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가 오는 동안 바르그는 검을 압수당하고 철충들에게 둘러쌓여있었다.

“..무슨 일이지.”

내가 다가가자 바르그는 아직도 검은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회유하려고.”

“웃기는군. 이미 네가 말한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지 않았나. 뭐가 더 남은거지?”

“너 , 내 동료가 되어라.”

“너는 부모를 상황에 따라 갈아치우는 사람인가?”

“무슨 말이야?”

“여제님은 어머니와 다름없다.

“그래서 더욱 무슨 말이냐는 거야.”

바르그의 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쫑긋 서서 굳어있었다.

“내가 네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 할 수 없지. 하지만..”

잠시 뜸을 들이고

“아버지의 자리나 반려의 자리는 남아있겠지.”

바르그는 동그란 눈으로 날 응시하다가 확!!! 하고서 나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았다.  만일 바르그가 나보다 키가 크다면 대롱대롱 떠있었겠지.

“너..너 무슨 말을 하는 것이지!!! 아버지?! 반려?! 너 같은 놈을 여제님이 마음에 들어하실리가-”

바르그는 말을 하다가 이를 악물었다. 당연한 것이다. 내가 이성적인 매력이 있다는 것은 장담하지 못한다. 인게임의 사령관 같은 모습을 했지만 내가 그런 사령관 같이 언어의 마술사나 페로몬을 뿌리고 다니는 알파메일도 아니고. 하지만 이건 확신 할 수 있다.

‘세상에 남은 두번째 남자이고 철충을 지휘하는 남자’를 권력이나 복수에 미친 사람들이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이 가장 쓰고 싶은 방법은 최대한 가까히 두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 대부분은 미인계나 정략결혼이다. 느와르 영화 한두편 봤나. 마리아 리오보로스는 앙헬의 무덤이나 유산을 갈아버리기 위해서 무슨 수라도 쓸 것이다.

아마 살아있다면..이겠지만. 일단은 바르그를 납득시키기에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여제님..여..제님이 이런 남자랑..”

바르그는 중얼거리며 잡은 내 멱살을 잡고 흔들거리다 화악 끌어당기고는 말했다.

“믿지 않는다. 여제님은 악인이시나 너 같은 놈에게 넘어갈 분은 아니다.”

“..전혀 아니야?”

“그래!! 애초에 델타를 굴복시키지도 못하는 인간을 여제님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델타를 굴복시키지 못했다고?”

“단순히 힘으로 밀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델타를 굴복시킨다면 여제님이 부활하시기 전까지 널 아버지와도 같이 섬기겠다!!”

내가 알고있기론 여제는 죽었다. 즉 바르그 평생 무료이용권이 바로 지금 여기 있다는 것.

“..여제의 이름에 대고 맹세해라.”

“..여제님의 이름에 걸고 나,바르그는 델타의 굴복을 받을 경우 내 앞의 인간을 여제님의 부활 전까지 섬기겠다고 맹세한다.”

바르그의 멩세가 끝나고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익스큐셔너가 내려왔다. 역시 거대하구나.

“전하. 나약한 인간의 피조물이 도착하였습니다. 착륙 전에 격추할까요?”

“아니 괜찮아. 무장이 있는지만 확인해줘.”

 

 

 

급하게 전용기를 타고 온 델타는 내려가기 전에 겁에 질릴 수 밖에 없었다.

바닥에 득실거리는 철충들. 나이트칙만 해도 최소 2M는 되어 총을 든 군인도 간식마냥 삼킬 수 있는게 철충이다. 그런데 여기 있는 것은 철충의 본대. 철충이 돌아가면서 딱밤만 한대씩 날려도 델타의 세력은 싹 다 죽어버린다.

“착륙해..”

무인 전용기가 천천히 바닥에 닿았다. 그뒤 계단이 내려오고 델타는 수많은 붉은 안광의 조명들의 사이를 어떠한 호위도 없이 천천히 걸어내려왔다.

“정신..정신차려..정신차려..”

스스로를 인류를 멸종시킨 철충의 아가리로 가는 꼴에 델타는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델타가 신은 하이힐과 발목이 꺾였다.

“까약?!”

델타는 철로 된 계단에 튕기고 미끄러지며 내려왔다.

텅,텅,텅! 터덩!텅!

텅!

탁.

델타가 느낀 것은 긴 시간 동안 느끼지 못하던 사람의 온기,본 것은 긴 시간 동안 보지 못한 남자.

“생각보다 금방 왔네?”




델타 암컷타락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