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합류한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소속 바이오로이드 안드바리. 다른 발할라 대원들에 비하면 작고 어렸지만, 똘망똘망한 눈매와 똑 부러지는 말투는 보이는 것과 정반대였다.

 

“어… 그러니까 안드바리라고 했지? 앞으로 잘 부탁해.”

“네, 사령관님. 잘 부탁드려요. 오자마자 죄송한데 현재 함 내에 있는 보급품 상태를 확인해도 괜찮을까요?”

 

나는 갑작스러운 안드바리의 요청에 최근 과하게 장비를 만들어 댄 것이 생각나 당황했다. 좋은 장비를 제조하겠다는 명분이야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과하게 자원을 쓴 것은 사실이니까. 일단 여기선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겠지.

 

“오늘 합류했으니까 하루정도는 쉬게 두려고 했는데 급하게 확인해야 할 거라도 있니?”

“저희 언… 아니 저희 부대원분들이 보급품을 아끼는 성격은 아니란 걸아니까 신경쓰여서요. 오르카호 내에는 저희 부대말고도 많은 분들이 계시기도 하고요.”

 

흠잡을 데가 없는 이유였기에 나는 차마 내일 확인하고 오늘은 쉬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내가 보급품이 있는 창고로 안내해주겠다고 하자 안드바리는 뭔가 들뜬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보금품 창고로 가는 동안 안드바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은 안드바리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도 알고 그녀도 아는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었다. 나는 발할라 대원들을 자꾸 언니들이라고 말하려다 정정하는 안드바리의 모습에 편하게 호칭해도 된다는 말을 해주었고, 그러자 배려를 느낀건지 안드바리는 살짝 웃어보이고는 좀 더 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안드바리는 알비스가 초코바를 너무 좋아한다며, 개인취향을 가지고 뭐라고 할 순 없지만 가끔 그녀 때문에 보급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나도 알비스의 초코바에 대한 사랑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웃으며 받아넘겼다.

부대원들의 근황 중에 안드바리가 제일 놀란 것은 발키리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가 오르카호에 정착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자원이 얼마 없어서 출격시킬 수 있는 대원수가 많아봐야 두 명이 한계였는데 말야.”

“사령관도 초반에는 상당히 힘드셨겠네요.”

“그 때는 발키리가 가장이나 다름없었어. 철충들의 공격을 다 피해가면서 자원을 모으고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을 구출해 왔지. 지금은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많아서 출격하는 시간보단 쉬는 시간이 더 많지만…”

“발키리 언니는 저희 부대에서도 상당한 에이스니까요. 공식적인 부관은 아니지만 레오나 언니가 가장 신뢰하는 대상이기도 해서 사실상 부관으로 취급받기도 하고요.”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보급 창고에 도착해 있었다. 가지고 있는 카드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상자위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실키가 인기척에 깨어나 내게 인사를 건넸다.

“오… 오셨어요? 사령관님? 갑자기 왜 오신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정말 안돼요. 어제도 장비제작하신다고 많이 가져가셨잖아요. 당분간은 아껴써야…”

급하게 실키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때는 늦었다. 실키도 뒤늦게 내 옆에 있는 안드바리를 보고 상황을 파악한 듯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안드바리는 내게 저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실키가 잠이 덜 깬 것 같다고 말하며 무마하려고 했지만 그게 먹힐리 없었고 결국 나는 최근 한 달간의 자원 사용 내역을 안드바리에게 제공해야만 했다.

이후 자원사용 내역을 본 안드바리에게 두 시간 가까이 잔소리를 들었다. 불쌍한 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