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집


29



"......음? "



"...아무래도, 깨어났나보군."



"후후후... 정말이지, 늦잠꾸러기 시라니까요~"





.........누구지......





.............





머리가, 너무 아프다.

어제... 무슨일이 있었더라.....




'아... 그러고보니, 어제 애들이랑 제대로 술판 벌였었지...'



오늘은 각잡고 꽐라로 만들어버리겠다던 워울프와, 그 옆에서 신나게 폭탄주를 만들던 하이에나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하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사람한테 폭탄주만 주구장창 쳐맥이냐... 우으읍...'



갑자기 과음한 탓일까. 정신이 선명해지면 선명해질수록, 속쓰림의 강도 또한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정말이지, 도대체 언제까지 퍼질러 자고있을생각이냐. 일어나라! 벌써 해가 중천이다!"



"음? 깨어나신것 같은데요? 라붕씨~! 어서 일어나세요!"



"이렇게 늦잠자는 버릇을 들이면 나중의 일과에도 지장이 생깁니다. 그러니 어서 일어나시지요."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몽롱하던 의식또한 서서히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아... 미안미안. 이렇게 과음을 해본건 난생 처음이라... 미안한데 물한잔만 갖다주라... 팔이 안움직여서..."








































나 참... 도대체 언제까지 누워계실건가요.

어서 일어나세요!
















.............

















앞으로는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기르도록해라. 

겨우 일상생활의 균형조차 맞추지 못해서야, 어떻게 위로 올라갈수 있겠나! 














...................
























라붕씨는 정말이지... 자는것조차도 얼마나 요란하신지 원... 자는 내내 뭐 그리 잠꼬대를 많이 하시나요?

보는 내내 웃겨서 죽는줄 알았다니까요~
















.....................................






























?!?!?!?!?!?!?!?!?!?!??!?!?!?!?!?!?!?!?!?!?!!!!!!!






아아아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잠깐잠깐...!!!



'임마들이 왜... 왜 내방에서 날 깨우고 있....

...?!!!'



뜬금없이 눈앞에 나타난 펙스의 레모네이드 3인방덕분에 정신이 퍼뜩 들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니, 그곳은 늘 신세지던 자신의 방이 아닌 호화롭고 웅장한 고급 스위트룸의 풍경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ㅁ, 뭐뭐뭐뭐뭐뭐뭐야...!!!!!

 여긴 씨발 또 어디야!!!!!'



눈을 떠보니 난생 처음보는 으리으리한 방.

메인 빌런중 하나인 레모네이드 3인방.

그리고... 그 3명이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다.


'왜, 왜왜왜 ㄴ,니니니니니들이 날.... 날 깨우고 있는ㄱ, 아 아니... 애초에 씨발 니들이 왜 나랑 같이 있는건데....!!!!!!'



설마....납치당한건가....?!!!

이 새끼들이 오르카에 침투해서 날 납치한건가?!!


'아니... 그 철통같은 오르카가 뚫렸다고...?!

그럴리가... 거기 상주하는 병력이 얼만데...

 아니 근데, 이 새끼들이 내눈앞에서 대놓고 나타난걸 보면 그게 맞는거같기도 하고......'



설마, 진짜로? 나 이새끼들한테 납치당해서 끌려온거야..?! 이 새끼들... 설마 거기 애들 죄다 돌파해버리고 당당하게 나 끌고온거라고...???


음?



감마는 우왕좌왕하는 라붕이를 의아하게 바라보더니 이상하다는듯 입을 열었다.


김라붕 이녀석... 상태가 이상한걸?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건가?


...에?



패닉에 빠진 라붕이를 희안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감마는 턱을 괴며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해가 안간다는듯 중얼거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냐고....?? 지들이 납치해놓고서는 뭐?! 문제있냐고....?!! 뭐 이런 뻔뻔한 새끼들이 다 있어...!!!'



라붕이는 이 뻔뻔한 작자들에게 참을수없는 분노를 느꼈으나, 괜히 이걸 드러냈다가 이 빌런 년들이 자신에게 무슨 개짓거리를 할지 알수가 없으니 어떻게든 속으로 쑤셔넣었다.


음? 설마.... 아직도 잠이 덜 깨신건 아니겠죠?

이제는 정신좀 차리는게 어때요? 벌써 시간이 10시가 넘었다구요. 잠이 안깨면 가서 세수라도 좀 하던가요.



델타는 그런 라붕이가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차며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 미친 싸이코년이 진짜.....!! 뭐?! 세수?!! 니가 말하는 세수라는게 혹시 내 대가리를 통째로 수조관에 쳐박는걸 말하는거냐?! 아앙?!!'



예고도 없이 사람을 납치하더니, 뜬금없이 세수타령이나 하고 앉아있다니... 이 얼마나 또라이같은.....


델타의 말대로에요. 이제는 좀 일어나시죠. 언제까지고 침대위에서만 눌러붙어 있지 마시구요.

당신이 해야 할일이 산더미라구요. 그러니, 어서 일어나시죠.


'......뭐?'



아니 이 새끼는 아까부터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할일이 산더미라니... 뭘 말하는건데....'



역시 심문인가? 나에게 오르카에 대한 정보라도 캐내려는 거야...? 아니 그것보다...





.....저기.........


음?



가라앉은 목소리로 3명을 향해 조용히 입을 연 라붕이는 조심스럽게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




.................




.......저 아세요....?






...................................




어색한 침묵이 4명의 사이에서 조용히 감돌았다.


...............



...........................



하아.....



감마는 그런 라붕이의 모습을 보더니 이내 한숨을 쉬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라붕이를 바라보았다.


역시, 이 자식 이거 잠이 덜 깬거같은데.... 아니면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냐? 도대체 왜이러는거야?


감마, 혹시 당신이 라붕씨 뒤통수 후려갈기거나 그런적 있는건 아니겠죠? 그게 아니고서야 사람이 이렇게 얼빠진 행동을 할리가 없잖아요!


퍽이나 잘도 그러겠다! 내가 미쳤다고 그런짓을 하겠냐!!


.......???



지들끼리 아는 얘기만 해대는 통에 더욱 초조해진 라붕이는 그냥 용기내어 직설적으로 물어보는게 더 빠를것같다고 생각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제 말은 그게 아니라....


네??



이런 ㅆ... 납치법 새끼들이 뭘 잘했다고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짓고있는거야!!!


....여러분 저한테 뭔가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네??? / 뭐??


에???




뭐 병신아. 말을 좀 해라.


.......


.............



...............하아아아....


???????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서 그렇게 묻는건가요? 만약 농담하는거라면 이미 충분히 했으니까, 적당히좀 하시죠.

슬슬 지겨워지는군요.


......에??



뭐라는거야 이 미친 싸이코새끼가...!!!


아니... 이 녀석 표정... 연기라기엔 너무 리얼한데... 너 설마,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거냐...?



어 몰라 씨발년아. 모르니까 묻는거라고!!!


....후우우.....



오메가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와 라붕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모르겠다... 라는 표정이군요. 정말로.


.........


...좋습니다. 그렇다면, 까짓거 한번 더 알려드리죠.

제가 말한, 당신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그런 오메가의 말을 끝으로, 오메가, 감마, 델타,

3명은 두 걸음 뒤로 물러나 근엄한 표정으로 라붕이를 쳐다보았다.


.....그.... 저기..... 아까부터 도대체 뭘 하시는건지.....



아니 이 새끼들이 진짜 단체로 약이라도 쳐먹었나?!

왜 지들끼리만 아는 얘기로 사람을 엿먹이고 지랄이야 이 납치법 새끼들아!!!







....김라붕.... 아니............
























회장님.





.....






네?










나의 주인이자, 펙스의 새로운 차기 회장. 김라붕!


.........


우리 펙스, 아니.... 펙스를 넘어 이 세상을 새로이 지배하실 우리의 주인이시여.


.............네?


부디, 당신이 걸어가는 길을... 당신이 이끌고자 하는 세상으로.... 우리들을 다시 한번 이끌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희들의 회장이시여.



3명은 그렇게 각자 한마디의 각오를 내던지며 절도있는 자세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신하의 예를 갖추었다.


회장의 어전앞에서, 충성을 맹세한다.





.....................












............................






















...........................











.................................












(씨익)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에에엥...?!



이른아침부터 하늘을 찢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지자 방 안의 사람들은 일제히 그 비명의 주인을 놀란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허억.....허억.....허억.....!!



심각하게 가쁜숨을 내쉬며 비리도 맞은것마냥 식은땀을 흘려대는 라붕이는 일어났음에도 눈의 초점을 통일하지 못하고 여전히 정신없이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꾸, 꿈이었던 건가....?!



그럼.... 아까 그거 진짜로.... 거짓말이지...?

그거 그냥 진짜 꿈인거지...? 응....?!


허억...허억..... 사, 살았........

응?




...............



정신을 차리고 다시 주변을 살펴보니,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신을 희한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라붕아... 너... 괜찮냐..??


어...응...?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라붕이를 바라보는 워울프를 시작으로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라붕이를 걱적스럽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야.. 너 지금 안색이 엄청 안좋은데... 게다가 너 아까 잠에서 깰때의 모습... 혹시 어디 몸이 안좋기라도 한거야??



카멜도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라붕이에게 다가와 라붕이의 안색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우와아아... 야! 너 땀을 왜이리 많이 흘려!!

게다가 피부색이 왜이리 창백하고!! 너 진짜 지금 몸에 이상 안느껴져?! 



자리에 않아있던 천아는 헐레벌떡 뛰어와서 라붕이의 이마를 짚어보다가, 더욱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라붕이에게 상태에 대해서 연신 캐물었다.


...에,에에?! 아... 아니 난....


아니긴 개뿔! 지금 거울한번 봐봐 새꺄!

너 지금 엄청 심각해보인다고! 

솔직히 말해. 지금 어디가 안좋아. 속이 안좋아서 그래? 혹시 어제 너무 무리하게 마신게 원인인가...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원인을 찾는 천아의 옆에 바르그도 함께 다가와 진지한 표정으로 라붕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음.... 확실히, 어제까지만 해도 매우 멀쩡했던걸로 아는데, 하룻밤만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되다니.....

..........너......설마.......


.....!!!


???



갑자기 자기들끼리만 알아들을만한 신호를 주고받는 엠프레시스 하운드는 시끌벅적하던 어제와는 극히 상반되는 모습으로 눈빛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얘네 왜 이러냐 갑자기...'



자고 일어나자마자 헐레벌떡 나에게 뛰어오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요란법석을 떨더니 갑자기 자기들끼리만 심각한 눈빛으로 무언가 신호를 주고받고 있다. 아니 그것보다.....


'.......너네.... 아직 있었구나...'



난 또, 시간지나면 대충 떠날줄 알았는데.... 한명도 빠짐없이 전원 아직도 내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네.


.......저기......



팬텀도 겨우 용기를 내어서 라붕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라붕씨... 괜찮은거냐...?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건지....



라붕이의 초췌한 안색을 조용히 관찰하던 팬텀도 조심스레 라붕이에게 다가와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 어... 저기.....



아... 내가 너무 요란하게 일어났나...

하긴, 아무것도 모르는 얘네가 보기에는 확실히 상태가 이상하게 보이긴 할것이다.


아... 난 괜찮아..!! 아무래도 너무 과음을 해서 컨디션이 엄청 안좋았던것 같은데... 지금은 이제 괜찮아괜찮아!! 하하하...!!!



이 이상 걱정시키는것도 좀 그러니까,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얼버무리고 안심시켜서 이 사태를 종식시켜야.....


야!!!


흐으읍...!



그러나 그런 의도도 무색해질만큼 큰 목소리로 라붕이에게 소리치는 천아는 안심은 커녕 오히려 더 심각한 표정으로 되묻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뭔 개소리를 하고있어 븅신아!

과음좀 했다고 사람이 다음날에 초주검이 되는게 말이 되냐?! 지금 니 상태는 아무리봐도 술좀 들어갔다고 생길 증상이 아니라고!!


확실히, 어제 너가 유독 많이 마신건 사실이다만... 아무리 과음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창백한 상태에서, 식은땀까지 흘리는게 정상이라곤 볼수없다. 아무래도... 검진이 필요할것같다만.




아 아니.... 검진이라니... 고작 악몽좀 꿨다고 너무 일이 커지는거같은.....


야.



장화는 감자기 미심쩍다는 눈초리로 하이에나를 쳐다보았다.


응? 나?


너 어제 얘 폭탄주에 뭔 이상한거라도 넣었냐?

그게 아니고서야 어제까지 멀쩡했던 놈이 이지경이 되기 힘들것같은데.


아니... 내가 미쳤다고 얘 먹는거에 헛짓거리를 하겠냐!!!

아 물론.... 쪼~~~끔 도수를 높이긴 했지만 말이야~! 히히히!


....에휴......


라붕아.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다오.

정말로 몸에 문제가 없는거냐? 이건 아무리봐도..... 빈말로라도 건강해 보인다고는 말하기 힘든 모습이라서 말이야.

만약 건강에 문제가 있는거라면 바로 닥터와 페어리 자매들에게 진단을 받......


아...!!!아냐아냐아냐아냐!!!!!


...에?



가만히 잘 있던 라붕이는 갑자기 발작버튼을 누른것마냥 기겁하며 양손으로 격하게 손사래를 치기 시작했다.


에...아니아니..... 너희가 아무리 말해도 그... 난 진짜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그래 진짜...! 지금도 봐봐...!

땀만 좀 흘렸지, 딱히 몸에 통증이나 구토감이 있는것도 아니고, 호흡도 아주 멀쩡하니까... 정말로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그러는건데 너희가 자꾸 오해를 할까봐 미리 말해두는거야...

난, 정말로 괜찮다고... 하하.......


..........



칸이 상태가 좋지않은 라붕이를 걱정하며 진료일정을 잡기위해 닥터와 "페어리"를 언급하자, 라붕이는 잠시 잊고있었던... 그 날의 서슬퍼런 감각을 떠올리며 동시에 내면에 잠들어있던 원초적인 생존본능 또한 각성하기 시작했다.


'....페어리 만큼은 안된다 임마.......'



닥터도... 솔직히 꺼림직한 면이 있긴 하지만.... 최소한 그 광기 그 자체인 가위년이 있는 병실로 가라니....

검진받으러 갔다가 향 피울일 있냐!!!


음....하지만... 혹시모르니까 간단한 건강검진이라도 받는게 좋을것 같은데.... 지금은 뭔가 그... 상당히 초췌해 보이는게 영 안쓰러워서 말이야.


그래요 라붕씨! 만약 이렇다할 증상이 없더라도 혹시모르니까 미리미리 검사받는게 제일 안전하다구요!

검사를 받고도 이상이 없다면 그게 제일이니까요!


나도 동의한다. 혹시 모르니까 까짓거, 꼭 받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케시크의 말대로, 정말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게 밝혀지면 그때는 정말 아무런 걱정도 하자 않아도 되니까말이야.


라붕씨.... 나도 가급적이면 검사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질병에는 의외로... 자신이 증상을 인지하지 못할뿐, 자기도 모르게 몸을 악화시키는 병들도 많은걸로 알고있다.

그러니까... 만약을 대비해서라도 검사만이라도 받아보는게 좋을것같다.

게다가 라붕씨는.... 밖에서 오랜시간 무방비하게 지냈으니까, 본인도 모르게 몸이 상했을 확률도 상정해야한다.


실제로 무슨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라붕씨! 저희 오르카의 의학기술은 매우 뛰어나니까요!

저희가 고치지 못하는병은 찾기도 힘들뿐더러, 설령 희귀병이라 하더라도 닥터 양이 나서면 그것 마저도 금방 해결할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어서 준비하세요. 지금은 닥터도 의무실에 있을테니까.


그래 임마! 이럴땐 그냥 조용히 입닫고 우리가 말하는대로 순순히 따라와!

......너..... 그렇게 안일하게 구는 버릇 들이면, 나중에 정말로 심각한 상황에 처했을때, 정말 큰일나는 수 있어.


.........에.



어울리지않게 심각한 표정으로 걱정해주는 천아의 표정이 결정타가 되어 라붕이의 말문을 틀어막아버렸다.


이거.... 어째 내가 생각한 방향이랑은 좀 많이 다른..... 아니, 아예 정 반대로 흘러가는것 같은데....


'....하아... 돌겠네 진짜.....'



얘네는 나름대로 날 걱정해주는 마음으로 해주는 말이라서, 이걸 제대로 된 납득도 안시켜주고 넘어가면 그건 그것대로 나중에 분명 문제가 생길텐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니 그렇다고 해서.... "펙스의 회장이 되는 꿈을 꿔서 존나게 놀라서 그랬습니다" 라고할순 없잖아....'



물론 아주 지랄맞은 꿈이긴 한데... 어쨌든간에 결국은 질나쁜 악몽에 불과하잖아... 겨우 이런걸로 검진이니 검사니 할것도 없을뿐더러, 이런것때문에 그 해츙사냥꾼 년 앞으로 가야한다는건 좀.....


'.....흐으음.... 이를 어찌 해야...'



아예 그냥 눈 한번 딱 감고 그냥 찾아가?

얘네 말대로 대충 검사만 받고 후딱 나가면.....



(라붕이 머릿속의 리제)


..................



..........하아.........





(따아악--)


케흐윽...!!



나름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면서 어떻게 행동해야 미래를 더욱 효율적으로 굴릴수 있을지 고민을 하던 찰나, 옆에 있던 장화는 매우 빠른속도로 주먹을 쥔 손으로 라붕이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아이고.... 머리야...! 야!!! 넌 또 왜 갑자기 사람 대가리를 후려치고 지랄이야!!!


지랄은 개뿔, 너나 잘해 새끼야!



장화는 오히려 적반하장식으로 화를내며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라붕이를 쏘아붇이기 시작했다.


남자새끼가 주사맞는게 무섭냐? 왜 이렇게 밍기적거려 짜증나게! 니 말대로 정말 아무런 이상없으면 그냥 검사만 받고 끝내면 될거아냐! 그게 뭐 그리 어렵다고 시간을 질질끌어!

존나 답답한 새끼....


으으윽....



실제로도... 하나하나 맞는말만 하면서 짜증을 내는거라 별다른 반박도 못하고 맞은 부위만 문지르는 라붕이는 딱히 반박을 하지 못한채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아픈녀석한테 너무 거칠게 굴지마라.

무리시켜서 좋을거 하나도 없으니까.


푸훕..!! 야... 너 설마... 얘 말대로 진짜로 주사맞는게 무서워서 그런거였냐~? 

어이구~~ 우리 라붕이 주사가 무쪄웠쪄여~?

눈나가 옆에서 손 꼬옥~ 잡아주까요~? (꾹꾹)


...아니 이런......



일부러 혀짧은 말투로 라붕이의 이마를 꾹꾹 누르며 놀리기 시작하는 천아를 순간 노려보려다가, 이내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결국은 결정을 해야한다는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아, 알았어... 그럼 니네 말대로... 대충 검사라도 받아보지 뭐... 팬텀말대로, 내가 밖에서 얼마나 굴렀는지는 나도 잘 알수가 없다보니.... 그냥 니네말대로 이참에 한번 받아보지 뭐...


....!









'....하아아아아....'



설마... 이런식으로 또 그 미친년의 본거지에...


'....펙스.... 이 분탕충새끼들이 진짜...!!!'



왜 하필이면 오늘 꿈에서 튀어나와서 사람 엿을 먹이고 지랄이야!!!


'....하아아....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건....'



불행중 다행인건, 얘네가 같이 가 준다는거다.

만약 혼자가는거면 그 어떤 무리수를 쓰더라도 무조건 안간다고 떼를 썼을텐데.


"얘네 하나하나가 리제에 꿇리지 않는 강자이기도 하고,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의무실에서 대놓고 내 목을 치려고는 하지 못하겠지...'



게다가, 지휘관인 칸도 옆에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차라리 그냥 눈한번 딱 감고 검사도 받아서 건강상태 확인도 해보고, 얘네 걱정도 불식시킬수 있다면 나름 합리적일지도 모른다.



'...........'




그나저나.... 이제 슬슬 탈출경로나 휩노스 대책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을 해봐야 할 타이밍인데....


'......'



....우선은... 얘네 따라서 검진이나 받고 보자.


....지금은, 딱히 생각할필요 없겠지.





닥터에게 미리 연락은 해놓았다.

금방 준비해놓을테니 찾아오라는군.



칸은 자신의 단말을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미소지으며 라붕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에, 어... 그래.....



아까보다는, 한단계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라붕이를 바라보던 천아는 다시 장난기 발동한 얼굴로 라붕이를 콕콕 찔러대기 시작했다.


야야야~ 남자가 되어가지고 겨우 주사가지고 그렇게 무서워해서 쓰겠냐~! 누나가 옆에서 달래줄테니까 걱정말어 새끼야~~


주사가 무섭긴 개뿔.....



주사가 문제가 아니다 이년아...


김라붕.



쉐이드는 라붕이에게 다가와 딱딱한 목소리로 라붕이를 불렀다.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향후 임무수행의 능률이 오르는 법입니다.

그것은 곧 임무의 성공과도 직결되는 요소이니, 건강관리에는 각별히 유의하십시오.


에, 어... 그래, 고맙다.



...얘... 은근히 말을 많이하는 편이었구나...


알아들었으면 어서 씻기나 해 임마!

땀투성이 옷 입고있음 감기걸려.


아, 응... 곧 준비할게.


.......



라붕이는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실로 향했다.















..........



라붕이가 샤워기를 트는 소리가 들려오자, 침묵이 잠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대장.


..응?



그런 침묵속에서, 워울프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 녀석... 현재 상태가 좀 어때?


......



워울프의 무덤덤한 질문에, 칸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미, 진작에 초기상태였다.


...?!!


아마, 지금 보여준 모습도 휩노스병의 증상의 일환중 하나일테지...

애초에, 초기증상은... 본인이 자연스럽게 자각하기 힘드니까 말이야.


그..럴수가...


...잠깐, 이미 진작에 초기 상태였다는건... 그럼 지금은?! 지금은 어느정도 진행되었는데?!


하이에나는 벌떡 일어나서 칸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초기 시점을 지났다는건... 설마, 지금 벌써 말기까지 진행되어 버린건...


아니. 이전의 닥터의 진단에 의하면, 아직은 말기에 진입할 정도의 단계는 아니니까 그건 안심해도 괜찮을거야. 실제로, 지금 라붕이의 거동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


하긴... 말기쯤 되면 서 있는것 조차도 힘들어지니까. 녀석의 저런 태연한 모습을 보면, 확실히 말기증세는 결코 아닐거다.

현재로선, 기껏해야 초기와 중기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정도겠지.


그, 그렇다면...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언제 갑자기 악화될지는 누구도 알수 없다는게 제일 큰 문제인데...


.......


저 녀석은, 그걸 알고 있기는거야?

말투만 보면 본인이 어떤 상황인지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는것 같은데.



장화는 라붕이가 보여줬던 태평한 모습을 보면 볼수록,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질 못하는 라붕이가 그저 답답하게 보였다.


...아니,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어..? 일부러... 말을 안했다니, 왜?


자신이 그런 병에 걸렸다는걸 알게되는 순간, 라붕이의 정신건강에 좋은영향은 없을테니까.

심리상태도 휩노스병에 영향을 미치니까, 신체 재건장치가 준비되는 시점까진 함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맞아!!



천아는 눈을 번뜩이며 다급한 목소리로 칸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 신체 재건! 그건 언제 가능해?

그거 핫팩이 했던것처럼 신체 자체를 개조하는 그거 맞지?! 라붕이 걔도 그것만 하면 핫팩처럼 정상적으로 살수 있는거잖아!


...! 그래! 안그래도 닥터랑 기술팀 애들이 그거 준비하느라 엄청 바쁜걸로 아는데, 언제쯤 가능할것같아?!


음... 안그래도, 슬슬 그 진행척도에 대해서 알아보려던 참이었다. 라붕이의 검사도 진행할겸 함께 알아보려고 했거든.


라붕씨 바로 나오자마자 모두 다 같이 닥터에게 가도록하죠.

...더 늦기전에요.


닥터한테는 이미 연락했다고 들었다.

라붕씨 다 씻고 나오면 바로 갈수 있도록 준비하자 선배!


아, 그, 그래...!


..........



























(쏴아아아아아--)



따뜻한 물을 전신으로 맞으며 멍하니 눈을 감고 있던 라붕이는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아이고 머리야...



역시... 어제 너무 많이 마시긴 했나보다.

두통이...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않는걸보니 역시 얘네 말대로 검진 받으려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검사 다 받고... 약좀 타갈수 있으면 좀 타와야지... 그거 먹으면 좀 나아지려나...



술의 종류별로 온갖 종류의 폭탄주를 대령해주던 하이에나의 밝은 미소가 아직까지도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만같다.


에휴... 설마, 진짜로 폭탄주를 만들줄은 몰랐는데... 뭔놈의 레시피가 끝도 없이나오냐...



게다가, 걔네는 그걸 무슨 음료수 마시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마셔대고... 역시 인간과 바이오로이드의 신체스펙의 차이인가.



..........



그나저나... 상당히 떠들썩했네, 그 어느 때보다도.





".........."




뭐... 즐겁긴 했지.




............




".......슬슬 나가볼까."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 다양한 감정과 기분들을 애써 억누르고서 수건을 집어들었다.




"...후우...."




이 다음은... 뭘 해야하나...






















".....어?"






뭘 한다니... 뭘 말하는거지.




"내가, 할게 있었나... 갑자기 무슨..."




....아, 기억났다. 걔네한테 가야지.



"분명히... 건강검진.. 받으러 간다고... 했었지."






응. 맞아. 칸이 그랬었다.








......칸?







...칸이 왜 여기에 있지...?






"...분명히..... 모두랑 같이 술먹으면서... 다같이 재밌게 논 기억은 잘 남아있는데...

옆자리에는 천아랑 팬텀이랑 칸이랑... 어?"





그런데 왜... 팬텀이랑 천아가 옆에 있었던거지.







우리가 서로 아는 사이였던가?




............






아, 기억났다. 어제 다같이 재밌게 놀았잖아.





"아아아... 맞다."




여러 상념이 피어오르는것을 애써 억누르고, 몸을 닦고 머리를 말린뒤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은, 모두가 시키는대로 하면 될것이다.

당장 내가 무언가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은, 저 녀석들이 날 이끌어 줄테니까.



"...슬슬 나가자. 모두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그러니, 잠시동안 누릴수 있는 배려를, 미련이 남지 않도록 받아들이자.



향후.... 작별하고 난 뒤... 남는 미련 없도록.


























라붕아. 몸은 좀 어떠냐. 지금은 딱히 별 문제는 없어보이는데.



함께 나란히 걷던 칸은 옆에 있던 라붕이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어? 음... 딱히? 아무런 이상없는데. 개운하게 씻고나니까 술기운도 어느정도 많이 가라앉았거든.


...그래, 다행이구나.


...라붕씨.


응?


....아.... 그, 혹시 숙취는 좀 어떠냐...!

라붕씨는 술을 은근 좋아하니까, 어제 자기도 모르게 무리해서 과음했을수도 있으니까... 혹시 숙취해소제 같은게 필요하다면 말해줘라! 내가 미리미리 준비해주겠다.


어? 어.. 숙취가 있긴...했었지. 근데 지금은 이제 괜찮아.

샤워하고 냉수좀 마시니까 금세 말짱해졌거든.

근데 넌 괜찮냐? 너도 은근 많이 마시던데.


나 말인가? 어... 난 그다지 많이 마신것같진 않은데....


뭐래~ 야! 너 틈만나면 술병 리필하더만! 내가 옆자리에서 너 마시는걸 다 봤는데 무슨ㅋ


에, 그, 그랬나...

아... 혹시, 나도모르게 무슨 술주정 같은걸 부린건...


걱정마라. 넌 거기서 제일 얌전하게 굴었으니까.

오히려, 다른사람들이 난리피우면 피웠지, 넌 오히려 양반이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


야~! 그걸 말하면 어떡해 이년아! 모처럼 놀려줄 찬스였는데!


이야~ 그나저나, 라붕이 너 술 좋아한다더니 진짜로 잘마시더라? 솔직히, 금방 뻗거나 만취하거나 둘중 하나는 될줄 알았는데 의외로 오래 버티는거 보고 좀 놀랐다 야.


그러게. 설마, 하이에나의 폭탄주를, 그것도 인간의 몸으로 거뜬히 버텨낼줄은 몰랐는걸? 이거 아무래도, 다음엔 더 단단히 준비해가야 겠는걸.


히히힛! 다음은 더 독한걸로 맥여줄테니 미리 긴장타라 새끼야!


아니... 내색만 안했지 나 진짜 죽을뻔했다니까...넌 진짜 어떻게 된게 나만 노리고 먹이냐....


너 먹일라고 준비했으니까 너만 먹이지 임마~


후후훗.... 라붕씨의 음주 영상, 실시간 풀버젼으로 입수 완료입니다~!


......대체 그런건 어디다 쓸라고 그러는데....


흐흐흐... 그건 극비사안입니다!


아... 혹시라도 이상한데 안쓰도록 제가 잘 신신당부 할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상한데라뇨!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말을...!


아니,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걸.


그나저나, 좀 아쉽긴 하다 야! 너 미친듯이 취해서 꼴사납게 주사 부리는거 영상찍어서 평생 놀려먹을라고 했는데,

의외로 끈질겨서 솔직히 누나도 좀 놀랐다?


...그러고 보니, 너도 나한테 틈만나면 폭탄주 쑤셔박던데, 너 솔직히 말해. 니가 먹기 싫은거 나한테 떠넘긴거지 이년아.


응? 글쎄~? 난 모르겠는데??


아니긴 개뿔! 니가 따라주는거 족족 다 받아먹다가 진짜 토하는줄 알았다고 임마!


그럼 페이스를 조절하던가 븅신아! 누가 그렇게 무식하게 쳐먹으래?


라붕씨. 밥은 먹을수 있겠나?

뭣하면 내가 죽이라도 사오겠다.


음? 아.. 괜찮아 괜찮아. 딱히 속이 문제가 있는건 아니니까.


닥터의 연구동은 오르카에서 외곽 블록에 있다.

너의 방과는 반대 방향에 있으니까, 조금은 오래 걸어야 할거다.


닥터의 연구동까지 대략 5분정도의 거리가 남은것으로 예상됩니다.


어? 어.. 그래그래. 









........








"저기..."


응?



칸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채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라붕이에게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왜그러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는거냐?



"응...? 아, 아니아니... 다른게 아니고."
































"닥터의 연구동에는 갑자기 왜 가는거야?

그것도 이렇게 여러명이서 우르르 몰려가지고."




.....................



함께 발걸음을 옮기던 일동 모두가,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라붕이를 바라보았다.


응? 갑자기 뭔소리하는거야?



"어?"


아니, 닥터에게 왜 가고있냐니... 당연히 건강검진 때문이잖아. 몸에 이상이 없나 검사하러 가고있는건데... 이제와서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있냐....



하이에나는 어이가 없다는듯 손사래를 치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건강검진?"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응?



"아니... 갑자기 그런걸 왜 받으러 가? 너희중에 어디 몸 안좋은 애라도 있는거야?"


.........뭐?



이해가 되질 않는 언행만을 반복하는 라붕이의 기행에 모두가 다시 일제히 시선을 라붕이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아아.....



그리고, 그런 라붕이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장화도 결국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야.



"응?"


너 진짜 그거 컨셉이냐?



"....어?"



컨셉이라니... 갑자기 그게 왜 나오는거지.



"아니... 방금 하이에나가 그랬잖아. 몸에 이상없나 검사받으러 간다고."


....뭐...?



"그것도, 이렇게 우르르 몰려갈 정도면 분명 평범한게 아닐테니까... 그래서 물어본거지. 너희들중에 상태가 안좋은 애가 있나 싶어서. 혹시 이전 임무 수행때 다친거야?"


......너...대체 무슨....



처음엔, 그저 장난인줄 알았다.

아니면... 평소처럼 또 얼버무리듯이 말하는 그 답답한 버릇이 또 튀어 나온건가 싶었다.

만약 둘중 하나였으면, 평소대로 욕이나 한번 때려박던가, 아니면 쥐어박던가 하면 끝날일.



둘중 하나였을 경우의 이야기다.



지금 이 녀석이 보여주는 모습은, 얼굴은...



늘 보던 모습이 아니었다.




........야....



"응?"



천아는 눈을 크게 뜨고서 라붕이를 바라보는 모습 그대로, 라붕이를 향해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왜저러지. 왜 저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김라붕.



천아는 그 어느때보다도 가라앉은 목소리로, 라붕이의 바로 지근거리 앞에서 그 이름을 불렀다.



"...어, 어...?"



갑작스러운 천아의 심각한 모습에 라붕이도 괜히 긴장하면서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너...



"........"


만약, 장난치는거면... 정말 그 정도로 해둬.

진짜, 재미 하나도 없으니까.



".....어?"



장난이라니, 갑자기 얘가 왜 이러지. 내가 뭐 실수한거라도 있었던가...



"저기..."


.....



"미안한데... 진짜로 니가 무슨소리를 하는건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내가 혹시 무슨 실수라도 저지른ㄱ....."


........!!!!


천아



순간 라붕이의 멱살을 쥐려던 그 손을 재빠르게 낚아챈것은 뒤에 있던 바르그였다.


..바르그.. 너...


.......그만둬라.


..........



천아는 바르그의 조용한 만류에 잠시 잃을뻔했던 이성을 도로 되찾을수 있었다.


...............



칸은 그런 라붕이의 모습을 옆에서 그저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라붕아.



"...어...응..??"



적잖게도 당황한듯한 모습.

무엇이 문제인지, 모두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전혀 "자각"을 하지 못하는 모습.


.....어제... 우리가 다 같이 놀았던 순간... 기억하나?



"...어? 어... 그야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갑자기 왜 이런걸 묻는거지.

기억하냐니... 그야 당연한거잖아. 왜 그런걸 굳이....






....어제?





어제... 너희 방에서 함께 놀았던 인원수, 기억하고 있나?



"인원....수? 그야.... 너희 호드랑.... 엠프레시스 하운드 애들이랑.... 팬텀, 레이스, 쉐이드..... 그리고....."



.............





















































"아, 히루메는?"



.......뭐?!



히루메라니... 갑자기 그 이름이 왜....



"아니.... 히루메도 같이 아침식사 했었으니까.

모두 다 같이 모여서 밥 먹었었잖아? 그런데 갑자기 같이 있던 히루메가 안보여서. 걔는 어디갔데? 먼저 간거야?"



.................




"아.... 그러고 보니 브라우니랑 이프리트도 안보이는데, 걔네는 또 말도없이 어디로 간건지 모르겠네.... 또 어딘가에 짱박혀있는거 아냐..? 그럼 바로 데려오던가 해야하는데, 어디로 갔는지를 모르겠네..."



태연하게 의문의 3명을 찾는 라붕이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입을 열지못했다.

하고 싶은 말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행동으로 실행하진 못했다.


그저 식은땀을 흘리며, 바라만 볼 뿐이었다.


....라붕씨.



그런 순간에서, 팬텀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아까부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냐.



"..응? 무슨말이냐니... 뭐가?"



팬텀이 갑자기 무슨말을 하는거지. 


그것도... 저렇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히루메도, 이프리트도, 브라우니도.... 어제 파티때는 없었던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왜... 갑자기 그 사람들을 그렇게 두리번 거리면서 찾고 있는거냐....


왜...! 도대체 왜 그렇게 절박한 표정으로 그 3명을 찾고있는거냐...!!



팬텀은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신경쓰지 않았다.

신경쓸 겨를따위 없다. 








왜.. 찾고 있냐니... 



.....절박하게...?



내가... 그 3명을 절박하게 찾고 있었다고?








....왜?








".....팬텀"


어! 응...! 라붕씨! 



이제는... 슬슬 이런 질 나쁜 장난을 그만둘 마음이 든걸까.

이 다음에는 그저... 평소처럼 요란하게 소리지르면서, 천아 양한테 한대 얻어맞고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돌아갈수 있을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어?



"그야.... 바로 옆에서 다같이 먹고 떠들었잖아. 실제로, 내 옆에도 있었고.

브라우니는 아예..... 내 손까지 잡았었는데....

이프리트도 나한테 줬어. 그거.

다 듣고나서 같이 이야기하기로 약속했으니까.

나한테 또 오라고 말해주면서 줬는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아."


.....라....라붕씨....



"히루메도.... 받았거든. 나한테 주면서 그때 나랑 같이, 약속하면서... 나한테 인사도 해줬어.

그때 같이 있었는데, 갑자기 안보여서 그랬던건데.... 혹시 짐작가는게 있어? 만약 알고있으면... 대신 데려와 주지 않을래? 난 도통 알수가 없어서...."



팬텀은 경악하며 서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라, 라붕씨.......



...................






......야...



워울프는 성큼성큼 걸어나가며 라붕이의 앞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야! 워울프!! 잠깐 기다ㄹ....



(꽈아악)



"....?!"



워울프는 라붕이의 멱살을 잡아 올리며 험악한 표정으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야이 씨발새끼야!! 적당히좀 해!! 



"....워...울프..??"



그 어느때보다 당황하며 워울프를 쳐다보는 라붕이의 모습에, 워울프는 보다 더 분노하면서 멱살쥔 손아귀의 힘을 더욱 강하게 쥐기 시작했다.


그래!! 워울프님이다 이 새끼야!!! 난 제대로 기억하면서, 왜 어제 있었던 일은 제대로 기억을 못하는데 이 머저리 새끼야!!!!

왜 갑자기 그 3명을 찾고 앉아있냐고!!!

혹시 그거냐...? 그것도 천아가 말한 컨셉이냐?!

그럼 당장 때려치워 이 병신같은 새끼야!!!


워울프...!!


너... 두번다시 그딴 장난 치기만 해봐....

그때는, 진짜 반쯤 쳐죽여버릴거니까!!!

알아먹었으면... 이제 적당히좀 해 이 등신새끼야...!!!



한층 격앙되어가는 분위기속에서, 샐러맨더와 카멜이 아슬아슬하게 끼어들어 워울프를 때어내었다.


야!! 진정해...! 지금 그렇게 거칠게 행동했다간...


카멜 말이 맞아! 지금 이럴때가 아니라고...!!

당장, 닥터에게 가야해. 그리고.... 알려야 한다고... 사령관과, 지휘관들에게....


................



"........."



여전히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당황한 채 모두를 쳐다보는 라붕이의 시선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당황스러움과 긴장감으로 서서히 짙어지기 시작했다.



"....저기....."


.......!!



"...그....괜찮아...?"


....뭐....?



"...아, 아니..... 내말은 그..... 나 때문에 화가 많이 난것 같아서..."


......?!!



".....그, 그게....! 만약 화가 난 이유가 나 때문에 그런거면... 사과를 해야하니까... 내가 민폐를 끼친거니까... 그러니까..."






그만.





더듬더듬거리는 말문을 막아버린건, 옆에서 가만히 듣고있었던 천아였다.



"...천아야...?"


하지마.



"........"


진짜로, 그 이상은 말하지마.



"......난....."


만약, 또 그 이상 지껄이면.



"......"


나도, 진짜로 빡칠거니까. 진심으로.



.............


그러니까.... 제발 부탁이니까... 이제 그만해.




"...천아야...난..."







더 이상, 사과같은거 하지말라고.


왜... 왜 아무런 죄도 없는 새끼가, 자꾸 그렇게 미안해 하냐고.


니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


넌 나쁜거 하나도 없잖아....!!!


근데 왜 또 등신마냥 벌벌 떨고있어!!!


왜 또..! 이전처럼 어깨가 축 쳐져 있냔말이야!!!










어제는.... 그렇게 환하게 웃어놓고서.....







".........."






부탁이니까... 제발 부탁이니까...









...그렇게... 슬프게 울지마...










그 자리의 모두, 천아의 마지막 한마디를 끝으로 정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리의 중심에 있던 라붕이는, 늘 하던대로 고개숙인채 바닥을 쳐다보았다.



이유도 없는 눈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














늘 그랬듯, 할수있는 행동이... 이것밖에 없었다.





































재밌게 보셨으면 개추랑 댓글좀 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