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지역 뚫고 나서 향후 스토리 전개에 대한 생각을 좀 해봤음. 회사도 이관된다고 하고... 스작 특성도 좀 차이가 있고...

뭣보다 젠매 사태때 보니 전임자들이 스토리 만들면서 구체적으로 뭔가를 썼을 거라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짐.

이렇게 끌고 나가고 싶다, 정도의 생각은 있었겠지만 구체적인 설정이 잡혀 있었을 거라고는 보이지 않음.


이게 본질적으로 나쁜 방식이라고는 생각 안함. 오래 된 IP에서는 자주 보이는 현상이고 소년만화도 처음엔 이런 전개로 나가다가 판매고 올리면 편집자 엮여서 장기 스토리 구상하는 경우도 많음.

헌데 향후 스토리 전개의 핵심인 철충이나 별의 아이에 대한 설정이 명확하게 잡혀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듬.


일례로 뇌파에 대한 묘사를 들어보자면 이건 게임 스토리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of 핵심임. 그런데 정작 이 뇌파에 대한 묘사마저도 일관되지 못함.

사령관의 지휘권에 대한 당위성 자체가 철충들이 인간과 닮은 뇌파를 뿜기 때문에 공격 못하고 최후의 인간이 내리는 명령이 필요하다는 건데...



업데이트 이전이야 흑역사니 제외한다 쳐도, 6지역 업데이트 이후 스토리를 봐도 철충 감염 흔적이 나타나는 모습임.

그런데 작중 이걸 지적한 유일한 바이오로이드는 라비아타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이상하다는 걸 눈치조차 못 챔. 그렇게 뇌파가 중요하다는 것.

헌데 김지석의 묘에서 신체 재건할 때 보면 분명 연령대 선택이 가능한데... 이게 뭔 의미가 있음? 어차피 같은 뇌파로 인식하면 같은 외견으로 보일텐데?


이런데도 막상 세인트 오르카의 비밀작전 때 보면 탈론페더하고 벽 뒤에 공간으로도 잘만 숨어다니고, 상자에 숨어서 다른 대원들 관찰도 하고 다님.

뇌파를 인식하고 있다면 숨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나 싶은데 모르겠다. 닥터 특제니까 골판지 상자 단면에 납으로 그릴 모양 삽입해서 패러데이 케이지라도 만들어놨는지.



사령관의 고스트는 의체 불문하고 인형사로 인식되는 건가?

아예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흐린 기억 속의 나라의 경우엔 어떻게 되는 건가?


물론 스토리 전개에 하등 쓸데없는 이야기고 적정선에서 거르는 게 맞긴 한데, 애초에 스토리 핵심 설정에 대한 취급이 이렇게 붕 뜨면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음.

라스트 제다이처럼 원작자와 상관없는 후속 제작진이 좆도 아닌 반전에 목숨 걸다 지난 수십년의 스토리를 조지고 주요 캐릭터성도 조지고 시리즈도 끝장내는 경우도 있지만...

가만 냅둬도 원작자가 스스로의 작품에 구멍내는 경우도 흔함. 해리포터 작가인 롤링 하는 짓 보면 박수칠 때 떠나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알 수 있지.


처음 구상 당시에 생각지 않았던 부분이라 나중에 설정 구멍이 되어도 어떻게 땜빵 잘 하면 그럴싸하게 넘어갈 수는 있음.

유명한 사례로 호빗 쓰던 톨킨 옹이 나중에 반지의 제왕 쓰면서 설정 변경한 부분이라던가. 오다가 원피스 연재하면서 던진 수많은 무리수라던가.




아무튼 그래서 철충과 별의 아이에 대해 앞으로 어떤 전개가 될지 우동사리 좀 굴려봤음.

스토리 전개를 보면 철충은 별의 아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별의 아이가 있는 바다를 피하고 활동기가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시기가 있음.

7지역 묘사에 따르면 별의 아이는 FAN파로 인류를 무력화시켰고, 바이오로이드도 설명하기 힘든 공포감에 휩싸이게 만들고, 철충에 대해 적대적임.


개인적으로는 철충과 "싸웠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음.


멸망 전 인류는 별의 아이와 싸우기는 커녕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다가 FAN파로 인한 휩노스 병으로 속수무책으로 당했음.

철충이 왜 인류를 멸절시켰는지는 정확하게 묘사되진 않았지만, 철의 왕자가 쓴 연구일지에서 행동원리는 대충 나왔음.

철충들은 교황을 섬기는 신권 정치의 형태를 가지고 있고, 재앙을 피하기 위해 인류를 줄이려고 한다.


추측하자면 휩노스 병으로 죽은 인류별의 아이에게 있어 양식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함.



별의 아이는 외견을 봐도 그렇고 설정을 봐도 그렇고 코즈믹 호러적인 존재라는 인상이 강함.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에서 외신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인류를 괴롭히고, 심지어는 굳이 괴롭히려는 의사가 없는데 우주적 진실을 목도한 인간이 미쳐버리는 경우도 있음.


"아아 코스여, 누군가는 코슴이라 부르겠지... 우리의 기도가 들리나요?

당신이 우둔한 롬에게 하셨듯 우리에게 눈을 주소서, 눈을 주소서.

우리의 뇌에 눈을 심고, 우리의 야만적인 무지를 정화하소서."


프롬 소프트웨어의 플스 독점작인 블러드본의 캐릭터인 미콜라시. 이 작자의 경우에는 계몽을 얻어서 (우리가 보기엔) 미쳐버린 케이스.

하지만 이 작자는 작은 우주를 소환해서 별을 날리는 "공허로의 외침"이나, 작중 외신과 비슷한 존재인 "위대한 자"의 하나인 이브리에타스의 권능을 빌어 이브리에타스의 전조라는 기술을 사용함.


블러드본의 세계관에서 계몽을 얻은 자는 예전엔 인지하지 못한 것들을 보고 듣거나, 위대한 자의 힘을 빌려 사용할 수 있음.

계몽 수치를 높이고 나서 보니 평소에 그냥 생각없이 다니던 길거리에 위대한 자들 중 하나인 아미그달라가 붙어있다던가...



플레이어의 경우에는 이미 죽어버린 위대한 자, "코스"의 몸에서 나온 애미뒤진 십새끼 코스의 버려진 자식을 때려잡고 코스 기생충을 얻어 자신도 크툴루 스타스폰같은 모습이 될 수 있다:



블러드본의 경우 "위대한 자"들이 바라는 건 딱 하나.

"모든 위대한 자는 아이를 잃고, 원하고 있다."

위대한 자, 형체 없는 오에돈을 처치하기 위해 위대한 자의 탯줄을 사용한 주인공 역시 위대한 오징어가 되는 엔딩이 있음.

이 경우엔 오에돈이 설령 주인공 손에 죽음을 맞이했을지라도 주인공이 위대한 자로 태어났으니 목표 달성이고도 해석할 수 있음.


즉 인류를 통해 자손 번식을 하는 것이 위대한 자들의 목표임. 한마디로 우주적 가능충들이라는 것.


코즈믹 호러가 번식을 위해 인류를 모판으로 사용하는 건 다른 IP에서도 보이는 사례임. 예를 몇가지 들자면...

부라리큰 달이 되어서 인류를 모두 근첩으로 만드는 게 목표인 부라더 문.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의 악역인 네크로모프의 최종형태.


5만 년마다 일정 주기로 은하계를 방문해서 가장 진보한 종족을 오렌지에이드로 만들어 쭈와압해서 두족류로 만드는 매스 이펙트 시리즈의 리퍼.




"별의 아이"라는 이름은 개인적으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인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스타차일드에서 따왔다고 생각하고 있음.



지루하다는 평가 때문에 다들 안 보는데... 선입견 벗고 한번쯤은 지루함을 감내하고서라도 볼 만한 명작이라고 생각함.

나같은 변태는 수십 번 돌려보면서 그때마다 지난번에 놓친 디테일 찾는 재미에 집중해서 보지만 그럴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하고...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인류는 초월적인 존재가 남긴 모노리스를 통해 여러 차례 진화함.

그리고 작중 마지막에 주인공 데이브는 모노리스를 통해 육체와 시공간을 초월하여 지구를 보고 있는 아기가 되어 있다는 묘사가 있음.



일반적으로는 이게 새로운 인류의 탄생이라고 해석함. 외계의 존재에 의해 인류가 진화하고 한 단계 나아간 것이라고.

헌데 이건 지극히 인간 위주의 관점이라고 생각하고, 이걸 조금 달리 보면 결국 모노리스를 만든 존재에 의한 농사임.

현행 인류라는 모판 위에서 모노리스라는 수단을 통해 스타차일드라는 싹을 틔웠다고 볼 수 있음.

즉 이것은 우주적인 의미에서 번식의 일환이었다... 라고 생각함.



이걸 라스트오리진 스토리에 대입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옴:


1. 별의 아이는 FAN파를 이용해 인간을 "어떤 상태"로 유도함. 생명 활동이 정지되어 결국 죽지만, 그건 FAN파를 이용해 잠재운 인류에게서 무언가를 수확하고 남은 부산물이라고 봄.

2. 이것에 저항하는 방법은 신경을 기계화하거나 오리진 더스트를 이용하는 것임. 오리진 더스트 자체가 출처불명 정체불명이긴 한데 별의 아이의 눈동자 색이 최고급 오리진 더스트와 같은 색임.

 아트 디렉션상 같은 색상을 사용했을 뿐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달리 보면 오리진 더스트와 별의 아이는 관계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 가능함.

 전갈이나 독사가 자기 독으로 죽지 않듯이 오리진 더스트는 별의 아이에게서 나온 부산물 같은 거라서 별의 아이가 되는 FAN파에 면역이 아닌가... 하는.

3. 위의 방법을 제외하면 하나의 별 위에 있는 지적 생명체는 예외 없이 모조리 FAN파에 의해 별의 아이가 유도한 상태로 빠져듬.


즉 하나의 별 위에 있는 모든 지적 생명체가 합일(合一)하여 하나의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별의 아이가 사용하는 번식 방법이라 생각함.

진정한 의미로 별 하나통째로 아이가 되는 것이니 별의 아이라고 부르는 것.

데드 스페이스의 네크로모프나 매스 이펙트의 리퍼와 같은 번식 방법임.


블러드본이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하나의 개체가 새로 태어나 보다 상위의 존재로 화하지만, 별 전체가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점에선 나을런...가?



작중 철충은 이걸 저지하는 게 목표로 보이는데... 이놈들이 그걸 위해 선택한 수단은 인류를 별의 아이보다 먼저 멸절시키는 것임.

그게 그거라고 느껴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류 입장이고, 별의 아이라는 종족이 번식한답시고 우주를 조져놓는 걸 막는 게 목표라면 뭐 그러려니 싶음.

헌데 이 경우에도 별의 아이가 우주를 조지는 것을 막기 위해 먼저 우주를 조진다는 이율배반적인 결론에 도달함.

시나리오 라이터가 바뀐 여파이기도 하지만, 매스 이펙트의 리퍼가 1편에서의 묘사와 달리 3편에서 묘사된 것과 비슷해졌음.


그렇다면 철충의 정체는 무엇인가?


인류보다 먼저 이 과정을 거칠 뻔한, 즉 별의 아이에게 수확당할 뻔 했는데 종족 단위로 기계 몸으로 갈아탄 케이스일 거라는 해석이 자주 보임.

꺼무위키에도 소개되어 있는 가설이고 일본 쪽 웹에서도 몇번 읽은 기억이 있음.

헌데 이것도 바이오로이드가 인류와 착각할 수준으로 뇌파가 비슷하다는 묘사가 있단 말이지...



개인적으로는 알타입 시리즈바이도(BYDO)워프레임센티언트와 같은 존재라고 여기고 있음.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으니 이쯤에서 끊고, 관심 보이는 사람이 많으면 다음엔 철충에 대한 뇌피셜을 좀 풀어볼까 생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