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 바르그 일도 무사히 끝났-"

"끝나기는 뭐가!"


문이 박살나면서 누군가 안으로 들이닥쳤다.

거대한 가슴이 좌우로 스트레이트를 갈기듯 출렁거리더니 내 앞 책상에 쿵 하고 떨어졌다.

애꿎은 볼팬만 젖 아래에 깔려 산산히 박살났다.


"까, 깜짝이야... 갈라테아, 왜 그래?"

"왜 그러냐고? 몰라서 묻는 거야?!"


그녀가 화가 난 듯 볼을 부풀렸다.

수박인지 흉기인지 모를 걸 휘두르면서 한다는 게 볼 부풀리기라니.


"음, 일단 진정하고...."

"진정하게 생겼어 지금!"


그녀가 허리에 손을 딱 대며 나를 째려봤다.


"왜, 왜 그러는 건지 설명 좀 해줄래...?"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으, 응...?"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정말 기억해내지 못하자 갈라테아가 슬슬 진심으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날 어떻게 대했는지 정말 까먹었어?"

"어떻게 대했냐니, 그야...."


나는 나름대로는 잘 대해줬다고 말하려다가 흠칫했다.

아아.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바르그가 배신자여서....?"

"맞아!"


그녀가 책상을 내리쳤다.


"그런데 너는 어땠지? 나를 배신자로 몰아넣으면서 내 순수한 마음을 짓밟았어. 내가 금사빠인 척하는 델타의 첩자라고 의심했어."

"으음..."

"빨리 사과해."

"응...?"


갈라테아가 나를 쏘아봤다.


"난 정말 순수하게 너한테 반했던 거야.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한테 성적인 어필을 하는 게 뭐가 나빠?"

"그건..."

"하지만 넌 그런 내 의도를 의심하고 나를 경계했어. 순수했던 내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고. 금방 사랑에 빠졌으니, 그 마음을 표현하고 너를 유혹하기 위해 섹스어필을 할 수 도 있는 거 아니야? 그런데 넌 그것마저 의심했었지"

"으음...."


나는 고개를 숙였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의심한 것도 맞고 상처를 입힌 것도 맞았다.

그런데 실상은?

그저 쿨하게 사랑에 빠졌고 쿨하게 섹스하자고 권했을 뿐이었다.


나는 그런 쿨함 뒤에 있던 것이 내 방심을 유도해서 정보를 얻어내려는 속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쿨함 뒤에 있던 건 자신의 사랑을 받아줬으면 하는 소망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화는 게 있어."

"...?"


부드러운 손길이 내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들린다.

방금까지 화를 내던 그녀가 돌연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넌 거울을 보며 내가 금방 사랑에 빠질 얼굴이 아니라고 너 자신을 욕했어."

"그건...."

"바보야. 너 자신을 그렇게 헐뜯어서 어쩌겠다는 거야. 넌 못나지 않았어. 게다가 난 외모 때문에 사랑에 빠진 게 아니야."


그녀가 책상 위로 올라와 나에게 접근한다.

가슴을 출렁거리며 서큐버스처럼 네 발로 걸어오는 모습은 바지가 터질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 당장은 그런 야함보다 포근함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때 취조실에서 나를 대하던 분위기는 적대적이지 않았어."


갈라테아가 얼굴을 가까이하며 조용히 속삭인다.


"취조하는 대원들은 가능한 나를 좋게 대해줬고, 인도적으로 이끌어줬어.

그런 태도를 보며 나는 이곳의 대원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다는 걸 느꼈어.

사실 취조라는 건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기가 쉽지 않거든.

각막한 세상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일수록 폐쇄적이고 공격적이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너희는 그러지 않았어."


"갈라테아...."


눈앞에 쇄골이 보였다.

이어서 이마에 촉촉한 입술이 닿으며 소리가 났다.


쪽...


다시 갈라테아가 나와 눈높이를 같게 했다.


"내가 너에게 첫눈에 반한 건, 그런 평화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기 때문이야."


이번에는 이마가 아니라 입술에 입술이 닿는다.

두 팔이 내 목을 휘감고 커다란 가슴이 나의 가슴을 꾹 누르며 존재감을 어필했다.


그 키스와 함께 우리의 몸이 직접 맞닿으며 이어졌다.

그리고 마음 또한.


"사랑해. 오직 너만을."


사랑을 속삭이며, 우리는 사랑을 나누었다.



--








라오문학 모음집 모음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