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오리진의 세계로 전생한지 어느덧 반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이곳에서의 삶에 익숙해진 나는 주변 건물에 비해 피해가 들한 건물을 아지트 삼아 그곳에서 생활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날때마다 낚시를 하는가 하면,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아자즈의 능력을 투영해서 고철들로 아날로그 오락기를 만들며 시간을 보내기도했다.

또한, 철충들을 상대하기위한 훈련도 빼먹지 않고 하다보니 군생활때 잠깐 봤었던 근육이 다시 몸에 붙었다.

역설적이지만, 이 멸망한 세계에서 나는 내 인생에서 제일 잘먹고 잘살고있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고있던 그때였다.

"뭐지?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마치 바퀴가 달린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오는 소리에 나는 금방이라도 싸울 태새를 취하면서 문을 바라보고있었고.

-쾅!!-

이윽고 문 옆의 벽이 무언가에 의해 부셔졌다.

"콜록, 콜록!"

벽이 무너져 내린 곳에선 뿌연 연기가 피어올라왔고, 어느정도 연기가 가라앉았을때 나는 내 벽을 부순 자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아 젠장! 이번에야말로 이길 수 있었는데!!"

"정말 아깝게됬어 하이에나."

"시끄러워 샐러맨더!! 애초에 네가 중간에 방해만 안했어도 내가 이긴거나 다름 없었다고!!"

"글쎄 무슨 뜻일려나?"

"너, 정말!!"

"둘 다 시끄러워. 그나저나 신호가 여기쯤에서 잡혔는데... 아 찾았다. 대장, 찾았어요!!"

대장? 아니 그것보다 저 다리에 장착한 기동력에만 몰빵한듯한 저 장비.. 설마?!

"그렇게 호들갑 떨지 않아도 잘 들리니 걱정하지마라 카멜. 오르카 들리는가? 여기는 호드의 칸 대장이다."

아니야 그럴리 없어 그러지마 제발!!

"목표였던 두번째 인간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나의 이세계에서의 슬로우라이프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호드 대원들의 방문을 기점으로 끝을 고했다.

※※※

여기는 바다 깊은 곳에 잠수중인 오르카호 내부에 있는 상담실.

말이 상담실이지 사실상 사령관 면담실이나 다름없는 이곳에 두 명의 남자가 서로를 마주보며 앉아있었다.

"우선 서로 자기소개부터, 반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이 오르카를 이끌고있는 사령관입니다."

먼저 입을 열은건 오르카호의 선장이자 저항군 최고명령권자인 사령관.

사령관은 그 나름대로 이 딱딱한 분위기를 풀고자 건낸 인사였지만 그의 직책이 맞은편에 앉아있는 남자를 얼게 만들었다.

"유 진 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남자는 사령관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소개했지만 그것뿐, 또 다시 긴 침묵만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있었다.

이래선 안된다고 생각한 사령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와서 말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말 없이 여기까지 강제로 데리고와서 죄송합니다."

그의 입에서 나온건 한마디의 사과. 듣자하니 그는 여기까지 오는데 일말의 저항도 안했으나 거의 죽어가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한다.

그이야기를 들은 사령관의 마음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그럼 괜찮아요."

다행히 사령관의 사과를 받아주는 진. 하지만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했다. 그리고 그런 진을 보고있는 사령관의 마음 또한 편하지는 않았다.

"우선 여기에서 지낼 동안 주무실 방을 배정해 드리겠습니다. 불편한게 있으시다면 언제라도 절 찾아와 주세요."

"네, 고맙습니다."

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내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 기다리고있던 캠퍼니언의 페로를 따라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후우..."

그가 방을 나간직후 사령관은 숨을 내뱉었다.

"많이 피곤하시죠?"

그런 그를 부관이였던 콘스탄챠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있었다.

"콘스탄챠, 넌 어떻게 생각해?"

"네?"

"진씨 말이야, 내가 봤을땐 절대로 평범한 삶을 살아오진 않았을거야."

사령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진은 한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왔으니, 하지만 진이 따로 말하지 않는 이상 사령관은 그 사실을 모를것이다.

"글쎄요. 흉터때문에 험악하게 생기시긴 했지만 나쁜 분 같지는 않았어요."

외모보단 사람의 내면을 중요시하는 콘스탄챠는 잠깐이였지만 그와 사령관의 대화속에서 그에게 느껴지는 악의는 일절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록 사령관의 마음은 복잡해져만 갔다.

"저기, 콘스탄챠."

"네, 소완씨에게 부탁해서 진씨가 먹을 밥을 따로 만들어달라고 하겠습니다."

"고마워."

'오늘 부관이 콘스탄챠여서 정말 다행이다.' 사령관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한편, 사령관이 배정해준 방으로 향하던 진과 페로.

"그럼 그 네스트라 불리는 괴물도 이젠 없다는 건가요?"

"네, 덕분에 저희도 무사히 도망쳤죠."

그는 자신의 방으로 가면서 페로에게 지금까지 오르카호에 있었던 일을 듣고있었다.

물론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진이 페로에게 이걸 물어본 이유는 단 하나,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이 다음은 요정마을의 아리아인가.."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응? 아, 미안 그냥 혼잣말이였어."

혹시 페로가 듣지는 안았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앞선 진이였지만 다행히 페로는 방금전 그의 혼잣말을 듣지못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여기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 드디어 둘은 사령관이 배정해준 방에 도착했다.

"안내해줘서 고마웠어."

"이정도는 별일 아닙니다. 그럼 편히 쉬시길"

안내를 마친 페로는 빠르게 몸을 돌리고는 다시 사령관실을 향해 걸어갔다.

※※※

사령관과의 면담이 끝난직후.

나는 배정받은 방에 드러누워 쉬고있었다.

방의 크기며 침대의 푹심함등 그 모든게 지상에서 임시거처로 사용하던 아지트를 능가했다.

"괌인가..."

페로에게 들은 얘기가 맞다면 오르카는 용을 깨운  뒤 네스트를 격파. 현재 괌 주변으로 가고있다고한다.

내 기억이 다음 이야기는 사령관이 오메가의 존재를 알게되는 요정마을의 아리아.

"그리고 제일 문제되는건 로버트인가..."

현재 녀석의 목적은 살아있는 인간의 dna를 체취하는것, 하지만 당시 로버트는 오메가의 해킹때문에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로버트를 조금 동정하고있었다.

자신의 프로토타입을 학살하며 다니긴 했지만 오메가에게 해킹당하기 그 최후의 순간까지 바이오로이드들에게 피해를 입히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가 개입하는것으로 이야기가 얼마나 바뀌게 되냐는건데..."

보통 이런류의 이야기에선 미래를 알고있는 자가 이야기에 간섭할 경우 이야기의 틀은 조금씩 바뀌어 예상밖의 사태를 가져온다.

"후우, 우선 진정하자.. 아무도 없겠지?"

나는 혹시 몰라 방의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다행히 원래 안쓰던 방이여서 그런지 카메라는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도 안보였다.

"좋아, [브레인 트레이스 철혈의 레오나]"

투영의 세 종류 중 한가지인 브레인 트레이스. 이 기술은 투영 대상이 지휘관 개채일 경우, 그녀들의 전술 지식이나 지휘능력등을 사용 가능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투영한 대상은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지휘관인 철혈의 레오나.

그녀는 오르카내에서도 자주 입에 오르는 뛰어난 전술가였고, 동시에 지금 이 상황에 돌파구를 마련해줄 이름 그대로 철혈이자 전사들의 인도자.

그녀의 지휘 능력에 미래의 일을 알고있는 내 머리가 합쳐진다면 길은 보일것이다.

"자 그럼, 어디 전술이란걸 짜볼까?"

그렇게 그날밤, 나는 로버트를 아군으로 만들기 위한 나만의 작전을 만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