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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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과 공방 도착.





마치 시간감각이 어긋난듯한 감각속에서, 두 사람은 드디어 AGS격납고에 도착할수 있었다.


'...그래.... 어차피, 이 정도는 예상범위 내잖아. 원래 이런 사람이란걸 라붕씨와 만난 첫날부터 진작에 알고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여기에 온것 아닌가.

그걸 알기에, 이곳에 온것 아닌가.

그가 좋아하는 "로봇"을 보기위해!!!


'그래..! 아직 시작도 안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AGS를.... 우리가 가진 로봇들을 전부 보여주마...!!! 그러니까.....'



힐끗 라붕씨를 바라본다.

여전히 무덤덤하고 차가운 표정,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 

요즘 잘 지내고 있을까? 

밥은 잘 챙겨먹고 있으려나.



....... 현재 그의 몸 상태는 어떨까.


'.....아냐...'



지금은 우선 접어두자.

지금은, 그런 주제들을 꺼낼 타이밍이 아니다.

애초에 이 타이밍에 그런 이야기를 꺼내봐야, 그의 성격상 보나마나 전부 긍정적인 쪽으로만 대답하겠지.


'...절대로, 나에게 힘든일은 말해주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목적만을 생각해라! 오로지 그가 좋아하는 로봇만을 떠올려라..!!


이미 문도 다 열었다. 그러니...

"준비해둔" 그대로 간다....!










라붕씨!!


...아..넵! 사령관님!



라붕이는 화들짝 놀라 반응하며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AGS....'



이 개같은 사령관새끼 뒤를 따라 복도를 걷는 내내 문학글과 개념글에서의 "AGS 작중 행적" 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AGS는..... 진짜 별거 없네... 가끔가다가 배신때린 섹돌새끼들 숙청하거나 조질때.... 특히 배신당한 사령관이 복수할때 간혹 가다가 출연해서 그 압도적인 기계의 힘으로 배신자년들 참교육 해줄때가 전부.... 그 외에는 AGS가 주도적인 비중을 갖고있는 창작물이나 문학글을 본적이 없는것같은데....'



애초에 사람도 아니고 기계 그 자체인 AGS가 배신을 하는 그림이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설령 기계가 배신했다 치고 그 이후에 AGS에게 복수한다는 전개를 넣어봐야, 결국은 쇳덩어리에 총질하는게 전부인지라 딱히 희열감이나 카타르시스 느끼기도 힘드니까...


'...정말로... 아무런 특징도 비중도 없네....

하긴.... 어쩔수 없지. 결국은 "기계"니까.

기계는... "배신"도, "복수"도 어울리지 않는 존재니까...'



자신의 뇌내 개념문학글 아카이브를 아무리 뒤져보아도, AGS는 도저히 뭘 하는 모습이나 특별한 비중을 못보다 시피했기에, 이 이상의 정보 검색은 무의미하다고 라붕이는 결론지었다.


'정말 별거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나마 다행인건, 감정없이 오로지 철저한 계산과 논리로만 움직이는 것들이니까... 대충 마음에 안드니 조져버리려는 짓은 안하겠지..'



리리스, 소완, 리제...


물론 이 외에도 위험인물은 존나게 널려있지.

하지만, 이 3년은, 지랄맞을정도로 좆같다.

이유...? 이제와서 일일이 그딴걸 또 설명할 필요가 있나?


저 새끼들은, 지네 사령관 이외의 인간은 허용하지않는, 극단주의자들 아니던가.

온갖 문학글에서 질리도록 본 역겨움들이다.


'....나참...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도 두번째 라는이유로.. 죽이니 살리니 지껄이는 년들이라니....'



만약, 이런 새끼들이 자신의 눈앞에 있다면, 공포와 경계감도 감돌겠지만, 무엇보다도 필연적으로 먼저 느껴지는 감정은... 혐오스러움이었다.


'......에휴.... 백날을 속으로 지껄여봤자 뭔 의미가 있겠냐... 후딱 넘기고 끝내자.'









....부르셨습니까. 사령관님.



라붕이는 무덤덤하고 기계같은 음성으로 자신을 부르는 사령관에게 대답했다. 

이번엔 또 뭔 개소리를 씨부릴건데.


후후훗!


......?



뭐 병신아.


라붕씨는... 어떤 스타일의 로봇을 좋아해?


스타일....말인가요.



스타일이라... 종류를 말하는건가? 아니면 전투타입을 말하는건가.


'.....좋아하는 로봇이라....'



라붕이는 나름 AGS도 어느정도 좋아하는 편이었고, 실제로도 많은 AGS를 편성해서 플레이를 해본 경험도 많았기에, 정말로 일말의 기대조차 없느냐? 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그건 아니다.

그야 물론 라붕이 또한 남자이니, 로봇에 대한 로망이 아예 없는것은 아니니까.


'...그게 니새끼가 갖고있는거라, 생리적으로 역겨울뿐이지만.'



종류라...... 뭐가 있었지....

기동..중장......그밖에....


음.. 글쎄요. 여기 온 이후 로봇을 본적이 딱히 없어서 말이죠. 종류라 해도 아는게 없는 몸이다보니, 무엇을 말씀드려야 할지....



아는게 있어도, 모르는게 있어도, 니새끼 한테는 죽어도 말해주지 않을것이다.

설령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너 같이 죄없는 생사람 잡을라고 기를쓰고 지랄하는 씨발새끼한테는 더더욱.


아.... 그, 그렇네... 하하... 생각해보니, 라붕씨 여기온지 얼마 되지도 안됐었지 참.. 하하..


'자꾸만 잊어버리네....'



은근 시간 많이 지난것처럼 느껴지지만, 의외로 그가 여기에 온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난건 아니니까.

그렇다보니 아직 라붕씨를 만나보지 못한 대원들도 많이 있고, 물론 AGS도 만난적이 없었지.


...우리, AGS는 말이야! 참 종류가 많이 있거든!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동형부터, 커다란 몸체를 가진 탱크와 박격포, 거친 환경에서의 작업을 위한 중장비까지, 말 그대로 라붕씨가 생각한 종류는 거의 다 소지하고있으니까. 하하하!


....그렇군요.



다 알아 이 새끼야.

나도 그거 다 만들어봤고, 풀링크 찍은것도 모자라 2호기도 별도로 빼놨다 병신아.


이 앞에, 있는거군요. 그 AGS라는 로봇이.


응! 바로 이 블록만 지나면 정렬되어있거든! 

참 길었다. 그치~! 


'...........'


그래. 참 길지.

좆같은 니새끼 면상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짜증의 길이가 말이야


....부디, 오늘 하루도 잘 부탁드립니다.


응! 맡겨줘 라붕씨!












우선, AGS 로보테크의 로봇들을 소개해줄게!

제일 보편적이고, 제일 풍부하고, 제일 많은 로봇들이 있거든!


....네....



하이고.... 걔네 종류가 10개를 넘을텐데....

그거 하나하나 보여주고, 또 일일이 설명한답시고 얘는 누구고, 특기는 뭐고, 장점은 무엇이며, 어떤 성격과 특징을 갖고 있다 뭐 등 등.......


'.....하루종일 걸리겠네 씨발.'



하루종일 이 역겨운 새끼의 비위를 맞춰가며 감정노동을 해야 한다는것에 안그래도 역겨운 기분이 너무나도 더러워 지는것이 느껴진다.


'보나마나....제일 말단부인 스파르탄 정렬시켜서 구경시켜주겠지... 그래놓고 어썰트, 부머, 캡틴 순서대로 인사 한번 쫘아아악 돌린뒤, 얘네가 네모난 이유부터 시작해서, 스파르탄의 특기 등등.... '



그러한 것들을 뭐라도 되는것 마냥 떠들겠지.

은근슬쩍 총구는 날 향한채로 말이야.








자! 봐봐 라붕씨! 우리 스파르탄 대대의 중대장을 맡고있는, 캡틴이라고 해!


안녕하십니까. 스파르탄 현장 지휘관. 캡틴.

인간님들을 지키기 위한, 쓰러지지 않는 병사들입니다.

적들이 아무리 많을지라도, 스파르탄은 결코 쓰러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후의 전쟁에서도, 안심하고 생활해 주시길.



절도있는 기계음으로 자신을 소개한 캡틴은 흔들림 없는 자세로 라붕이에게 인사했다.


'....확실히....크네..'



공식 프로필에 키가 2.14m 라고 했던가.

확실히 바이오로이드조차도 압도하는 크기였다

스파르탄은 그렇게 거대한 AGS는 아닐텐데, 그저 평범한 인간인 라붕이에게는 이 마저도 엄청난 위압감으로 다가왔다.


'....뭐....확실히.....볼만은 하네...'



내 대가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야.


......안녕하십니까 캡틴. 저는 김라붕이라고 합니다. 향후, 신세지게 된 외부인입니다. 안심되는 위로의 말씀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캡틴의 앞에 서 정중히 인사를 올린다.

AGS에게 감정모듈이 얼마나 깊게 관여를 할지,

 그리고 이 새끼들이 나에대해 어떤 감상을 갖고있을지, 전혀 알수없지만, 그저 내가 해야할 일을 할뿐이다.


걱정마십시오. 저희는 완벽한 병사입니다. 저희의 화력앞에, 살아남을수 있는 적은 없습니다.


인간님들의 위해, 저희는 어떠한 적이든 물리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해 주시길.



라붕이의 인사에 뒤에 정렬되어있던 부머와 어썰트들중, 각 한명씩 그의 인삿말에 화답했다.

너무나도 딱딱한 기계음인지라 이 말들의 진의는 파악할수 없지만, 지금 당장은 괜찮을것 같기도 하다.


.....감사드립니다.... 스파르탄 여러분....


...............




사령관은 스파르탄과 첫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제대로....즐겨주고 있는...걸까...?'



분명히 여기 온 목적은, 라붕씨가 좋아하는 로봇을 '구경' 시켜주기 위한것이지, 이렇게 딱딱한 '인사'자리를 주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데...

허나 지금 눈앞에 보이는 라붕씨의 모습은, 여전히 예의를 중시하며 '감상'이 아닌 '인사'만을 추구하고 있었다.


..저....라붕씨?


네.. 사령관님.



고개를 숙이던 라붕이는 서서히 얼굴을 들고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그, 어때? 우리 스파르탄 대원들은...? 엄청 각이 서려있는게, 상당히 멋있지..?? 하하!


..........



라붕이는 천천히 고개를돌려 자신을 향해서 한치의 빈틈없는 각도로 사열중인 스파르탄 대대를 바라보았다.


'.....멋있냐고....?'



라붕이는 최초로 입을 열었던 캡틴을 바라보았다.


'............'



여전히, 뭔 생각을 하는지 알수가 없는 기계의 얼굴.

애초에 감정모듈이 있다곤 해도, 그것이 내가 느끼는, 내가 알고있는 감정과 비슷한 점이 있긴 할까?


잘 모르겠다.


...확실히, 처음 본 순간 딱 느꼈습니다. 정말... 엄청난 위압감을 갖고계신 분들이시군요.


........


아아...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너무 장엄한 광경인지라, 눈을 땔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말씀하신대로 상당한 각이 서려있는것이... 그저 보기만 해도 사기가 충전되는것만 같습니다.

역시 오르카는 정말, 대단하군요.



.........



칭찬과 호평의 향연.

그저 글자로만 나열해보면 이만한 찬사가 없다.

하지만.... 사령관이 원했던 반응과는 조금, 

조금 많이..... 달랐을 뿐이다.


...으, 응..... 그렇지?! 마음에 들어서 정말 다행이야 라붕씨! 하하....


........



스파르탄과 사령관, 그리고 라붕이 사이에는 잠시간의 침묵이 감돌았다.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려하지 않았지만, 이런 분위기를 계속해서 유지해선 안된다고, 사령관은 생각했기에 이번에도 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 다음으로 가자 라붕씨! 아직 보여주지 못하게 산더미라니까~


....네. 사령관님.



........



침묵은, 이어져선 안된다.

그의 성격상, 절대로 본인이 먼저 입을 열지는 않을거란걸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라붕씨가 무안해 하지않도록, 내가 철저하게 분위기를 잡고 리드를 해야한다.



멈추지않고, 계속 말을 해야한다.










그 이후에도, 사령관의 AGS 격납고 가이드 안내는 쉬지않고 계속되었다.

혹시라도 그가 피로감을 느껴서 휴식시간이 필요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안든것은 아니자만, 사령관은 지금 이 타이밍에 안내를 멈추는것은 좋은 판단이 아니라고 깊이 생각했다.


'.......서로....말없이 앉아만 있는건.... 이후에 더 어색함을 증가시키겠지....'



그러니, 우선은 강행하자. 아직은 시간이 그리 경과되지 않았으니까, 라붕씨도 아직은 괜찮을것이다.



이후에도 변함없이 격납고를 안내하며 그의 반응을 살폈다.

폴른과 펍헤드를 소개시켜준뒤, 홀로그램 기능을 가진 셀주크와의 대면부터, 포트리스와 기간테스의 더블샷을 곁들인 등장씬 까지 준비해 그에게 선보였다.


............



그러나....라붕씨는 여전히 묵묵히 인사를 올리거나 고개를 숙여 '인사'자리를 만들뿐, 그것에는 좋아하는 로봇에 대한 감상이나 호기심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내가, 뭔가를 놓친걸까...



이 구역도, 어느정도 다 둘러본것같네요.


...으,응...?! 어.... 그렇....지? 하하... 



의외로 지금 이 상황에서 입을 연 것은 라붕씨였다.

확실히... 이 블록의 구역은 대부분 둘러보았지.


...그럼... 안내도 슬슬 끝나간다고, 봐야겠군요..


...안내..말이지...



아니, 아직 끝나지않았다!!

아직..! 그 'AGS들'이 남아 있으니 말이야!


'타이런트는... 확실히 멋있고 로망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역시 무서워할지도 모르니까...'



여전히 자신도 그 위압적인 거체앞에선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곤하니, 당장 라붕씨에게 타이런트를 보여주는것을 이르다고 생각했다. 대신...


'우리에겐.... 아직 비장의 수가 여전히 남아 있다구 라붕씨...!'



아직, 남아있지 않은가!

그야말로, '로망'의 집합체가...!!


그것도 "여럿" 이나!!!


...후후...


....?



라붕이는 미세하게 떨면서 미소짓는 사령관을 잠시 흘겨보았다.


'왜...웃는거지...'



아직 뭐가 더 남았.....








라붕씨...?


....아, 넵 사령관님!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사령관을 라붕이는 재발리 주시했다.

이제 끝났나? 이제 좀 보내주냐 이 씨발아?


아직......끝이 아니거든....


.....네?



뭐라했냐 씹쌔끼야. 아직 안끝났다고?


아직....보여주지 못한게 남아있거든!!!

그것도 여럿이나 된단 말이지!!!


.......



보여주지 못한 AGS..... 아.....


'....혹시.... '걔네' 말하는건가....'



어쩐지, 무언가 허전하다곤 느꼈지만, 애초에 별 관심도 없는 주제에 억지로 끌려다니는 상황인지라 그냥 넘어갔는데, 굳이 그 얘기를 하는걸보니, 아마 "걔네들' 말하는거겠지.


자! 라붕씨?! 어서 가자구~! 진짜 하이라이트는 시작도 안했단 말씀~~

이제야.... 진짜 하이라이트를 보러갈 시간이다 이말이야~~!


...아... 네. 알겠습니다...



사령관은 라붕이의 손목을 잡고 힘찬 발걸음으로 격납고의 안쪽 구역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이번에야말로, 입이 떠어억 하고 벌어지겠지!!!

후후후!! 놀라서 자빠질 각오 단단히 하라고!!'


'.......하아.........'















....라붕씨....???


....네......사령관님..



두 사람은 커다란 격납고의 입구에 들어서 서로를 마주보고있었다. 라붕씨 지금, 엄청난 기대감에 휩싸여 있을것이다!!


...준비... 다 됐지....? 흐흐흐.....


아....네, 물론입니다.... 저도.. 너무 기대가 되서 견딜수가 없군요... 무려, 사령관님께서 직접 하이라이트라고 강조하실 정도이니.... 도대체 어떤 로망이 숨어있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빵긋!!!)



사령관은 드디어,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 기뻐하며 손을 부르르 떨고있었다.


'드디어..... 라붕씨가 활짝 뛰는 모습을 볼수있단 말이지..... 크흐흐흐.....'










'.....'



참 좆같은 표정을 여러개로 바꿔가면서, 자신을 보며 실실 쳐 웃는 이 지랄맞은 면상을 후려패고 싶다는 충동을, 오늘 하루만 도대체 몇번을 느꼈던가.


'........씨발 진짜.......개같네......'



뭐 그리 대단한걸 보여준다고 이리 으스대는지.

정작 나도 질리게 보고, 또 다뤄도 본것들인데...


'.....보나마나.... 여기안에 있는건 SS급 AGS겠지... 알바트로스... 글라시아스....로크... 

뭐 이런애들 있잖아....'



이것말곤 더 이상 이 새끼가 보여줄만한 로봇도 없다.

정말 몇시간 내내 이미 다 아는 내용들을 들먹이며 떠들어대는 사령관 새끼의 의도를 알수가 없었던 라붕이는 도대체 이 지랄맞은 시간이 언제가 되어야 끝이날까. 이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대충 반응해주고 끝내자....'












엣헴!! 


...!



사령관은 헛기침을 하면서 뜸을 들이고 있었다.

배고파 씨발놈아. 어서 끝내고 시마이 쳐라.


자! 지금부터!! 이 지구상의 최강의 AGS들을.... 최고의 로망들을 마주할 준비가 됬어 라붕씨....?!!


....네에.....



최대한 맞장구 쳐주는 라붕이를 바라보는 사령관은, 그 어느때보다도 실실 웃고 있었다.

씨발놈.


자! 그럼! 들어가자 라붕씨!! 분명 깜짝 놀랄걸~~~


그 말을 끝으로 거대한 격납고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


......................




...............................




문이 열리자마자 두 사람을 맞이한것은, 오르카의 최강이자, 최강지휘관이라는 명성을 가진, 지구상의 최고의 AGS... 알바트로스였다.


'...!!'



당당하고 위엄있는 풍채를 자랑하는 견고한 외피.

아무리 단단한 장갑을 두른 적이라도 무자비하게 꿰뚫어 격추해버리는 플라즈마 집속 입자포.

군데군데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뭐하나 흠잡을곳 하나없는 화려한 미.

그러면서도 쓸때없는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 실용적인 디자인을 갖춘 모습......


말 그대로.... "로봇의 매력" 이라는 것을 한데모은, "로망" 그 자체인것이다....!!



'후후훗..! 어때! 라붕씨..?! 우리 오르카의 최강의 AGS이자, 최고의 지휘관의 자태가..?!

아... 이거 처음부터 너무 자극이 강한걸 보여줘 버린건 아닌가몰ㄹ...........'



..................






....???




어... 그... 뭐지...


''...아무런 반응이 없는데.....?!!!!!'



아니.... 알바트로스 라니까 라붕씨?!

얘 진짜... 내가 닥터한테 듣기로는 멸망전에는 얘 얼굴보는게 그렇게 힘들었다던데...

심지어 알바트로스를 기반으로 화려한 천공기사 모델도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그 알바트로스인데... 

그런 알바트로스를 정면에서 마주한 라붕씨의 표정은... 마치 고요한 호수와도 같이 잔잔할 뿐, 그 어떠한 고양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



라붕이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알바트로스의 견고한 자태를 묵묵히 감상하고 있었다.


'.....알바트로스네...'



바로 처음부터 얘를 보여줄줄은 몰랐는데, 의외로 첫 번째로 오픈했구나.


'...일러스트랑 똑같네....'



너무 거대하지도, 그렇다고 해서 결코 왜소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크기의 거구를 가진 알바트로스와 라붕이는 조용히 눈을 마주치고 있다.


'얘가... 10조원 짜리라고 했나...'



10조원이라... 출시 초기에는 거창한 설정에 비해서 밥값 못하는 저열한 성능으로 인해서 온갖 욕을 들어먹었던게 생각난다.


'...체강지휘관... 무적싸개... 10조원짜리 개껌..'


그야말로 온갖 멸칭들이 따라붙어 아예 존재자체가 밈이 되어버린 비운의 최강AGS.

그 불쌍한 과거의 주인공을, 라붕이는 차분히 살펴보았다.


'그나마, 크게 상향해주고 전용장비도 추가해줬기에 망정이지... 그거 없었으면 이 새끼 진짜 어쩔뻔했냐...'



라붕이는 측은한 눈빛으로 눈 앞의 체강... 

아니, 최강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이 설정만 거창한 무적싸개 새끼를 향한 동정심과 애잔함이 담겨있었다.


'그래도... 잘됐네 임마...! 새로 나온 전용장비 성능이 좋아서 말이야... 너 진짜 그거라도 없었으면...'



바로 실직자 되는건데...


그나마 병신에서 빙룡덱 보조장비 수준으로 올라올수 있었던 이 10조원 짜리 개껌... 아니아니, 

최강 지휘관을... 라붕이는 진심으로 잘됬다고, 마음속 깊이 위로해주었다.



















'....! 아냐아냐...! 이럴때가 아니지...'



사령관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정면을 주시했다.


'아직.... 준비해둔 '그걸'... 선보이지 않았잖아...?!'



이제 이곳으로 찾아올 라붕씨를 위해서, 알바트로스에게 그걸 '연습' 해두라고 명령을 내려놓았다.


'후후훗... 로봇하면 역시..... 멋있는 첫인상이 중요한 법이지!!'



사령관은, 지금이 그 때라고 확신하며 알바트로스에게 신호를 보냈다.


'.......??'



알바트로스는 사령관이 보내는 수신호를 감지하고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마 저 신호는.....


'..........'


알바트로스는, 지금 매우 깊은 갈등에 빠져있었다. 그 어떠한 전장에서도 이런 망설임은 느껴본적이 없었는데...

정말로, 이거 해야하나...


(.....사령관... 그거 꼭 해야하는....)


(야....!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여태것 뭘 위한 연습이었다고 생각하는거야!!

어서 시작해....!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이!! 씻X!! 해체기 맛좀 볼래....?!!)


(......하아아아......)



알바트로스는 자신에게 입이 달려있었더라면 아마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속으로 한탄했다.


'......그걸.....하란 말인가......'



자신이 살다살다, 그것도 최후의 인간이라는 사령관 이라는 자에게, 이런 명령을 듣게 될줄은 그 조차도 도저히 상상을 하지 못했다.

아니, 그 누가 와도 절대로 예상 못한다 이건.


(.....1분만... 시간을 다오. 다른 녀석들도 불러야 하니까...)



결국, 알바트로스는 피할수 없음을 직감하고 자포자기한 뒤, 자세를 잡았다.















.......



캡틴은 알바트로스 지휘관으로부터 하달받은 새로운 명령을 휘하의 스파르탄 및 알바트로스가 별도로 지목한 AGS들에게 전달했다.


...캡틴.


.....말하라. 페레그리누스.



페레그리누스는 본인이 총대를 메고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질문했다. 제발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라며.


......이거... 진짜야?


.........


중간관리직의 고충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캡틴은 무덤덤하게 통보했다.


...정확히는, 사령관 각하의 명령이시다.


...........


자리에 위치해라.

......곧 시작한다.





............




.......하아아아아.........




























......음?


알바트로스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말 한마디 없다가, 갑자기 움직일라 그러네.... 뭘 할라고 저러는걸ㄲ.....'











.....?????


뭐...뭐지...



....???????





....저기...... 알바트로스 씨?



'.....니 이름은 나도 알아 병신아...'


이 새끼가 미친건가... 갑자기 왜 이런ㅈ...



저...저기...









"알바트로스!!"


?!



우렁찬 기계음이 들린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AGS들이 웅장한 오오라를 내뿜으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네 녀석들은...






















오랜만이군요, 알바트로스...


알바트로스. 이미 공략을 마쳤다. 퇴물 확정.


이 하찮은 놈아!!!!!!


그렇다는구나 알바트로스여.

왕좌를 내려놓을 각오는 되었느냐.


어이어이어이...!! 뭘 그렇게 거만하게 꼬라보는거냐고!!! 닥치고 전용장비나 넘기시지!!!


자, 오늘이야말로, 최강을 가리도록하죠.



로크의 주변을 감싸는 강렬한 자기장이, 육안으로도 식별될 정도의 에너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최강과 최강이... 격돌한다!


훗. 질리지도 않고 이몸에게 도전하는가.



알바트로스의 푸른 안광이 빛을뿜으며 점멸하기 시작했다.


하찮은 것들...


자신에게 끊임없이 도전해오는 하찮은 미물들에게 짧게 혀를 차며, 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장엄하게 움켜쥔 손아귀에 그를 상징하는 심볼, 전용장비OS가 영롱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모든것을 파괴해주마!!!



아틸리싸이!!!!!!!


끼요오오오오옷!!!!!


자기장 10배!!!!


죽음의 광선!!!!




그러나, 최강의 스피드를 따라잡는것은 불가능하였다.



...?!!


넌 지금, 내게 등을 보였다.


뭐...라고...!!!


꿇어라. 해괴망측한것들...!



아이고!!!!!!!



천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격납고를 가득 채우는 섬광이 점멸하자 AGS들은 저항조차 하지못하고 바닥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대충 바닥에 드러누운 AGS들)




짧게 읊조린 최강의 사나이는 무심하게 패배자들을 바라볼 뿐이다.


...시시한 것들.



이내 보잘것 없다는듯 고개를 젓는 알바트로스는 자신을 바라보는 라붕이를 향해 질문했다.


이것이... 나의 힘이다.


....네?








나는 최강의 사나이....!!!

알바트로스!!!!!


















............



..................



..............................













(회의실에서 지켜보는 대원들)



(정비실에서 지켜보는 기술팀들)




(드라큐리나의 방에서 라붕이를 위한 관을 용접하던 뽀자즈 듀오와 고통받는 드라큐리나)



(옆 블록 격납고에서 지켜보는 AGS들)



(비밀 CCTV회선으로 훔쳐보는 탈론 페더)















전에 없던 고요함이 격납고에 휘몰아치고 있다.


'잘했어..!! 알바트로스!! 역시 최강 지휘관이야!! 연기력도 성능 확실하구만!!'


..............


'히히히... 이 정도면 라붕씨도 엄청 흥분해서 막 웃음꽃이 피어오르고 그러.........'




........................




(???????)



라붕이는 조용히 서서 이 최강의 AGS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뭐하냐 이 새끼......'



원래 이렇게 덜떨어진 새끼였나....

워낙 비중이 없어서 실제 성격이 어떤지를 알수가 없으니 원...


'음....분명 "GM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문답에선.... 워낙에 융통성이 없고 인간미가 없어서 바이오로이드의 사기관리에는 부적합하다....

라고 했던거 같은데....'



결과와 효율만을 중시하는 알바트로스는 그만한 성과도 훌륭하게 올렸지만, 그 대신 감정을 느끼는 바이오로이드와는 다르게 워낙 무미건조한 기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보니 바이오로이드 하고는 AGS급의 효율이 나오지 않는단 식으로 말했던게 얼추 기억이 난다.


'.....그랬던 새끼가.... 지금 뭐하는거지....'



그 어떤 문학글, 개념글, 후회물, NTR문학.....

 그 외의 수많은 문학글에서도 알바트로스는 이런 모습을 보인적이 없었다.

심지어 게임 내에서도.


'......아니.....생각해보니까.... 이 새끼....

 비중이 워낙 없다보니... 출연을 "안"한게 아니라 "못"한거지.....'



스토리 작가가 설정만 쓸때없이 거창한 이 무적싸개 새끼를 거의 유기하다 시피 하는 바람에 변소나 영전에서 무적 싸지르는것 말곤 정말로 기억에 남는게 없던 놈인지라, 어째서 이런 행동을 하는건지, 속으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가늠할수가 없었다.


'.....뭔 반응을 보여야 하지..... 고개 숙여 인사하면 되나..... 아니아니... 그것도 뭔가 좀 아닌것 같은데....'



(스윽)


(대충 알통 자랑하는 알바트로스)



아직도 이 이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알바트로스를, 라붕이는 그저 멍하니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아니....진짜 너 뭐하냐???


'....모르겠다.......'



아니.... 출연을 해서 뭔 행동을 보여줘야 그나마 예측이나 짐작이라도 해볼텐데.

이 새끼가 게임에서 보여준 거라곤 램파트 외전이었나? 거기서 사령관의 '탈 것'으로 출연한것 말곤 진짜 아무것도 없다보니 도저히 의미를 알수가 없었다.










(.........)



사령관과 알바트로스는 이 침묵속에서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사령관....)


(...ㅇ,어...어....?!)



눈에띄게 당황한 사령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 알바트로스는 지금 자신이 입이 없이 태어난것을 매우 다행이라고 여겼다,

안그랬으면 미친듯이 한숨을 쉬었을 테니까.


(...다음은... 뭘 하면 되는거냐...)


(에)


(........???)



에. 라니..... 정말 이게 끝이라고...?


(........)


(아... 아니 그게..... 원래 내 예상대로라면, 너가 그렇게 폼을 잡으면 아마 라붕씨가 엄청 흥분하면서 너에게 흥미를 보....일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스윽




.................






'아무것도 없네...?!!!'



아니.....왜 아무런 반응을 안보여!!!

이거 하나 할라고 얘 설득시켜서 대본 연습 시키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대사가.... 너무 진부했나....? 아니, 그래도 뭐가 됐든 관심 정도는 가질만 할텐데..???'


'.........'












저기.......


...아, 네.... 사령관님....?


라붕이는 알바트로스를 바라보던 시선을 잠시 거둔채, 급히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그...어때..? 정말 멋지지않아...?! 우리 오르카의 최강의 전력이자, 최강지휘관이라는 칭호를 갖고있는 알바트로스 라고 하거든....! 정말 멋있지..?! 하하하....


...........??



....아니....잠깐.... 그럼 이거 설마.......


'방금 그거....리액션 타이밍.....이었냐....??'



그때 이 병신이 폼 잡는 순간에 맞춰서, 내가 꺄악꺄악 거리면서 소리지르고 막.... 그래야 하는 타이밍이었어.....???


'.......장난하나.....'



아니.... 이건 너무 뜬금없잖아....

애초에 난 눈앞의 알바트로스가 어떤 놈인지도 모르는데... 그런짓을 할수가 있겠냐고.


'.....호들갑 떨면서 연기할 타이밍은 이미 지나간것 같고....'



그냥, 평소대로 하자. 응. 아까 다른 AGS들한테 한 그대로, 얘한테도 그대로 하는게 낫겠지.















안녕하십니까. 알바트로스씨.


.....?



라붕이는 알바트로스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숙였다.


'....라붕.....씨....?'


최근에, 이 오르카에 합류하게되어 신세를 지게 된 외부인인, 김라붕이라고 합니다. 

무려 지휘관이라고 하시니, 이미 저에 대해선 알고 계시리라 생각을 하고 있지만,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정식으로 인사 드립니다. 


...........


비록, 기계군단의 지휘관이신 알바트로스씨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몸이지만, 이런 저라도 할수있는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저를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할수 있는일이 있다면, 언제 어느때라도 달려가겠습니다.



아까 AGS들을 만나면서 입에 붙어버린 인삿말들을 알바트로스 에게도 똑같이 내뱉는 라붕이를, 알바트로스와 사령관은 그저 말없이 바라보았다.


'......'
















'.......'



알바트로스는 라붕이를 보면서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언제까지....이러고 있어야 되는거지..'



지금도 여전히 알통을 자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알바트로스는 이후에는 도대체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 자신의 AI회로를 미친듯이 작동시켜 답을 찾고있었다.








'......모르겠는데.....'



분명히 사령관이 말하기로는, 그냥 이렇게 대충 대본과 자세를 외운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이 김라붕이라는 남자가 알아서 상황을 주도해줄것처럼 말했기 때문에 알바트로스 또한 그냥 사령관이 시키는대로 멋진 대사와 포즈를 취했으나...


'.....반응이...우리가 생각한거랑은, 좀 다른것 같다만....'



제 아무리 최고의 AI를 탑재한 알바트로스라 할지라도, 애초에 이런 겪어본적도 없는 상황과, 눈앞에서 그저 고개숙여 인사만 하고 그 이후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여주질 않는 라붕이의 앞에서는 도대체 무슨 말과 행동을 해야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스윽)



알바트로스는 자신에게 이런 답 안나오는 상황을 안겨준 사령관을 힐끗 쳐다보았다.


'........'


'......하아........'



아마.... 사령관도 지금 머릿속이 굳어버린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사고가 멈춘것으로 보이기에, 현재 그의 지시를 기대하는건 아마 힘들것으로 보인다.


'........인사를....했는가.... 나에게.....'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그는 나에게 인사를 건내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이 남자에게 해야할 행동은 당연히 정해져 있다.









고개를 들어라 김라붕.



"....!"



라붕이는 딱딱하고 건조한 기계음에 반응해 고개를 들었다.



"알바...트로스씨?"



라붕이도 그런 알바트로스를 그저 묵묵히 바라보았다.


본 기체앞에서, 그런 딱딱한 인사법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어느새 우스꽝스러운 자세는 내려놓고, 평소의 진중하고 묵묵한 AGS 지휘관으로 변모한 그는 라붕이에게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다시 한번, 정식으로 소개하겠다

 본 기체의 이름은, HQ1 알바트로스.

AGS 로보테크의 대장이자, 오르카 기계사단의 사단장을 맡고 있는 오르카의 지휘관중 하나이다.

나에 대한것은 이미 앞에......... 대충 설명을 했다고 생각한다.



"........"



라붕이는 알바트로스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얘가... 이렇게 대사량이 많은건 처음보네...'



게임 내에선 이렇게 길게 말할 기회는 커녕, 아예 출현조차 못하던 불쌍한 새끼였던지라, 알바트로스의 발언과 말 한마디 하나하나가 라붕이에게는 그저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어느정도 자부심을 갖고서 이야기를 하자면, 본 기체는 실제로도 오르카 내에서도 최강의 전투력의 일각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이야기 이기도 하지.



"........네...."


나의 의무는.... 아니, 우리 기계 사단의 임무는, 미래의 인류사회의 부흥을 도모할 인간을 지키는것. 이었으나,


지금 현 시간부로, "인간"에서 "인간들"로 수정을 해야할것같군.



"................"



알바트로스는 미동없는 자세 그대로 라붕이를 내려다 보았다.

여전히 딱딱하고, 기계인지라 표정의 변화가 없으니 그 속에는 어떤것을 생각하고 있을지 여전히 알순 없다.

하지만...그럼에도 라붕이는 깊게 생각을 하지않고 알바트로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깊게 새겨들었다.



"사단장....님...."



딱딱한 기계음에는 아무런 감정도, 마음도 없다고 느끼는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러나 라붕이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AGS. 알바트로스의 눈을 한 순간도 놓치지않고 계속해서 주시하였다.

그 시선을 마주하는 내내, 딱딱한 기계음성에서 흘러나오는 느낌은, 무언가 사람을 안심하게 하는 무언의 힘이 느껴졌다.




그러니, 이제 안심해라. 그 어떠한 일이 벌어져도, 아무리 강력한 적이 우리의 눈앞에 나타난다 할지라도, 우리 기계 사단의 적수가 되진 못한다.








"넌, 우리가 지킨다."











사령관은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뭐....기대했던 반응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아니지...... 조금이 아니라 완전 다르지만.


'지금은 이정도로, 만족을 해도 되지않을까...?'



비록, 그의 진심어린 기쁨과 미소를 이끌어 내는데는 실패했으나, 지금 알바트로스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표정을 보고있자니, 지금 당장은 이 정도로 만족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생각이 들었기에, 사령관은 그저 조용히 미소지으며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


'비록, 라붕씨를 활짝 웃게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마냥 굳어있는 표정보다는, 저런 표정이 더 보기 좋기도 하고.'



언제나 미간에 주름이 드리워져있으며, 항상 딱딱하기 그지없는 저 눈빛과 표정이. 지금은 그래도 어느정도 부드러워진게 보였기에...

 지금 이 순간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말자고 사령관은 생각했다.










".........."



라붕이는 잠시 할말을 잊은채 알바트로스를 바라보았다.



'........의외네.....'



설마, 알바트로스에게, 이런 말을 듣게될줄은...



허구언날 무적싸개니, 체강지휘관이니, 10조원 짜리 개껌이라느니... 이런 멸칭들로 이루어진 밈 덩어리 그 자체였던 알바트로스는, 늘 생각해왔던 한심한 모습이 아닌, 말 그대로 위엄있는 한명의 지휘관으로서 자신을 환대해 주고있었다.



'게임에서도... 이렇게 멋진 모습 보여줬으면....대가리 박살날 사령관들이 엄청 많았을텐데 말이야......'



그저 말 한마디. 말 한마디만 해도, 이렇게나 듬직하고 멋지다고 느껴버렸는데.

스토리 작가가 조금이라도 이 녀석을 밀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왔던것을 떠올렸다.



'이 녀석이.... 왜 최강인지.... 왜 강한지를.... 

조금은 더 알것만 같네... 정말....'



그야, 이렇게 듬직하고 멋있는데, 어떻게 이 녀석을 약하다고 모욕할수 있겠는가.



'...그... 아까 보여준 기행은... 좀 깨긴 했지만....'



정말이지... 아까 그 희한한 모습은, 예전에 커뮤니티에서 보던 그 무능한 이모티콘 시리즈를 보는것 같아서 순간 박장대소 할뻔 하기도 했다.



'내가 생각한것 이상으로, 감정과 인간미가 풍부한 녀석이라는 의미겠지. 가끔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도 느껴지네.'



표정변화 라는것이 존재할 리가 없는 얼굴이지만, 그저 그것 만으로도 수많은 마음과 감정을 느낄수가 있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사단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야말로, 잘 부탁한다. 김라붕."



악수도, 목례도 없는, 말뿐인 인사였지만,

둘 사이에는 굳이 그런건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냥, 딱 이 정도만 해도 이미 서로의 첫 인사로서는 충분히 차고 넘치니까.






















역시 최강 지휘관! 성능 확실하구만!
















재밌게 보셨으면 개추랑 댓글좀 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