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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패러사이듐.

 

 

“어휴 이게 도대체 몇 일째 야근인거야?”

 

“이쪽보고 하품하지마. 임마. 냄새나니깐.”

 

“그럼 집에 좀 보내주시던가요.”

 

“퇴근을 내가 시켜 주냐? 소장이 시켜 주는거지.?”

 

“으아아아! 살려주세요! 여기 연구원이 감금되어 있어요!”

 

“시끄럽고 샘플은 다 됐냐?”

 

“아무래도 탄소량을 좀 더 높여야 할 거 같아요. 미친놈들 무슨 전쟁무기 만드는 것도 아니고 강도 더럽게 신경쓰네..”

 

“몰랐냐?”

 

“에?”

 

“이번에 개발하고 있는 합금 블랙리버에서 만드는 기간테스에 사용될 거라는 거 몰랐냐고?”

 

“어...그게”

 

“됐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근데 선배 우리 연구소가 그래도 명색의 국가기관인데 블랙리버의 주문도 받는겁니까?”

 

“넌 국가에서 주시는 월급의 숫자를 보고도 애국심이 샘솟나보다?”

 

“하긴... 돈 많이 주는 분이 왕이긴 하죠. 아 또 안 맞네...”

 

“잘 안되냐?”

 

“끙... 어디 만화에서 나오는 ”현자의 돌“처럼 합치기만 해도 원하는 강도의 금속이 파바박~ 하고 나오는 그런 물질 어디 없을까요?”

 

“아서라 그런 게 있었다면 우린 진즉에 고향에 내려가 치킨집이나 차리는 신세가 되었을 걸?”

 

“헤헤~ 그렇죠? 에구 오늘도 철야 확정이네요.” 

 

 

.

..

...

 

 

남미원정 중. 철충에게서 노획한 금속의 분석이 끝났다는 닥터의 연락에 사령관은 닥터의 비밀 연구실을 향해 한걸음에 향하였고, 평소라면 연구실에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자랑이라도 하듯 당당하다 못해 우쭐한 표정의 닥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얼굴이 아닌 제법 심각한 얼굴을 한 채, 사령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표정을 보니 결과가 심각한가 보군?”

 

“심각하다면 심각하다고 할 수 있지만 결과 때문은 아냐.”

 

“그래서 결과는?”

 

“첫째! 오빠의 예상대로 이 금속은 PAN파를 차단 할 수 있어.”

 

“정말인가!?”

 

“응! 오빠가 발산하는 PAN파를 기준으로 93.59%의 차단율을 보였고, 코모도의 샘플을 기준으로도 95.92%까지의 차단율이 나왔어. 실제 별의아이를 상대로도 확인해 보아야 하겠지만 이 정도라면 별의아이가 내뿜는 PAN파에 언니들이 기절하거나 하진 않을 거야.”

 


별의아이가 내뿜는 PAN파에 대원들이 기절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앞으로의 대 별의아이에 대한 전략이나 그에 따른 방주의 방어전략 역시 한결 유리쪽으로 작용 될 수 있기에 이것만으로도 남미에서의 한 고생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의 결과였다. 

 


“PAN파 차단에 가장 좋은 방법은 특수모듈로 제작해 언니들의 뇌와 중추에 직접 삽입하는 방법!”

 

“부작용은?”

 

“그건 언니들을 상대로 삽입 해본 후 경과를 지켜봐야해.”

 

“그건 기각 하도록 하지. 대원들은 실험용 쥐가 아니니깐.”

 


별의아이라는 미지의 적에 맞서는 철충에게서 가져온 미지의 금속을 이용한 방법이다. 어떤 부작용과 위험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방

법에 소중한 대원들을 맡기는 짓은 허락 할 수 없는 일이다.

 


“오빠가 그렇게 나올 줄 알고 고글 형태나 서클릿 형태로 제작중이야. 하지만 이쪽은 직접 삽입 하는 것 보단 차단율이 떨어지다 보니 기절까진 아니더라도 별의아이한테 겁 좀 먹게 될거야.” 

 

“그 정도는 적응 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해두어야 겠지. 다른 사항은?”

 

“둘째! 이게 좀 심각한데, 이 금속은 지구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금속이라는 거야.”

 

“자세히 설명해주겠어?”

 

“이 금속은 모든 원소와 혼합되어 혼화합물을 만들 수가 있어. 처음에는 금속류로 실험하다가 나중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비금속류의 샘플을 포함해서 모든 원소의 샘플로 전부 실험해봤어. 그래서 결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거구.”

 

“모든 물질과 섞일 수 있다는 말인가?”

 

“적어도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모두 섞였어. 그리고 섞이는 걸 넘어서 물질의 분자의 결합구조 자체를 바꾸어버렸어.”

 


닥터는 자신에 손에 들고 있던 검은색의 철판을 사령관에게 건네었고, 금속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령관이 한눈에 보기에도 검은색의 철판은 일반 철판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제련도 역시 높아 보이는 금속 이였다.

 


“실험실 구석에 있던 철판으로 실험 해본거야. 색이 검게 변하기는 했지만 탄소강보다 더 단단한 물질로 바뀌어 버렸어.”

 

“그저 철충의 금속과 합쳐진 걸로 이렇게 까지 되어 버렸다는 건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대부분은 원본 물질의 특징이나 특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결과가 나왔어.

 

“내 상식으로도 이건 믿지 못할 결과로군.”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과학자의 자세이긴 한데. 이 경우는 좀 심하긴 해. 마치 열어서는 안 되는 진리의 문을 살짝 열어본 느낌이랄까?”

 


아무리 사령관이 닥터보다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지만, 그 역시 구인류가 남긴 자료등 을 보고 듣은 것이 있기에 다소나마 상식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의 상식으로도 현재의 기술로도 저 검은 철판 정도의 금속을 못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련된 기술과 함께 엄청난 규모의 설비와 함께 많은 양의 자원을 필요로 할 뿐이다.

 

하지만 닥터가 내민 결과물은 단순히 철판과 철충의 금속을 합한 것일 뿐이다. 구인류의 시대에 저런 것이 존재 하였다면, 당장에 모든 연구소나 관련된 기업들은 모두 문을 닫았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있어. 이게 제일 심각한 문제긴 한데..”

 

“철충들 역시 이걸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응. 맞아.”

 


철충에게서 뺏어온 금속이니 당연히 철충들 역시 사용할 것이다. 철충들이 아무런 의미도 없이 기존의 기술를 깡그리 무시하는 물질을 만든 것이 아닐 테니. 

 

철충이 어떻게 이런 금속을 만들고 그 많은 양의 금속을 어디에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미스터리 이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 앞으로 있을 대철충 전략에 있어서 어떤 미지수로 작용될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화기로도 철충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철충들이 이 금속으로 점차 자신들을 강화해 나가거나 혹은 구인류가 남긴 금속이나 물질들을 이용 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화기나 화력으로도 철충들을 상대하기 힘든 상황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 문제만큼은 기밀로는 취급하지 못하겠군.”

 

“전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건 오빠니깐. 그런 의미에서 오빠가 이 금속의 이름을 지어줘.”

 

“네가 짓는 것이 아니고?”

 

“이 금속의 존재를 처음 알아차린 것도 오빠이고, 고생해서 대량으로 가져와준 덕분에 이런 연구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오빠 덕분이니깐. 자격은 충분히 있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발견하거나 처음 발표하는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관행이기에, 닥터의 권유에 사령관은 이 철충의 금속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 잠깐의 고민을 하였다.

 


“철충에게서 가져온 금속이니... 철충.. 철충.. 철에 기생하는 벌레이니... 기생.. 기생하여 변한다라...이 금속의 이름은 ”패러사이듐“이라 부르도록 하지.”

 

“패러사이듐”이라.. 오빠의 네임 센스치고는 좋은데?”

 


이 미지의 금속 역시 철충처럼 합쳐진 순간 다르게 변화하기에, 기계에 붙어 변화하는 철충(IronParasite)처럼 금속의 이름은 “패러사이듐”으로 정하였고, 닥터 역시 나쁘진 않다는 듯 금속에 대한 정보와 함께 “패러사이듐”이라는 이름을 함께 올렸다.

 


“오늘부터 이 금속의 이름은 ”패러사이듐“이야. 축하해 오빠.”

 


닥터의 축하와 함께 패러사이듐(훗날 오르카의 알터리움)이라 명명된 이 금속의 존재는 훗날 바이오로이드의 세력과, 철충의 세력, 그리고 별의아이와의 전쟁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하게 되리라고는 지금으로 써는 알 수가 없었다.

 

 

.

..

...

 

 

별의아이에게서 대원들을 보호 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된 것은 좋은 소식 이였지만, 별의아이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수단 역시 필요하였다.

 

이에 사령관은 “패러사이듐”의 연구에서 나오는 결과물을 이용하여 별의아이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수단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닥터에게 계속 연구해줄 것을 부탁하였다. 

 


“남미의 적을 상대하기에는 전력이 열세이고 남아프리카 쪽은 아직 정보가 부족해. 역시 파티마의 협력을 얻어 호주 쪽으로 먼저 나아가는 수밖에 없는 건가..”

 


닥터의 연구실에서 돌아온 사령관은 불이 꺼진 채, 어두운 자신의 집무실에 홀로 앉아 패널에 표기되어 있는 세계지도의 이곳저곳을 표시하고 지우기를 여러 번 반복하였다. 남극에서 나아가 새로운 대륙으로 향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사령관이 이런 계획을 생각을 하게 된 것에는 몇 가지의 일을 겪으면서였다.

 

처음의 계기는 당연히 파티마와의 대화에서 였다. 그녀의 말만 따라 세상에 남아있는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구인류의 명령이라는 망령에 사로잡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철충에게 도망치지도 못한 채,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그 명령에서 풀어줄수 있는 유일한 인간인 사령관으로서는 그녀들을 하루라도 빨리 해방시켜주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엘븐들의 구조작전 당시. 바다를 건너온 철충에 존재 때문이였다.

 

그 사건은 철충은 바다를 건널 수 없다는 정보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고. 사령관에게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철충이 바다를 건널 수 있다는 것은 남극이 더 이상 철충에게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장에 남미에서 본 철충의 대군 아니 그 절반의 군세가 남극으로 건너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현재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절대로 감당해낼 수가 없다. 

 

물론 별의아이라는 불안요소는 여전히 자리 잡고 있긴 하지만 불확실하게 모습을 드려내는 별의아이보다 눈앞의 확실한 철충의 위험도가 더 높기에 언제까지 손 놓고 한가하게 있을 수도 없다. 

 


“남극에서 대륙으로 진입 할 수 있는 최단루트와 근처의 도시를 확보 거점을 마련하고..”

 


현재 운영에 필요한 전기는 방주의 지하의 있는 판게아 엔진의 의해 계속 생산되고 있고, 무기나 병기에 생산에 필요한 광물의 확보는 기지에서 조금 떨어진 광산들에서 AGS에 의해 채굴되어, 옮겨지고 있고 점점 그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것과 함께 주변의 광산 탐색 역시 하고 있다.

 

하지만 자원과 전기의 생산량을 점점 늘려가는 것과는 다르게 그것들을 가공하여 물자와 병기로 바꾸어줄 생산시설 과 그것들을 운영할 인원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장벽처럼 사령관의 앞을 가로막았다,

 

현재도 계속해서 대원들을 복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복원기계의 수가 한정되어 있기에 대원들의 복원 속도만큼은 늘릴 수가 없었다.

 


“미안! 오빠 그것만큼은 나도 어쩔 수 없어”

 


복원기계를 자체 제작해볼까도 하는 생각에 닥터에게 의논해보았지만 바이오로이드의 복원 장치만큼은 과거 기업들의 특급기밀에 있었던 탓인지, 닥터의 지식에는 물론 온갖 정보가 모두 있는 방주에서도 몇 없는 자료에 포함되어 있어, 이것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없다면 있는 곳을 찾아서 확보를 해야겠지..”

 


과거에 있던 대도시들이 자신들이 보았던 칠레의 산티아고처럼 박살나지만 않았다면 그곳의 있는 인프라와 시설들을 이용할 수가 있다.

 

남극은 남아메리카. 호주, 남아프리카 이 3곳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남아메리카와는 거의 지척이며, 호주와는 어느 대륙보다 가깝다. 그리고 남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 지르거나 돌아갈 것도 없이 바로 상륙이 가능하다. 

 

그리고 각각 과거 호주의 시드니 나 남아공의 케이프타운등 해안가의 위치한 대도시와도 가깝기에 그곳의 철충만 몰아내고 도시를 점령 할 수 있다면 그곳의 인프라 등을 사용 할 수가 있다. 

 

물론 남극의 최대 단점인 고질적인 추운 날씨에 그에 따른 부동항의 확보와 병력과 보급물자를 항구로 보내기 위한 운송수단 역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해결만 가능하다면 남극을 중심으로 남극에서 대륙으로의 빠른 보급과 함께 필요하다면 남극을 통해 각 대륙 간의 연계 역시 가능하다.

 


“중간중간 합류만 시킬 수 있다면 인력난도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겠지.” 

 


남극을 통해 각 대륙으로 나아가 대도시를 거점을 확보. 내부로 진입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철충을 없애가며 대륙 각지에 퍼져있는 바이오로이드의 구출 과 중소 바이오로이드 세력을 흡수, 규합하여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이 계획의 기본 골자이다.

 


“한의 유방이라는 황제는 고립된 파촉에서 힘을 키워서 항우라는 패왕과 천하를 걸고 싸웠고, 촉한의 제갈량이라는 재상 역시 그곳에서 힘을 키워 사마의라는 재상을 상대로 천하를 걸고 싸웠다 하는데 나의 상대는 철충 인건가?”

 


유방과 제갈량 역시 “파촉”이라는 고립된 지형에서 힘을 키워 천하를 노렸고, 실제로 유방은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거머쥐기까지 하였다.

 

그런 의미에선 사령관이 있는 남극 역시 세계에서 사실상 고립된 지역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령관의 처해있는 상황은 유방이나 제갈량에 비하면 좋은 편이라 말할 수도 없다.

 

남극의 가혹한 환경도 이유겠지만 그들이 상대한 적은 인간 이였지만 사령관이 상대해야 하는것은 인간이 아닌 철충이다. 인간과 다르게 어떻게 자신들의 머리로도 예측 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하아..어렵군...”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힘없이 몸을 기대는 사령관의 가슴위로 마치 만근의 추가 눌리는 것처럼 무거워져 왔다. 

 

한 발자국 나아가기 위해 이런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은 곧 철충과의 전면전을 벌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인류와 철충 그 어느 쪽 하나가 사라질 때 까지 계속 되었던 멸망전쟁. 지금 자신은 인간이 패배 후, 꺼져버린 전쟁의 장작에 다시 불을 불이는 것이고, 다시 타오를 전쟁의 불길은 이번에도 어느 한쪽이 불길에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절대로 꺼지지 않고 계속 불타오를 것이다. 

 

거세게 타오를 그 불길 속으로 자신을 사랑해주고 따르는 소중한 대원들은 본인의 의지가 아닌 자신의 명령으로 그 안으로 던져지게 될 것이다.

 

당연히 그 불길에 누군가는 고통스러워 할 것이고, 자신의 명령에 누군가는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사라질 목숨도 그 사라진 목숨에 대한 죄책감은 오롯이 사령관에게 돌아와 그를 괴롭힐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치 여러개의 칼이 자신의 가슴에 박히듯 답답하고 괴로워져 왔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방안으로 누군가가 속삭이 듯 사령관의 귀에 속삭여 왔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이 아냐 인형이야! 인형! 그러니 너의 계획의 장기 말로 얼마든지 사용해도 상관없어!”

 


웃기지 말라는 소리다. 이미 세상에 인간은 자신 말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은 오롯이 바이오로이드의 세상이다. 

 

외눈박이 인간의 세상에서 혼자만 두눈박이인 인간은 괴물 취급을 당하듯, 그녀들이 자신을 받들어주고 보살펴 주지 않았다면 이런 왕 같은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고 분명 길에서 객사했을 것이다. 

 


“인류의 부흥을 팽겨 쳐버릴 셈이야? 너는 아담이야! 신세계의 새로운 인류의 아버지가 될 아담이라고!”

 


인류의 부흥? 잠깐이나마 보아온 인류가 바이오로이드 들에게 행한 일들을 보자면, 인류는 자기의 대에서 끝내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이다. 

 

오로지 인간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그녀들을 전쟁에 한가운데로 밀어 넣을 자격이 과연 자신에게 있는 것일까 사령관은 끝없이 묻고 또 되물었다. 

 

인류의 부흥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최후의 인간으로 바이오로이드를 해방시켜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 그리고 원하지도 않을 전쟁으로 대원들을 밀어 넣을 자격이라는 그 양쪽 사이에 사령관은 자신의 마음을 끝없이 저울질 하였고, 저울은 고요한 바다의 수평선처럼 수평을 이루며 이내 한쪽으로 자신이 올라가기를 강요하였다. 

 

침묵만이 감돌던 방안에서 사령관은 내려놓은 펜을 다시 조용히 쥐고서는 다시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하였다.

 


“먼 훗날 모두가 나를 원망하는 날이 오게 된다 하더라도..”

 


훗날 모든 일이 끝난 뒤 모든 인간을 향한 원망에 열곱절, 백곱절을 더한 만큼의 원망을 그녀들에게 받게 된다 할지라도 자신은 그것을 받아드리리라 아무런 변명도 없이 받아드리리라. 

 

.

..

...

 

 

 

“해야 할 일이 쌓인 빙산만큼이나 많군.”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면 언제나 그렇듯 필요한 것은 계획의 준비이다.

 

철충이라는 미증유의 적을 상대하기 위한 준비이다. 평생을 하게 된다 해도 부족한 것도 허언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인재들을 계속 복원하여 확보하고 그 인재들을 훈련시켜야 한다. 대륙으로 나아가기 위한 각종 병기와 군수물자, 그리고 보급물자를 생산하기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 역시 구축해두어야 한다. 대장들과도 협의하여 세세한 지휘방침과 전술을 세우는 것이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식량의 해결이다.

 

남극의 그 지리적 특성상 다른 것은 몰라도 식량 생산에 관해서는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군의 규모가 작은 시절이야 파티마로부터 식량을 교환 하거나, 해빙기의 때의 쇄빙선을 이용한 소규모 어업으로 식량을 해결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복원이나 외부로부터 합류하여 유입되어 오는 대원들의 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먹는 입 역시 늘어나기 시작하며 식량의 소비역시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점점 소비가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다행히 현재 방주에 저장되어 있는 식량의 여유가 있기에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허나 아무리 커다란 강일지라도 사용하다 보면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내는 것처럼, 군의 규모 역시 계속 커져간다면 언젠가는 분명히 식량은 바닥을 드려낼 것이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물론 다른 대륙으로 진격 후, 그곳에서 탐색 등을 하며 현지에서 조달하는 방법도 있지만, 안정적인 방법은 아니기에 이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하기로 하였다.

 


“사령관이 지시한대로 안드바리에게 자료를 받아와 검토해봤어. 검토해본 결과 현재 이 상태로 군의 규모가 계속 커진다면 1년 뒤에는 참치캔 까지 전부 까먹어 버리게 될 거야.”

 

“파티마씨와 정기적인 무역을 맺은 후. 식량 또한 들여오게 되었습니다만, 현재는 생활용품과 기호품 역시 함께 들여오고 있는 실정이기에 온전히 식량만을 들여 올 경우 대원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습니다.”

 


레오나와 마리가 건내주는 자료를 받아 보자 거기에는 각종 주석과 부연설명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고, 지휘관들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래비. 현재 방주에 남아있는 구역은 얼마나 되지?”

 

“검색중입니다. 검색결과 거주구역과 생활전반에 관련된 구역, 그리고 엘븐들에게 따로 할양되어 정리중인 산림구역을 제외하면 약120㎢(한국기준 김해평야 넓이)가 남아 있습니다. 사령관님.”

 

“꽤 넓군? 정리되지 않은 구역까지 포함된 크기인가?”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아무런 시설물 없이 공간만이 덩그런이 남아있는 구역을 누가 무슨 의도로 지하에 만들어 두었는지 미스터리지만 그것은 후에 므네모시네 에게 물어보리라 생각하고, 지금은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식량으로 사용 할 수 있는 작물의 씨앗은 방주 내에 저장되어 있으니 사용하면 될 테고, 거기에 필요한 토양은 파티마에게 부탁 해야겠군.” 

 

“각하. 혹 군둔 같은 방식을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닌지 여줍고 싶습니다만..”

 

“스틸라인 대원들을 동원할 생각은 없네. 현재 훈련강도도 높은걸로 아는데 거기에 생산작업에 까지 투입된다면 너무 가혹하잖나?”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해서 훈련 쪽에 더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혹 다른 인원을 투입할 생각 역시 없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이 문제는 전문가들에게 맡길 생각이니.”

 

“전문가라 하시면..아!”

 


전문가라는 말에 잠깐 생각을 하던 마리는 어느 한 바이오로이드 부대가 생각이 난 것인지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구인류시대. 개인부터 시작하여 모든 산업전반에 영향을 미치던 바이오로이드의 영향력을 농업이라고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페어리 시리즈”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장식한다.”라는 모토 아래 삼안에서 만들어진 농업용 바이오로이드인 그녀들은 인간이 하지 못하는 기후와 기상을 조절하는 능력과 함께 농작물의 관리, 병해충의 구제 그리고 압도적인 수확능력까지 선보이며 인류역사의 근간이라고 불리던 농업에서 인간들을 기어이 축출하며 자리를 차지하였고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건물의 시설관리와 정원의 관리능력까지 보이며 그 영역을 뻗었다.

 


“그렇지 않아도 다프네에게 미안했는데 이 소식을 들으면 기뻐하겠군.”

 


발할라나 컴패니언 못지않게 자매애가 강한 페어리 시리즈인지라, 대원들의 의료 지원을 위해 우선 복원한 다프네는 언제나 자매들과 함께 다니는 그녀들을 가끔씩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고, 사령관 역시 부러워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다프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르망과 콘스탄챠의 복원 진행사항은?”

 

“두 사람 모두 오늘 안으로 복원이 완료됩니다. 정보까지 입력받는다면 저녁쯤에는 각하께 인사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의 복원이 끝나는 대로 레아와 티타니아의 복원을 시작하도록, 그리고 다른 대원들의 복원이 끝나면 시저스 리제, 드리아드, 아쿠아의 우선 복원하도록.”

 

“각하 송구하지만 티타니아 프로스트의 복원은 다시 재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반대를 표하며 나서는 마리를 향해 사령관은 설명을 해달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시겠지만 티타이나의 정신은 불안정하고 위험합니다. 각하께 대놓고 해를 끼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지만 만에 하나라도 폭주하여 각하께 해를 끼치기라도 한다면..“

 


말끝을 흐리는 마리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였다. 만에 하나 마리의 걱정처럼 불안정한 상태의 티타니아가 폭주라도 하여 사령관에게 위해를 가해온다면 최악에는 그녀를 처분해야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마리로써는 사령관의 안전과 정신을 위해서도 그런 비극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티타니아의 복원을 재고를 요청 한 것 이였다. 

 


“귀관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이해했네. 하지만 그럼에도 티타니아는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지금 생각하고 있는 계획의 모든 준비가 끝난다면, 다음 원정지는 호주와 뉴질랜드로 향할 생각이네. 지난번처럼 탐색만으로 끝낼 것이 아닌 지역 확보와 함께 내륙으로 들어가기 위한 교두보 역시 마련할 생각이고. 지역 확보 와 생산문제 등을 고려하자면 레아와 함께 티타니아 그녀의 힘이 역시 필요하네.” 

 

“하지만...”

 

“그녀의 불안정한 성격이 인간에 의해 그렇게 된 것 이라면 그 또한 인간인 내가 감당해야할 문제. 만약 귀관의 우려대로 그녀가 폭주하여 만약에라도 내가 다치게 된다면 그 또한 인간인 나의 업이겠지.”

 

“각하...”

 

“넓게 보면 식물에 관련된 것이니 엘븐들 과도 잘 맞을 거라고 생각되니 그녀들과 협업하는 것은 페어리가 복원 된 후 다시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자고. 음.. 생산된 식량의 가공을 위한 플랜트는 포츈과 애기 해봐야하나? 역시 인재가 부족하군. 자! 그럼 회의는 이정도로 끝내기로 하고...”

 


방금까지 진중한 표정에서 갑자기 심기가 불편한 듯 언짢은 표정으로 바뀐 사령관의 표정에 지휘관들과 대원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듯 불편한 공기와 함께 가시방석에 앉은 듯 사령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하였다.

 


“사령관은 귀관들에게 많이 실망했다.”

 

“사령관..저기 그게..”

 

“지켜 봐주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뒤로 내기까지 벌이고 있으리 라고는 생각을 못했군. 나와 니그호드는 나름 서로의 자존심을 걸고 싸운 건데 말이지.”

 


니그호드와의 결투이후. 결투의 결과로 내기가 벌어지고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익명의 제보가 사령관의 앞으로 도착하였고, 사실을 알게 된 사령관은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대신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은 드러내었다.

 


“미안해.. 사령관”

 

“부하들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각하”

 

“지휘관으로써 면목 없군..”

 


내기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레오나, 아스널과 함께 비록 내기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가장 많은수가 내기에 참여한 스틸라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명목으로 마리까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마치 믿었던 여자에게 배신당한 남자처럼 사령관의 불편한 기색을 좀처럼 풀지를 않았다. 

 

부대 내. 암암리에 내기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사령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규모나 액수도 크지 않기도 하고 간단한 내기정도는 여가시설이 부족한 남극의 무료한 생활에 약간의 즐거움이 될 수 있기에 일부러 눈감아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판도 판이거니와 무엇보다 결투내용이 승패에 따라서는 니그호드의 목숨 이 좌지우지 할 정도로 무거웠기에 이번만큼은 넘어가지 않았다. 

 

이에 사령관은 직접 컴패니언을 대동하여 부대 전체를 감사하기에 이르렀고, 내기에 참여한 모든 대원들의 명단을 확보. 내기에 사용된 모든 참치캔의 몰수와 함께 참여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대원에게는 감봉 3개월 이라는 조치가 내려졌다. 

 


“판을 벌인 대원들과 참가한 대원들의 명단은 그냥 묻어 두도록 하지. 징계 역시 초범임을 감안하여 감봉 정도로 끝낼 것이고, 소소한 내기까지 막을 생각도 없다. 다만 중대한 사항으로 판을 벌리는 것은 금지한다. 만약 이를 어긴다면 눈밭을 구르는 걸로는 안 끝날 테니 그리 알도록.”

 


이번 한번은 넘어가겠지만 다음에는 엄벌을 내릴 거라는 사령관의 경고와 함께 사령관 회의실밖으로 나가자 남아있던 지휘관 과 대원들은 그 분위기 자체로 징계를 받은 듯 우울해 하였고, 익명의 제보자를 찾을 엄두 역시 내지 못하였다. 

 

행여라도 그런 짓 을 벌였다간 정말로 사령관의 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익명의 제보자의 정체는 감봉당한 대원들의 절망과 함께 저 넘어 사라져 버렸다. 

 

다만 몰수된 참치캔은 모두가 안드바리가 관리하는 물자창고로 환수되었기에 창고에 들어찬 참치캔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안드바리의 입가에는 모처럼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물론 그 순수한 웃음 안으로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약간의 사악한 미소 역시 지어져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사람은 없었다.

 

 

.

..

... 

 

 

“하아악!!”

 


도도 하다가도 까칠한 고양이처럼 하악질 까지 해대며 자신의 주인을 향하여 단분자 클로를 휘두르는 페로의 공격을 주인인 사령관이 연습용으로 만들어진 환도로 모두 막아내었고, 이내 페로가 휘두르는 클로의 궤도를 읽어 내었는지, 한손을 뻗어 비어있는 페로의 허리를 감고서는 그대로 자신 품 쪽으로 끌어당겼다.

 


“냥?!”

 


졸지에 사령관에 품안에 그대로 폭하고 안겨져 버린 페로의 코로 사령관의 체취가 들어오자 마치 개다래 나무의 향을 맡은 고양이처럼 그대로 공격할 생각도 잊은 채, 사령관의 체취를 취한 듯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한결 더 빨라졌구나?”

 

“에? 에?! 아앗?! 죄송합니다! 주인님!”

 


한창 사령관의 체취에 취한 듯, 심취해있던 페로는 사령관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품에서 벗어나려고 바둥 거렸지만 페로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사령관의 팔은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더욱 힘을 주어 페로의 몸을 자신의 쪽으로 더욱 밀착시켰다.

 


“이대로 벗어나면 조금 섭섭한데?”

 

“주인님 하으으~!”

 


부끄러운지 주인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고양이처럼 버둥거리던 페로는 기어이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얼굴이 새빨개진 채, 사령관의 품속에서 녹아버린 고양이처럼 얌전해졌다.

 

사령관의 경호부대인 컴패니언이 경호대상인 사령관과 모의전을 가지는 것은 어느덧 하루의 일과처럼 자리 잡았다.

 

본래 컴패니언의 경호훈련 매뉴얼은 따로 존재한다. 

 

보통은 요인을 보호하면서 위험이 될 만한 것을 제거하는 것이 본래의 방식 이지만 사령관의 경우는 그녀들의 뒤에서 보호받기 보다는 직접 전장에 나서서 싸우는 타입인데다, 자신의 주인의 무력은 하치코와 스노우 페더가 합류하였음에도 여전히 컴패니언을 뛰어넘었다. 

 

이에 사령관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호대장인 리리스는 한가지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기존의 요인을 보호하며 위험을 제거하는 좁은 방식에서 자신들이 사령관의 움직임에 맞추어 공격을 지원하는 친위대의 형태를 취하기로 결정하였고, 사령관의 허가와 함께 움직임을 맞추기 위한 모의전 역시 건의하였다. 

 


“컴패니언의 전투력이 향상 될 수 있다면야 환영이지.”

 


리리스의 건의안을 허락한 사령관은 그날 이후 개인시간을 쪼개어 컴패니언 대원들과 모의전을 매일 가지게 되었고, 처음에는 아무리 모의전 이라지만 자신의 주인을 공격해야 한다는 사실에 컴패니언들 역시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동기가 조금 필요하려나? 공격이 내 몸에 닿는다면 무엇이든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마”

 

“주인님께서 머리를 빗겨주셨음 합니다.

 

“정말요?! 그럼 이번에 새로 만든 민트고수 미트파이를 시식해 주세요~! 주인님께 먼저 맛보여 드릴려 했는데 다른분들이 말려서 안되었어요.”

 

“저기 혹.. 동침소원도 되나요?”

 


도도하게 말하는 페로와 무언가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먹어달라는 하치코의 요구를 뒤로 수줍게 물어보는 스노우 페더의 질문에“우리 순수한 페더가 저런 질문을..”의 표정을 지으며 허탈한 듯 사령관의 입에서 헛바람이 나왔고, 약속은 약속이기에 페더의 요구 역시 허락을 하였다. 

 

자신의 주인의 허락이 떨어지자, 컴패니언은 언제 주저하는 모습은 사라졌는지 각자가 그야말로 한 마리의 야수로 변하였다.

 

페로는 고양이에서 한 마리의 호랑이처럼 자신의 손에 낀 클로를 휘두르며 사령관의 사각에서 부터 공격해왔고, 하치코는 개 특성을 가진 것이 무색하게 마치 자신이 곰이라도 된 양 커다란 방패를 앞세우며 사령관을 압박해왔다. 올빼미 유전자를 가진 스노우 페더는 유일하게 날 수 있는 만큼 마치 한 마리의 독수리처럼 공중에서 사령관의 빈틈을 노려왔다.

 

평범한 동물도 사람이 상대하기 힘들진 데, 크기도 사람만 한데다 무기까지 들고 덤벼드는 컴패니언의 공격에 가벼운 마음으로 대하던 사령관도 어느 사이 실전의 느낌으로 그녀들을 상대해 주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도 모의전이 끝날 때 까지 컴패니언들은 자신의 주인에게 한 번의 공격도 적중 시키지 못하였고, 사령관은 사령관대로 사람만한 반려동물과 격하게 놀아준 듯, 모두가 땀투성이가 되었다. 

 

그리고 사령관의 곁으로 곧 리리스가 다가와 사령관에게 차가운 수건을 내밀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주인님.”

 

“너희들의 실력이 나날이 좋아 지는거 같아 기쁘구나.”

 

“주인님께서 귀한 시간을 내어 도와주신 덕분이랍니다.”

 

“나보다는 너희들의 능력이 뛰어난 것이니 겸손해하지 않아도 된단다.”

 


사령관의 칭찬에 리리스는 꽃 같은 미소로 화답하였고, 이네 머뭇거리다 결심을 한 듯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저기..주인님 괜찮으시다면 오늘밤 저희 방에 방문하여 주시면 안될까요?”

 

“너희들 방이라면 컴패니언 숙소을 말하는건가?”

 

“네...”

 

“상관은 없지만 무슨 일이지?”

 

“주인님께서 동생들을 위로해 주셨으면 해서요.”

 


경호업무와 모의전 훈련까지 지쳐있는 자신들의 동생들을 위하여 자신의 주인이 몸소 숙소에 방문하여 준다면 자신의 동생들 역시 기뻐할게 분명하였기에, 자매들을 위한 맏언니의 책임감으로 리리스는 용기을 내어 사령관에게 건의하였다. 

 


“하긴 격려도 필요 한거니깐.”

 


마치 사령관이 허락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리리스의 바램을 방해라도 하듯 조금 떨어진 곳에 놓아둔 사령관의 패널로 삐빅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사령관님.”

 

“무슨일이지? 래비?”

 

“전언이 도착했습니다. 발신인은 에바입니다.”

 

“거절한다고 전해.”

 

“삐빅. 뵙고싶다는 전언이 다시 도착하였습니다.”

 

“안본다고 전해.”

 

“철충의 관한 정보가 필요하지 않다면 거절하셔도 좋다고 덧붙여왔습니다”

 

“...”

 


잠시 침묵을 지키는 사령관이 걱정되었는지 표정을 잠깐 살피던 리리스는 화가 난 사령관의 표정을 보고서는 자신도 모르게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 버리고 말았다.

 

단 한 줄의 정보는 때로는 천금에 가치를 지니기도, 수천의 목숨을 죽이는 무기가 되기도, 수천의 목숨을 지켜주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

 

에바가 미끼로 내거는 철충의 정보가 그러하다. 에바가 얼마나 많은 철충의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수 없지만, 정보가 정확하기만 하다면 철충을 조사하기 위한 위험을 줄일 수 있고 향후 있을 철충과의 교전에서도 빠르게 대응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대응을 한다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쓸데없는 위험과 희생을 줄 일수도 있다. 

 

정보를 가지고 있는 가. 가지고 있지 않은가의 차이는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 역시 사령관은 잘 알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할 때는 그런 정보가 더욱 더 절실하다.

 


“망할 년..”

 


사령관이 화를 내는 것도 이런 에바의 방식 때문이다. 

 

사령관이 에바를 멀리하려고 해도 그녀는 언제나 자신이 거부할 수 없는 미끼, 특히 대원들의 안전등의 관련된 것을 미끼로 내세우며 자신의 마음속으로 파고 들려한다.

 

사령관으로써는 화가 나지만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다. 자신만 자존심을 굽히면 대원들이 흘릴 피를 조금이라도 줄 일수 있다. 그저 참으면 된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

 

에바가 사령관의 발에 묶어놓은 얼어붙은 사슬은 여전히 차갑게 사령관의 발에 묶고 있었다. 

 

 

.

..

...

 

 

사령관은 다음에 방문한다는 대답으로 리리스의 아쉬움을 달래주었고, 아쉬워하는 리리스의 얼굴을 뒤로 한 채, 에바가 기다리고 있는 가상현실로 향하였다. 

 

사령관이 가상현실에 도착하자 그의 눈앞에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카페처럼 꾸며진 공간에 앉아 잔에 담긴 차를 보란 듯 마시고 있는 에바의 모습이였다.

 


“주위에 미녀들에게 둘려 쌓여있다고, 이제는 나 같은 여자는 금세 잊어버린 건가요?”

 

“....”

 


용건도 들어보지 않고 거절한 것에 대해 빈정대는 에바의 말투에 사령관은 말없이 다가와 에바의 반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고, 그런 사령관의 앞으로 에바는 조용히 찻잔을 내밀었다.

 


“커피 좋아하죠? 드세요. 가상현실이라 그저 기분만 내는 거지만요.”

 

“이번에는 무슨 용건이지?”

 

“절 싫어하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네 바이오로이드들처럼 부드럽게 바라봐 주지 않겠어요?”

 

“내가 그래야 하는 이유는?”

 

“비즈니스 파트너? 협력관계? 어째든 나름 깊은 관계잖아요? 당신은 아닌가 보죠?”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다면 본론부터 말해주면 좋겠는데?”

 

“여전히 성미가 급하군요. 뭐 좋아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에바의 사령관에게 부탁하려는 것은 간단하였다. 현재 자신이 사용중인 중앙서버와 함께 각 메모리 스팟이 철충에 의해 해킹당하는 중이며, 사령관이 이 철충들을 제거해 주었으면 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뜬끔없이 해킹을 막아달라는 말에 사령관은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쪽은 자신보다는 닥터나 다른이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소를 잘못 찾아 온 거 아닌가? 난 컴퓨터에 대해서는 그렇게 잘 알지 못해”

 

“일반적인 해킹이라면 저도 당신에게 부탁 하지 않아요. 다만 상황이 특수해서 그래요.” 

 

“쉽게 말해주면 좋겠는데?”

 

“자세한건 기밀이라 말은 못하지만 다만 해결 방법은 간단해요. 당신이 그곳으로 실체화 되어 들어가면 서버와 메모리를 공격중인 철충은 마치 몬스터처럼 가상공간 내에 실체화 되어 있을 거에요. 당신의 일은 그 실체화되어 있는 적을 없애 주기만 하면 되는 거에요. 일종의 게임같다고 생각하면 되요.”

 

“적의 수는?”

 

“각 메모리와 중앙 서버등 해서 모두 합하면 586개체 정도에요. 우리 박사님이 당신이 일하기 편하도록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으니 당신은 그곳으로 들어가 철충을 없애기만 하면 되는거에요. 쉽죠?”

 

“언제까지 해주면 되는 거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하지만 지금부터 18시간 내에는 해결해 주면 좋겠어요. 그 이상은 우리 박사님도 버티기 힘들거든요. 아! 필요하다면 당신네 바이오로이드들을 데리고 가도 좋아요. 원한다면 가상현실 접속장치의 설계도는 내어드리죠.”

 

“내가 만약 거절한다면?”

 

“상관없어요. 당신이 원하는 철충에 대한 정보는 그곳에 저장 되어 있어요. 당신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우리도 심각한 피해를 입겠지만 당신이 원하는 철충의 정보 역시 날아가는 거에요.” 


“쳇..”

 

“어떡하실 건가요?”

 


웃으며 채근하는 에바의 권유에 사령관은 자신 앞에 놓여 져 있는 커피를 단숨에 들이키고서는 “쾅”하는 소리와 함께 찻잔을 부서질 듯 내려놓았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도록..”

 


에바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는 듯, 에바의 제안을 받아들인 사령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가상현실에서 로그아웃 하였고, 사령관이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에바는 속에서 참고 있던 숨을 내쉬었다.

 


“하아~ 갈수록 다루기가 힘드네요.”

 

“하지만 그런 것 치곤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였네요?”

 

"자신을 따르는 이들의 안전 때문에 참고 있는 거겠죠. 망나니 같은 인간이 아닌 게 다행일 정도로요. 당신도 봤잖아요? 저 남자가 가진 힘을?”

 

"솔직히 저도 그건 놀랬어요. 설마 인간이 타이런트 크기의 AGS와 화기도 없이 맞서 싸워 이길 거라곤 상상도 못했거든요.“

 

“어떤 의미에서 궁극의 강화인간인 셈이죠. 하지만 그렇기에 그는 계속해서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이에요. 그건 그렇고 준비는 다 되었나요?”

 

“네 준비는 다 해두었어요.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역시 마주치지 않고 끝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

..

...

 

에바가 보내온 가상현실 접속장치의 설계도는 곧장 포츈에게 넘겨져 제작을 의뢰하였고, 지휘관들에게는 에바의 제안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여전히 자기 마음대로네 그 여자는...”

 

“각하 지금이라도 거절 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각하께서 직접 위험한 곳으로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 역시 마리대장과 같은 생각이다. 아무리 정보가 중요하여도 사령관에 안위에는 비할 바는 못하지.”

 


이미 에바의 제안을 받아드리기는 하였지만, 지휘관의 의견을 들으며 다시 생각을 정리하려던 그때. 작게 “콩콩” 두드리는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었고, 열린 문으로 모습을 드려낸 것은 붉은 수의를 입은 소녀와 그 옆에 안경을 쓴 메이드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폐하. 아르망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주인님. 콘스탄챠S2 입니다”

 


수의의 치맛자락을 살짝 들며 우아하게 인사를 하는 아르망과 기품있게 90도로 인사를 하는 콘스탄챠에 사령관 역시 그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향해 작게 목례를 하였다.

 


“사령관 카인이라고 한다. 앞으로 잘 부탁 하도록 하지.”

 


자신이 모셔야할 인간님이 도리어 자신들을 향해 고개까지 숙이며 환영해주는 모습에 아르망은 두 눈동자는 잠깐 이지만 흔들렸고, 콘스탄챠 역시 잠시 당황 하였지만 새로운 주인과의 첫 만남부터 허둥대는 모습을 보일 수 없기에 이네 평정심을 되찾았다.

 


“과하신 환영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콘스탄챠는 메이드 업무가 특기이니 바닐라와 함께 나의 생활을 보조해주면 될 것이고, 아르망은 데이터를 기반 한 예측이 특기라고 했었나?”

 

“네. 부끄럽지만 충분한 데이터와 근거만 주어진다면 약간이지만 결과를 예측 할 수 있습니다.”

 

“적응될 시간도 없이 미안하지만 이 경우의 대한 의견을 말해 줄 수 있을까?”

 


사령관은 아르망에게 에바의 제안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고 잠깐의 생각을 정리한 듯 아르망은 입을 열었다,

 


“폐하의 판단도 대장들의 판단도 틀린 것은 없습니다. 크게 보자면 철충의 대한 정보도 중요하지만 저희들로써는 폐하의 안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아르망 너의 개인의 생각은?”

 

“판단은 언제나 폐하께서 하시는 것이옵니다. 저는 그저 폐하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위해 최선을 다해 보좌할 뿐입니다.”

 

“멋지군.”

 


아르망의 대답이 마음에 든 듯, 사령관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철충의 대한 정보를 받기위해 에바의 제안을 받아드리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사령관 미안해. 누나가 실력이 모자라 많이 만들지 못했거든.”

 

“니그호드의 수리로도 힘들 텐데 무리를 시켜서 미안하군.”

 


포츈에게 가상현실 접속장치의 설계도를 넘기고 8시간 후, 그녀의 노력으로 사령관의 것을 제외한 4기의 가상현실 접속장치가 제작되었고, 사령관은 장치의 숫자를 고려하여 자신과 함께 갈 부대로 컴패니언을 선택. 곧 사령관과 컴패니언은 가상현실로 향하였다.

 


“히잉~ 주인님~ 어지러워요~”

 

“우욱~ 헤어볼을 토하면 이런 기분일거 같네요.”

 

“날개가 빠질 것 같은 기분이..우욱!”

 


바이오로이드 라고 예외는 없다는 듯, 가상현실에 처음 접속한 컴패니언들은 역시나 어지러움과 구토감에 괴로워 하였고, 배를 만져주거나 등을 만져주는 사령관의 손길에 천천히 진정되어 가며 가상공간에 적응하였다. 

 

그리고 컴패니언들이 가상현실에 적응 할 때 즘. 멀리 일행의 곁으로 한 대의 드론이 날아왔다.

 


“어서 와요. 사령관 그리고 사령관의 애완동물 여러분~”

 


아직 후유증에 힘들어하고 있는 소중한 컴패니언을 애완동물이라 부르는 에바의 말에 거슬린 듯 한마디 하려는 사령관의 앞으로 사령관 보다 먼저 에바를 향해 발끈하는 이가 있었다. 

 


“흥! 당신인가요?! 우리 주인님을 괴롭힌다는 개 같은 년이?”

 

“뭐..뭐라..개같은?!..당신! 방금 뭐라고 했나요?!”

 

“닥쳐요! 레오나 대장에게 전부 들었어요! 당신! 우리 착하신 주인님의 심기를 매번 건들이고 있다죠? 주인님께서는 마음이 바다보다 넓으신 분이라 당신의 무례에 아무 말 안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달라요! 미리 경고 해두겠는데 주인님의 심기를 거슬리게 할 생각일랑 아예 하지 않는 게 당신의 신상에 좋을 거에요! 알겠어요?!”

 


드론을 향해 손가락질 과 함께 일갈을 날리는 리리스의 모습이 신선한지 그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던 사령관은 무엇이 웃긴지 이내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크득”거리기 시작 하였고, 그 모습이 눈에 띄었는지 화를 참는 듯 한 에바의 목소리가 드론에서 흘러나왔다.

 


“부하의 예절교육이 엉망이군요. 사령관..”

 


화를 참고 있긴 하지만 부글거리는 소리가 드론 넘어 들려오는 듯 하자, 사령관이 웃으며 마치 에바에게 보란 듯, 리리스의 등 뒤에서 그녀를 사랑스럽게 껴안아 주었다.

 


“화끈하지? 우리 자랑스러운 경호대장이다.”

 

“사령관!!!”

 

“시끄러우니 그만하고 안내나 하도록. 지금 이렇게 여유를 부릴 틈이 없을 텐데?”

 

“하아.. 좋아요. 이번에는 제가 참도록 하죠. 하지만 당신네 경호대장의 무례는 기억 해두도록 하겠어요.” 

 


이후 에바는 사령관 일행을 안내하며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였다. 

 


“현재 철충은 5곳의 메모리 스팟과 중앙서버를 분산하여 공격중이에요.”

 

“그럼 중요한 중앙서버 쪽을 먼저 해결하면 되는건가?”

 

“그렇게 해주면 좋겠지만 중앙서버를 공격하고 있는 철충의 수가 가장 많아요. 그리고 전체를 관장하는 곳인 만큼 그곳의 철충을 공격하는 순간. 메모리 스팟을 공격중인 철충들이 이변을 알아차리고 전부 몰려 들거에요.”

 

“메모리쪽의 철충을 각개격파후 나아가야 한다는 거군.” 

 


한참을 이동 후 드론은 일행을 작은 문앞으로 안내하였고, 잠시후 문은 천천히 열리자 안은 마치 장막으로 가려진 듯 검은 안개에 쌓여 있었다.

 


“메모리 스팟 중 한곳이에요. 이곳에서 부터 작업을 시작하도록 하죠,”

 


드론이 문안으로 들어가자 일행 역시 드론의 뒤를 조심히 따랐고, 잠시 후. 장막 뒤의 빛무리를 넘어 도착한곳에는 메모리로 보이는 기둥과 함께 그 아래로 마치 바이오로이드의 형상을 한 붉은빛의 무리가 기둥을 공격 하고 있었다.

 


“이곳은?”

 

“쿵!”

 


갑작스레 일행의 뒤로 문이 닫히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뒤를 돌아보자 문은 어느 사이에 사라져 버렸고, 에바의 드론 역시 문과 함께 사라진 채, 에바의 목소리만 허공에서 들려왔다.

 


“호호~ 이곳의 철충을 모두 없애면 다음 스팟으로 향하는 문이 열어 드리도록 하죠~ 그럼 죽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하도록 하세요~! 사령관 그리고 망할 애완동물 여러분~”

 


마치 조금 전 리리스에게 한방 먹은 일을 복수하기라도 하려는 듯, 문이 닫히는 소리에 붉은 빛 무리는 공격을 멈추고 시선을 일제히 사령관과 컴패니언 쪽으로 향하였다. 

 


“쪼잔하기는..”

 


설마하니 퇴로를 끊어버릴 줄은 몰랐기에 에바의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음을 느끼면서 정신을 다 잡았고, 컴패니언에게 전투준비 지시를 내렸다.

 


“하치코와 리리스는 선두에서 페로와 페더는 후미에서 나의 움직임에 맞추도록.”

 

“네!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

 

“무슨 일이니? 하치코?”

 

“문이 사라져 버렸어요! 드론이 없앤 거에요?”

 

“리리스에게 한소리 들었다고 삐져서 없애버렸나 보구나.”

 

“쫌생이네요.”

 

“하하!”

 

컴패니언을 애완동물이라고 말한 에바의 말에 발끈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론 정말로 애완동물이 있다면 이렇게 보고만 있어서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것 이 아닐까? 라는 소감을 마음속에 던지며, 하치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사령관은 손을 옮겨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염라도를 천천히 뽑아들었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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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젤이시여! 엉덩이 흔들리는 게임에 빠진 이 미련한 죄인을 용서하여 주소서! 역시 잘 흔들리는 우리 라오가 최고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 시간내어 읽어주시는 라붕이들에게 감사의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