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lastorigin/68647218 전편


라붕이는 라오를 즐겁게 플레이하던 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라오의 모든 콘텐츠를 즐겁게 플레이했다.

단 하나, 외부 통신 요청을 제외하고.

외부 통신 요청,  특정한 컨셉과 미션이 주어진 고정된 스테이지를 공략하는 퍼즐 같은 콘텐츠다.

NORMAL 스테이지에서 막히고 또 막히자 포기하고 이벤트를 돌던 그리운 추억.

"그으래....네가 뭔 잘못이 있겠냐......그 썩을 프로그램을 만든 삼안 산업 놈들 때문이겠지...."

"ㅡ.....ㅡ....."

라붕이는 소파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혔다.

"오르카호가 있다....그럼 내가 두번째 인간인가....."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상상해봤다.

"오우......가기 싫어......."

어떻게 생각해도 긍정적인 미래가 떠오르지 않았다.

"나 그냥 여기서 일할래. 사장.."

[저야 환영입니다.잘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관리자님.]

"뭐야? 내가 관리자야?"

[인간이니까요.]

"뭐....좋아. 잘 부탁해. 438."

[네! 전력으로 서포트하겠습니다!]

멸망한 세계에 새로 취직했다.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살펴보는 라붕이.

"어...뭘하면 되는거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곳에서는 삼안 산업에서 만든 전투 시뮬레이션 시설을 관리하는 것이 주업무입니다]

"그건 알고 있어."

[하지만 시설까진 복구하지 못해 오르카호에 전투 데이터 수집을 부탁해논 상태에요.]

'이미 스토리는 봤구나.'

[그럼 저희는 수집된 데이터를 정리하고 그 보답으로 제공되는 물자를 오르카호로 전송시키면 됩니다.]

"쉽네. 생각보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라붕이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업무를 시작했다.

{ 전투 시뮬레이션을 시작합니다. 10분 뒤, 전투 시뮬레이션: 밀고,당기고,불질러!  NORMAL을 시작합니다. }

안내방송이 나왔다.

[곧 첫번째 훈련이 시작되는군요!]


"안녕하세요.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스크린에 이그니스가 나왔다.

'역시 이그니스가 나와주는군..'

"소각 준비 완료."

[전투 시뮬레이션: 밀고,당기고,불질러!  NORMAL을 시작합니다.]

케미컬 칙 Type-X의 부식액 폭발을 이용해 클리어하는 스테이지.

이그니스는 정공법대로 잘 클리어하고 있었다.

"438....."

[네. 관리자님.]

"여기서 허무할 정도로 쉽게 클리어하는 이그니스를 방해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좀 많이 쓰레기같지?"

[좀이 아니라 그걸 인간들은 쓰레기라고 부릅니다.]

"..........하아.....하긴. 그녀들에게는 실전이나 마찬가지니까..."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참치캔과 링크 해체기×5가 보급됩니다}

438은 상자를 가르켰다.

[저걸 전송하면 됩니다.]

"좋아..."

라붕이는 438이 알려준 기계에 보급 상자를 넣었다.


"받았습니다.오늘 감사했습니다."

스크린 속 상자를 받고 미소를 짓는 이그니스.

[그리고 이 대본을 읽어주시면 됩니다.]

"어디보자...."

라붕이는 마이크에 대고 대본을 읽었다.

{그럼 오늘 훈련은 여기서 종료하겠습니다. 다음 도전 아이템은 오전 9시에 재배포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그 말과 함께 스크린이 꺼졌다.

[수고하셨습니다.]

"생각보다 쉽네. 이런 식이라고?"

[네.]

그때 커다란 꼬르륵 소리가 울려퍼졌다.

"배고프다......"

라붕이는 식량 창고를 뒤졌다.

"어이. 438. 이거 먹어도 괜찮아?"

파운드 케이크 통조림을 꺼낸 라붕이.

[괜찮습니다. 하지만 참치캔은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내가 그걸 모를리가. 아무튼..잘 먹겠습니다!"

라붕이는 파운드 케이크를 먹었다.

"어머나."

그때 들린 여자 목소리.

"인간......님?"

"풉! 쿠에겍....파..파티마!!"

갑자기 파티마가 들어왔다. 케이크 먹다가 사레들린 라붕이.

"사령관님 외 인간이....생존해있던겁니까?"

'망했다! 파티마는 NPC지만 저항군 소속이었지!'

"있지..파티마. 제발 비밀로 해주라."

"네? 하지만...."

"제발! 명령이든 부탁이든 계약이든 제발 비밀로 해줘! 제발!"

"어.....알겠습니다."

라붕이가 무릎을 꿇고 부탁하자 파티마는 승낙의 표시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나저나 파티마는 여기 무슨 일이야?"

"아..참치캔을 보충하러 왔습니다."

"참치캔 보충?"

"사령관님께서 참치캔으로 상점의 물건을 구매하시면 그 참치캔 일부를 전투 시뮬레이션 시설에 보급합니다. 그럼 그 참치캔을 보상으로 다시 제공하고 그 참치캔으로....."

"참 대단한 순환경제네....."

"아무튼 주인님의 존재는 비밀로 숨겨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렇게 파티마는 사라졌다.

털썩 주저앉은 라붕이.

"식겁했다....나....잘 숨을 수 있을까......."

라붕이의 라오 생활은 험난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