야를 돌리고 말했다.

 

“칸, 예전에 제가 아들러 심리학 이야기했던 거 기억하나요? 그때 아들러가 프로이트의 원인론을 비판한 것과 맹자가 고자를 비판한 근거가 같은 결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나요? 고자나 프로이트의 말마따나 후천적인 사건으로 인간의 성품이 형성된다면 같은 상황에서 모두 같은 결과에 이르게 되죠. 하지만 같은 상황을 겪어도 개인별로 도달하는 결과가 다 다르다는 점에서 아들러는 목적론을, 맹자는 성선설을 제시했죠.

 

도달한 이론은 다르지만 시대를 초월해 맥락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는 점이 흥미롭지 않나요?”

 

“오... 그거 흥미로운데?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거 같아.”

 

이야기하다가 나온 순간의 발상에서 상당히 좋은 주장이 나오자 칸은 감탄했다. 오랫동안 축적된 사고의 틀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자 리마토르는 생각의 희열을 느끼며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그래서 맹자는 모든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한 거에요. 하지만 에밀리와 LRL의 반박은 맹자가 살았던 시기에도 있었죠. 사람이 죽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되던 전국시대에 맹자가 인간은 다른 이의 아픔에 눈감고 넘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그럼 왜 이렇게 도탄에 빠진 시대가 열렸냐고 당대 사람들이 반박했어요. 맹자는 이런 사람들에 맞서 항산(恒産)과 항심(恒心)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답니다.

 

모든 인간의 성품은 선해요.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아무리 극악한 환경에서도 선한 본성을 유지하길 기대하는 건 어려움을 맹자도 인정했죠. 맹자는 평범한 백성들은 우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도덕을 논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것이 국가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며, 이렇게 백성들의 경제적 기반인 항산을 마련하는 일은 이해타산에 기초하는 게 아니라 인(仁)에 기초한 왕도정치여야 한다고 했어요.

 

제가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 <맹자>는 <논어>와 달리 실용서라고 그랬죠? 바로 이 부분 때문에 그래요. 맹자는 인과 의를 통해 백성을 보호하는 게 군주의 덕목이라고 보고 지도층에게 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했어요. 군주 없는 백성은 존재할 수 있어도, 백성 없는 군주는 존재할 수 없기에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라는 주장이었죠. 맹자의 이런 사상은 민본주의(民本主義)라고 해요. 민주주의와는 다르니 유의하세요.”

 

리마토르의 이야기를 듣던 안드바리는 손을 들었다. 그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냐고 묻자 안드바리는 생각하던 질문을 말했다.

 

“교수님, 그럼 민본주의를 지키지 않은 군주는 어떻게 되나요? 여태까지 맹자가 한 주장은 어디까지나 지침일 뿐, 강제성이 없는 거 같아요.”

 

“좋은 질문이에요. 맹자는 백성을 저버린 군주는 마땅히 교체되어야 한다고 했답니다. 백성의 뜻에 따라 혁명을 일으켜 백성을 챙기는 이로 새로운 군주를 옹립해야한다고 말했어요.”

 

리마토르의 입에서 나온 말에 병실 안의 모두는 얼어붙었다. 뜻밖으로 과격한 맹자의 주장에 다들 할 말을 잃어버린 모습을 보고 리마토르는 그리 받아들이는 게 무리는 아니라며 설명을 보충했다.

 

“맹자의 주장은 당시에도 엄청나게 파격적이었어요. <맹자>의 첫 단원인 양혜왕 상편을 보면 제나라의 양혜왕이 맹자에게 신하가 군주를 쫓아내고 새로운 왕을 새우는 건 인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고 묻는 대목이 있어요. 맹자는 이를 두고 신하가 왕을 내쫓은 게 아니라, 시정잡배를 쫓아낸 거에 불과하다고 반박해요. 백성을 저버린 군주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건달에 지나지 않으니 인에 어긋나지 않다는 말이었죠.

 

이런 주장 때문에 <맹자>는 한때 금서로 지정되기까지 했어요. 실제 역사에서 맹자가 공자의 후계자로 진지하게 연구된 것도 맹자가 죽고 2천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17세기부터였죠. 맹자의 주장이 시대를 뛰어넘어 정말 비범한 거에요.”

 

“...정말 그래 보이네. 왕의 말이 절대적인 시대에 왕을 쫓아낼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사상가라니, 내가 왕이라도 목을 쳐버리고 싶을 거야.”

 

“짐도 마찬가지니라.”

 

칸이 말하자 LRL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들 떨떠름해하는 분위기를 읽은 리마토르는 화제를 돌렸다.

 

“여기까지 해서 제가 준비한 <맹자> 이야기는 끝났어요. 맹자의 사상은 분명 과격한 측면도 있고, 이상주의적인 측면도 있죠. 그렇지만 저는 맹자의 사상을 믿고 싶어요. 세상이 도탄에 빠진 말세에도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기를 거부하지 않는 이들이 있었고, 그런 이들로 인해서 세상은 수명을 연장해왔으니까요.

 

물론 구 인류들은 그런 이보다 그렇지 않은 이들이 훨씬 많아 끝내 멸망의 길을 걸었어요. 그렇지만 살아남은 바이오로이드는 이야기가 다르죠. 본디 선한 품성을 타고날 수 있으면서 인간과 차이가 없으니, 인간의 품성은 선하다는 맹자의 이론은 틀리지 않은 거에요.”

 

리마토르의 말에 LRL은 손을 들었다. 리마토르가 무엇이 궁금하냐고 묻자 LRL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권속. 그 말은 바이오로이드가 인간이라는 말이냐?”

 

“네. 오르카호에 합류한 이래 저는 단 한순간도 그 생각을 버린 적이 없어요.”

 

리마토르의 말에는 단단한 심지가 있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걸 느낄 수 있었고, 그랬기에 그를 신뢰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리마토르는, 정말 선한 사람이야.”

 

“그렇다! 짐도 동의하니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에밀리의 말을 이어 LRL과 안드바리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의 티끌 없이 순수한 웃음을 본 리마토르는 속에서 은은히 피어오르는 따스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여서 화답했다.

 

“다들 고마워요.”

 

“고맙기는. 이 진조의 프린세스는 이제부터 창고에 가겠노라!”

 

“LRL, 또 창고를 털려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있겠어? 아까 가져간 거 갖다놓으러 갈 거야. 맹자가 말한 대로 모든 인간이 선한 본성을 갖고 있으니까 나도 본성은 선하다고.”

 

“와, LRL이 참치를 제 발로 돌려주는 날이 오다니...”

 

안드바리는 기쁨의 눈물을 글썽거리며 LRL과 손을 맞잡고 병실을 나섰다. 에밀리도 아스널의 호출이 오자 리마토르를 한 번 꼬옥 끌어안았다. 말하지 않아도 그녀가 머리를 쓰다듬어달라고 요구하는 걸 알 수 있었기에 그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에밀리의 분홍빛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에밀리까지 나가자 방문객으로 시끌벅적했던 병실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미뤄뒀던 피로가 몰려오자 리마토르는 하품을 크게 하며 몸을 뉘였다.

 

“후우, 피곤하네요...”

 

“고생했어. 아픈 사람이 강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잖아.”

 

침대에 누운 그를 따라 옆에 누운 칸은 팔을 둘러 그를 안았다. 딱딱한 석고붕대의 촉감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그의 멀쩡한 다른 부위를 끌어당겼다. 척력은 없는 자석의 다른 극. 알 수 없는 끌림에 몸이 반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녀도, 그도 인력을 거스를 생각은 없었다. 멀쩡한 팔로 그녀의 머리를 따라 뺨을 어루만진 리마토르는 입을 열었다.

 

“금방 나을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

 

“어떻게 걱정이 안 돼. 이렇게 계속 누워있으면 다른 곳도 죽을까봐 걱정이야.”

 

농염한 미소와 함께 칸은 리마토르의 환자복 바지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일부러 팬티 안까지 들어가지는 않고 천위에서 그의 양물을 농락하던 그녀는 반응이 올라오자 검지를 얹고 힘을 담아 빙글빙글 돌렸다.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아직 잘 살아있는 거 확인했어.”

 

“흐읍... 장난이 과하네요...”

 

찌릿한 감각이 하반신에서부터 올라올 무렵 칸이 손을 빼자 리마토르는 반쯤 눈치를 주며 그녀를 바라봤다. 능구렁이가 담을 타넘는 것처럼 그의 시선을 회피한 칸은 이불 아래에 있는 그의 하반신에 종이쪽지를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이전 사건에서 얻은 교훈에 따라 혹시 모를 카메라에 대비하기 위해 리마토르의 귀에 입을 밀착했다. 숨결이 귀를 타고 전해지는 건 그에게 실로 생경한 감각이었다.

 

“칸, 이건-”

 

“닥터가 전해달라는 쪽지야. 들키면 안 되니까 조심스럽게 읽어.”

 

닥터. 그 두 글자가 귀에 들어오자 리마토르의 표정에서 감정이 지워졌다. 감정을 걷어낸 자리에 남은 이성은 닥터가 보낸 쪽지가 이렇게 은밀하게 전해지는 시점에서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판단했다. 카메라를 견제할 목적 겸 확실한 표식을 남길 요량으로 자신에게 일부러 더 딱 달라붙어 목덜미에 키스마크를 남기는 칸의 유혹을 견디며 그는 이불 아래에서 쪽지를 폈다.

 

‘리마토르 오빠에게. 안 좋은 뉴스에 휘말렸다는 소식을 들었어. 찾아가지 못해 미안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전에 오빠가 받은 기억재생시술에 대한 보고서가 유출된 거 같아. 비공식 시술이어서 사령관 오빠에게 결재를 받지 않고 내가 읽을 자필 보고서만 만들었는데, 그걸 누군가가 건드린 흔적을 확인했어. 지문 검출도 미세 섬유 검출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해서 범인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 보고서 중에서 하필 이 보고서만 건드렸다는 건 절대 좋은 의미는 아니겠지. 오빠한테 직접 접촉했다가는 일이 더 커질 거 같아 이렇게 서면으로 이야기하는 걸 이해해줘. 나도 나름대로 조사를 더 해서 알려줄게.’

 

읽기를 마친 리마토르는 종이를 구겨 입에 넣고 씹었다. 닥터도 이를 유도했는지 종이는 입에 닿자마자 달콤한 뒷맛을 남기며 녹아내렸다. 증거를 인멸한 그는 닥터가 보낸 정보와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를 종합했다.

 

‘내 기억을 담은 보고서... 그게 유출된 게 사건의 발단인가.

 

그렇게 되면 빠졌던 조각이 다 맞춰져. 사령관이 날 위기로 몰고 간 게 그 보고서를 읽고 내 과거를 파악했기 때문이겠지. 분명히 내 과거는 좋지 않고, 구 인류와 다를 바가 없어. 사령관 입장에서 날 곤경에 빠뜨릴 이유로는 아주 충분하지.

 

그렇지만 이대로 계속 가는 건 좋지 않아. 동면 이전과 나는 갖고 있는 사상이 확실히 다르니까. 오르카호에서 쭉 지낼 입장인데 이제 와서 사령관과 대립을 세워봤자 좋을 게 하나 없어.

 

철저히 굽혀야 하나? 아니면 해명? 어떤 방법이 더 안전하지?’

 

순간의 선택이 바뀔 때마다 갈라지는 상황의 분기점을 계산하던 리마토르의 생각을 끊은 건 칸의 손가락이었다. 가느다란 검지가 그의 볼을 쿡 찌르길래 그녀에게로 눈길을 돌리자 칸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있었다.

 

“키스마크 남겼는데 왜 아무런 반응도 없어.”

 

“크, 크흡...”

 

“뭐야, 왜 웃는 거야!”

 

감정을 식힌 냉정한 전략가일 때와 감정에 솔직한 사랑꾼일 때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컸지만, 리마토르에게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칸의 매력이었다. 타인이 대체할 수 없는 매력에 그는 볼을 부풀리고 자신을 째려보는 그녀에게 사랑을 담아 말했다.

 

“진짜 귀여워서 그랬어요. 이런 모습을 저만 알고 있자니 아깝네요.”

 

“아깝기는. 당신에게만 보여주는 거야.”

 

리마토르 그에게만 허락된 선물이 달리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사실을 자각한 그는 복잡한 생각을 비우며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보드라운 살결에서 올라오는 칸의 체취가 페로몬처럼 느껴졌다.

 

‘그래, 아직은 시간이 있어. 천천히 생각해보자.’

 

“입 떼지 마. 당신도 키스마크 남겨야지.”

 

“네? 그렇게까지 해주기는 싫은데요?”

 

“...그럼 내가 또 남겨주면 되지.”

 

“잠깐만요, 바지 내리지 마요. 저 아직 환자에요!”

 

“아까 보니까 거기는 멀쩡하던데? 안 다치게 살살 할게.”

 

“잠깐만요! 만지지 마-앗! 흐급...!”

 


칸은 빙그레 미소를 걸며 병실 문을 잠갔다. 생각보다 방음이 잘 되는 병실 문이었기에 밖에서는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안에서 벌어지는 욕정의 시간을 만끽하는 한 명과, 장난 한 번 쳤다가 병상에 신세질 기간만 더 늘어나게 된 한 명의 이야기를 비추고 있는 카메라 하나는 화면 너머에 있는 은발 경호원에게 모든 걸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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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에 치이다보니 한 편 올리는 것도 일이네. 그래서 평소보다 많은 2만자로 넉넉히 담아왔어.


이번 에피소드는 58편에 나온 공자 이후의 사상가인 맹자를 다뤘어. 교수님께 배우면서 엄청나게 깨져서 그런가, 이번 편은 내용은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것들이라 크게 어려운 내용이 아닐 텐데도 길어진 듯한 느낌이 드네. 중간중간 원전을 뽑아와서 해석하는 부분은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넣었는데, 괜히 가독성만 떨어뜨리는 게 아닐까 걱정되네. 에피소드 진행 방식을 약간 바꿔 설명 부분에 일상 느낌을 추가했는데 어떤지 알려주면 더 좋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다음 편도 일상 에피소드라서 리마토르의 대학원 시절을 언급할 예정이야. 리마토르는 사회철학, 그 중에서도 서양의 롤스의 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왜 분석철학에 대륙철학도 전공 못지 않게 알고 있는지. 영어, 프랑스어, 라틴어, 한문은 왜 공부했는지. 상담심리학까지 공부한 경위는 무엇인지처럼 여태까지 뿌려놓고 상세히 설명되지 않은 이야기를 풀 예정이야.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맙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