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물에게 가장 큰 기쁨이 창조주에게 사랑받는 것이라면 가장 큰 슬픔은 무엇일까. 그건 창조주에게 미움받는 것이 아니다. 창조주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 나는 그것이 가장 큰 슬픔이라고 생각한다. 선역이 아닌 악역의 자리라도 그의 세상에 내 자리는 없다는 것이니까.

델타의 새하얀 피부는 침대 위에서 더욱 도드라저보였다. 다른 의미가 아니다. 원래 입는 옷이 검은 편이고 화장도 진하게 하고 다니다 보니 눈치채지 못했지만 말이다.

“빨리..”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델타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며 나에게 재촉하였다.

나는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그녀의 곁에 다가가 침대 위에 앉았다. 말없이 껴안아 줄 정도로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우는 아름다운 여자를 혼자만 두고 가는 것은 마음에 걸린다.

...그게 델타라고 해도.

나 , 은근 외모에 약하구나. 아니면 호구거나.

“인간님은.. 절 어떻게 생각하시죠?”

 
 이걸 뭐라 말해야 할까. 오드리를 괴롭히는 악녀? 오르카호를 위협하는 최대 난관중 하나? 질투하다가 미친 사이코패스? 잘대해주면 바로 녹아내릴 것 같은 라오챈 멘헤라 쵸로인? 전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는 사람 가슴에 못을 박는 취미는 없다.

“..예쁘다고 생각해.”

그 대답에 델타는 오물거리듯 작게 웅얼거렸다.

“일부러..”

“응?”

“일부러 그러시는 건가요?”

델타는 의미 모를 말을 하곤 일부러 내 얼굴을 피하려는 것 처럼 내 움직임에 따라 얼굴을 미묘하게 돌렸다.

“우선 , 인간님을 상대로 이렇게 루드하게 굴은 점을 어폴로지 할게요. 얼굴을 보면 바로 울어버릴 것 같거든요.”

“울어버린다니?”

“처음이거든요. 예쁘다는 말을 듣는 건.”

“처음?”

델타의 성미라면 다른 바이오로이드를 채찍질해서라도 예쁘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아니면 문리버 회장이 한 번 , 한 번 쯤은 해주지 않았을까?

“..이해가 안간다는 리액숀이네요. 제가 열등하다 느끼는 바이오로이드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할 리가 없잖아요.”

“회장은?”

“..오드리한태나 했겠죠.”

그 말을 하고서 델타는 크게 훌쩍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어깨를 움찔거렸다.

주변에 휴지 같은 것이 없어보이자 나는 오다가 주웠던 검은 천뭉치를 건냈다.

 “지금 레이디에게 눈물을 닦으라고 레이디의 옷을 쥐어주는 것인가요?”

 역시 그건 좀 그런가.

“조크에요. 인간님의 배려는 감사히 받을게요.”

델타는 눈물을 닦고서는 내 얼굴을 응시했다.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쉽게 내뱉지 못하는 것인지 입술을 땟다 붙였다를 반복하였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다시 내 얼굴을 피하며 말했다.

“오드리를 사랑하시나요?”

델타는 두 손으로 자신의 울상이 된 얼굴을 가렸다.

“죄송해요. 오드리를 좋아하지 않아도 제가 하는 짓들이 디스거스팅하겠죠. 이해해요. 제가 한 일은 멸망 전 인류의 도덕관념으로도 역겨운 짓들이니까요. 그치만...”

입술을 깨무는 것인지 뒤로 갈수록 발음이 뭉개졌다.

“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를 위해 화내지 못하거든요. 인간님은 오드리를 위해 화내셨잖아요?”

델타의 자조적인 한탄은 이어져갔다.

“인간님 때문에 , 이제 모든 건 끝났어요. 하다 못해서 이곳에 있는 동안 어떻게든 빈틈을 찾거나 호의를 사려고 했는데.. 인간님은 빈틈도 사랑도 주시지 않을거죠?”

“..델타.”

“아이러니하네요. 회장님을 부활시켜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인간님을 어떻게 할 수작을 부리던 중이였는데 , 정작 그 말을 인간님께 듣는다니.”

델타는 갑자기 내 목에 팔을 두르며 안겨왔다.
감정이 목까지 차 움찔거리는 진동이 몸에 느껴졌다.

“그렇게 되면 이제 , 저 아무것도 하지 못하잖아요....”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몰라 그저 나에게 안긴 델타의 등을 토닥여주자 그녀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눈물이 많은게 델타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예쁘다고 말해줄 사람도 , 미워할 오드리도 전부 없으니까.. "





"절 죽여줘요.”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학업과 허리 문제가 겹쳐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