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가 아니라 사령관이 별도로 발키리에게 연락한것은 꽤나 오랫만이었다.

'오늘밤 괜찮으면 답변 해줘.'
짧은 연락이지만, 발키리의 가슴은 처음처럼 두근거렸다.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오르카호에 합류했고, 여러 사건도 지나면서 사령관을 예전처럼 독점할수는 없었지만, 사령관은 이렇게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줬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드레스와 승부 속옷은 준비되었다. '간단한 술이라도 있으면 분위기가 더 좋아질까?'라는 생각으로 고급은 아니어도, 와인 한 병과 잔 두 개를 준비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침대 옆 테이블 서랍 안에 있는 상자. 그 안의 콘돔. 상자 안에는 단 하나만의 콘돔만이 남아있었다.

"제일 중요한게 모자랐군요."
사령관의 정력을 생각하면 이걸로는 택도 없었다. 사령관이 오기 전에, 발키리는 보급품 창고로 서둘러 발을 옮겼다.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보급품. 발키리가 그곳에 도달했을때, 지금은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자매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발키리 언니. 보급품이 필요하신건가요?"
최근 오르카호에 합류한 안드바리 모델. 알비스는 초코바의 엄격한 관리에 대해 볼멘소리를 했지만, 발키리에겐 믿음직스러운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보급관이었다. 다만, 발키리는 '자신이 필요한 보급품'을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네. 제가 필요한게...음...어...."
"탄환인가요? 언니의 모델에 맞는 탄은 여기 있어요. 전투식량은 여기 있구요."
안드라비가 보급품 상자를 착착 열어 발키리 앞에 자랑스럽게 보급품을 펼쳤다.

"아니오. 저는 임무에 필요한 물자가 아니라..."
안드바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간식같은게 필요하신건가요? 알비스 언니가 많이 가져가긴 했지만, 언니껀 남아있어요."

바스락바스락 소리와 함께 상자안에서 포장된 과자가 나왔다. 더이상은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누가 옆에 있지는 않았지만, 발키리는 고개를 숙여 자신이 필요한것이 무엇인지 안드바리의 귀에 속삭였다.

안드바리는 눈이 동그래졌다가, 얼굴이 빨개졌다가, 한쪽 팔을 붕붕거리고는, 허둥지둥 말하기 시작했다.

"그그그렇죠 발키리 언니는 사령관님이 제일 믿으시는 모델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그런일이 있을수도 있는거고 이상한 일도 아니죠 그리고 그거 있어요"
횡설수설 말하며 보급품 상자를 뒤지던 안드바리의 얼굴이 홱 돌아 발키리를 향한다.
"그 그 몇개나 필요하신가요?"

발키리도 조금 부끄러운걸 설명했다는듯 말이 아니라 손가락을 펴서 답했다. 가늘고 긴 검지와 중지를 펴 V자로 대답하자
"두개요?"
안드바리가 상자를 열어서 낱개로 건네주려 할 때
"두... 상자입니다..."
발키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후일담.
다음날 살짝 화난듯한 레오나가 안드바리를 찾아왔다.
"어제 발키리가 뭐 가져갔어?"
우물쭈물거리던 안드바리는 망설이듯 발키리가 가져간 물건의 정체를 알려줬다.
그런줄 이미 알고 있었다던 레오나는
"얼마나 가져갔어?"
조금 화난듯 물어보았다.
안드바리는 어제 발키리가 그랬듯 두개의 손가락을 펴서 답했다.
"두개?"
레오나의 살짝 비웃는듯한 말투.
"그... 두박스에요....."
화가 머리끝까지 난 레오나는 눈앞에 있는 콘돔 세박스를 집어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