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면 전 회차 감상가능)


"델타, 네가 왜 여기에.."


"후후. 그렇게 경계할 것까진 없잖아? 그냥 내 일 보러 온 것 뿐이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델타는 여유 넘치는 태도로 내 말을 받아쳤다. 


하지만 그 대답 속에서 읽히는 위협은 방해된다면 그 누구라도 쳐죽이고 고기인형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의지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본부에 연락을 넣어 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부대를 보내달라는 지원 요청을 부탁했다.


그리고는 품 안에 있던 도끼를 꺼내어 스위치를 누르자,



도끼는 날에서 빛을 발하며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참 매정하구나. 오랜만에 만난 누나한테 이렇게 하는 건 예의가 없잖니?"


"글쎄, 네가 한 짓거리들을 보고 나니까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나는 다시 한번 마리오네트들을 만들기 위해 희생된 오드리들을 떠올렸고, 마음 속에 타오르는 분노에 더욱 불을 지폈다.


"뭐, 상관없어. 오늘 내가 온 목적은 내 부관을 돌려받으러 온 거니까."


"테일러 씨를..?"


델타의 성격상 부관이라는 미명 하에 갖은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일삼았을 테니 건전한 의도로 데려가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파악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옆에 서서 두 검 스콜과 하티를 빼들은 바르그도 매한가지인 것 같았다.


"저 녀석의 특성상 분명 거짓말일 거다."


"그래, 분명 데려가서 새 마리오네트로 개조하든지 하겠지."


나는 뒤로 돌아 테일러 씨에게 "빨리 도망가요." 라 말하려 했지만, 이미 델타가 데려온 마리오네트 부대에 의해 퇴로는 가로막혀 있었다.


"그으으으으.."


"헉.."


테일러 씨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떨기 시작했다.


"씨발.. 언제 봐도 구역질이 나오는 생김새네."


"백아야, 들어가 있어. 넌 저런거 볼 필요 없으니까."


장화와 천아는 주 무기인 와이어와 단검을 꺼내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마리오네트들이 머신건과 진압봉 따위의 무기를 들고 우리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나는 테일러 씨를 엄호하는 형식으로 뭉쳐서 싸울 것을 명령했다.


"어디 한번 뭉쳐서 싸워 봐. 그게 될지는 모르겠다만."


델타는 우리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바르그는 이를 빠드득 갈며 "셋에 들어간다." 라며 만전의 자세를 갖추었다.


"하나."


"둘."


"셋!"


천아의 마지막 말과 함께 우리는 튀어나가 마리오네트들을 하나둘씩 제압하기 시작했다.


"머리나 심장을 노려!"


저번에 1차 임무를 왔을 때도 그랬지만, 마리오네트들은 사지가 잘려도 계속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마치 좀비 같다고 해야 할까, 그들에게 안식을 줄 유일한 방법은 두부나 심부를 파괴하여 완전히 전투불능으로 만드는 것 외에는 없다는 설명을 전술교본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하운드 팀은 "라저!" 라는 대답과 함께 델타의 악몽들 속으로 파고들어 전투를 개시했다.


먼저 장화는 뒤에서 와이어로 목을 졸라 레이저를 작동시켜 목을 베었고, 폭탄을 던져 사지를 분쇄한 후, 아직까지 움직이는 잔해들을 노려 권총을 발사해 완전히 움직임을 봉쇄했다.


천아도 마찬가지로 단검들을 이용해 걷지 못하게 마리오네트들의 아킬레스건을 빠르게 절단한 후, 마찬가지로 팔에 상처를 내어 무기를 떨어트리게 만든 후 최대한 깊게 심장에 칼을 찔러넣었다.


바르그는 자신의 두 애검, 스콜과 하티를 사용한 이도류 검술로 달려드는 마리오네트를 참수하거나 여러 명의 심장에 깊게 날을 꽂아넣은 후 델타가 있는 쪽으로 내던졌다. 


전 주인인 마리아의 이름을 더럽혔으니 그 누구보다도 원한이 크겠지.


"쯧.."


죽은 마리오네트의 시체로부터 튄 피가 얼굴에 묻자 기분이 나쁜지 델타는 혀를 한번 차고는 "다 쳐죽여버려!" 라고 소리쳤다. 물론 끝에 "아, 미하일은 빼고." 를 덧붙이긴 했지만.


나 또한 도끼로 마리오네트들의 머리를 베어가며 전력을 다해 테일러 씨를 지켜냈다. 


물론 이전에 왔을 때처럼 극심한 공포감과 혐오감이 동시에 밀려왔지만 임무를 위해 끝까지 이성의 끈을 잡고 버텼다.


그리고 하늘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카이나이츠, 지원 요청 듣고 도착!"


"모두 발포!"


슬레이프니르의 지휘와 함께 하늘에서 미사일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무차별 폭격이 아니라 정확히 마리오네트를 겨냥한 공격이었기에 아근 측에 피해는 나지 않았고, 그 수도 현저히 줄어들어 폭격이 끝난 이후에는 깔끔하게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спаси́бо(스파시바), 미스 펭귄."


"무슌 소리야! 나 제비라고 몇 번을 말해!"


"전대장, 조용."


"넵.."


폭발의 먼지구름이 차츰 걷힌 후 나는 델타가 있는 쪽을 향해 버스터를 겨누었다.


델타는 흙이 온통 얼굴과 드레스에 묻고 생채기가  노출된 피부 곳곳에 나 있었으며, 헝클어진 머리카락 아래로 단단히 화가 난 듯한 붉은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후.. 잘 하네, 감마가 한 말이 허풍이 아니었구나. 꽤 강해졌어."


"항복해 델타, 더 험한 꼴 보기 전에 말이야."


"후후. 심한 꼴이라.. 지금 그런 말 할때가 아니지 않니?"


"그게 무슨 소리야."


"뒤 한번 봐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아직 생존해 있던 마리오네트 한 기가 테일러 씨의 목을 팔로 조르고 인질로 잡은 것이 보였다.


"무슨 짓이야!"


"보이는 대로야, 인질이지. 


저년은 나에 대한 정보를 오르카에 흘린 이상 절대 살려둘 수 없어. 


마리오네트로 만들기에도 내 손 직접 더럽히기는 싫고 말이지. 


그리고 어차피 테일러의 유전자 씨앗은 아직 썩어 넘칠만큼 쟁여놨으니 하나 죽여도 또 만들면 되는 거 아냐?"


"뭐..!"


나는 델타가 내뱉는 말에 순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 저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는 거지? 


아무리 문리버 회장의 애정을 받지 못해 심성이 뒤틀렸다고 한들, 방금 전의 그 발언은 내 분노를 한층 더 타오르게 만들 만큼 충분했다.


"잘 가 테일러, 넌 부관으로서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도 최악이었-"


델타는 그 말을 끝맺기도 전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끄..꺄아아아아악!!"


왜냐하면 오른쪽 어깨에 돌연 총상이 하나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그 직후 테일러 씨를 붙잡고 있던 마리오네트도 머리에 바람구멍이 뚫려 명을 달리했다.


그 구멍을 만든 탄환은 다름아닌 내 권총에서 나온 것이었다.


"에..?"


예상 밖의 대응이었던 건지, 나와 한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권총을 잡은 떨리는 오른손을 더 세게 그러쥐고는 상처를 입어 바닥에 쓰러진 델타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바르그, 저 녀석은 내가 잡는다."


나는 노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내게 있어서도 기회다. 함께.."


"됐으니까 비켜!"


나의 외침에 바르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델타는 고개를 들어 나를 핏발 선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하일.. 왜?"


"잘도 오드리들의 목숨을 빼앗고, 유린하고, 그리고 이제는 그 자매마저 개미 밟듯 죽이려 하다니.. 용서 못해..!"


지금 나는 가족인 델타를 '구원'하고 싶다는 것보다 분노가 앞선 나머지 '죽인다'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그것은 이윽고 폭발해 내 몸 곳곳을 빠르게 돌며 내게 아드레날린을 가득 불어넣어 주었다.


나는 델타의 멱살을 잡아 올린 후, 그대로 연구소 외벽을 향해 내던졌다.


"쿨럭..!"


벽을 뚫고 연구소 폐허 안에 쓰러진 델타는 각혈하며 바닥에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하지만 나는 델타가 회복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코트까지 벗어던지고 곧바로 연구소 내부로 들어온 나는 그녀에게 돌진해 최대한 강하게 주먹을 휘둘러 다시 땅과 키스하게 만든 후, 그대로 마운트 자세로 올라타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퍽. 퍽. 콰직. 우드득. 질퍽. 뿌지직.


주먹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점점 끔찍한 소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델타의 아름다운 얼굴도 점점 마리오네트 그 이상으로 망가져 갔지만 그따위 것은 어찌되든 상관 없었다.


다시 멱살을 잡고 델타를 내던진 다음, 팔을 뻗어 도끼를 내 손 안으로 불러들였다.


"미..하일.. 이제 그만.."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델타를 향해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그걸 본 델타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를 피해 도망갔다.


"도망치지 말라고.."





나는 동물의 울음소리처럼 나지막히 중얼거린 후 델타를 찾아다녔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델타가 뿌리고 다니는 고급 향수 냄새를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것을 쫓아 이곳저곳을 뒤졌고, 걸어갈수록 점점 그 냄새는 짙어졌다.


이윽고 나는 [소장실] 이라고 적힌 팻말이 붙은 나무 문 하나를 발견했고, 델타의 향수는 그곳에서 가장 짙은 내음을 풍겼다.


나는 망설일 것 없이 도끼로 문을 내리찍어 부수었고, 여러 번 내리쳐 잠금장치까지 없애버린 후 문을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델타는 그 안에 없었고 대신 머리 위에 쓰고다니는 실크 프릴만이 놓여 있었다. 설마 함정이었던 건가?


그리고 철컥. 하는 금속성의 소리가 내 머리 뒤에서 들려왔다.


"기척 지우는 법을 알고 있어서 망정이지, 계속 거기 있었으면 죽을 뻔 했잖아."


나도 곧바로 권총을 꺼내 델타를 향해 겨눴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한동안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이제 그만해. 회장의 부활 같은 건 환몽(幻夢)일 뿐이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죄를 뉘우치고 오르카에 항복해."


나는 다시 이성을 붙잡고 말했다.


"환몽이라고? 미하일, 넌 아직도 모르는구나. 회장님은 내 전부야. 그분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라면 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사랑을 얻으려고 한 결과가 마리오네트야? 같잖은 변명은 집어치워."


"심성 착한 네게는 변명으로 들릴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그게 삶의 목적이고 내 존재 이유라고."


"그 존재 이유가 내게는.." 


나는 또다시 속이 끓어올라 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 노인네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뜨거워져 간신히 잡고있는 이성의 끈을 놓칠 것 같았으니까.


폭발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정신줄을 꽉 붙들어 가며 나는 권총을 겨눈 채 델타에게 다가섰다.


"마지막 경고야, 당장 투항해."


"..."


델타는 체념한 것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권총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나는 곧바로 그것을 걷어차 최대한 손이 닿지 않을 거리로 보냈고, 그녀를 붙잡기 위해 조금씩 다가섰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미안해."


내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향수의 짙은 향내가 내 코에 들어왔다.


연거푸 기침을 하며 다시 델타를 붙잡으려 했지만, 정신이 갑자기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이거.. 마비독이랑 수면제.." 


기억났다. 합류했을 초기에 소완 씨가 내게 먹였던 요리에 이것과 비슷한 마비독이 들어있었지.


눈앞이 빙글빙글 돌며 델타가 세 명으로 보였고, 이명까지 생겨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으며 내 정신은 점점 깊은 물 속으로 침전되어 갔다.


"이런 씨ㅂ.."


나는 욕설과 함께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델타가 누군가에게 연락하여 "헬기 가져와." 하고 지시하는 것이었다.





모든 임무를 마치고 오르카 호로 돌아온 엠프레시스 하운드와 스카이 나이츠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부사령관 미하일 보르비예프가 레모네이드 델타에 의해 납치당했노라고.





납!치 당한 하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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