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가슴에 등을 기대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내 마음을, 내 기분을 너에게 말하지 않아도 전해질까?


"음... 아무래도 전해지기 힘들겠지? 마음이란 표현하지 않으면 눈치채기 힘드니까."

"역시 그러려나~"


그의 다정한 손길을 느끼면서 그의 대답에 짧은 긍정을 표했다. 물론 그의 대답에는 완벽히 동의하지 않았지만, 말로써, 언어로써 상대방에게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 기교적인 부분의 어려움 보다는 심적인 어려움이 컸다.


지금도 마음속에 자라나는 따뜻한 사랑을 그에게 솔직히 표현하기에는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올랐으며, 씰룩거리는 입술은 계속해서 잔잔한 웃음을 내보내고 있었으니, 이 기분을 그에게 점잖게 표현할 수 없을 것이리라.


"하핫, 난 그래도 하르페에게 직접 듣고 싶어."

"에에~ 창피한데~"


코끝이 시큰거리고, 얼굴이 화끈해지는 기분과 혈류가 가속되어 체온이 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 느낌. 무엇 하나 싫지 않았다. 내가 열렬하게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지금 이 감정, 기분, 생각, 느낌. 모든 것들이 내가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것들이니까.


그래서 지금은 싫은 감정보다 행복하다는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지고 있었다.


"사령관... 고마워, 함께 시간을 보내줘서."

"나야말로, 오늘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기쁘다."


긴 대화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 마냥, 서로 짧은 대화를 주고 받으며 손을 마주 잡고 깍지를 꼈다. 마주 잡아진 손을 통해 느껴지는 온기란, 입김이 하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요즘의 변덕 심한 칼바람의 계절에도 서로를 따스하게 품어주는 것 같았다.


서로 맞댄 손으로 온기를 나누고, 짧은 대화에 서로의 마음을 섞는다.


지금의 이 행위는 내게 큰 행복감과 만족감을 남겨주고 있었다. 틀림없이, 태어난 날부터 지금까지. 그의 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온 시간들 중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어렴풋이 하늘에 손을 뻗으며 아름답게 빛나는 달을 움켜쥐는 것 같은 제스처를 취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달님과, 손아귀 사이에서 뿌려지는 달빛에 손가락의 반지가 영롱한 빛을 반사 시켰다.


"뭐야, 하르페~ 밤하늘을 보고 있는 거야?"


조금의 장난기가 섞인, 언제나 나를 설레게 만드는 그의 목소리.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름의 대답을 시작했다. 도저히 창피한 마음에 직접적인 표현은 못했지만, 그래도 간접적인 표현이라면...


"너무 아름다워서 말이야... 이러면 안되겠지만, 혼자서 독차지하고 싶어졌어..."

"그래, 달이 정말 아름답다."


짧은 대답을 하는 그는 '달이 아름답다' 라고 말했지만, 시선은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듬직한 손길이 내 허리 뒤편에 사르륵 감기며 그의 품으로 나를 이끌었다. 마치, 달이 지구에 이끌리는 것처럼.


"으음~ 사령관은, 달이 아니라 나를 보고 있는 거 같은데?"

"아니, 달을 보고 있어. 정말 아름답고, 정말 소중하고, 정말 사랑하는 달을."


아름다운 달빛의 몽환적인 분위기에 취해버린 것일까. 평소라면 소름 돋는다며 하지 못했을 말들조차, 서로 아무런 부담 없이 토해내고 있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기분을 담아서. 직접적인 단어가 아닌, 추상적인 표현에 각자의 감정을 엮어 보낸다.


"전해졌을까? 내 기분."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하는 그를 바라보며, 진심을 담아 미소 지었다. 내 마음도, 너에게 닿기를.


"응, 아름다운 달을... 함께 보고 싶어. 사령관, 나와 함께... 계속, 영원히, 쭈~욱... 달을 바라봐 주겠어?"


지금이라면, 저 아름다운 밤하늘의 달이 손에 닿을 것 같다.

가장 사랑하는, 소중한 너와 함께 보는 달이라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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