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이란 건 결국 플레이어가 

1)게임의 룰을 따라

2)자신이 선택하는 과정에서 

3)어떤 결과를 얻어내는 것

아니겠음?


어찌보면 1)번이 이 첫 단계이기 때문에 제일 중요함

룰이 명확하고 직관적일수록, 2)번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즐거움' 을 얻기 쉽기 때문임

수백년간 살아남아서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즐기고 있는 체스나 바둑, 작게보면 스타크래프트에서 가위바위보까지


1)번이 확고할 때, 2)번으로 넘어가기 쉬운 거임 
잘하는 사람이면 금방 실력이 오르는 즐거움으로, 못하는 사람이더라도 2)번의 과정이 쌓이면서 느끼는 좌절과 실패,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다음엔 이길 수 있을지도?' 하는 도전정신-즐거움으로 승화되는 거임


2)번 단계까지 오고 3)번에 도달했을 때에야, 이제 즐거움의 총량이 곱연산되는거임

한때 많이 언급됐던 다키스트 던전을 보면, 제아무리 억까니 뭐니해도 미친놈들처럼 달려들던 게

저 2)번 단계에서 형성된 수십번의 좌절이 딱 한번의 성공으로 즐거움으로 승화되는 구조였잖음


그럼 라오의 1)번은 어떤 상태임?

처음 라오를 접했을 때를 되돌아보면, '전투'에 들어가야 하는 시점에서 

내가 한번에 이해할 수 있던 정보는 '공격력', '방어력', '체력' 밖에 없었음

공격력을 올리면 쎄게 때리고, 방어력과 체력을 올리면 덜 아프게 맞는게 '보이니까'


문제는 내가 자원 써가며 귀한 스쿼드를 투입해야하니 적을 먼저 알고싶은데, 들어가기 전 까진 알 수가 없음

나는 가위 바위 보만 준비했는데, 전투에 들어가면 철충들이 오벨리스크의 거신병을 갑자기 들이미는거임


이 시점에서 느낀 건 이 게임의 룰을 이해하기 어렵다, 즉 1)번부터 충족되지 못한 거임


1)번이 충족되야 2)번으로 넘어가기 위한 즐거움의 빌드업이 시작되는건데, 
이 단계에서부터 벌써 좌절감이 온다? 월드컵이 이랬으면 벤투 감독은 지난 겨울에 한국산 오동나무 관짝에 누웠음



정리하자면, 단순히 수동으로 오래 해야된다거나, 철충이 너무 강력하다거나 그런 건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함

그런 요소들이 스트레스를 주는 건 맞지만, 핵심은 그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플레이어 스스로가 명확한 1)번 조건 하 2)번으로 넘어가면서 바뀌게 될 즐거움에 기대를 품게 하는거임


라오의 1)번인 룰, 그러니까 버프/디버프, 스킬 계수, 공격력/치명타 계수, 발동 조건 등등이

가시적이고 명확하게, 그리고 내 스쿼드와 철충 스쿼드 양측이 모두 알 수 있게 바뀌지 않는 한

불사 총력전이건 보스 총력전이건 즐거움을 얻기 위한, 또는 좌절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빌드업의 시작부터가 어렵다는 거임


나는 아직도 스쿼드의 핵심 공격기가 어떤 철충에게 정확히 얼만큼의 딜을 넣는지조차 감도 안 잡히는데

2)번으로 넘어간들 이게 진정으로 '선택하는 과정'으로써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겠냐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과정으로 침잠할 뿐인데




3줄 요약


1. 플레이어에게 적용되는 룰이 이해하기 쉽고 보기 쉬워야

2. 플레이어가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과 그에 따른 결과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3. 라오는 1번부터 안되는데 2번이 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제목대로의 목표는 현 라오 시스템에선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