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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한테 임신이라 진단받은 부사령관은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우와……내가 임신이라니.”

 

 안 그래도 요새 몸 상태가 안 좋고, 기분도 싱숭생숭했는데 임신 때문이라 생각하니 그럴 만도 했다.

 

 처음 관계를 맺은 후 지독한 사령관의 정력 때문에 일부러 관계를 갖지 않았는데 덜컥 임신이라고 하니 얼떨떨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진행된 일이었고, 하필이면 그날이 위험한 날이었던 것도 같았고, 그게 또 허니문 베이비로 진행되었으니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를 때.

 

 “그 조그맣던 주인님이 어느새 엄마가 되셨다니. 그리고 그 옆에서 모실 수 있는 저는 정말 행복한 바이오로이드에요, 주인님! 흐엉, 정말로 축하드려요, 주인님!”

 “내, 내가 아빠가 되는 거야? 정말 우리한테 아이가 생기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소식을 듣고 온 리리스는 감격에 차 울고불고 눈물을 흘렸고, 사령관은 믿어지지 않으면서도 실룩실룩 웃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주 춤이라도 출 듯이 요란 떠는 두 사람의 모습에 부사령관은 어쩔 줄 몰랐다.

 

 “부사령관 각하,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려요, 마님!”

 “주인님, 축하해요!”

 “으, 응. 다들 고마운데 조금만 조용히 좀…….”

 

 이미 부사령관의 임신 소식은 오르카에 다 퍼졌는지 거의 모든 승선원들이 모여들어 진료실이 북적였다.

 

 안 그래도 계획에 없던 임신 때문에 당황스러운데 두 사람은 물론이고 몰려드는 바이오로이드 때문에 부사령관은 정신없었다.

 

 “다들 조용! 언니는 지금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그만 나가!”

 

 보다 못한 닥터가 소리 지르고 나서야 진료실이 조용해질 수 있었다.

 

 “으으, 고마워 닥터. 덕분에 살았어.”

 “정말, 다들 좋은 건 알겠지만 임산부한테 안정이 중요한데 말이야.”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오르카가 떠나갈 정도로 유독 난리를 피운 리리스와 사령관이 고개를 축 내리며 사과했다.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움직이는 두 사람의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에 부사령관은 피식 웃었다.

 

 “다들 축하해줘서 고마워.”

 

 아직 임신한 사실에 현실성이 들지 않지만 그래도 처음보단 진정된 부사령관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축하해주러 와서 고맙지만 다들 바쁠 텐데 어서 돌아가야지. 리리스는 내가 준 휴가를 즐기고, 사령관 너도 하던 일이 있잖아.”

 “휴가는 필요 없어요. 주인님의 안전이 더 중요한데 제가 어떻게 쉴 수 있겠어요.”

 “그래, 부사령관. 아내가 임신했는데 어떤 남편이 모른척할 수 있어.”

 “임신이 무슨 큰일이라고 다들 요란 떨어. 나도 닥터한테 약만 처방받고 바로 일하러 갈 거니까…….”

 “뭐? 언니 지금 제정신이야?!”

 

 오늘따라 닥터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부사령관은 흠칫 놀랐다.

 

 “으, 응? 나한테 한 말이야?”

 “그럼 언니가 아니면 누구겠어. 아니, 그보다 일하러 간다고? 지금 그 몸으로?”

 “어, 그야 당연하지. 아직 쌓인 일이 끝나지 않았는걸.”

 “절대 안 돼! 안 그래도 언니 며칠간 철야로 일했다면서. 임신 초기에는 유산할 위험도 높은 거 몰라?”

 

 집무실에 쌓여있는 일들을 얼른 끝내지 못하면 안 되는데. 오르카의 모두는 물론이고 사령관한테도 폐를 끼치게 되니 얼른 끝내야 한다고 부사령관은 닥터에게 말하려고 하였지만, 그녀가 차마 입을 열기도 전에 다른 이들이 가로챘다.

 

 “제가 휴가를 반납해서라도 할 테니 주인님은 충분히 쉬시면 돼요!”

 “괜찮아, 부사령관. 부사령관이 하지 않아도 내가 할 테니까.”

 “폐하, 절대 안정입니다.”

 “맞아요, 부사령관님.”

 “주인님.”

 “아니, 다들 정말. 그치만…….”

 “그치만은 뭐가 그치만이야!”

 

 마지막으로 집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멸망의 메이가 부사령관의 말을 가로막았다.

 

 “몸 상태도 안 좋은데 일해봐야 그게 정확하겠어? 마침 누구와는 다르게 튼튼하고 제 할 일 다 끝낸 내가 부사령관의 일을 맡아줄 테니 그런 줄 알라고.”

 “메이 너까지…….”

 

 언제나 자신을 볼 때마다 툭툭대고, 흥! 콧소리를 내던 그 메이마저 쉬라고 말하니 부사령관은 뭐라 말할 수 없었다.

 

 “메이까지 이렇게 말했으니 부사령관은 한동안 업무에서 물러나도록 하자. 이건 명령이니까 그런 줄 알아줘.”

 “후우,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사령관이 근엄한 얼굴로 명령까지 내렸으니 부사령관은 결국 임신휴가를 받게 되었다.

 

*

 

 “괜찮겠어요, 대장? 저번에 봤는데 부사령관 업무량 상당하던 것 같던데.”

 “흥, 그딴 잡다한 일이 많아 봐야 얼마나 힘들다고. 부사령관도 하는데 내가 못할 게 어디 있어?”

 “뭐, 대장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마침 저희도 여유롭긴 하니, 저도 돕도록 하죠.”

 “이런 일에 대령까지 나선다면 대충 하루이틀이면 끝나겠네.”

 “어머, ‘겨우’ 하루이틀이요?”

 “뭐, 뭐야!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건데?”

 “후후훗, 겨우 하루이틀만에 끝날 양이 안 될 텐데 말이죠.”

 “흐, 흥! 내가 부사령관처럼 비실비실한 줄 알아? 그딴 건 내 손에 들어오면 순식간에 처리된다고.”

 “어머, 그거 대단한데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메이 소장님.”

 “……그냥 나서지 말 걸 그랬나.”

 

*

 

 실업자가 되고 말았다.

 

 두번째 인간으로 괜히 분에 넘치는 특혜 받는 게 눈치 보여서 뭐라도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해왔는데 막상 휴가를 받으니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모두가 자신을 걱정해서 거절하지 못했는데, 1년 넘게 자신의 일부분처럼 여겨왔던 패널도 반납 당하고 나니 가슴을 채웠던 훈훈함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끝을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채워졌다.

 

 “리리스도 내가 휴가를 주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제 겨우 30분이 지났을 무렵, 침대에서 뒹굴 구르다가 다짜고짜 휴가를 받은 리리스의 심정이 이해되는 부사령관이었다.

 

 “아니지, 그래도 리리스는 동생들이랑 오붓하게 지낼 수라도 있지. 나는…….”

 

 가족이라고는 남편인 사령관이랑 멸망 전부터 함께 지내온 리리스 뿐.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두 사람을 부르자니 바쁜 걸 알기에 미안해서 그럴 수 없었다.

 

 “……아, 그래.”

 

 이번에 요정 마을에서 새로운 인원들이 들어왔는데 다들 어떻게 오르카에 잘 적응했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았다. 특히 아무리 임신해서라고 해도 자신의 변덕으로 원작과 다르게 감정제어에서 벗어나지 못한 블랙 웜을 생각하니 더더욱 자신이 책임져야만 했다.

 

 그렇게 스스로 합리화를 하며 모니터를 켰다.

 

 “히히…… 내가 나쁜 게 아니야……. 내게서 일을 빼앗아간 너희들이──어라?”

 

 해당 문서를 열려는 순간, ‘Cardinal Armand’라는 사용자가 권한을 가져갔다. 그리고 곧 내용에는 ‘완료됨’이라는 표시가 생기고, 인원 현황판에 배치받은 업무가 추가됐다.

 

 “익……!”

 

 오기가 생긴 부사령관은 황급히 다른 문서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여러 문서를 보더라도 부사령관이 낚기도 전에 다른 사용자들이 채 가버렸다.

 

 화장실 청소용 대걸레가 많이 상해서 보급해달라는 하찮은 문서마저도 ‘Stone Age’라는 사용자가 가져가 버리니 부사령관은 무너지듯이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러는 순간에도 업무는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있었다.

 

 “그냥 얌전히 말을 들어야겠네.”

 

 한동안 철야도 했겠다, 부사령관은 그냥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모니터에 시선을 주었다.

 

 그렇게 부사령관의 휴가 1일 차가 지나가──기 직전, 모니터를 다시 켜 그제서야 부사령관은 일감을 낚아챘다.

 

 “히히, 나를 얕보았구나. 사람은 일을 해야 하는 법이지!”

 

 이후 다른 일감은 하나도 손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하나라도 했다는 생각에 부사령관은 만족스럽게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는 사용자 권한이 정지당했고 억지로 전산망을 해킹하다 크게 혼나서야 일하는 걸 그만뒀다.

 

 “후우, 책이라도 읽을까.”

 

 오르카의 대원들이 탐색을 해오면서 종종 멸망 전의 책들을 가져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법 쌓이면서 시간 때울만할 정도였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지만, 그동안 보내온 서류작업의 영향 때문도 있고, 진짜 시간이 남아돌아서 책 읽는 것만 집중하다 보니 일주일도 안 되어서 오르카 호에 있는 모든 책을 읽어버렸다.

 

 “……진짜 할 거 없네.”

 

 부사령관은 심심했다.

 

 “이제 읽을 것도 없는데 새로 들어온 게 있나?”

 

 자원 탐사를 나간 대원들이 돌아오는 날을 확인한 부사령관은 보고서를 훑어봤다. 업무는 처리할 수 없지만 간단하게 내역은 확인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 새로 들어온 게 ‘매지컬 모모 디럭스 에디션’, ‘매지컬 모모 8월의 만월야’, ‘블랙 모모 타락의 마법소녀’, 그리고 아니, 뭔 죄다 매지컬 모모 시리즈 뿐이야?!”

 

 자원 탐색으로 가져온 물품이 죄다 만화책뿐인 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부사령관은 보다가 말았다.

 

 “매지컬 모모라.”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와 거리가 먼 부사령관도 멸망 전에는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할 만큼 유명한 작품이었던 것 같았다. 할아버지가 드래곤 슬레이어랑 같이 자주 보시던 작품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는 건가 새삼 궁금해졌다.

 

 그리고 뭣보다 심심하니 한번 시청해보기로 하였다.

 

 “모모랑 백토네는 탐색을 나간 것 같고. 작품을 잘 알고 있을 사람이라면…….”

 

 기왕 시리즈를 볼 거면 무난하게 처음 입문할 작품부터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부사령관은 같이 볼 사람을 추려봤다. 그리고 내역에 올라온 이름을 보고 딱 떠올랐다.

 

 “아, 흐레스벨그였네. 그럼 그렇지.”

 

 매지컬 모모 시리즈를 가져온 바이오로이드가 흐레스벨그인 걸 보고 부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티를 내고 있지 않지만 할아버지의 다이어리를 통해 흐레스벨그가 심각한 모모 빠순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사령관은 흐레스벨그를 호출해 매지컬 모모를 시청했다. 

 

처음 부사령관의 말에 흐레스벨그는 자신의 취미를 들킨 것에 당황하였지만 이내 수긍한 듯했다.

 

 “역시 부사령관님, 예언가의 후손이라 불릴 만하시군요.”

 “응?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매지컬 모모를 처음 입문하신다면 우선 이걸 보시면…….”

 

 그리고 6시간 정도 흐레스벨그와 함께 매지컬 모모 시리즈를 감상한 결과.

 

 “미안, 아무리 생각해도 내 취향은 아닌 것 같아.”

 “아니, 부사령관님! 어떻게 뽀끄루 대마왕과의 결전 편까지 보셔놓고 재미없다니요!”

 “핑크핑크하고 소녀스러운 건 좀 그래. 아무래도 난 매지컬 모모보단 드래곤 슬레이어가 더 취향…….”

 “어떻게 그런 후속편 하나 없는 작품을 매지컬 모모보다 평가가 좋은데요!?”

 

 처음 보여주었던 지적이고 쿨한 모습은 어디 가고 열의가 담긴 얼굴로 콧김을 뿜으며 항변하고 있었다.

 

 너무나 극과 극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고 부사령관은 흐레스벨그를 진정시켰다.

 

 “원래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잖아. 혹시 매지컬 모모말고 다른 볼만한 거 없어?”

 “있지만 그래도 부사령관님에게 모모가 얼마나 감동스럽고 재미있는지 아시기 전까지 보여드리지 않을 겁니다! 자, 이번엔 ‘매지컬 모모 마법의 심판’을 보고…….”

 “그래그래, 볼 테니까 나머진 내일 보자. 벌써 시간이 밤이라고.”

 

 가만히 냅뒀다간 밤까지 꼬박 샐 것 같기에 부사령관은 흐레스벨그를 타일렀다. 그녀도 부사령관의 방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걸 깨달았는지 금세 정신을 차렸다.

 

 “헛! 내 정신 좀 봐. 죄송합니다, 부사령관님. 제 동료들이 모모에 관심이 없는 터라 저도 모르게 가르쳐달라는 부사령관님한테 흥분했네요.”

 “괜찮아. 나도 흐붕이의 색다른 모습이 재미있었는걸.”

 “……제 이름은 흐붕이가 아니라 흐레스벨그입니다만.”

 “이름이 길어서 그냥 흐붕이라 부를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어이가 없어서 흐레스벨그가 이마를 손으로 덮었다.

 

 하지만 흐붕이가 입에 착착 감기고, 부르기 쉬워 부사령관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흐레스벨그도 애당초 부사령관이 그렇게 부르기로 했으니 그냥 처음 봤을 때처럼 수긍하기로 했다.

 

 “부사령관님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럼 저는 이만…….”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방에서 나가려던 순간, 흐레스벨그의 눈에 부사령관의 책상이 들어왔다. 정확히는 책상 위에 놓인 노트에 그려진 손그림이었다.

 

 “부사령관님, 혹시 그림도 그릴 줄 아십니까?”

 “아, 저거 말이야? 그냥 적당히 멸망 전부터 가지고 있던 취미야.”

 

 가볍게 그린 손그림이 그려진 노트를 흐레스벨그에게 보여주자 그녀는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면서 감상했다.

 

 “취미라고 하셨지만 잘 그리시네요. 프로로 활동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에헤이, 칭찬해도 그 정도는 아니야.”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충분한걸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부사령관님.”

 

 흐레스벨그가 눈을 빛냈다.

 

 “커미션 받아주실 수 있습니까?!”

 “그, 그래. 뭐, 간단한 거라면…….”

 

 콧김을 뿜으며 비장하게 흐레스벨그가 물었는데, 그림 그려달라고 부탁하는 게 저렇게까지 비장한 게 살짝 불안했지만, 부사령관은 받아주었다.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니까. 심심하기도 하고.

 

 그리고 2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 부사령관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되었다.

 

 “현지화 복장 모모와 백토, 풀컬러에 전신, 그리고 포즈는 이렇게 부탁드려요!”

 

 처음엔 무난하게 흐레스벨그가 좋아하는 마법소녀 그림이었다. 가벼운 손그림만 그리다가 액정 태블릿으로 작정하고 그려보니 나름 재밌고 시간 가는 줄도 몰라 부사령관도 그림 그리는 걸 즐겼다.

 

 “모모와 백토가 앨리스님과 샬럿이 입으셨던 보석 비키니 입고 이런저런 걸 하는 거 그려주새요!”

 

 그 다 비치는 보석 비키니를 생각하니 절로 얼굴이 붉혀졌지만 바이오로이드 감성이란 게 그렇듯 그러려니 생각하고 부사령관은 그려주었다. 그래, 수위가 좀 쌔긴 하지만 못 그릴 것도 없으니 문제없었다.

 

 하지만 다음날──.

 

 “극장판에서 나온 괴물의 촉수에 휘감겨서 곤란해하는 모모를 그려주세요!”

 

 그리고 다음날──.

 

 “마법소녀들한테 대마왕이 조교를 당해서 새로운 마법소녀가 되는 과정을 그려주세요!”

 

 또 다음날에도──.

 

 “후타나리 모모와 백토가 뽀끄루 대마왕을 앞뒤에서!”

 “그만! 해도해도 정도가 있지! 펜리르, 얘 좀 쫓아내!”

 “어휴, 내 저럴 줄 알았다.”

 

 마침 부사령관을 경호하던 펜리르가 흐레스벨그를 쫓아냈다.

 

 저 멀리서 ‘부사령관님──!’ 흐레스벨그가 외치는 목소리가 울렸지만, 부사령관은 침대에 파묻혀 못 들은 척하였다.

 

 자신의 욕망을 풀어줄 유일한 부사령관을 포기할 수 없었던 흐레스벨그가 몰래 부사령관의 방에 침입했다가 걸려 장기 자원 탐색에 보내지게 된 건 나중의 일이었다.


부사령관은 씹덕의 심연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