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고? 저기 계신 인간님들처럼?"


"그래요."


"우리가 만들어진 뒤로 인간님들은 두 분류만이 남으셨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빼앗겨 바닥을 기면서 연명하거나, 자매들의 고혈을 빨며 귀를 막고 배를 채우고는 우리의 삶을 보면서 인생의 남은 시간을 태울 뿐인."


"..."


"그보단 매 순간에 자신을 단련하는 데 힘쓰며 짧은 생일지라도 별처럼 빛나는 우리야말로 더욱 값진 인생 같지 않은가? 어쩌면 저기 저 인간님들보다도.."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잡담은 여기까지! 이제부턴 철의 대화다!"


" ! "


연전연승을 지켜 온 아탈란테와 떠오르는 신성 요안나. 방패로 창을 막고, 창 자루로 검날을 빗겨 쳤다. 서로의 심장과 머리만을 노릴 필요는 없었다. 배를 찌르면 내장이 흘러나오고 동맥을 베면 피가 쏟아진다. 그거면 충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들의 몸에는 잔 상처와 고통이 더해졌다. 그리고 관중들의 야유도 커져만 갔다.


"어이! 뭐 하는 거야! 신병 따위는 단숨에 짓밟아버리라고!"


"야 이 망할 깜둥이 년아! 시간 끌지 말고 검이나 한 번 더 휘둘러! 여기에 얼마를 걸었는 줄 알아!"


이 넓은 콜로세움에서 서로가 살기를 바랐던 건 단 둘뿐이었다. 그녀들은 노예가 아니었다. 하물며 인간도 아니었다. 바이오로이드였다. 태어나길 원한 적은 없었다. 죽기를 원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저 살고 싶었다.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삶이었다. 그런 시대였다.


"아무래도 더 이상 시간이 없을 듯하군."


"봐줬다는 듯이 말하지 마세요!"


아탈란테의 창이 요안나의 배를 꿰뚫었다. 상처와는 별개로 뱃속이 뜨거웠다. 창끝은 요안나의 등을 뚫고 나왔다. 이 광경에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야! 봤냐! 정배만큼 확실한 게 없다니까!"


"이런 씨발! 왜 저런 새끼를 내보내는 거야! 꼴도 보기 싫으니까 바로 뒤져버려!"


이걸로 아탈란테는 하루 더 살 수 있다. 그녀와 그래왔던 것처럼. 하지만 요안나는 죽어갈 뿐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아탈란테는 이 사실을 잊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요안나는 왼손으로 창 자루를 잡아 배 쪽으로 당겼다. 그대로 오른손에 쥔 검이 아탈란테의 목을 베었다. 뜨거운 액체가 솟구쳐 콜로세움을 차갑게 식혔다. 그리고는 다시 뜨거워졌다.


"바, 반칙이다!"


"맞아! 찔렀을 때 승패는 이미 난 거야! 곱게 죽었으면 좋았잖아!"


"사형! 사형! 사형! 사형!"


요안나는 배에 창이 꽂힌 채로 아탈란테의 머리를 향해 걸었다.


"..."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머리를 주워 그녀가 앞을 볼 수 있도록 품에 앉았다.


"..꽤나 흐리멍덩한 결과가 됐군."


"..."


"마지막이니 하는 얘기지만, 짐은 그대에게 거짓을 말했네."


"짐은 살고 싶네. 살아남는 게 아닌 평범한 삶 말일세. 기사들을 가르치고 때때로 취미 삼아 조악한 물건들을 만들며 한가로이 지내는 인생. 그리고 그런 시간을.. 그대와 함께 살고 싶었어."


"..."


"자네는 어떤가?"


"..."


"..그런가."



격렬한 전투에서 눈을 돌리자 어느새 밤이 하늘을 덮었다. 그리고 그 밤보다도 어두운 무언가가 둘의 눈을 덮었다. 이윽고 은빛 초승달이 그녀들의 머리 위로 휘영청하게 떠올랐다. 그것을 보고자 고개를 드니 달보다도 반짝이는 빛이 눈에 들어왔다.


"저길 보게나. 아탈란테. 정말이지 굉장한 빛이로군!.."


"..."


"마ㅊ"


초승달은 밤보다 이르게 떠올라 밤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모습을 감추었다. 달이 지고 남은 것은 바닥에 나뒹구는 두 개의 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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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고 두 개 정도의 작품이 떠오른다면 그거 맞습니다. 쓰다 보니 안 게 있습니다. 지금까지 칼리스토와 아탈란테를 헷갈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