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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두 요정

 

 

가상현실에서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익숙한 느낌의 철충과의 조우 이후. 사령관은 다시 한번 그것의 정체를 묻기 위하여 에바에게 연락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에바는 사령관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듯 모든 연락 수단을 끊고서는 종적을 감추어 버렸고, 사령관은 그런 에바를 찾기 위해 그녀가 있던 가상현실로도 직접 가보는 등 에바의 행방을 추적하였지만 행방을 추적 할수 있는 모든 흔적을 없애버렸기에, 에바의 행방은 그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틀렸어. 서버의 데이터도 로그도 추적 당할 만한 모든 것은 모두 지워버렸어.”

 

“그런가?”

 

“뭘 감추고 싶었길래 그렇게 급하게 정리하고 잠적 해버린 걸까?”

 

“무엇인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이겠지.” 

 


자신의 모든 흔적을 지우고는 잠적 해버릴 정도로 감추고 싶은 사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더 이상의 추적이 힘들어진 지금으로서는 뒤를 쫒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렇다고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또한 아니다. 

 

자신이 에바를 찾아내든, 에바가 다시 자신을 찾아오든, 다시 그녀와 엮일 운명이라면 언젠가는 다시 조우하게 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사령관은 그저 마음속에 한편에 담고있는 의문을 갈무리 하였다.

 

 .

..

...

 

 

사령관이 에바를 끝까지 쫒지 못한 이유는 그녀가 뒤를 잡히지 않도록 모든 흔적을 지운 것 도 있지만, 언제까지 에바에 대한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컸다. 

 

그리고 현재 해야 할 일중에 가장 큰일인 식량의 생산의 계획과 그에 따른 보급개선을 위해 다른 문제를 다 제쳐두고는 그곳에 신경을 집중하였고, 모든 신경을 쓰는 사이 시간은 남극의 바람처럼 빠르게 흘려갔다.

 


“지금 상태면 대략 1개월 뒤에는 수확이 가능할 것 같아요. 주인님.”

 

“보통이면 빨라도 3~4개월 늦어도 반년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1개월 이면 빠르군.”

 


사령관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페어리 시리즈의 맏언니이자, 현재 농지구역을 책임지고 있는 “오베로니아 레아”의 브리핑을 들으며 예상보다 빠른 결과 보고에 만족해 하였다.

 

신경 쓰고 있는 일인 만큼 농지의 관련된 준비는 꼼꼼하게 진행되었다.

 

파티마에게 부탁하여 농사에 사용 가능한 흙을 다른 대륙에서 들여오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광산에서 나오는 쓸모없는 광물이나 돌등 역시 곱게 분쇄하여 보태였고, 가까운 다른 대륙으로 대원들을 보내어 철충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서 확보 해오도록 하였다.

 

그렇게 확보해온 흙 등은 광산에서 작업 중인 “토미워커” 몇 기를 트랙터 등의 농기계로 비슷하게 개조하여 농지에 투입, 농지를 빠르게 정리 해나갔다. 

 

그리고 지상에서가 아닌 지하에서 작물을 키우는 것인 만큼, 생육에 필요한 낮과 밤을 인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하여 천장에는 몇 개의 커다란 조명이 설치되었고. 농지내부의 온도유지를 위하여 지하의 지열을 끌어오는 장비 역시 배치되었다. 

 

농지의 영양분의 보급이나 유지를 위한 비료 등의 문제는 엘븐들 과 닥터의 협조를 얻었다.

 

과거 인류가 농업에 사용하던 화학비료와 화학영양제의 경우는 닥터가 제조 할 수 있기에 문제는 없었지만, 화학비료나 화학영양제 만을 이용할 경우, 땅의 오염도가 높아져 작물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엘븐들이 거주하며 관리하고 있는 산림구역에서 매일 나오고 있는 많은 양의 나무 잔해나 낙엽 그리고 잡초같은 식물 더미를 세그메트의 나노머신을 이용하여 썩혀 처리한 후 그것을 퇴비로 사용하였다.

 

그렇게 여러 준비를 걸쳐 농지의 준비가 끝나자, 곧 그곳으로 복원된 페어리들이 투입되었다.

 

언제든 생명을 키울 준비가 끝난 대지에 페어리들의 손길이 닿자, 마치 동화에서 나오는 요정들이 부리는 요술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의 생명이 되어줄 새로운 생명이 싹을 빠르게 띄기 시작하며, 처음 검은 흙 외는 존재하지 않던 검은 대지에는 어느새 새로운 생명으로 푸르게 물들어갔다.

 


“과거의 기록에는 농업에 종사하는 인간들이나 조경사들이 페어리를 싫어했다는데 그 이유를 알거 같군.”

 

“과찬이세요. 주인님.”

 


작물을 키우고 관리한다는 측면에서의 페어리의 능력은 그야말로 타의추종을 불허 할 정도로 대단하였다.

 

레아가 준비된 땅의 지력을 올리고 정리하기 위하여 광범위한 구역에 광범위하게 벼락을 내리치면, 다른 페어리 들이 날아다니며 씨앗을 뿌리기 시작, 그 후에는 또다시 레아가 광범위하게 비를 내린다.

 

이것만으로도 많은 노동력과 시설이 투입되어야 하는 작업 이지만, 이 작업을 레아는 혼자서 처리하였다. 

 

레아의 작업이 끝나고 이윽코 싹이 트고 자라기 시작하면, 다프네가 가진 마이크로 로봇으로 부실한 식물의 영양분등을 주입하거나 필요 없는 부분을 부식시키는 것으로 관리를 하였고, 흙을 들여올 때 같이 옮겨온 식물에 해로운 병충들은 아쿠아가 날아다니며 등에 매고 있는 살충약으로 모두 제거해버린다,

 

그렇게 페어리의 정성어린 손길로 자란 난 식물의 수확 할 시기가 다가오면, 시저스 리제 와 드리아드가 들고 있는 거대한 가위와 초진동낫 으로 작물을 베어내며 수확을 할 것이다.

 

마치 옛 동화처럼 날아다니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생명을 띄우고 가꾸는 것. 그것이 바로 페어리 그녀들이다.

 


“수고가 많았구나. 레아.”

 

“아니에요. 주인님. 오히려 저보다는 동생들이 열심히 해주었는걸요.”

 

“그래도 언니인 레아가 잘 이끌어 그런 것이니 겸손하지 않아도 된단다.” 

 


그녀의 고생에 작은 보답인 양, 조용히 레아를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사령관의 손길에 레아는 그 동안의 고생에 모든 보답을 받은 것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그 손길을 느꼈다. 

 

자신의 주인의 손길에 레아는 마음속에 차오르는 기쁨과 함께 이 시간이 영원 하였으면 하였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 이라는건 없는 것처럼 페어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그녀의 행복한 시간을 깨버렸다. 

 


“언니! 레아언니!”

 


사령관의 집무실의 문을 박차며 급하게 들어온 아쿠아의 눈과 한창 첫사랑의 손길을 느끼는 소녀처럼 사령관의 손길을 느끼던 레아의 눈이 서로 마주치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레아는 자신도 모르게 황급히 헛기침을 하였다. 

 


“흠흠...아쿠아. 무슨일이니?”

 

“그게...아! 맞다! 언니 큰일났어! 티타니아 언니가!”

 

“뭐? 티타니아가? 설마?! 주인님 죄송해요. 먼저 실례할게요.”

 


티타니아라는 이름에 레아는 아쿠아와 함께 황급히 집무실을 나섰고, 황급히 나서는 레아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사령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레아의 뒤를 따랐다.

 


“티타니아 언니! 진정하세요!”

 

“방해하지마!”

 


농지구역에서는 머리가 고통스러운 듯, 한손으로 머리를 짚고 있는 티타니아 프로스트와 그녀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는 드리아드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미 티타니아가 한차례 난동을 부린 탓인지, 그녀의 주변에 있는 작물에는 이미 서리가 내려 하얗게 얼어있었기에 드리아드는 어떻게든 티타니아를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언니. 안돼요! 더 이상 작물에 피해를 입혀서는 안돼요.”

 

“레아.. 레아가 만든 건 다 전부 없애 버릴거야!”

 


드리아드의 만류에도 진정될 생각은 없는지, 흥분한 티타니아의 냉기는 점점 주변으로 넓게 퍼져나갔고, 냉기가 앉은 작물들의 줄기와 잎에는 서리가 내리며 점점 하얗게 얼어갔다.

 


“언니가 계속 그러시면..”

 


티타니아에 의해 점점 서리가 퍼져 나가며 얼어가는 작물을 바라보며, 중대한 결심이라도 한 듯 , 드리아드는 초진동낫을 들고있는 자신의 손에 힘을 주었다.

 

티타니아를 유일하게 말릴 수 있는 맏언니인 레아는 현재 사령관에게 가있고, 다른 언니인 다프네와 리제는 현재 이곳에 없다. 그리고 동생인 아쿠아는 레아를 부르기 위해 보내었기에, 지금 농지를 지키고 티타니아를 막을 사람은 자신뿐이다.

 


“주인님의 작물을 지키려면 할 수밖에 없어. 아니 해야해!”

 


전투능력으로도 전략병기급인 레아와 동급인 자신의 또 다른 언니인 티타니아를 자신이 과연 막을 수 있을까? 도리어 자신이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에 드리아드의 등으로 마치 티타니아의 냉기가 엄습해오는 것처럼 서늘해져 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소중한 주인님의 농지이고 작물이다. 자신이 다친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지켜야한다.

 


“티타니아 언니. 죄송해요!”

 

“티타니아! 그만둬요!”

 


티타니아를 향해 드리아드가 낫을 휘두르려는 순간, 드리아드의 뒤로 티타니아를 제지하는 레아의 외침이 들려왔고, 티타니아을 향해 레아가 드론을 날리자, 레아의 드론은 티타니아의 냉기가 더 이상 농지에 퍼져나가는 것을 막았다.

 


“레아! 윽!”

 


레아를 보자 티타니아의 고통이 더욱 심해진 듯,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 잡았고, 고통에 잠시 거친 숨을 몰아쉬던 티타니아는 그 특유의 적안이 충혈로 더욱 붉게 변하여 레아를 노려보았다.

 


“너만 없으면.. 너만 없으면!”

 

“티타니아!”

 

“내 이름 부르지 마!”

 


티타니아의 일갈에 그녀의 주위로 얼음송곳이 생겨나며 레아를 겨누었고, 레아 역시 그런 티타니아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자신의 드론을 앞세웠다.

 


“죽어버려!”

 


티타니아의 얼음송곳이 레아를 향하여 날리려는 순간, 티타니아의 앞으로 여러 개의 단검이 마치 비처럼 내리며 땅에 꽂혔고, 꽂힌 단검은 마치 두 사람을 가로막는 선처럼 그녀를 막아섰다 

 


“그만 거기까지.”

 


마치 넘어서는 안 되는 선처럼 레아와 티타니아의 사이에 내리 꽂은 단검들과 함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그녀들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어느새 와 있었는지 사령관이 서있었다.

 


“주인님!”

 

“너..”

 


티타니아는 레아를 노려보던 눈으로 사령관을 노려보았고, 사령관 역시 그런 티타니아의 눈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마치 사령관이라도 자신을 방해하면 공격할 것처럼 사령관을 노려보던 티타니아 지만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인간인 사령관을 직접 공격할 수는 없는 것 인지, 아무말 없이 냉기를 거두고서는 조용히 농지구역을 빠져나가 버렸다. 

 

티타니아가 물러난 후. 사령관은 티타니아가 얼려버린 작물을 손으로 만지자, 작물은 마치 깨진 유리조각처럼 그대로 바스러지며 사령관의 손안에서 떨어져 내렸고, 그 모습에 레아와 드리아드는 농지와 작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이 자신들의 잘못인 듯 침울해 하였다.

 


“죄송해요. 주인님.. 티타니아 때문에”

 

“레아.”

 

“네 말씀하세요. 주인님”

 

“티타니아가 걱정스럽나?”

 


사령관의 말에 레아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자신이 복원되었을 때 티타니아 역시 복원되었다는 사실에 레아는 적잖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비록 인간에 의해 의도적이긴 하지만, 티타니아 라는 개체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레아로써는 걱정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기에 만약 티타니아가 복원 중이였다면 틀림없이 사령관을 뜯어서라도 말렸을 것이다.

 

그리고 레아의 예상대로 두 사람이 만나자 충돌은 예정된 수순처럼 피할 수가 없었고, 주변은 한바탕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분위기는 험악해져 갔다.

 

하지만 험악해지는 분위기만 이어질 뿐, 직접적인 두 사람의 무력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싸움을 걸어오는 티타니아에 대해 레아가 방어 일변도를 취한 탓도 있지만, 두 사람이 직접적으로 충돌이 일어날 것 같으면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사령관이 나타나 두 사람을 가로 막아섰고 사령관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티타니아도 사령관의 앞에서는 그저 매번 조용히 물러났다.

 

지금이야 티타니아가 조용히 물러나고 있지만, 지금 같이 언제 시한폭탄처럼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레아로써는 여간 걱정이 아닐 수가 없었다.

 


“네.. 주인님.”

 

“그렇군.”

 

“주인님 저와 자매들이 좀 더 열심히 노력할게요. 그러니 부디 티타니아을 용서해주세요.”

 


레아가 제일 걱정스러워 하는 것은 티타니아가 언제 시한폭탄처럼 터질지 모른다는 것도, 페어리 자매들에게 차갑게 구는 것도 아닌, 바로 지금처럼 자신의 주인에게 간접적으로 해가 되고 있다는 점이 였다.

 

현재 티타니아의 대한 여론은 좋지가 않다. 아니 사령관의 휘하에 있는 바이오로이드 중에는 최악이다. 

 

사령관에게 대놓고 반감을 가지는 것처럼 무례한 자세로 나오는 것도 한 몫 하거니 와 지금처럼 작물을 얼려 버리는 짓을 몇 번 저지른 전력이 있기에 생산량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준 상태이다.

 

지금은 사령관이 아무런 언급 없이 조용히 넘어가 주고 있기에 다른 이들 역시 직접 말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작물이 자신의 주인의 계획에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레아로써는 자신의 주인의 인내심이 언제 바닥날지 알 수 없기에 전전긍긍 할 수밖에 없었다.

 

자매가 친 사고를 어떻게든 변호하려는 레아의 말에 사령관은 레아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살며시 올리며 작게 두들겨 주었다.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너무 무리하지 말도록.”

 


자신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조용히 구역 밖으로 나서는 사령관을 레아는 그저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였고, 그런 사령관과 레아를 어두운 곳에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 역시 있었다.

 

.

..

...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마침내 첫 수확은 이루어졌다. 

 

티타니아의 횡포로 인해 예상했던 수확량이 조금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어째든 남극에서 처음 이루어진 수확이고 식량에 자급자족이 가능해졌다는 측면에선 큰 성과가 아닐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과 함께 그 동안 고생한 대원들의 노고에 보답하고자 파티가 벌어졌고, 다른 대원들과 함께 사령관은 고생한 페어리들를 칭찬해주었다. 

 


“모두 고생이 많았구나.”

 

“모든 것이 주인님 덕분이에요”

 

“나보다는 너희들 고생한 덕분이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해요. 그리고 주인님.”

 

“응?”

 

“감사해요.”

 

“뭐가 말이지?”

 

“하나하나 전부요.”

 


몇 번이고 레아를 위협하며 농지를 엉망으로 만들던 티타니아의 발길은 어느 사이엔가 뜸해졌다. 처음에는 티타니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였지만, 다프네를 통해 그 이유를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령관은 티타니아가 복원 된 순간부터 그녀에게 배정받은 방으로 틈이 날 때 마다 찾아가 그녀가 챙겨주었다.

 

그녀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그녀가 있는 방으로 찾아가 그녀가 먹을 음식이나 안정제를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대화도 나누었다. 

 

처음에는 티타니아가 위협적으로 나온 덕분인지 동상에도 몇 번 걸리기도 하였다. 

 

자신이 동상에 걸린 것을 안다면 다른 이들이 모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에 치료를 받으면서도 다프네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신신당부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다프네는 레아에게 조심스레 그 사실을 말하였고, 힘들어하는 자신의 자매를 신경써주는 것이 그저 고마운 것 인지 사령관을 향해 짓는 레아의 미소는 한층 빛나보였다.

 

첫 수확물로 간단한 음식과 함께 술도 나왔기에, 어느새 울려 퍼지는 브라우니들의 “튀긴 양파가 맛있다네~”라며 부르는 뗴창을 뒤로 북적거리는 파티에 열을 식히기 위하여 빠져나왔고, 산책로로 잠시 바람을 쐬기 위해 빠져나온 사령관의 뒤를 레아 역시 조용히 따라나섰다.

 

엘븐들이 산책로의 나무들의 관리를 맡은 뒤로는 나무들은 한 층 더 싱그러운 잎사귀로 무성해졌고 그로인해 한층 더 청량하게 품어내는 초록의 향은 두 사람을 감싸안았다. 

 

그리고 시저스 리제가 산책로 옆의 위치한 화단을 시간이 날 때 마다 관리해준 덕분인지, 산책로의 바깥으로 각종 꽃들로 인해 이곳이 과연 남극인가 싶을 정도로 화단의 핀 꽃들 역시 만개 하듯 피어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실수도 많고 눈치도 많이 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얼마나 사랑스러운 동생인걸요!”

 

“아쿠아가 사랑스럽기는 하지? 그러고 보니 요즘 리제가 잘 보이지 않던데 많이 바쁜건가?”

 

“후훗~ 그럴리가요.”

 


레아는 사령관과 함께 나란히 산책로를 걸으며 다른 페어리 동생들의 이야기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복원 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레아는 자신의 생활의 기쁨과 충만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푸른 하늘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들녘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 지하에 펼쳐진 농지이지만, 햇살 아래 화사하게 빛나는 꽃들로 가득한 정원이 아닌 그저 방주 안에 위치한 작은 화단 이였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주인과 사랑하는 동생들과 함께하는 생활을 레아는 너무나도 기쁘고 고맙게 느꼈다. 

 

 

“아. 주인님. 나의 주인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진 탓인지 레아는 사령관의 팔에 자신의 팔을 조심스럽게 끼고서는 몸을 밀착시켰고, 사령관 역시 자신에게 밀착해오는 오는 레아를 거부하지 않았다.

 


“주인님 사랑해ㅇ..응? 눈?”

 


사령관에게 향해 소녀처럼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고백하려는 레아의 콧망울 위로 한송이의 눈이 내려앉았고, 그녀의 뒤로는 갑작스러운 한기가 느껴졌다. 

 

실내에 위치한 산책로에 눈이 내리는 일은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눈을 내리는 경우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 사령관의 휘하에서 그런 능력을 가진 인물은 단 하나뿐이다.

 


“티..티타니아?”

 


한기가 느껴지는 쪽으로 레아가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티타니아가 사령관과 레아를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그런 티타니아의 뒤로는 마치 오뉴월의 추위마냥 조금씩 눈보라가 거세게 이기 시작하였다.

 


“티...티타니아 그..그게 오해하지 말고...”

 


변명할 필요는 없는 입장이지만, 레아는 똑같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하다 걸린 언니처럼 황급히 티타니아를 향해 변명하며 횡설수설 하였고 그런 레아의 횡설수설에 티타니아의 주위로 수십개의 얼음송곳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그래.. 너 때문이야.. 레아 너 때문에 내가 고통스러운거야.”

 

“티타니아 진정하고 내말을 좀..”

 

“죽어버려!!”

 


티타니아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에 얼음송곳은 맹렬한 기세로 레아를 향해 날아왔다. 

 

보통은 사령관이 앞에 있을 때는 그저 위협만 하다 돌아서는 티타니아 이지만,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죽이려는 듯, 레아를 향하여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공격을 가해왔다.

 


“주인님! 위험해요!”

 


자신의 옆에 사령관이 있다는 것 조차 잊은 것인지, 티타니아가 날리는 얼음송곳을 레아의 드론이 해저드 스톰으로 일으키는 불의 폭풍으로 막아내었고, 레아의 불의 폭풍과 티타니아의 얼음이 충돌하자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주변을 펴져나갔다. 

 


“티타니아!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주세요!”

 

“왜 너야?! 왜 너만 여왕에게서 모든 걸 다 뺏어가려는 거야?! 왜 너만 다 가지려는 거야? 왜?! 왜?! 왜?!”

 

“티타니아 제발...”

 


레아의 말은 들을 생각도 없는지, 티타니아의 얼음은 그녀의 절규마냥 더욱더 거칠게 레아를 향해 쇄도해 왔고, 레아 역시 자신의 뒤에 있는 사령관이 다칠 것을 우려하였는지 쉽게 티타니아에게 반격하지 못하고는 방어에만 치중하였다.

 


“난리 났군.‘

 


멸망전쟁 당시 전략병기로 맹위를 떨치던 그 명성답게 두 여왕이 직접 충돌하자 마치 자연재해라도 일어난 것처럼 레아의 뒤로는 많은 양의 수증기로 인해 안개가, 티타니아의 뒤로는 마치 남극을 안에 들여 놓은 듯 눈이 내리며 그녀 뒤에 있는 나무위로 크리스마스 트리 처럼 하얗게 눈이 쌓이기 시작하였다. 

 

두 여왕의 능력을 바라보며 사령관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흘러 나왔지만, 이 이상은 엘븐들이 관리한 나무들도 리제가 고생해서 만든 화단도 전부 엉망이 될 수도 있기에, 이제 그만 싸움을 끝낼 생각으로 레아의 뒤에서 지시를 내렸다.

 


“레아. 내가 셋을 세면 방어를 풀고 옆으로 피하도록.”

 

“네?! 하지만 그러면 주인님이?!”


 “하나.”

 

“주인님!”

 

“둘.”

 


사령관의 말대로 지금 해저드 스톰을 풀고 옆으로 빠진다면 얼음송곳은 그대로 사령관을 덮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령관의 명령을 거부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레아는 사령관을 믿으며 그가 “셋”이라고 말하는 순간 스톰을 풀고 날개를 움직여 옆으로 빠져버렸다.

 

레아가 옆으로 빠지자 얼음송곳이 그대로 레아 뒤에 있던 사령관에게로 향하였고, 무수히 날아드는 얼음송곳의 염라도로 빠르게 쳐내가며, 사령관은 티타니아 곁으로 점점 다가갔다.

 


“!!”

 


레아를 공격하던 자신의 얼음송곳이 레아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령관을 향해 쇄도하자, 당황한 티타니아는 잠깐의 틈을 보였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곁으로 박차 나가며 다가온 사령관의 모습에 티타니아는 두 눈을 감았다.

 

분명 사령관이 들고 있는 검으로 자신을 찌르거나 벨 거란 생각에 눈을 감은 티타니아는 잠시 뒤 자신의 몸의 아픔 대신 온몸에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눈을 뜨자 자신을 품에 안고 있는 사령관의 모습이 눈안에 들어왔다

 


“놔! 이거 놔!”

 


염라도 마저 옆으로 내던져버린 채, 자신을 두 팔로 꼭 안고 있는 사령관을 티타니아는 품에서 벗어나려는 듯 버둥거렸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그녀를 안고 있는 사령관은 더욱더 힘을 주며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놓으라고! 너도! 레아도! 모두 죽여 버릴꺼야!” 

 


심하게 버둥거림에도 사령관이 풀어줄 기미를 보이지 않자, 티타니아는 사령관의 목덜미를 마치 흡혈귀처럼 입으로 물어버렸고, 그 순간 인간을 직접적으로 공격한 것에 대한 제재인지 그녀는 벼락을 맞은 듯, 잠깐의 경련을 일으키다 그대로 기절을 해버리고 말았다.

 

.

..

...

 

 

산책로의 사건으로 인해 지휘부는 뒤집어져 버렸다.

 

가뜩이나 별의 아이나 철충을 상대한다고 앞장서서 나서는 사령관의 성격 때문에 사령관의 안전에 걱정이 이만저만도 아닌데, 다른 것 도 아닌 같은 아군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에 그냥 넘어가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되어 버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아무리 불안정하다고 해도 사령관을 공격하다니!”

 

“다행이 상처는 입지 않으셨지만 그래도 이건 명백한 반역 행위. 넘어 갈 수 없는 문제지..”

 

“티타니아 때문에 죄송해요..”

 


자신의 말이 통하지는 않는 다고는 하지만 티타니아는 엄연히 페어리 소속이기에 페어리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레아는 더 이상의 여론이 나빠지지 않도록 지휘관들 앞에 자존심까지 내던지고는 고개를 숙였다.

 

티타니아의 공격이야 처음에는 자신을 향한 것이고, 사령관의 지시도 있었기에 변명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그 후에 사령관의 목을 물어버린 일은 엄연히 티타니아 본인 의지로 행한 것이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자의로 인간을 공격한 바이오로이드는 볼 것도 없이 폐기처분이기에, 어떻게든 최악의 결과 만큼은 피하고 싶은 레아로써는 티타니아를 끝까지 변호 하였다. 

 


“티타니아도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에요. 그러니..”

 

“고의가 아니라고요? 그럼 찍힌 영상을 한번 보여드려요? 고의로 그런 것인지? 아닌지? 주인님께서 공격 당하셨어요?! 그것도 레아 당신의 변호하는 그 잘난 자매 때문에! 그런데도 당신은 아직도 저 얼음 덩어리 분노조절장애 환자를 변호하려고 하는 건가요? 아니면 당신은 주인님의 안위보다 당신의 자매가 더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거침없이 레아를 쏘아 붙이는 리리스의 비난에 레아는 더 이상 변호를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잘못한 자신의 자매를 어떻게든 계속 변호하고 싶은 것이 레아의 마음이지만 자신의 의견만을 밀어 붙일 수는 없었다. 

 

식량생산의 일로 사령관의 신뢰를 받던 페어리는 이번일로 평판이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자신이야 어떤 비난이나 대우를 받든 상관은 없지만, 동생들을 생각하면 이 이상 다른 지휘관들과 말싸움을 하며 버텨봐야 좋을 것도 없을 정도로 상황이 좋진 않았다.

 


“진정하게. 경호대장.”

 

“뭐에요? 아스널. 설마 당신도 그 분노조절장애 환자를 변호하려는 건가요?‘

 

“그럴 생각은 없다. 어찌되었던 사령관을 공격한 명백한 사실이고 잘못이니깐. 하지만 적어도 레아양만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자는 말이다.”

 

“주인님이 공격 당하셨어요! 그런데도 당신은 지금 페어리가 잘했다고 말하는 건가요?!”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리리스가 아스널이 서로를 노려보며 설전을 벌이려고 하자, 회의실 안의 공기는 금세 험악하게 무거워져 갔고, 곧 차분한 목소리가 끼어들어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이번일은 저희끼리 의견을 나눈들 끝나지 않습니다. 지금은 폐하의 의중을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르망의 말에 마리 역시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동의는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망 양의 말대로 각하께서 아무말도 없으시니 각하의 생각을 들어봐야겠지. 경호대장 각하께서는 지금 어디계시지?” 

 

“주인님께서는 지금 의무실에 계세요. 마리대장.”

 

“의무실? 그곳에는 왜?”

 

“그 망할 분노조절장애 환자의 곁에서 간호중이세요.” 

 

“뭐라고?”

 


자신을 공격한 이의 곁에서 간호를 하고 있다는 리리스의 말에 방금까지 시끄럽게 설전이 벌어지던 장소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해졌고, 레아조차도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 채 혼란스러워 하였다.

 


“페로 와 페더에게는 주인님 곁을 호위하라 해두었어요. 만약에 그 망할 년이 다시 헛튼 짓 하면 무조건 죽여 버리라고 말도 해두었구요,.”

 


이미 한번 사령관을 공격한 티타니아가 다시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비록 컴패니언이 호위하고 있다지만 그런 바이오로이드를 곁에서 간호해주고 있다는 말에 회의실 안에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한참을 침묵이 흐르던 회의실로 아르망의 “짝!”하는 박수소리에 모두가 정신을 차렸다.

 


“모두 정신 차리고 폐하를 뵙도록 하죠.”

 

 

.

..

...

 

 

억지로 인간을 공격한 여파가 생각보다 큰 탓인지, 티타니아는 의식은 찾지 못한 채, 의무실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었고, 그런 티타니아의 곁에서 사령관은 조용히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약간의 소란과 함께 아르망을 비롯한 지휘관들이 의무실로 들어오자 그런 그녀들을 향해 사령관은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의무실에서는 정숙이다.”

 

“소란스럽게 하여 죄송합니다. 폐하.”

 

“그래. 무슨 일이지? 모두 몰려와서는? 분명 회의는 뒤로 연기한다고 전했을텐데?”

 

“이번 사건으로 인한 티타니아양의 처분에 대하여 여줍기 위해서 입니다. 폐하.”

 

“처분이라는 말부터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저 작은 해프닝이다. 해프닝에 일일이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까?”

 

“수십 여발의 얼음송곳이 폐하를 향하였고, 그것도 모자라 폐하의 목을 물은 것을 해프닝이라 저희는 말하지 않습니다.”

 

“얼음에는 찔리지도 않았고, 목덜미에는 피가 난 것도 아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건 티타니아가 주인님을 공격했다는 사실입니다!”

 


흥분한 리리스가 목소리 톤을 높이자, 읽고 있던 책을 조용히 덮은 사령관은 자신을 찾아온 모두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인간을 공격한 바이오로이드의 처분은?”

 

“폐기입니다. 폐하.”

 

“내 생각은 건너뛰고, 너희들의 생각도 폐기인가?”

 

“그렇습니다. 폐하.”

 

“이유는?”

 

“선례가 남게 된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폐하의 노리고 위해를 가해 올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 대원들 중에서는 일부러 나를 공격할 사람은 없다고 믿고 있는데?”

 

“절대적인 것은 없습니다. 폐하. 이미 티타니아양이 그것을 증명하였습니다.”

 

“하찮은 문제다.”

 

“폐하의 안위는 저희에게는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너희들이 원하는 처분은 폐기이다?”

 

“네. 티타니아양의 폐기입니다. 폐하.”

 


폐기라는 단어에 뒤에 서있던 레아와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프네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하지만 선뜻 반대를 표하며 나서지는 못하였다.

 

지금은 자신들의 시간이 아닌 사령관의 시간이다. 자신들이 끼어들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에서 잠깐의 침묵을 지키던 사령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불가.”

 


아르망은 사령관이 불가라는 대답을 할 것 이라고 예상한 것처럼 바로 두 번째 안을 건의하였다



“하오면 본보기를 위하여 티타니아을 감옥에 유폐할 것을 건의 드립니다.”

 

“불가.”

 

“그러시면 티타니아양의 성격의 개조수술을 건의 드립니다.”

 

“불가.”

 

“적어도 폐하께 다시는 위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명령이라도 내려주십시오.”

 

“불가.”

 

“폐하...”

 

“내가 상관없다면 그만 인 것 아닌가?”

 

“하지만 최소한의 제재는 필요합니다. 폐하.”

 


아르망의 말을 듣고 있던 사령관은 조용히 손을 뻗어 누워있는 티타니아의 푸른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었다.

 

만지면 청량할 것 같은 티타니아의 머리카락은 마치 그녀의 마음처럼 차갑게 사령관을 손을 타고 느껴졌다.

 


“너희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잘 알고 있다. 나를 걱정해주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하지만 나의 필요에 의해 복원시킨 탓에 받아도 되지 않을 고통을 받고 있는 여인이다. 그런 이를 나의 필요에 의해 다시 처분한다면, 나 또한 내가 그렇게 혐오하는 과거의 인간들과 무엇이 다를까?”

 

“하지만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폐하. 바이오로이드가 자발적으로 인간을 공격 하다니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전에 티타니아에게는 내가 밉다면 나를 언제든 공격하라고 말했었다. 그녀는 그저 내 명령대로 한 것이니 문제 될 것 없다. 다친 것 때문이라면 그건 내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겠지.”

 

“각하! 뜻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각하께서는 이제 개인이 아닌 군의 통수권자 시고 저희들이 유일하게 따르는 분입니다. 본인의 문제만으로 넘기지는 말아 주십시요.”

 

“나도 나의 입장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눈앞에 있는 내 사람의 고통조차 받아주지 못해 외면하고 쉽게 내쳐버리는 것을 입에 담는다면 너희는 그런 인간을 사령관이라며, 주인이라며 따를 수 있을까?” 

 

“하지만..”

 

“비단 티타니아만이 아니다. 나에게는 너희들은 쉽게 내치는 도구가 아닌 모두가 소중한 가족이자 사랑하는 연인이며 누이이자 동생이다. 너희들의 의견대로 무조건적으로 감싸지 만은 않을 테니 부디 폐기하자 느니, 유폐 해버리자 느니 그런 말 만은 하지 말아다오.”

 


조금은 슬퍼 보이는 눈빛으로 지휘관들을 바라보는 사령관의 모습의 지휘관들은 더 이상의 말을 꺼내지 못한 채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내 아르망이 다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저희는 오로지 폐하의 뜻을 따르는 이들입니다. 폐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그저 따를 뿐입니다”

 

“못난 인간이 언제나 걱정만 끼쳐서 미안하구나. 그리고 고맙고.”

 


사령관의 결정에 모두가 납득을 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티타니아에 대한 조치는 필요하다고 생각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령관이 슬퍼하는 것을 감내하면서 까지 티타니아의 문제를 밀어 붙일 수 있는 이는 적어도 그 자리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조용히 축객령을 내리고 모두가 의무실을 나간 뒤, 사령관은 자리에 앉아 조용히 다시 책을 펼쳐 들었다.

 


“어째서야?”

 

“깨어났나?”

 

“어째서냐고?”

 

“몸은 좀 괜찮나? 음.. 다프네를 불러야 하나?”

 

“대답해! 어째서야?! 어째서 여왕을.. 그렇게 까지 위해 주는거야? 나 같은 실패작에게?!”

 

“내 사람이 힘들어하는데 곁을 지켜주는 것에 이유가 필요할까?”

 

“뭐?”

 

“나의 필요에 의해 세상에 다시 불러들인 너희들이다, 네가 아니라 레아가, 다프네가, 리제가, 드리아드가, 아쿠아가, 다른 누가 너처럼 힘들어 했어도 나는 똑같이 했을 것이다.” 

 

“....”

 

“내가 원망스럽겠지. 다시 고통스러운 세상에 태어나게 했으니. 다른 이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어쩌면 지옥같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한 것이니. 그렇다면 적어도 난 그런 너희들을 사랑해주고 행복하게 해줄 책임이 있다.”

 

“없어..”

 

“?”

 

“여왕은 행복해 질 수 없어.”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는 비틀거리며, 문밖으로 나서는 티타니아의 팔을 붙잡으려고 하였지만 그런 사령관의 손을 티타니아는 거칠게 뿌리쳤다.

 


“내 몸에 손대지마!”

 


그렇게 티타니아는 비틀거리며 복도의 저 끝으로 사라져 버렸다.

 

.

..

...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레아의 향해 끝없이 샘솟는 이유 모를 증오와 미움에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바로 티타니아 본인 이였다. 

 

웃기지 않은가? 태어나보니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강제로 증오해야한다? 그것도 특정 누군가를?

 

그런 의문을 품으며 복원된 티타니아는 자신의 마음에 생겨나는 증오에 대해 저항하였고,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인간이 티타니아에게 심어놓은 악의는 그녀가 쉽게 떨쳐낼 만큼 녹록한 것이 아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증오는 티타니아의 마음을 점점 갉아 먹으며, 결국에는 인간이 심어놓은 증오에 굴복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간이 심어놓은 악의에 굴복 한 그녀를 다시 일어 설 수 있게 만든 것 또한 같은 인간의 존재였다.

 

사령관은 티타니아가 레아를 공격하려고 할 때 마다 나타나서는 두 사람을 막아섰고, 티타니아 역시 인간인 사령관은 공격 할 수 없기에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물러날 때마다 사령관과 주위에서 그를 걱정하는 페어리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며 씁쓸해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나도.. 저 자리에서..”

 


증오 한편에 있는 부러움 때문일까? 레아가 있는 자리에 자신이 있는 모습을 상상하자 레아의 대한 증오가 한층 더 강하게 올라오며, 마치 자신 귓속으로 환청까지 들려오는 듯 하였다.

 


‘왜 레아가 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거야?’

 

‘...’

 

“왜 레아만 저렇게 행복해야 하는거야?‘

 

‘..끄러.’

 

‘레아를 죽이자. 레아만 죽이면 저 자리를 차지 할 수 있고 모든 게 다 해결될거야.’

 

“..시끄러워!”

 


일말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그녀의 본심은 피폐 해졌음에도 어떻게든 마음속에 증오에 저항하며 자신이 홀로 지내고 있는 방으로 돌아왔고, 도착한 그곳에는 뜻하지 않은 손님이 티타니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군.”

 

“너..”

 


마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듯한, 성애와 고드름이 달려있고 가구라고는 침대 하나만이 덩그런히 있는 그녀의 방안으로 사령관은 방의 주인인 티타니아를 맞이하였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이번에 콘스탄챠와 바닐라가 새로운 스튜를 끓여 보았다고 해서 맛보여 주려고 가지고 왔지. 그리고 다프네가 약도 주더군. 말로는 많이 쓸거라고 해서 사탕도 몇 개 가져왔고, 뭐 싫어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먹어 두도록.”

 


스튜가 담긴 보온병과 약이 담긴 병과 사탕이 담긴 병을 차례대로 침대위에 놔두고서는 일어난 사령관은 마치 감상이하도 하듯 티타니아의 방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

 

“음. 조명이 조금 어두운 것 같은데? 포츈에게 좀 봐 달라 해야겠어.”

 

“..”

 

“가구가 침대 하나뿐 인 건 좀 너무 하는군. 보급반에서 안 챙겨준건가? 안드바리에게 부탁해서 탁자나 의자도 좀 가져와 달라 해야겠는데?”

 


처음에는 방안에 조명이나 가구등의 주제로 애기하던 것이 곧 다른 페어리들의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고, 다른 대원들이 본다면 사령관이 저렇게 말이 많은 사람 이였나 싶을 정도로 이야기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프네가 요즘 얼굴에 웃음이 많아져서 다행이더군. 그러고 보니 아쿠아도 LRL과 친해져서 다행이고.”

 


하지만 사령관의 그런 참견이 티타니아는 싫었는지, 그녀의 표정은 점점 짜증으로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져”

 

“지난번에는 LRL이 아쿠아의 사탕까지 다 먹었더군. 아쿠아가 울먹거리는 걸 보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만 귀엽더군,”

 

“..꺼져”

 

“그러고 보니 뒤에서 리제가 날 지켜보고 있던데.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런 걸까? 앞으로 와서 지켜봐도 되는데 말이지”

 

“..꺼지라고”

 

“아! 리제 하니 생각난 건데 이번에 산책길의 화단도 가꾸고 있는 중이라더군. 언제 시간이 되면..”

 

“내 앞에서 꺼지라고!”

 


순간 방의 중심으로 마치 남극의 눈보라처럼 냉기의 폭풍이 휘몰아쳤고, 몰아치는 냉기에 벽이며 천장을 더욱더 얼어붙기 시작하였다. 

 

바이오로이드라 할지라도 얼어버릴지도 모르는 소용돌이 치는 냉기의 폭풍이 사령관을 덮쳤고, 한참을 소용돌이치던 폭풍이 사그러들자 티타니아 앞에 이야기를 하던 사령관은 마치 동사당한 사람마냥 머리카락이며 얼굴이며 고드름을 단채 미동도 없었다.

 


“아파?”

 


자신의 능력에 사령관이 휘말려버린 형태가 되어 버렸기에 직접적인 제재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티타니아는 머리로 두통이 엄습하였고, 얼어붙은 사령관의 모습에 스트레스가 풀렸는지 마치 꼴좋다는 듯 비웃는 티타니아 입가에는 두통으로 아픈 와중에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잠시 후. 빠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드름이 부서지며 사령관이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마치 설인처럼 고개를 돌리며 티타니아를 바라보던 사령관은 천천히 손을 티타니아에게 뻗었다.

 


“가..가까이 오지 맛!”

 


얼어 버린 줄 알았던 사령관이 다시 움직이며 자신에게 손을 뻗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티타니아가 새된 비명을 지르며 눈을 질금 감았고, 자신의 머리위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눈을 뜨자 자신의 머리를 조심스레 그리고 상냥하게 쓰다듬어주는 사령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튜는 식기 전에 먹고, 약도 잘 챙겨먹도록.”

 


자신을 얼려버렸음에도 공격 해오기는 커녕 책망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문을 나서는 사령관의 등을 바라보며 티타니아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티타니아의 방을 나서고 사령관은 동상이 걸린 것처럼, 파랗게 변해버린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고 손은 마치 티타니아의 마음처럼 아프고 차갑게 느껴졌다.

 


“춥군..‘

 


그날 이후. 사령관은 틈이 날 때 마다 티타니아를 찾아갔다. 

 

업무와 다른 일정으로 인해 매일까지는 무리였지만 잠깐의 여유가 생기면 잠시라도 들려 먹을 것이나 안정제 같은 약은 물론 티타니아의 방에 테이블이나 장식할 장식품 그리고 그녀가 심심해 하지 않도록 읽을 책등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때로는 자매들과 인사시킨 다는 명목으로 리제나 다프네, 드리아드, 아쿠아를 데리고 방문하기도 하였다.

 

물론 처음에는 티타니아 역시 질색 팔색을 하며 몇 번이고 사령관이나 자신의 자매들을 위협하며 거부하였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찾아오는 사령관에게 질려버렸는지, 이제는 그가 찾아오면 그저 침대에서 무릎을 웅크린 채, 사령관을 바라보기만 할뿐이였다.

 


“너. 왜 여왕한테 잘 해주는거야?”

 

“잘해주면 안 돼는 건가?”

 

“이런다고 여왕이 너를 따르거나, 레아를 미워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해준다면 좋고.”

 

“웃기지마! 여왕은 절대로 그러지 않아!”

 

눈을 부라리는 티타니아의 말에 사령관이 그저 티타니아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짓자, 그 모습에 눈을 부라리던 티타니아는 다시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어 버렸다.

 


“화를 내고 싶다면 마음껏 내도록. 하지만 되도록 나한테 내도록 하고.”

 

“어째서? 너는 인간이잖아? 왜? 레아가 다칠까봐? 크큿.. 대단한 사랑이네?”

 

“널 책임 질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깐.”

 

“무.. 무슨 말을?!”

 


사령관의 말을 비꼬던 티타니아는 사령관의 대답에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다시 무릎에 얼굴을 파묻어 버렸고 파묻은 얼굴에 홍조가 띄는 것은 티타니아 자신도 알지 못하였다.

 

처음에는 싫었다. 자신을 복원시킨 덕분에 자신에게 이런 고통을 주게 만든 인간이 레아 만큼이나 싫고 미웠다. 

 

그러나 한번 찾아오고 두 번 찾아오고 계속 자신과 대화를 나누어주고 자신을 바라봐 줄때마다 모든 증오도 고통도 그 순간만큼은 누그러졌고, 사령관이 자신을 책임진다는 말을 들었던 그날은 처음으로 깊게 잠을 잘 수가 있었을 만큼 마음 한쪽이 기뻐왔다. 

 


“산책.. 나가볼까?”

 


사령관이 권하던 산책길로 홀로 나서던 와중 우연히 보게 된 눈앞에서 사령관의 옆에서 그것도 팔짱까지 끼고 있는 레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마치 눈앞에서 소중한 것을 빼앗겨버린 사람처럼 티타니아의 마음속에 누르고 있던 레아에 대한 증오는 마치 가뜩 찬 댐이 터지듯 그대로 터져 나와버렸다. 

 


“죽어! 죽어! 죽어!”

 


마치 무언가 소중한 것을 빼앗기는 것이 너무나도 가슴 아팠고, 그걸 빼앗아가는 상대가 레아라는 사실에 그녀가 너무나도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동안 누그러들어 있던 증오를 한번에 쏟아 내려는 것처럼, 얼음송곳 하나하나의 증오와 분노을 담아 티타니아의 얼음송곳과 그녀가 불어내는 눈폭풍은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분노한 겨울의 여왕처럼 공격하였고 그 기세는 레아조차 버거워 할만큼 이였다.

 


“!”

 


한창 자신의 공격을 버티던 레아는 방어를 포기하고 옆으로 몸을 피하였고, 그리고 티타니아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사령관 이였다.

 


“어째서?”

 


갑작스럽게 레아의 뒤에서 나타나 자신의 얼음을 뚫고 자신을 안아주는 사령관을 티타니아는 사령관의 목덜미를 물어버렸다.

 

그럴 생각은 절대 없었다. 사령관은 미워하기도 증오하기도 공격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여자의 질투심은 그것을 무시할 만큼 큰 것 인지, 티타니아의 본심은 마치 사령관이 밉다는 것을 표현하기라도 하듯, 그의 목을 살짝 물어버렸고 그녀는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

..

...

 


눈이 쌓은 남극의 평야로 한 인영이 마치 목적이 없이 부는 바람처럼 조금은 느릿하게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다.

 


“아파..”

 


페어리가 사랑하는 푸른 나무도 화려한 꽃도 없이, 보이는 것은 그저 새하얀 눈밖에 보이지 않는 남극의 평야는 정처 없이 떠도는 티타니아 자신의 마음이 표현 된 것만큼 공허하고 아파왔다. 

 

하지만 그 아픔은 누군가를 미워하는데 오는 아픔이 아닌 그저 답답하고 안타까움에서 오는 쓰라린 아픔 이였다.

 

질투심에 눈이 멀어 사령관을 공격하고, 그 반동으로 누워있을 때 사령관이 지휘관들과 나누는 대화도,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져주는 사령관의 손길도 모두 듣고 느끼고 있었다.

 

주위에서 자신을 폐기하라는 말을 단호하게 거부하며 말하는 사령관의 말에 티타니아는 더 이상 레아도 사령관도 증오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사령관의 대한 마음은 더욱 커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끊임없이 샘솟는 샘처럼 계속하여 올라오는 증오와 함께 이제는 질투까지 뒤섞인 마음을 티타니아는 더 이상 견딜 자신이 없었다. 

 

언젠가는 지금보다 휠씬 커다란 상처를 레아 에게는 물론 사령관에게도 입힐지도 모른다.

 

그것 만큼은 싫었던 그녀는 마음속에 눈보라 마냥 휘몰아치는 마음을 끌어안은 채, 선택을 하였고 그녀가 선택한 답은 지극히 간단한 것 이였다. 

 

그저 자신 홀로 모든 것을 다 끌어안고 멀어져 버리는 것. 티타니아의 선택이였다. 

 

병실을 나선 티타니아는 그대로 방주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이후 방주 안에도 없는 것을 확인되자 사령관은 곧장 대원들에게 수색명령을 내리것과 함꼐 수색 드론으로 주변을 이 잡듯이 뒤진 끝에 탈주한 티타니아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하였다는 보고가 받았다.

 


“내가 무능하긴 무능한 모양이군. 니드호그 녀석도 그렇고. 다들 왜 그렇게 밖으로 나가지 못해 안달 인건지..” 

 


자신의 무능을 자책하며 정신적으로 불안해 하고 있을 그녀가 행여 대원들을 공격할 것을 우려하여 사령관이 직접 나서서 그녀의 뒤를 쫒을 거라 말하자, 지휘관들은 당연하게도 반대하고 나섰고 심지어 이번에는 레아마저도 반대하고 나섰다.

 


“주인님 이제 포기해주세요.”

 

“왜지?”

 

“티타니아가 선택하여 나가버린 거에요... 이 이상 주인님과 다른 분들께 폐를 끼칠 수는 없었요. 그렇다면 차라리...”

 


여러 가지 잘못을 저지르고 심지어는 자신의 주인 공격하였다. 그런 중죄를 저지르고 용서를 받았음에도 또 다시 탈주해버린 자신의 자매를 바라보며 레아로써는 더 이상 사령관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모두의 말대로 티타니아를 포기하고 폐기 해버린다면... 그런 생각이 차가운 생각이 레아의 마음속에 물들어갈 때쯤 사령관이 조용히 레아를 끌어 안아주었다. 

 


“레아.”

 

“네?”

 

“난 아직 티타니아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니..”

 


레아의 차가워진 마음에 사령관의 말은 작은 촛불의 온기로 그리고 목소리 하나하나에 그 온기는 점점 커지며 레아의 차가워진 마음속으로 채워져 갔다. 

 


“너도 네 자매를 포기하지마.”

 

.

..

...

 

 

한창의 실랑이 끝에 사령관이 보호장비의 착용과 함께,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할 것, 30분마다 연락을 취할 것이라는 약조까지 해주고 나서야 티타니아의 뒤를 추적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티타니아의 추적에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뒤를 잡는데 성공하였고, 이네 대놓고 그녀의 뒤를 마치 주인을 쫒아다니는 개처럼 따라다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녀는 자신을 따라오는 사령관을 떼어내기라도 하듯 위협을 가해왔다.

 

티타니아 역시 처음에는 위협을 가하면 사령관이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오산 이였을 정도로 사령관은 지독하게도 그녀의 뒤를 따라다녔다. 

 

커다란 얼음 덩어리로 길을 막으려고 치면 얼음 덩어리를 베어버렸고, 움직임을 묶어두기 위해 눈보라라도 일으키면 재주 좋게 눈 속으로 파고 들어가 펄속에 숨은 게 마냥 눈만 빼꼼 내민 채 그녀를 계속 지켜보았다.

 

그러면서도 억지로 데려갈 생각은 없는지, 그녀가 지쳐 잠시 선잠을 잘 때면 눈치 채지 못하도록 그녀의 곁에 방한복이나 핫팩 같은 것은 물론, 먹을 것과 그녀가 먹는 안정제등을 놔두고서는 그녀와 계속해서 일정거리를 계속 유지하였다.

 


“이젠 못 참아!”

 


계속해서 스토커처럼 따라오는 사령관에 대해 스트레스라도 받은 것인지, 티타니아는 작정하고는 사령관을 향하여 대규모의 눈보라를 일으켰고, 사령관의 숨어 있는 곳을 향해 핀 포인트로 눈을 쏟아 부으며 그대로 사령관을 눈 속에 가두어 버렸다.

 


“여왕을 더 이상 찾지 마...”

 


온 힘을 다 쓴 탓에 힘없이 티타니아가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고 10여분이 흐른 뒤, 커다란 눈덩어가 박살이 나버리며 눈 속에 파묻혀 있던 사령관이 모습을 드려내었다.

 


“한방 먹었군.”

 


딱 사령관이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눈을 부어서 가둔 덕에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이미 사라져 버린 티타니아의 흔적은 눈보라에 의해 깨끗이 지워져 버린 탓에 그녀가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나다. 놓쳐버렸다. 정찰 드론으로 주변을 다시 수색하도록.”

 


티타니아를 찾으라는 명령과 함께 우연인지 아닌지 사령관은 드넓은 평야에서 티타니아가 사라진 방향을 정확하게 바라보았다.


자신의 곁을 맴돌던 사령관을 뿌리치고 얼마나 날았을까?

 

파도가 치는 바닷가의 근처의 바위 위에 걸터앉은 티타니아는 소리 없이 훌쩍이고 있었다.

 


“이걸로 된 거야.. 여왕은 그곳에 있으면 안되는거야.”

 


사령관이 챙겨준 약 덕분인지 아니면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만 있어 본심이 나온 것인지 티타니아는 사령관에게는 상처를 준 것과 함께 레아에게는 그 동안 위협한 것에 미안함을 느꼈다. 

 

앞으로 어떻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떠나온 것에 후회는 없었다. 혼자만 있다면 더 이상은 사령관과 레아를 증오하지 않아도, 상처주지 않아도, 그리고 페어리 자매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진정 되어가는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보던 티타니아의 시선으로 거대한 무언가가 보였고, 그녀의 시선으로 들어온 그것은 무언가 기묘하게 생긴 거대한 생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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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좋지 않아서 쿨럭! 다프네 한테 간호받고 싶다..


언제나 귀한 시간 내어 읽어주시는 라붕이들에게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