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면 전 회차 감상 가능)


"미하일.. 이게 무슨..?"


델타는 당황한 눈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는 "훗." 하고만 웃었을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설마.."


"그 '설마'야."





잠시 시간을 돌려 이틀 전.


나는 알파에게 구출 계획을 설명했다.


첫 번째로 엠프레시스 하운드에게는 내가 선착장으로 내려와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리고 그 누구에게도 작전에 대해 말하지 말 것.


두 번째는 사르데냐를 포위할 대원들에게는 작전에 대한 진실을 말해줄 것.


마지막으로 덧붙인 것은 칼라 디 볼페로 델타를 몰아넣을 테니 무기를 넘겨받았을 때 바로 작전을 개시할 것이었다.


"진짜로 하게?"


알파는 나에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작전은 말 그대로 도박이었으니까.


만약 델타가 내게 마리오네트의 조종 권한을 넘겨주지 않는다면 분명히 작전은 어그러질 것이 분명했고 대원들도 위험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지 얀데레 상태였던 델타는 내가 일부러 응석을 부린 것에 제대로 홀려 장자의 권한을 동생 야곱에게 죽 한 그릇에 판 형 에사우처럼 쉽게 양도했다.


그리고 엠프레시스 하운드 3인방이 잡혀왔을 때, 나는 가장 미친 듯이 분노하는 바르그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내 거짓말에 타줘" 라고.


하느님이 도우신 덕분일까, 다행히 바르그는 내 말뜻을 이해해 주었고 이제 모든 상황이 우리 쪽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판은 뒤집혔다.




(위 음악 26초 정도로 하고 보는 걸 추천)


"나를.. 나를 속였..!"


델타의 눈에는 분노와 경악이 뒤섞여 있었다.


"왜 굳이 칼라 디 볼페, 여우의 꼬리로 장소를 정했는지 알았어야지."


"여우는 거짓말쟁이라고 전에 흐레스벨그 씨랑 갈라테아가 보여준 드라마에서 그랬거든. 한번 써먹어 봤어."


"그럼 우릴 속인 건?"


"적을 속이려면 우선 아군부터 속여라, 레오나 선생님이 귀에 딱지 앉도록 설명해 준 걸 십분 활용했지."


나는 체셔 고양이처럼 웃으며 말했다.


"미친놈.."


"пожалуйста(천만의 말씀)."



"장화 이모, 무기 받아!"


내부 시설을 무력화시키고 나온 몽구스 팀의 드라코가 하운드 팀의 무기를 던져 주었다.


이제 말 그대로 사르데냐는 델타가 만든 황금 창살로 된 감옥이 된 셈이다.


"자, 여기부터가 하이라이트라구, 누님?"


나를 비롯한 모두는 전투 태세를 잡았다.


"크으윽.."


"쉽게쉽게 가자고, 우리도 네 군대 상대하느라 힘 많이 뺐으니까 말이야."


이제 델타는 완전히 독 안에 든 쥐, 거기에 한번 더 설치해 둔 쥐덫에 걸린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이제 잡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델타가 보여준 것은 분노의 절규가 아닌 광소였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야, 왜 웃는.."


"미하일, 미하일.. 내가 마리오네트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잊은 모양이구나."


그러면서 델타는 품 안에서 리모컨 하나를 더 꺼내더니 부착된 큰 붉은 단추를 꾹 눌렀다.


이윽고 섬을 둘러싼 숲에서 무언가 굴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무언가들이라 표현하는게 맞겠다.



그것들은 다름 아닌 AGS 개발 극초기에 만들어졌던 구식 전투용 프로토타입, 드로이데카였다.


"저게 왜 저기서 나와..?"


"많이 낡긴 했어도 누나가 주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렴!"


델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놈들은 부착된 총기에서 불을 뿜기 시작했다.


"오, 이런.."


"다들 제 뒤로 피하세요!"


알파의 케스토스 히마스에서 방어막이 전개되더니, 순식간에 해변에 있던 대원들 주위를 감쌌다.


"고맙다, 덕분에 살았군."


"이 방어막으로 얼마나 갈까요?"


"최대 10분은 버틸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일 겁니다. 거기다 계속 숲속에서 몰려오고 있으니 해제되는 순간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높고요."


확실히 숲에서 굴러나오는 AGS들을 방어막으로만 막아낼 수는 없었다.


거기다 어찌저찌 파괴한다 한들 AGS의 특성상 상당히 견고하기 때문에 기동을 멈추지 않고 공격할 가능성도 존재했다.


"그런 거라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방어막 밖으로 총알 비가 쏟아지는 중 레아 씨가 말했다.


"뭔가 방법이 있으세요?"


"저런 구형들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아."


"아."


단 두 문장만으로 이해가 되었다.


레아 씨와 티타니아 씨, 두 자매는 방어막을 뚫고 하늘 위로 날아올라 팔을 펼쳤다.


이윽고 잔뜩 회색 빛을 띈 뇌운에서 벼락이 내리치고 강한 눈보라가 몰아쳐 해변에 있던 군단을 삽시간에 고철로 만들었다.


삼안 산업의 최종병기였다는 소문이 허언은 아니었다. 단지 내 눈으로 그걸 확인할 기회가 없었을 뿐.


단 몇 초 만에 얼어붙은 철덩어리들을 재료로 쓴 오브제 수백 개가 해변에 전시되었다.


그리고 두 페어리 자매들은 사뿐히 모래사장으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내려왔다.


"이게 삼안의 최종병기.."


델타도 그 위력에 경악했다.


"여왕 너 거슬리는데 이제 좀 항복하는 게 어때?"


"항복..? 아니, 난 절대 네놈들한테 무릎 꿇지 않을 거다."


하고 델타는 버튼을 한번 더 눌렀다.


그러자 또 다시 숲속에서 드로이데카들이 굴러나오더니 먼저 간 전우들을 부수고 공격을 준비했다.


"얼마든지 해 봐, 드로이데카들은 차고 넘치거든!"


"Cyka.."


"부사령관님, 뭔가 세워 두신 계획이라도?"


엠피트리테가 물었다.


"마리오네트들만 무력화시키면 될 줄 알았더니, 뭐 저런 것까지 가져와서 지랄이야.."


"EMP."


바로 그 때 에밀리가 중얼거렸다.


"뭐라고?"


"전에 대장이 알려줬어, 구형 AGS들은 EMP에 매우 취약했다고."


"이후 개발을 거듭할수록 내성이 생겼고 말이지."


아스널 준장님도 거들었다.


그렇다면 대항할 방법이 하나 더 늘어난 건가..


"글라시아스 씨는 괜찮으시겠어요?"


"나는 괜찮단다. EMP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도록 설계되었으니.."


"좋아요, 그럼 가봅시다."


대원 모두 각자의 무기를 들고 전투 태세를 갖췄다.


"아 맞다, 시작하기 전에."


"응?"


"야!"


하고 장화는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야, 왜 때려.."


"우리 속인 거에 대한 벌이야, 븅신아."


천아도 다른 쪽을 걷어찼다.


"자자, 투닥거리는 건 나중에!"


리앤이 둘을 제자리로 돌려보냈고, 우리는 그대로 델타의 군대를 공격했다.


호라이즌과 머메이드, 그리고 포세이돈은 전함의 화포에서 불을 뿜었다.


아머드 메이든과 캐노니어는 강력한 화력으로 드로이데카들을 차례차례 무력화시켰다.


앙숙지간이던 몽구스와 엠프레시스 하운드, 두 페어리 자매는 서로 등을 맞대고 엄호하기 시작했다.


알파와 리앤, 그리고 나는 차가운 냉동 광선을 내뿜는 글라시아스 씨의 등에 탄 채로 놈들에게 정당한 무력을 마구 퍼부어 주었다.


아름답던 해변은 순식간에 고철덩이가 나뒹굴고 불과 번개, 그리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 가운데, 나는 델타와 눈이 딱 마주쳤다.


"엇.."


"이번에야말로 잡는다."


나는 델타를 향해 달려나갔지만 드로이데카가 나를 막아섰다.


이에 도끼로 무장을 자르고 CPU가 있는 머리 부분을 버스터로 날려 버렸고, 그 후에 나를 향해 다가오는 놈들도 확실히 폐기처분해 주었다.


그러기를 약 한 시간, 마침내 델타도 비축해 둔 AGS가 다 떨어진 듯 싶었다.


더 이상 숲속에서 굴러나오는 소리가 일체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최종병기를 사용하기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지금이야!"


내가 알파에게 소리치자 방어막이 전개되었고, 홍련 작전관님의 발리스타에서 발사된 EMP가 사르데냐 상공으로 날아가 폭발했다.


우리를 공격하려던 드로이데카들의 불빛이 점멸하더니 이윽고 영원히 잠들어 버렸다.


"해치웠ㄴ.."


"그런 말 하면 누구 한명은 꼭 부활한다고!"


감마는 나에게 헤드록을 걸어 부활 주문을 저지했다.


"아파, 아프다고.."


"감마, 이제 그만 놔 줘요."


가까스로 풀려난 나는 해변을 쭉 둘러보았다.


고물이 된 AGS들의 잔해가 이곳저곳 나뒹굴고 있었고, 그나마 온전한 개체들도 모두 조각상처럼 변해 있었다.


"언니 이제 다 끝났어?"


"그래 시아야, 이제 델타만 잡으면 돼."


나는 이 대화를 듣고 이곳저곳을 살폈지만, 델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토꼈나?"


"아니, 안 튀었어. 하지만 좋은 인질을 확보했지!"


목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보니 델타는 누더기가 되다시피 한 차림을 한 채 멀쩡히 서 있었다.


"이.. 이거 놔!"


다만, 리앤을 인질로 잡은 것만 빼면.





나는 곧바로 델타에게 총을 겨누었다.


"리앤을 놔줘!"


"왜, 이 년이 너한테 특별한 의미라도 되는거야? 남매지간인 나보다 훨씬 더?"


델타의 눈은 여전히 나에 대한 집착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모리아티, 신경 쓰지 말고 도망쳐! 난 어찌되든 상관없-"


"입 닥쳐."


델타는 나를 납치했을 때 썼던 특수 향수를 리앤에게 뿌려 그대로 잠들게 만들었다.


잠시 뒤 EMP에 면역인 것으로 보이는 무인기가 하나 날아오더니 아래로 사다리를 내렸다.


그것을 붙잡은 델타는 어디론가 날아가며 외쳤다.


"잘 있어, 동생아!"


나는 버스터를 무인기를 향해 겨누었으나 쏘지는 못했다.


까닥하면 리앤이 다칠 수도 있었으니까.


"이런 빌어먹을..! 글라시아스 씨, 쫓아가 주실 수 있으세요?"


"추적하는 건 가능하다만.."


"저건 누가 봐도 함정이에요."


불가사리의 말대로 리앤을 납치한 건 나를 다시 얻으려는 델타의 의도적인 계산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사랑하는 여자를 죽게 줄 수는 없는 일.


나는 "내가 델타를 함정에 빠트렸으니 나도 걸려 줘야지." 하고 글라시아스 씨의 등에 올라탔다.


큰 바람을 일으키는 날갯짓과 함께, 나는 지중해의 하늘 위로 빠르게 날아올랐다.





이번에는 리앤 납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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