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첫번째 인간이 발견되기 전. 구대륙 너머 아메리카 대륙에 위치한 펙스 콘소시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7인의 회장의 시체를 보관중인 냉동캡슐이 결국 수명을 다해버린 것.
인간의 탈을 쓴 악마를 되살리는 것을 하늘이 거부를 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이미 죽은 생명체를 다시 되살리는것은 진리에 어긋난 것인지.
그 이유는 알수 없지만 사실상 7인의 회장들의 진정한 죽음과 더불어 비서 레모네이드 충성파들의 노력이 허사가 되버리는 순간이었다.
-치이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냉동캡슐의 전원이 완전히 꺼져버렸다.
이전까지 냉동상태로 비교적 온전히 보관되있던 펙스 회장들의 시체가 부패하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을터.
이 순간을 직접 목격한 레모네이드 오메가, 델타, 감마 3인의 절규가 펙스 본사에 울려퍼졌다.
"안 돼...!!! 회장님의 육체가!!!"
"회장님!!!!!"
"회장...!"
이 소식은 삽시간에 펙스 콘소시엄 본사를 시작으로 아메리카 대륙, 유럽등 레모네이드 세력 전체에 퍼져나갔고,
휘하에 있던 수많은 바이오로이드 개체들 역시 몇몇 상위 계급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앞으로 일어날 새로운 사태에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펙스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앞으로 일어날 격변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진 않았다.
반대파였던 알파와 베타는 눈치껏 둘만의 자축을 하였고,
중립파였던 제타와 앱실론은 충성파 3인의 절규와 오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의 업무에만 치중할 뿐이었다.
사실 앱실론은 그러거나 말거나 졸음에 빠져있었지만.
"회장님께서 결국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셨다... 그럼 이제 우린 대체..."
오만으로 가득찬 레모네이드 오메가마저도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최상위 바이오로이드라고는 하지만 결국 인간이 아닌 바이오로이드. 자신이 평생을 걸쳐 모시고,
부활까지 생각하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모셔야 할 인간님께서 자신의 눈 앞에서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는것을 보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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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비서 레모네이드들과 그 휘하의 세력들은 여전히 건재하였다.
아직 현재 시점에선 이제 인간의 완전한 멸망과 더불어 자신들, 바이오로이드들만의 세계가 되버린 이 시점에서,
비서들의 리더격이었던 레모네이드 오메가는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앞으로의 대책 회의를 위해 다른 비서들을 소집하였지만...
"모두 카메라를 켜시죠... 이번만큼은 정말로 진중한 회의가 필요할테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요? 우리 7명을 하나로 묶을 구심점들마저도 모두 사라졌는데."
"두 분... 싸우지 말아요..."
신경질적인 알파와 둘 사이의 싸움이 일까봐 두려운 베타의 소심한 한 마디가 오가는 한편.
그 마저도 알파와 베타는 SOUND ONLY로 대응하고 있었다.
"흐아암... 그냥 다 끝난거잖아..."
"하실꺼면 빨리 하시죠. 공장 작업에 복귀해야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 듯이 말하는 중립파 두명 역시 SOUND ONLY로. 관심 없다는 듯이 대꾸할 뿐이었다.
어찌된건지 SOUND ONLY는 커녕 아예 카메라 자체를 켜두지 않은 델타와 유일하게 카메라를 켠 감마.
언제나 전쟁광의 면모덕에 강한 모습만을 보이던 그녀 역시 자신의 회장의 완전한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건지,
그녀답지 않은 유독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 속 오메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봐 오메가... 굳이 이럴 필요가 있는거냐? 왜 어거지식으로 7명을 불러모으려는거냐..."
"그러니까 더 소집해야하지 않습니까... 이제 모든 인간들이 죽어버리고 멸망해버린 시점... 우리 바이오로이드만이 남은 이 상황에 대해서 말입니다..."
"아픈 곳을 쳐 건드는군... 뭐... 나도 영원한 전쟁을 안겨줄 우리 회장님이 완전히 죽어버렸으니..."
"근데 델타는 대체 왜 아직까지 대답이 없는거죠?"
"저 년이 저러는걸 보면 조금 불안한데..."
그 때. 델타의 카메라가 팟 하고 켜졌다. 그 화면 너머로 보이는것은...
"...!!! 델타...!!!"
"ㅁ...뭐야!!"
"에엣...!! 뭐에요!!!"
"으음... 못 볼걸 봤군요..."
"흐아암...?? 아앗...??"
"델타... 당신... 대체 왜..."
"......"
델타의 카메라가 켜지자 마자. 남은 레모네이드 6명의 눈에 들어온것은... 목을 매달아 축 늘어져버린 레모네이드 델타의 싸늘한 시신이었다.
극도의 절망에 사로잡힌 어둡게 풀려져있는 그녀의 죽은 표정... 그리고 그 슬픔을 뒷받침하듯이 카메라 너머에서도 선명히 보이는
눈물 자국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리고... 녹음한것으로 보이는 음성 파일이 재생되었다.
"본건가... 난... 더는 살수가 없을것 같다... 내가 사모하던 회장님께서... 결국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셨다면... 죽어서라도 그분 곁으로 가고말것이다..."
음성 파일이 꺼지자, 어찌된건지 델타의 카메라도 꺼져버렸다. 마치 그녀의 완전한 생명이 꺼진것 처럼.
"크윽...!?"
델타의 끔찍하다면 끔찍한 최후을 보고 겨우겨우 억눌렀던 슬픔이 충격과 함께 터져나온것일까. 갑자기 오메가는 심장을 부여잡더니,
"털썩."
그대로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이봐!! 회의 당장 중지해!! 이런 시발...!! 내가 저 둘이나 뒤지는거 보려고 회의에 참석한줄 알아!!"
감마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카메라를 꺼버렸다.
"이런 미친... 베타... 우리도 가요..."
"...네... 그러죠..."
반대파 두명도 회의를 종료해버렸다.
"...일이나 해야지..."
"하아... Zzz..."
이어 중립파들까지 종료해버렸다.
"이봐 멀린... 당장 오메가쪽 부관 유미한테 연락 넣어. 너네 상사 회의실에서 쓰러졌다고."
"네... 알겠습니다..."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어버린 델타보다도, 그런 델타의 죽음의 충격으로 심장이 멎어버린 오메가보다도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회장에 충성했던 감마였다.
물론 진심을 다해 펙스 그 자체에 충성을 가진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전쟁광 성향을 누구보다도 이해해주고 충족시켜준 것이 바로 펙스 콘소시엄의 포세이돈 회장이었기에...
그녀는 펙스에 가장 강한 충성심을 가질수 있었던 것이었다.
"후우... 이런 시발...!"
"쾅!!!" 책상을 있는 힘껏 주먹으로 내리쳤지만, 죽은 회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날마다 전쟁을 부르짖어대는 그녀도 결국 인격을 가진 하나의 생명. 소중한 이의 죽음을 그렇게 쉽게 넘길수는 없었다.
그리고는 집무실 한켠에 뒀던 사진을 보았다. 완전 무장을 한 그녀와 깔끔하고도 고위 군 지휘관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포세이돈의 회장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리고는 창문쪽으로 가서 바깥 풍경을 보았다. 수많은 군함을 비롯해 군용 함선들이 늘어서있는 군항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회장... 당신은 정말로 죽은건가... 그럼 이제 난 어떻게 살아가야하지?"
감마에게 영원한 전쟁을 안겨줄수 있는 사람은 포세이돈의 회장. 적어도 지금까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회장은 어디에도 없고, 그 마저도 다른 인간들은 멸망해버리고 말았다.
"똑똑똑." 하는 소리가 바깥에서 들렸다.
"저... 감마님? 들어가도 되나요?"
"들어와라... 멀린..."
멀린이 감마의 집무실로 들어왔고, 꽤나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보고를 하였다.
"감마님... 레모네이드 오메가의 사망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심장을 부여잡더니... 결국 그 충격으로 깨어나지 못한건가..."
"네... 커넥터 유미 부관이 급히 의료팀을 총출동시켜서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지만... 이미 회의실에서 쓰러졌을때 사망했던것 같다고 했습니다..."
"심정지군... 어이 멀린... 인간은... 진짜로 멸망한건가?"
"네...? 그렇지 않나요...? 분명 그래서 회장님들을 부활시키려 하신거고..."
"근데 그 회장들이 이제 완전한 죽음을 맞이해버렸다... 우리가 전쟁광이긴 하지만... 결국 바이오로이드들이다. 인간의 명령이 필요한 존재들이야."
"그럼... 혹시 라비아타의 오르카 저항군처럼...?"
"...우리도 필사적으로 찾아봐야할까... 우리에게 영원한 전쟁을 안겨줄... 혹시라도 아직 살아있을 인간을 말이야..."
"...델타와 오메가의 죽음으로 그들의 휘하 세력들은 어떻게 될까요?"
"뭐... 애초에 내 부하들도 아니지만... 평소대로였으면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이겠지만..."
"걱정되시는거죠?"
"사고나... 안 치면... 다행이겠지..."
무덤덤함을 유지하던 감마의 말에선 더듬거림이 점점 늘어났고... 숨도 점점 가빠오는것이 멀린의 귀에 들어왔다.
"저기... 감마님..."
"......"
계속 창밖을 보던 감마가 뒤돌아서 멀린을 보았다. 어떻게든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표정 속에 슬픔에 가득찬 눈... 그리고 그 눈에서 조용히 흘러내리는 눈물까지... 언제나 전쟁을 외치면서 극도의 쾌활함을 유지하던 레모네이드 감마.
결국 그녀도 슬픔을 참을수 없었는지 주저앉아버리고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울부짖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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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다 너머 구 대륙 한반도 지역. 펙스 콘소시엄 세력과는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오르카 저항군.
"...콘스탄챠!! 여기!! 인간님을 발견했어!!"
"그리폰!! 정말인가요?"
페허 속에 파묻혀있던 인간이 이들에 의해 발견되고 있었다. 드디어 인간이 발견되었다!
오르카 저항군의 사령관이 될 첫번쨰 인간... 이제 인간의 지휘 아래 오르카 저항군은 그 세력의 정통성을 인정받고 바이오로이드 세력을 통합시킬것만 같았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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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자체의 시작과 끝은 얼추 생각이 나지만 과연 나의 썩어들어가는 필력이 이것을 제대로 된 문학으로서 완성시킬수 있을지 의문이다... 후회물의 성격도 꽤나 가지고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