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밝고 씩씩한 브라우니답지 못한 다소 가라앉은 침울한 표정과 어조. 명백히 무언가 고민이 있음이 틀림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읏.."


그저 바라만 보았음에도 가볍게 신음을 뱉으며 시선을 피하는 것으로 보아선 보통 사고를 친 것이 아닌 모양이다.


"설마... 또 사고 쳤어? 내가 커버해주지 못할 정도의 규모인가... 곤란한데."

"아님다! 각하께서는 절 어떻게 보는건지 모르겠슴다! 이번엔 저도 공을 많이 세웠지 말임다!"


간신히 평소의 브라우니처럼 씩씩하게 반응하는 돌아온 그녀를 향해 하하 웃어주며 슬쩍 무슨 일인가 찔러보니 드디어 본론을 꺼내기 시작하는 그녀.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슴다."

"의문?"

"그게.. 왜 각하께서 저 같은 말단을 선택해 주셨는가 하는 의문 말임다."


고민 따위는 전혀 없을 것 같은 브라우니답지 못한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고민에 잠시 턱을 쓸어 만지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녀가 말하는 선택이란 서약의 반지를 준 것을 의미할 것이다. 지금도 그녀는 반지를 어루만지며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고, 어깨는 축 처져 있었으니까.


솔직한 심정으로는 좋아하기 때문에 반지를 준 것일 뿐이다. 그녀의 태생이 어떠하든, 그녀의 계급이 어떠하든, 내게 그녀는 소중한 사람일 뿐이니까. 물론 그녀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엄연히 그녀에게 반지를 준 대상이 최후의 인간이며, 오르카호의 사령관이니 충분히 그녀가 느끼는 압박감과 고민을 이해할 수 있었다.


"브라우니, 네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 고민도 이해가 되기는 해."

"각하..."


더욱 작게 오물거리듯 귓가에 전달되는 브라우니의 음성을 들으며 업무를 완전히 내려놓고 그녀의 곁으로 가 착석해 어깨를 잡아 당겨 안아주었다. 한 팔로 쏙 들어오는 가녀린 체구와, 지금처럼 평소의 씩씩한 모습과는 대비되는 연약한 모습까지.


난 그녀의 모든 부분들을 사랑했기에 그녀를 선택했다.


"하지만 난 브라우니를 좋아하니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는 딱히 큰 이유가 없거든. 상대방의 계급, 태생, 소속 상관없이 '아, 저 사람이다. 저 사람이라면 괜찮다.' 그런 감정이 드는 법이야."

"으... 마, 막상 각하께 직접 좋아한다고 하시니 부끄럽지 말임다... 헤헤..."


품에 안겨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브라우니의 표정이 풀어졌다. 순수한 그녀의 미소와 순수한 그녀의 마음이 자연스레 느껴져 다시금 그녀에게 반한 계기를 깨닫게 됐다.


"혹시 브라우니는 나를 사령관이라서 좋아한 걸까~?"

"그럴 리 없지 말임다! 전 바보에 멍청하지만, 각하를 사랑하는 것은 진심임다!"

"하핫! 미안, 농담이었어."

"아무리 농담이라도 방금 그건 심하셨지 말임다."


팽 고개를 돌리며 토라졌다는 듯 볼을 부풀리는 브라우니를 위해 그녀의 볼에 살며시 입을 맞춰주었다. 그러자 그녀 역시 바로 고개를 돌려 이번엔 그녀로부터 짧은 입맞춤을 시작했다. 작은 아기새가 모이를 쪼아먹는 것 같은 쪽- 소리가 나는 입맞춤, 그러나 그런 입맞춤에도 그녀의 진심이 묻어나왔다.


"저를 선택해 주셔서 언제나 감사하고 있슴다.. 사랑함다."

"사랑을 표현하는 더 쉽고 빠른 방법이 있지."


그저 애태우는 것 같은 짧막한 입맞춤이 아닌, 깊고 진한 방식으로 전하는 사랑의 방법.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그녀의 전투복 사이로 손을 집어 넣으며 부드럽게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손짓에 이끌리듯 브라우니의 작은 입에서 뜨거운 숨결과 야릇한 신음이 서서히 내뱉어지고 있었다.


"으읏~ 하아..."

"그럼 같이 퇴근할까?"

"후으... 각하께선, 이걸 정말 좋아하지 말임다..." 


정욕에 이끌리듯 흔들리기 시작하는 눈동자와 어렴풋이 느껴지는 그녀의 단내 섞인 살내음. 그것에 이끌리듯 그녀를 안아 올리며 방 밖으로 나서자, 브라우니가 작게 투정을 했지만 그녀 역시 앞으로의 상황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브라우니는 싫어?"

"저 말입니까? 음... 저는 이것도 좋아하지만..."


그녀의 언제나 총이 들려 있었던 가녀린 손가락이 내 하반신에 볼록 솟아난 고간을 쓰다듬었다.


"그냥 각하의 모든 것을 사랑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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