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룰 설명



"...마피아, 의사, 탐정의 지목이 모두 끝났습니다! 참가자 분들은 모두 안대를 벗어주세요!" 


"이번 마피아 게임의 진행을 맡게 된 사회자, 탈론페더입니다."




"아마 진행 과정에서 내 대사가 가장 많을 거 같군."


"조심해라. 한순간에 목이 달아나는 수가 있어."


"두고 봐야 알겠지? 모두들."


"......나는 왜."


"왜왜? 재밌을 거 같지 않아?!"


"흠..."


"......"


"뭐야, 둘이 왜 조용해?"


"지금 누가 시민이고 마피아인지 대강 감이 잡힌단 말이야."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해."


"나는..."


"일단 가장 설득력 있는 쪽의 의견을 따라가겠네."


"음..."


'왜, 왜 험악하지? 뭐가 잘못됐나?'


"저... 여러분?"


"홍련? 뭔가?"


"뭐... 어차피 의사 있으니 실수로 시민 죽여도 살릴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좀 느긋하게 해도..."


"처형으로 죽인 사람은 의사도 못 살려!"


"...?"


"홍련 너 룰북 제대로 안 봤지"


"드라코에게 옮기라도 했나? 평소엔 똑 부러지면서..."


"아니, 다 집어치우고. 난 도대체 왜 여기 처박혀 있는 건지 설명 좀 해 줄 사람?"


"뭐야, 다 오고 싶어서 온 자들 아니었나?"


"그리폰 님과 LRL 님을 제외한 일곱 분은 자원해서 온 거 맞고요-"


"인간이 시켰어. 참가하라고."


"원래 이 귀찮은 녀석 말고 콘스탄챠가 왔어야 하는 건데..."


"재밌어 보여서 나도 가도 되냐고 했더니 콘스탄챠가 양보해 줬어! 권속 허락도 받았고!"


"아니, 그러면 날 빼고 콘스탄챠랑 둘이 오면 됐잖아!"


"뭐, 이미 한 번 온 이상 어쩌겠나. 열심히 해 봐야지."


"팀이 우승하면 7일간 동침권, 끝까지 살아남으면 하루 동침권. 나쁘지 않은 거래라고 생각하는데?"


"뭐, 다시 게임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면..."


"탈론, 투표까지 얼마나 남았지?"


"13분 남았습니다."


"뭐, 어차피 그때가 되면 우리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 하겠지."


"사실 이 게임에서 죽고 죽이는 거 말고 할 게 또 뭐가 있겠나?"


"옛날에 스틸라인 간부 열두 명을 모아 친목을 다지기 위해 마피아 게임을 한 적이 있었어."


"그런데, 막상 하니 고도의 계산? 전략? 그런 건 게임 시작하자마자 휴지조각이 돼버리네."


"그때 뼛속까지 군바리들과 했던 마피아는 어땠는지 아나?"


"이동할 때 좌측으로 이동했다고 죽였고, 편한 분위기를 위해 군번줄 떼고 왔다고 죽였고, 쓰레기를 바닥에다 놨다고 죽였고."


"정말 쓰레기같은 게임 아닌가?"


"그렇게 훌륭한 게임인 줄은 미처 몰랐군."


"다들 알다시피, 지금 플레이어 구성원이 참 개판이야."


"룰도 모르는 놈."


"하고 싶은 생각도 없는 놈."


"마냥 즐거운 놈."


"셋 중 누굴 가장 먼저 죽여야 할 거 같아? 의견 받는다."


"이 ㅅㅂ???"


"계급장 다 떼고, 메이 너..."


"게임 하고 싶은 놈들끼리 해야지?"


"너 마피아지? 죽는다 소리 존나 쉽게 하네."


"과연? 내가 없으면 시민 진영은 굴러가지도 않을걸?"


"...!"


"방금, 네가 없으면 시민 진영은 굴러가지도 않는다는 말, 무슨 뜻이야?"


"그래! 게임에 집중하는 놈 드디어 하나 찾았네."


"말 돌리지 마, 메이. 진짜로 네가 의미하는 게 뭐야?"


"뭐야? 갑자기 분위기가..."


"일단 진정들 하게. 천천히 들어 보자고."


"말해봐, 메이. 네가 뜻하는 게 뭐야?"


"글쎄? 생각하기 나름이지."


"안타깝게도, 난 재판 때까지 내 신상을 밝힐 의향이 전혀 없어."


"뭐야?! 너, 방금까지 나보고 막 뭐라뭐라 해대더니만, 정작 너도 게임 진행을 막고 있잖아!"


"일단 다들 진정 좀 해! 무슨 말이-"


"이건 중요한 얘기야!"


"음... 팝콘이나 뜯어야 하나?"


"아마도?"


"확실히 대답을 해! 맞아, 아니야?!"


"그거랑 관련 없는 얘기였다고!"


"그러면 굳이 그런 얘기를 꺼내 혼란을 가중시키는 이유는 뭔가?!"


"메이 점점 수상해? 대답 똑바로 안 해?!"




"ㅎㅎ......"




"따지고 보면, 그게 내 잘못이야?"


"끝까지 뻔뻔하게 우기기야? 어쨌든 네 잘못이 없어?!"


"그러니까 얘기를 해 보라고. 도대체 어느 부분이-"


"야야, 일단 진정해."


"조용히 좀 해 봐!"


"탈론페더 빡쳤다고, 이 자식들아!!!"





"다들 조용."


"투표 3분 남았습니다. 의견 정하세요."




"...미안하네."


"언성 높인 건 사과할게."


"뭐... 지금까지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전원 기권표로 넘기는 게 어떤가?"


"좋은 생각이야. 아직 누구를 몰아 처형시키는 건 속단이야."


"나도 일단은 그 편이 가장 나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


"...뭐, 인정하도록 하겠어. 나도 쓸데없는 말로 혼란을 초래한 게 맞으니까."


"......"


"음... 할 말이 좀 있어."


"리앤? 해 보게."


"지금까지 모두의 말과 행동들을 추려 봤을 때, 마피아는 절대 아닐 거 같은 사람 셋을 찾았어."


"역시 추리력 하나는 끝내주는군. 말해 보게."


"고마워, 마리 대장. 일단 첫 번째, 그리폰은 절대 마피아가 아니야."


"나? 난 왜?"


"마피아였다면 지금쯤 이기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겠지. 하지만 넌 여지껏 게임에 관심도 없었잖아?"


"동일한 이유로 LRL도 마피아가 아니야."


"칫. 마피아 하고 싶었는데..."


"LRL은 지금까지 그리폰에게 딱 붙어다녔는데, 그리폰은 마피아가 아니지. LRL도 마피아였다면 시민에 붙어 다닐 리가 없고."


"마지막으로, 홍련 역시 마피아가 아니야."


"난 지금까지 마피아류의 게임을 하면서 홍련만큼 소극적인 사람을 본 적이 없어! 하하."


"이런 게임을 해본 적이 있어야죠..."


"난 마리의 의견에 반대할세."


"아스널? 자네는 왜..."


"어차피 시민의 승리 조건은 마피아 몰살이잖나? 그럼 오히려 지금 당장 마피아를 추궁해서 죽이는 편이..."


"그 말의 의미는?"


"시간은 많잖나? 인원수도 시민이 훨씬 많고. 굳이 조심조심하면서 게임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 이거지."


"음... 난 동의 못하겠는데."


"시민이 많으니까 시민을 죽여도 된다는 건..."


"아, 오해는 없기를 바라네. '시민이 많으니까 시민을 죽여도 된다'가 아니라, '처음부터 마피아의 수를 줄이고 시작하자'가 내 의견일세."


"그 말도 문제가 없다고도 생각이 안 되는데? 마피아가 누군지가 바로바로 나오는 건가?"


"확실한 건 일단 자네는 아니라는 점이지."


"지금 가장 수상한 게 너희 셋이야, 마리, 아스널, 메이. 입은 존나 터는데..."


"자네와 우리 사이의 차이점은 뭔가?"


"다들 용의자라는 거지."


"음... 일단 마리."


"말해 보게."


"아스널이 한 말, 나도 일부 동의해. 시간은 우리 편이지만, 총원도 우리 편이야."


"오히려 마피아는 어떻게든 사상자 수를 줄이고 싶지 않을까? 잘못해서 의심받으면 안 되고, 어차피 자신은 의사가 알아맞추지 않는 한 즉사기가 있으니."


"...좋은 의견이네. 하지만,"


"하지만?"


"만약 내가 마피아였다면 시민 하나를 몰아가서 죽였겠지. 언제든 여론을 만들 수 있으니."


"음...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어차피 처형당한 사람 직업은 공개되지 않으니까."


"따지고 보면 지금 그 '여론'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 자네 아닌가?"


"'조장'과 '추리'는 좀 구분을 해 줬으면 해. 사실 제일 수상해, 아스널."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나? 내 말은, 질의응답으로 마피아를 골라내자는-"


"무조건 반대야."


"이유는?"


"난 지금까지 한 번도 탐정수사가 제대로 성공하는 꼴을 본 적이 없어."


"그건 진짜 전쟁 상황에서였고. 이건 게임이잖나. 긴장이 많이 풀려 있을 거라고 생각..."


"안 돼. 시간낭비야."


"레오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나는 봐. 그렇게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건..."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럼."


"투표 시간입니다. 발언 다 끝나시고 의견 정하셨다면 투표용지 배부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어쩌자고. 투표를 넘기겠다는 거야, 누구 생각해 놓은 사람이 있다는 거야?"


"일단 그 어떤 확증도 없는 지금 시점에서 누구를 처형하는 건 비약이네. 투표는 넘기자고."


"아니, 내 말은..."


"......일단 알겠네."


"다 정리된 거 같군, 탈론페더."


"투표용지를 배부해 드리겠습니다. 모두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도록 후보를 적어 두 번 접어 제출해 주세요!"






"자!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죠."


"기권... 8표, 아스널 1표. 이번 투표는 건너뜁니다."


"뭐야?"


"뭐, 이런 거 가지고 감정 소모하지 말자고. 어차피 자신이 뽑고 싶은 사람을 뽑는 게 투표이니."


"...탐정은 알겠지, 누가 날 뽑았는지."


"사실 지금 제일 암살 위험이 높은 게 리앤하고 아스널 준장 아니야? 그렇게 입을 털어댔으니..."


"죽으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원래 그런 게임이니까."


"흠......"


"다들 그렇게 진지해지지는 말자고. 어차피 첫날이고, 게임은 게임일 뿐이니까."


"하기는. 누군가 큰 말실수를 하지 않는 한 첫 증거는 첫날 밤이 지나고 나오니까..."


"...지켜보겠네, 다들."


"네가 할 말 아니야, 아스널."


"...내가 사회자를 왜 한다고 했더라."


"어쨌든, 싸우지들 마시고. 오늘은 이만 밤이 되었습니다. 전부 주어진 안대를 착용하고 자리에 앉아 주세요!"




진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1일차

큰그림 대신 재미를 희생함


이어질 내용을 추측하는 댓글은 허용하나, 혹시라도 뒷 내용을 보고 앞 글에 스포일러를 하는 건 절대 금지함

(아무도 안 본다니까?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냐고ㅋㅋ)


빡세다 진짜

내가 이걸 왜한다고 했더라
(처음에 쓸 때는 진짜 쉬울 줄 알았던 날 원망하고 싶다)


재밌게 봐주셨다면 정말정말 고맙고


이상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