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어~ 뭐해 여보?”

회사에서 퇴근 후 귀가하니 아내가 휴대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조작하는 모습을 보았다.

 

 

, 왔어요 여보? 아니 오늘따라 거지런이 잘 안되잖아요.”

 


요즘 아내는 라스트오리진에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 저 휴대폰은 내꺼다. 라스트오리진 계정도 내 계정이다. 그런데 아내가 하루종일 라스트오리진만 하는 일이 벌어지자 어쩔 수 없이 아내한테 주고 새로운 휴대폰을 하나 더 장만해서 내가 쓰고 있다.

 

 

설마 또 에밀리만 갈아넣은건 아니겠지?”

나는 살짝 눈을 흘기며 아내에게 말했다.

 

 

쫄작 졸업한지는 이미 억만년인데요~ 것보다 그냥 마리대장을 갈아넣는 편이 나을거같아서 그랬는데 쓰읍... 잘 안되네요.”

아내는 나에게 눈길 한번 주더니 다시 화면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불굴의 마리가 열심히 거지런을 돌며 철충들에게 얻어맞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대충 옷을 갈아입고 아내 옆에 앉아 그녀가 플레이하는 것을 지켜봤다.

 

 

... 영양 파밍 할려는거같은데 그냥 페레그리누스를 쓰지그래?”

 

 

제맘이에요~! 오늘따라 그냥 마리대장을 굴리고 싶었다구요. 뭘 안다구~!”

 

 

그거 내 휴대폰에다 내 계정인건 알지? 그래도 뭐 전략짜는건 당신 자유인데 제조에 꼴아박는건 자제해줘...”

 

 

제가 무슨 사령관인줄 알.......!!!.... 크흠... 알겠어요. 당신부탁이니까 만일 제조할때에 한번 물어는 볼께요. 됐죠? 그건 그렇고, 이번에 멀린 나온거 봤어요?”

아내는 중간에 말이 살짝 헛나왔음을 알고 급히 화제를 돌렸다.

 

 

, 봤어. 호평이 많더라.”

 

 

“아래쪽 디자인 보고 침흘리는거 아니구요?

 

 

“아니 왜 일러스트레이터분들의 노고를 왜 그런식으로 곡해하는건야. 섹시하게 나와서...읍!!!

난 마지막 말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아내는 라오에 집중함에도 나의 말을 토씨하나 놓치지 않고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 말은 그녀의 눈이 0.1초만에 날카로워지고 곧바로 나를 향하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왜요 당신. 그렇게 좋으면 같이 살기라도 하게요?”

 

 

아니 아니 그만큼 캐릭터가 잘 뽑혔다는 의미지...”

 

 

~ 잘 뽑혔다라~ 그럼 그냥 결혼해버리든지요?

 

 

에이 그게 무슨 섭섭한 말입니까 여보~ 당신이야 말로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이 예쁘고 착하고 성실하고 또...”

그렇게 아부와 변명을 하는 나에게 아내는 게임화면을 보여주며...

 

 

그럼 여기 리리스양만 유독 레벨이 높은 건 어찌 설명하실껀가요?”

 

 

그건 그냥 딜이 좋아서 계속 쓰다 보니까... 그래도 서약은 다른 사람이랑 했잖아.”

 

 

“.......훗훗훗~”

아내는 내 변명 아닌 변명을 듣고는 이내 혼자 뭐가 즐겁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은 뒤 나에게 부드럽게 안기며 속삭였다.

 

 

~ 완전히 만족한 건 아니지만 합격 처리 해줄께요~”

 

 

...... 감사합니다 아내님...”

 

 

대신, 원하는거 하나 있어요.”

 

 

말씀하시죠 아내님.... 끄응...”

 

 

저녁 안먹고 왔죠? 우리 족발 시켜먹어요. 불금이잖아요~”

 

 

.....! 그래! 오랜만에 시켜먹지 뭐!”

나는 아내가 생각외로 소박한 부탁을 함에 감사하며 신속히 배달어플로 족발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아내는 다시 라오 화면에 집중하며 덱을 편성하느라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배달주문을 완료한 나는 거실TV를 키고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뉴스는 유럽의 어느 나라간의 전쟁과 부동산 침체와 물가급등을 헤드라인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좋은 소식 하나 없네. 지긋지긋하게....”

나는 약간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뉴스를 보며 말했다. 명분없는 전쟁. 어떻게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소위 높으신 분들의 개소리들이 연일 뉴스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래도 여기는 자정작용이라도 되잖아요.”

아내는 중간중간 TV화면과 라오화면을 번갈아보면서 말했다.

 

 

... 그렇겠지... 인류사회가 생각보다 극단적으로 흐르는 듯 해도 기막힌 타이밍에 정상화된 사례가 역사상 헤아릴 수 없이 많지. 그래서 여지껏 인류가 살아서 발전하고 있는 건지도.”

 

 

좋은 걸로 생각하세요. 저의 세계에 비하면 천국이니까.”

아내는 여전히 라오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조금씩 공허한 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거기 애들을 그렇게 갈아넣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눈치 없이 또 아내의 속을 건드린 나란 인간.

 

 

안다치고 안죽으니 괜찮잖아요 이 아이들은 훌륭한 사령관을 둔거에요~”

 

 

... 가끔 보면 당신 이중인격인거같아...”

 

 

족발 취소하고 다른 부탁을 해볼까요?”

아내의 눈빛이 아까전 내가 실언을 했을 때 그 눈빛으로 돌아왔다.

 

 

아니야 아니야!!! 당신 뜻대로 그 세계를 움직여보세요.”

나는 다시금 나에게 닥칠 뻔 한 불화를 진화하며 아내를 다시 게임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난 알 고 있다. 그녀가 왜 이리 라오에 진심이고 일부러 나에게 이런 짓궂은 장난을 치는 이유가 따로 있음을.






 

 

“......금란. 행복해?

나는 조심스레 그녀 옆으로 다시 다가가 말했다.






그녀는 나에게 머리를 기대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이런 행복을 누리면서 안행복하다고 하면 나쁜년이겠죠?.”





"하지만 다른 자매들은..."

내가 휴대폰과 금란을 번갈아보며 눈치를 보며 말했다.




"언젠가는... 저처럼 운명의 장난을 당하는 자매가 있을 수도 있겠죠. 저는 그럴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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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쓰던거 다듬어서 여기다가도 올려봄.


이건 그냥 일상물. 언제 종료되도 이상하지 않게끔 에피소드가 나뉘어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