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General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1068386?p=1



25-2. 요정전설

 

 

“센트럴이 전한다. 현 시간을 부로 페어리에게 위해를 가한 별의 아이의 네임은 ‘호커’로 명명. 스틸라인은 호커의 좌측으로 돌입 ‘호커’의 무리종을 섬멸, 발할라는 무리종이 스틸라인에게 몰리지 않도록 우측에서 지원사격, 컴패니언은 신속하게 페어리의 구조 후, 후방으로 이탈. 캐노니어는 적의 한가운데를 직접 포격하도록. 그리고 거대 호커에게 붙잡혀 있는 티타니아의 구조와 요격은 센트럴이 직접 하겠다. 이상.”

 

“여기는 스틸라인. 명령 수행하겠습니다.”

 

“여기는 발할라. 알았어. 사령관.”

 

“맡겨주세요! 주인님!”

 

“들었나?! 사령관이 허가했다! 적에게 캐노니어의 힘을 보여주자!”

 


좌측 두부를 관통하며 폭발과 함께 잠시 후. 이제는 호커라는 네임을 불리게 된 별의 아이는 갑작스레 적의 기습에 혼란스러워 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고, 혼란스러워 하는 호커의 귓가로 작은 비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꼴좋네?”

 


적에게 기습당한 와중에도 자신을 비웃는 티타니아의 웃음소리는 용케 들려왔는지, 비웃는 티타니아를 향해 지체 없이 촉수로 꿰뚫으려고 하였지만, 그것도 잠시 호커의 촉수는 멀지않은 곳에서 자신을 향하여 빠르게 다가오는 살기에 잠시 머뭇거렸다. 

 


“우어어엉!!”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살기에 본능처럼 반응한 것인지 거대 호커와 무리종의 입에선 짐승의 거센 울음소리 흘러나왔고, 그런 짐승의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무리종을 뚫고, 정면으로 빠르게 접근한 살기는 한줄기의 벼락처럼 그대로 거대 호커를 향해 뛰어올라 티타니아를 묶고 있던 촉수를 베어내고서는 그녀를 재빠르게 안아들고 이네 거대 호커로 부터 빠르게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너..너가 어떻게?”

 

“섭섭하군. 나는 피하면서 이런 괴물하고는 친하게 지내고 말이지?”

 


자신과 페어리들이 한바탕 난리를 친 덕분에 방주에서도 당연히 요격이 나올 것 이라고는 생각은 하였지만 설마 사령관이 그것도 자신을 구하기 직접 나올 것 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였는지 자신을 품에 안고 있는 사령관의 얼굴을 본 티타니아의 눈은 휘둥그레 질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구해주는 거야? 나는.. 네 곁을 떠났는데.. 널 포기했는데..”

 

“내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으니깐.”

 

“뭐?”

 

“질척거린다고 해도 좋아. 무어라 욕을 해도 좋아. 난 아직 널 포기하지 않았어. 그러니 너도 무엇 하나 포기하지마.”

 


레아가 했던 말이 사령관이 입에서도 나오자 티타니아는 눈에서 나오려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사령관의 품속에 얼굴을 묻고서는 사령관의 옷깃을 손으로 꼭 쥐었다.

 


“저 녀석을 쓰러뜨리면 나중에 함께 소풍을 가자. 레아와 다프네와 리제와 드리아드와 아쿠아, 그리고 티타니아 너까지, 모두 함께 너희들이 만든 꽃밭으로 소풍을 간다면 분명 모두가 즐겁겠지?”

 


티타니아를 안고 있는 손에 힘을 주자 사령관의 품속에서 티타니아는 아주 작게 그러나 확연하게 알아 볼 수 있게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한 소리로 대답했다.

 


“약속..꼭 지켜야 해.”

 

“물론이지!”

 


마치 자신의 주군의 아이를 품에 안고 홀로 적의 한가운데를 돌파했다는 고대의 무장처럼 티타니아를 품에 안고 무리종을 돌파한 사령관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페어리를 구조한 컴패니언과 합류. 티타니아를 리리스에게 인도한 후, 이네 거대 호커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어디 가는 거야?”

 


의문과 걱정스러움이 가뜩 찬 티타니아의 목소리가 호커에게로 향하려는 사령관의 발을 붙잡자, 사령관은 고개를 돌려 그녀가 걱정하지 않도록 따뜻함이 담긴 작은 미소를 지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쪽도 대장이 설치는데 이쪽도 대장이 나서서 상대해야지.”

 

“가지마. 나도, 레아도, 저 괴물한테 당해낼 수 없었어. 너도 무리일거야.”

 

“걱정 해 주는 건가? 감동이군.”

 

“농담 하는 거 아니야.”

 

“알아. 하지만 그래도 가봐야지.”

 


티타니아는 이해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눈앞에 인간은 최후의 인간이다. 그 귀함을 따지면 그누구보다 귀하고 소중한 존재다. 그렇기에 자신이 인간의 목을 입으로 물었을 때 모든 바이오로이드 들이 마치 역적을 비난하듯 자신을 비난하며 들고 일어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런 인간이 홀로 저 거대한 존재를 자신도, 레아도, 페어리들도 어쩌지 못한 적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가려 하였다.

 


“어째서? 도대체 왜? 너는 하나뿐인 인간이잖아? 싸우는 건 다른 바이오로이드에게 맡기면 되잖아? 그런데 네가 왜 싸우려 하는 거야?”

 


걱정과 의문으로 가뜩 담긴 티타니아의 물음에 사령관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머리카락을 조심히 그리고 가볍게 쓸어주었고, 사령관의 손으로 그렇게도 차갑게만 느껴졌던 머리카락 이였건만 어느새 작지만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야..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깐. 그리고..”

 


티타니아의 머리카락을 소중하게 두어번 더 매만져 준 후. 호커를 향해 발걸음 돌린 사령관의 얼굴은 방금까지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던 얼굴에서 그녀에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격노에 찬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놈에게 가르쳐 줘야지. 너희를 다치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

..

...

 

 

“쏴라! 무리종은 겁낼 것 없다! 거대 호커의 공격에만 주의해라!”

 


무리종을 향한 스틸라인의 공격과 캐노니어의 포격에 의해 호커의 무리종은 페어리를 상대할 때 보다 그 수가 더욱 더 빠르게 줄어갔고, 보다 못한 거대 호커가 직접 몸을 움직여 스틸라인을 공격 하려고 하면 스틸라인은 굳이 상대할 필요 없다는 듯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뒤로 빠지는 스틸라인을 쫒으려는 거대 호커의 뒤를 향하여 발할라의 지원공격까지 들어오며 사실상의 양동공격이 계속되자, 거대 호커의 분노는 극에 치달아가며 곧 몸을 움츠리기 시작하였다.

 


“마리 대장님! 놈이 몸을 움츠렸습니다!”

 

“음! 곧 놈의 FAN파 공격이 온다! 전원! ‘아이기스’를 작동시켜라!

 


전장의 판도를 뒤집으려는 듯 몸을 움츠리는 거대 호커의 모습이 포착되자, 마리의 명령과 함께 모든 대원들이 각자 머리에 쓰고 있는 조준경을 내리고서는 옆에 달린 버튼을 눌렀고 곧 “웅”거리는 작동음과 함께 조준경의 디스플레이로 "ON“이라는 표시가 나타나며 FAN파 차단 장비인 아이기스가 작동을 시작하였다.

 


“키에에에에엑!!!”

 


인간의 비명소리 같은 찢어질 듯한 FAN파가 담긴 포효가 전장에 울려 퍼지며, 페어리들처럼 적들이 쓰려졌을 것을 기대하며 거대 호커가 남은 무리종에게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거대호커의 울음소리보다 먼저 전장을 뒤덮는 것은 마리의 호령이였다.

 


“좋아! 이상이 없는 대원은 공격을 재개하라! 혹시라도 정신을 잃었거나 몸에 이상이 생긴 대원이 옆에 있다면 동료를 데리고 즉시 후방으로 이탈하도록!”

 


이후 후방으로 이탈하는 대원없이 스틸라인의 공격이 지속되자, 거대 호커는 쓰러지지 않는 적을 바라보며 뭐가 뭔지를 모르겠다는 듯 우왕좌왕 하며 혼란스러워 하였고 그런 거대 호커를 향해 아까보다 한층 더 선명해진 살기가 다시 한번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우엉?!”

 


마치 삭풍처럼 이번에는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무리종의 목을 빠르게 베어가며, 다시금 거대 호커의 앞까지 도달한 살기는 거대 호커를 향해 뛰어올라 이번엔 눈을 마주하였다.

 


“잘도!”

 


그리고 거대 호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핏발이 선채로 붉게 변한 섬뜩한 눈과 자신의 미간을 향해 한줄기 섬광처럼 쇄도하는 한 자루의 환도였다.

 


“내 가족을!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상처 입혔겠다!!”

 

“우어어어엉!!!”

 


마치 자신을 향해 쏘아진 화살처럼 거대 호커의 미간에 사령관이 염라도를 박아 넣고는, 곧 두개골을 뚫고 직접 머리를 헤집기 시작하자, 생전 처음 느끼는 고통에 호커는 비명소리와 고통으로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기 시작하였다. 

 


“편안하게 죽을 거라 생각하지마라!” 

 


분노에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양손에 쥔 염라도를 이리저리 비틀고 쑤시며 뇌를 직접 헤집어 오는 통에 거대 호커는 마치 투우처럼 머리를 심하게 흔들어 대었고, 세찬 요동에도 절대 떨어질 생각이 없다는 듯 사령관은 더욱더 호커의 머릿속을 헤집으며 염라도를 밀어넣었다.

 


“여기는 센트럴! 에밀리! 목표는 놈의 미간! 한방 날려줘라!”

 


매달려 있는 미간을 향해 제녹스를 발사하라는 사령관의 명령에 에밀리는 잠시 안절부절 못하며 아스널을 바라보았고,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아스널의 모습에 에밀리는 곧 제녹스의 조준을 시작하였다.

 


“응.. 사령관. 제녹스도 열심히 하겠대.”

 


어떻게든 사령관을 떨어뜨리기 위해 머리와 촉수는 물론 앞발까지 꼴사납게 휘두르며 허우적대는 거대 호커를 향해 에밀리의 제녹스가 발사 준비를 마치자, 멀리서 사령관에게 들리라는 듯 아스널의 목소리가 사령관이 있는 곳을 향해 울려퍼졌다. 

 


“에밀리! 준비되는 대로 발사해라!”

 

“응.. 대장. 사령관 알아서 피해야 해,”

 


이번에는 방해받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에밀리는 제녹스의 최고출력으로 탄환을 거대 호커를 향해 발사하자. 


아스널의 목소리를 신호삼아 사령관은 그대로 미간에 막힌 염라도를 뽑고서는 아래를 향해 뛰어내리며, 곧 거대 호커의 미간에 명중한 제녹스의 탄환은 커다란 폭발과 함께 머리를 그대로 날려버렸다.

 


“명중완료.. 사령관. 나 잘했으니깐 상 줘야 해...”

 


사령관이 무사한 것이 확인되자 만족스러워 하는 에밀리의 얼굴과 함께 잠시 후. 폭발의 연기가 가시자, 절반이 넘게 날아가 버린 거대 호커의 얼굴과 함께 드려난 뼈와 굴렁거리며 나오는 피, 그리고 폭발에 불타버린 살덩이를 드러내며 곧 거대한 나무처럼 그대로 쓰러지려 하였다.

 


“우..우...우어어엉!”

 


하지만 거대 호커는 옆으로 쓰러지는 몸을 다시 앞발로 버티어 냈고, 이내 타버린 살덩어리 위로는 마치 지렁이처럼 작은 촉수가 꿈틀거리며, 파괴된 뼈와 불타버린 살덩이를 덮어가며 재생을 하기 시작하였다.

 


“꿈에라도 나올 것 같은 징그러움이군. 에밀리 빨리 눈 감아라.”

 

“응. 대장.”

 


마치 수천, 수만의 지렁이가 한 공간에 격렬하게 꿈틀대는 모습에 그 속좋은 캐노니어의 대원들도 눈을 찌푸렸고, 그 사이 거대 호커의 얼굴은 점점 재생되어 갔다. 

 


“바퀴벌레 보다 더한 생명력이군.”

 


사령관의 감탄에 이내 재생된 호커의 얼굴은 처음 바다코끼리의 얼굴에서 이제는 정말로 코끼리의 모습으로 변하였고, 코에 수염처럼 달려 있던 여러 개의 촉수는 마치 하나로 합쳐져 마치 코끼리의 코처럼 길고 거대한 하나의 촉수로 변하였다.

 


“뿌어어엉!!!”

 


울음소리도 그럭저럭 들어줄 만 하던 물개 비슷한 울음소리에서 코끼리의 울음소리로 변하며, 코에 달린 가느다란 촉수는 거대한 기둥처럼 변하자, 이내 사령관을 포착한 눈을 희번뜩 거리며, 사령관을 향해 촉수를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바다코끼리가 진짜 코끼리가 됐지 말임다!”

 

“지난번 코모도도 그렇고!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생물인지!”

 

“레프리콘! 브라우니! 놈은 신경쓰지마! 우리 상대는 앞의 작은 놈들이야!”

 

“이뱀! 저걸 보고 어떻게 신경이 안쓰입니까?!”

 


진화라도 한 듯 더욱 말도 안되게 변한 거대 호커의 모습에 모두가 놀라는 와중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사령관은 망설임 없이 거대 호커를 향해 다시 달려나갔다.

 

 

.

..

...

 

 

“짝!짝!짝!짝!”

 

“으응..주인님..그렇게 난폭하게 하시면...조금..많이..아픈..”

 


거대 호커가 내뿜은 FAN파에 의해 정신을 잃고 기절하고 있던 레아는 자신의 뺨에 느껴지는 아픔에 눈이 천천히 떠졌고, 떠진 눈으로 들어온 것은 사령관이 아닌 자신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고 있는 티타니아의 모습이였다.

 

“티...티타니아?!”

 

“아. 깨어났다.”

 


정신을 차릴 때까지 계속해서 뺨을 때린 탓인지 레아의 뺨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뺨에서 전해지는 얼얼함을 느끼고 있는 레아를 향해 티타니아는 일어설 수 있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그리고 도와줘.”

 

“네? 갑자기 무슨.”

 

“우리가 도와야해.”

 

“네? 그게? 무슨?”

 


옆으로 고개를 까딱이는 티타니아를 따라 레아의 시선으로 들어온 것은 멀리서 거대 호커를 상대로 홀로 격전을 벌이고 있는 사령관의 모습이였다.

 


“주..주인님?!”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을 넘어 마치 사자와 작은 생쥐의 결투를 연상시키며, 거대 호커를 상대로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는 사령관의 모습에 레아는 경악해 하였고, 레아의 뒤로 곧 리리스가 다가왔다. 

 


“정신 차렸나요?”

 

“리리스 경호대장? 왜 주인님께서 저기서 싸우고 계시는거죠?”

 

“왜긴요? 당신들을 구하기 위해서 주인님께서 직접 나서신 거죠. 자! 정신 차렸으면 당신네 동생들을 데리고 서둘러 후방으로 물러나세요.”

 

“그게 무슨?”

 

“말 그대로에요. 저희는 이제 주인님을 도우려 갈거니, 부상자들은 후방으로 물러나라는 말이에요.”

 


후방으로 빠지라는 말과 함께, 리리스가 컴패니언들과 함께 사령관을 돕기 위하여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자 누군가가 리리스의 옷소매를 조용히 붙잡으며 멈춰 세웠고, 자신의 소매를 잡는 이를 바라보며 리리스의 미간은 살짝 일그려졌다.

 

이게 뭐하는 거죠?”

 

“우리도 데려가.”

 

“뭐요?”

 

“우리도 도울 거야. 그러니 데려가줘.”

 

“당신.. 지금 자신의 꼴을 보고 하는 말인가요? 당신들 지금 부상을 입은 부상자에요. 부상자는 싸우는 데 짐만 될 뿐이에요, 그러니 얌전히 후방으로 물러나세요.”

 


옷소매를 붙잡고 있는 티타니아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려 하였지만 옷소매를 붙잡고 있는 티타니아의 손은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계속 붙잡고 있었다.

 


“이거 놓지 못해요?”

 

“우리도 데려가줘.”

 

“그렇게 주인님을 돕고 싶다면 당신이 직접 레아양 과 함께 주인님을 도우면 되잖아요?”

 

“나나 레아가 힘이 강하긴 해도, 누군가를 지휘하거나 작전을 세워서 싸우는 타입은 아니야. 마구잡이로 싸워봐야 인간에게 방해되기만 할 뿐이야. 그러니깐 네가 우릴 지휘 해 줘.”

 


의외로 냉정하게 자기를 객관화하고 있는 티타니아에 모습에 리리스의 눈이 살짝 휘둥그레 졌지만 그것뿐이였다. 리리스는 자신의 주인에게 무시하고 상처까지 준 티타니아를 도와줄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하! 주인님께서 그렇게 호의를 베풀어 주시고, 주인님께 상처 입히고, 주인님께서 용서 해주셨음에도 끝끝내 도망까지 친 당신의 부탁을 제가 왜 들어 드려야 하는 거죠?”

 

“그건...”

 

“도망친 당신은 이제 더 이상 주인님 아래에 소속된 바이오로이드도 아니에요. 그저 외부인일 뿐이지. 그런 주제에 저한테 이래라 저래라 제멋대로 하는 것도 적당히 하세요!”

 

“리리스 경호대장! 말이 너무 심하잖..”

 

“제 말이 심하다구요?! 전혀요! 오히려 심한 건 당신의 자매에요! 주인님께서 모두가 질투 할 정도로 티타니아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주셨는지는 레아 당신이 더 잘 알잖아요?! 그럼에도 내미는 손을 뿌리치고 도망친 건 당신 자매라구요! 그런데 이제 와서 주인님을 돕겠다구요? 대체 무슨 자격으로요?”

 

“...”

 

“제 말뜻을 알았다면 더 이상 방해하지 말고 얌전히 후방으로 빠지세요!”

 


틀린 말이 하나 없는 리리스의 일갈에 레아는 차마 반박을 하지 못하였고, 여전히 동아줄이라도 잡고 있는 것 처럼 리리스의 옷소매를 붙잡고 있는 티타니아의 입으로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니다..”

 

“응?”

 

“합니다..”

 


리리스의 옷소매를 조용히 놓은 티타니아는 리리스의 앞에서 조용히 두 무릎을 꿇었고, 그 모습에 레아와 페어리는 물론 컴패니언까지 당황하며 황급히 티타니아를 일으키려 하였다.

 


“티타니아! 이게 무슨?!”

 

“티타니아 언니?!”

 

“죄송합니다..”

 

“?”

 

“제가 모두 잘못했습니다. 이제까지 무례하게 군 점. 전부 사과드립니다. 저를 얼마든지 욕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부디 저를 도와주세요.”

 


무릎까지 꿇고 사과해오는 티타니아의 모습에 방금까지 일갈을 한 리리스의 마음속에 작게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티타니아가 사령관에게 이제까지 해온 행동을 생각하면 죽어도 도와주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 이고, 마음 같아서는 티타니아를 향해 블랙맘바를 몇 발 쏴주고 싶을 정도로 싫었다. 

 

하지만 자신의 주인이라면..? 이라는 물음을 던지자 이외로 해답은 금방 나왔다.

 


“주인님께서는..”

 

“?”

 

“당신이 도망치고, 주인님께서는 당신을 비난하는 저희들에게 다시 달래면서 말씀하셨죠. ‘모두가 당신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본인까지 당신을 포기 할 수 없다고.. 차마 그렇게 못하겠다고. 그러니 어렵겠지만 당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인간이..?”

 

“전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제가 사랑하는 주인님께 예의도 없고, 무례하게 대하고.. 하지만!”

 


리리스는 티타니아를 향해 조용히 손을 내밀며 내미는 손을 티타니아가 붙잡자 그녀를 힘껏 일으켜 세웠다.

 


“주인님을 도와 드려야 한다는 그 생각에는 동의해요. 그러니 이번 한번만 도와드리도록 하죠.”

 

“고마워..”

 

“고마워 할 건 없어요. 어차피 빚으로 남겨 둘거니깐.” 

 

 

.

..

...

 

 

“뿌오오오오!”

 


이제는 고대에 존재 했었다는 거대한 맘모스처럼 거대한 코를 휘두르는 거대 호커와 사령관은 여전히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끈질기군!”

 


몸을 베고 그 안에 폭탄을 넣고 터뜨리거나, 사각 지대를 집중공격으로 과다 출혈을 유도도 하였다.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대가 생물인 이상 한계는 있기에 끈질기게 공격하였고, 그것이 이제까지 상대한 별의 아이 개체들의 공략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변해 버린 거대 호커는 그것에 대한 예상이라도 한 듯, 귀찮은 능력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다.

 

사령관의 공격에 재생이 더뎌질 때 쯤 거대 호커는 마치 코끼리가 초원의 풀을 뜯어 먹는 듯 커다란 촉수로 대지에 죽어있는 무리종의 시체를 쓸어 담고서는 그것을 자신의 입에 가져가 씹어 먹기 시작, 죽은 무리종을 섭취하자 마치 회복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상처의 재생속도는 다시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귀찮은 능력을 가지고 있군!“

 


적에게는 분명 한계는 있다. 하지만 그건 사령관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적이 회복을 하며 장기전으로 간다면 오히려 사령관이 당할 수가 있다. 하지만 사령관은 그런 사실에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손에 든 염라도를 다시 고쳐 쥐고서는 자신의 적을 향해 겨누었다. 



“그렇다면 죽을 때 까지 죽이고 또 죽여주마.”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다치게 한 적이다. 그런 적에게는 물러설 생각도, 주눅들 생각도 없기에 거대 호커를 향한 투지를 더욱 높였다. 

 


“우어어어!!”

 

“뿌어어어!!”

 


마치 투지를 불태우듯 목소리와 함께 다시 맞붙으며 시작된 공방 중, 먼저 틈을 보인 것은 사령관이였다.

 


무리종과의 싸움에서 떨어져 나온 한 브라우니를 발견한 호커는 사령관 대신 일부러 브라우니를 향해 촉수를 휘둘렸다.

 


“으아아!”

 

“위험해!”

 


호커의 예상대로 사령관은 브라우니를 밀쳐내고서는 호커의 공격을 대신 받아내었고, 거대한 촉수를 정면으로 받아낸 사령관은 마치 배트에 맞은 야구공처럼 그대로 한 구석으로 날아가 쳐 박혀 버렸다. 

 


"큭!”

 

“가..각하! 괜찮으심까!”

 

“난..괜찮다. 제군. 여긴 내가 막을 테니 어서 몸을 피하도록.”

 

“하..하지만! 어떻게 각하를 놔두고.”

 

“명령이다! 어서 피하도록!”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통증과 함께, 입으로 피가 울컥 나오려고 하였지만, 행여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브라우니가 걱정할까 억지로 피를 다시 삼키며 힘겹게 버티였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호커는 거대한 코로 다시 사령관을 찍어 누르려고 하였다

 


“뿌어어엉!!!”

 

“주인님을 괴롭히지 마!”

 


갑작스레 호커의 얼굴을 향해 날아든 아쿠아가 호커의 두눈을 향해 산성용액을 뿌리자, 산성용액에 의해 두 눈이 녹아버리는 고통에 호커가 잠시 주춤거렸다.

 


“언니들! 지금이야!”

 

“너희들!”

 

“주인님을 괴롭히는 나쁜 괴물은 리리스가 혼내드릴게요!”

 


아쿠아의 외침과 동시에 리리스와 하치코, 페로, 리제와 드리아드가 호커의 왼쪽 앞발을 집중공격, 갑작스러운 컴패니언과 페어리의 참전에 사령관은 잠시 당황하였지만, 이네 그녀들이 무언가 하려는 걸 알아차린 것인지 몸을 추스린 사령관 역시 그녀들과 합세하여 공격하였다.

 

사령관까지 가세하여 공격하자 호커의 왼쪽 앞발은 마치 한쪽으로 무너지는 건물처럼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었고, 호커의 몸이 기울어지자 하늘을 향해 리리스가 소리쳤다.

 


“지금이야! 페더! 티타니아!”

 


리리스의 목소리를 따라 사령관이 시선이 하늘로 향하자 그곳에는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얼음송곳이 마치 괴물을 봉인하는 성스러운 창처럼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다.

 

.

..

...

 

 

조금 전..

 


“지휘를 해드린다고는 했지만 솔직히 저 크기의 적을 상대로 지금 우리가 쓸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아요.”

 

“뭐야? 해충. 방법도 없으면서 지휘 한다고 그렇게 잘난 척한거야?”

 

“닥쳐요! 관음 스토커. 많지 않았고 했지. 없다고는 말하지 않았어요.”

 

“뭐?! 관..관음 스토커?!”

 

“흥! 당신이 숨어서 주인님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 모를 줄 알았나요? 심지어 목욕하고 계시는 주인님 모습까지 훔쳐보고.. 그게 관음이 아니고 뭔가요?”

 

“이..이익!”

 

“지금은 중요한건 그게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죠.”

 


마치 자신의 치부를 들킨 것처럼 부들대는 리제와 반대로 의기양양해하는 리리스 사이로 ‘리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리리스는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하치코와 아쿠아의 머릿속으로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끼어들 분위기가 아니기에 두사람은 목까지 차오르는 질문을 애써 다시 삼켰고 리리스의 말은 계속 되었다.

 


“우리 페더. 혹시 증폭기와 드론으로 얼음도 증폭 할 수 있니?” 

 

“해본적은 없지만 아마 가능할거에요. 리리스 언니. 냉기의 결정체가 얼음이니깐요.”

 

“좋아. 그럼 작전을 설명할게.”

 


작전은 심플했다. 아쿠아가 거대 호커의 눈에 산성용액을 뿌려 시야를 차단하면 리리스를 비롯한 컴패니언과 리제와 드리아드가 함께 호커의 한쪽 앞발을 집중공격, 그 사이 티타니아는 페더와 함께 드론과 증폭기를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최고 크기의 얼음송곳을 준비. 호커의 균형이 무너지면 준비한 얼음으로 호커의 머리에 꽂아버리는 작전이였다.

 

리리스의 설명이 끝나자 컴패니언, 페어리 양쪽 모두 적잖게 당황해 하였고, 특히 페더와 티타니아의 당황은 더 하였다. 함께 공격하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리리스가 말한 방법을 사용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리리스가 제안한 작전보다 더 좋은 작전을 생각할 수는 없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해본적은 없지만 해볼게.”

 

“저도 최선을 다할게요. 리리스 언니.”

 

“그럼 시작하자. 모든 것은 주인님의 승리를 위해서.”

 


컴패니언과 페어리가 거대 호커를 공격하는 사이. 티타니아가 최대한의 출력으로 만든 얼음에 페더의 드론과 증폭기가 다시 더욱 크게 만들며 만들어낸 얼음의 창은 하늘에서 그대로 거대 호커의 머리로 향하였다.

 

하지만 거대 호커는 자신을 향해 내리꽂는 서늘함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인지, 그대로 남은 오른쪽 앞발을 사용하여 피하였고, 얼음의 창은 호커의 머리가 아닌 등 쪽에 그대로 꽂혀버렸다.

 


“뿌어어!!”

 

“아직 안 끝났어요! 레아!”

 


머리가 아닌 등에 꽂혔음에도 상관 없다는 듯, 리리스의 외침에 다른 하늘에서는 이미 뇌전을 두르며 준비를 마친 레아와 드론이 피뢰침에 벼락을 내리치는 것처럼, 거대 호커의 등에 꽂혀있는 얼음 창을 향해 전력으로 벼락을 내리 꽂았다.

 


“끝이에요!”

 


얼음 창 까지 박살내며 내리꽂은 벼락이 거대 호커의 몸안을 모두 태워 버릴 거라 기대하였지만, 얼음 창은 박살나기만 할뿐, 정작 거대 호커를 태우지는 못하였다. 

 


“설마..?”

 


바닷물로 만든 얼음이라면 모를까. 공기 중의 수분으로 만든 순수한 얼음에는 전기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자, 컴패니언과 페어리들의 얼굴은 순간 흙빛이 변하였다. 

 

하지만 모두가 “실패했다.” 생각한 순간에도 움직이는 이는 있었다. 

 


“좋은 작전이 있었으면 나에게도 알려주지! 서운하군!”

 


거대 호커의 등에 언제 올라 탄것인지 사령관은 꼬리에서 등을 타고 단숨에 머리쪽으로 향하기 시작하였고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호커는 자신의 등 뒤에서 달리고 있는 사령관을 서둘려 뿌리치기 위하여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되기 시작하였다.

 

심한 흔들림에 사령관의 몸 역시 흔들리자, 더욱 더 몸을 흔들려는 거대 호커의 눈을 향해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명중을 하였고, 그것을 시작으로 여러곳에서 날아오는 총탄과 포탄의 세례가 거대 호커를 집중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무리종! 섬멸 완료! 전원! 각하를 엄호하라!”

 

“발키리! 각도는 10도! 남은 눈도 저격해버려!”

 

“사령관이 맞지 않게 주의해서 쏴라!”

 


호커의 무리종을 모두 섬멸하고 합류한 스틸라인, 발할라, 캐노니어 세 부대의 모든 공격이 오로시 거대 호커 한 마리을 향해 집중되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몸을 돌려 도망가려는 거대 호커의 앞발로 티타니아와 페더의 얼음 창이 못처럼 박치며 도주를 차단하였다.

 

그리고 어느 사이 거대 호커의 머리위로 올라온 사령관은 망설임 없이 염라도를 머리 중앙에 힘껏 꽂아 넣었다. 

 


“요정의 분노. 한번 느껴 봐라!”

 


그 말과 함께 사령관이 거대 호커의 머리위에서 뛰어내리자, 레아의 벼락은 그대로 염라도에 적중하며, 전기가 통하지 않던 얼음 창과는 다르게 금속인 염라도을 통해 거대 호커의 온몸으로 들어오는 막대한 번개의 전류는 몸 이곳저곳을 헤집으며 문자 그대로 태우기 시작하였다.

 


“뿌어어어어어어!!!”

 


단말마와 함께 몸 전체로 전류가 퍼지며 거대 호커의 내부를 태워버리자,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마치 굴뚝처럼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잠시 후, 재생할 세포까지 모두 태워버렸는지 거대 호커의 거대한 몸은 그대로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숨통을 끊지 못하였는지, 거대 호커는 가느다란 호흡을 내쉬었고, 그런 호커에게 사령관이 조용히 다가왔다. 

 


“너는 나에게 패배 한 게 아니다. 그녀들에게 패배한 거지.”

 


사령관이 호커의 패배를 선언하자 호커는 사령관의 말처럼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인 것인지, 그대로 회색빛의 재로 화하고서는 남극

에 바람에 날리 듯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이날의 전투는 바이오로이드의 힘으로도 별의 아이를 이겨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날로 각인되었다.

 

.

..

...

 

 

호커 와의 일전 이후..

 

모든 것이 정리 된 줄 알았지만 정리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티타니아의 처우의 관한 문제였다.

 

청취와 페어리들의 증언을 통해 티타니아가 호커의 발을 묶어 둔 덕에 침입을 미리 알수 있었고, 그 덕에 별다른 피해 없이 승리 할 수 있었기에 그녀의 활약은 상을 줘야 마땅하였다. 

 


“탈주한 시점부터 그녀는 이미 외부인 입니다. 보상은 당연히 해야겠지만 보상 후 에는 방주에서 나가주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하지만 티타니아가 발을 묶어준 덕에 사전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어요.”

 

“싫어서 나간 것인데 굳이 다시 받아줄 필요가 있을까?”

 

“본인도 자신의 잘못을 많이 반성하고 있고, 다시 합류하고 싶어 하는 것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어요.” 

 

“이곳이 쉽게 나가려면 나가고, 쉽게 들어오려면 들어오는 테마파크 입니까?”

 


사령관이 티타니아의 뒤를 쫒고 있었다지만 엄연히 무단 탈주는 중죄이다. 아무리 그녀가 공을 세웠다지만 공사는 명확히 구분해야 하기에 그녀의 잘못을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운 공도 있는데 그냥 넘어가주면 안 되는 건가?”

 

“안됩니다! 각하! 계속 넘어가 주기만 한다면 자칫 내부 기강이 해이 해질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나도 마리의 의견에 찬성이야”

 

“흐음..”

 

“애당초 사령관이 너무 받아줘서 생긴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번만은 마리소장의 의견을 따라주지 않겠나?”

 


마리가 말은 저렇게 해도 다 티타니아를 위해서 악역을 자처한다는 것을 사령관도 잘 알고 있다. 


마리의 말처럼 또다시 이번 일을 구렁이 담 넘듯 넘어 가버린다면, 혹은 지난번처럼 사령관 힘으로 억지로 넘어가 버린다면, 마리의 말대로 기강이 엉망이 되는 것은 물론 티타니아 역시 비난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해이해진 기강으로는 현재 준비 중인 철충과의 전쟁에도 좋지 않을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공사는 분명해 두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티타니아가 다시 사령관의 휘하에 있기 위해서라도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도 이 일은 해결하고 가야하는 문제였다.

 


“의견은 받아들이지. 하지만.. 너희만 생각하면 마음이 약해지는 걸 어찌해야 할지..”

 


자신의 힘으로 찍어 누른다면 찍어 누를 수 있겠지만, 그러고는 싶지 않았기에 한 발짝 물러나며 말하는 사령관의 말에 마리를 비롯한 모두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흠흠! 어째든 티타니아의 처우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죠.”

 


티타니아는 군용 바이오로이드가 아니기에 군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민법을 적용하더라도 그것을 판단해줄 시티가드가 현재 없는 것을 감안하여 처분에 관해서는 토론을 거쳤고, 토론을 통해 나온 결론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보상 후 방주에서 나가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세운 공을 고려해 약간의 처벌과 함께 다시 방주로의 합류였다. 

 


이 결론을 가지고도 계속하여 논쟁이 오갔기에 진행과 중재를 맡던 아르망이 제안을 하나 꺼내들었다.

 


“이대로는 논쟁이 끝날 것 같지 않으니 투표로 결론을 지으시면 어떻신지요?”

 

“그거 좋은 방법이군.”

 


아르망의 의견에 사령관이 동의하자, 사령관과 중재인 아르망을 제외한 기권 없는 투표가 진행 되었다. 다만 시간과 사정을 고려하려 전체 투표가 아닌 투표 인원은 마리, 레오나, 아스널, 리리스. 레아 책임자 급으로 한정하였다.

 


“그럼 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투표가 끝나고 개표가 되자, 개표된 마지막 종이를 펴본 아르망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투표한 5표 중. 5표가 약간의 처벌과 함께 티타니아를 다시 방주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나왔습니다.”

 


아르망이 말에 그렇게 티타니아가 나갈 것을 외치던 마리는 무안해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흐뭇하게 바라봐주는 사령관의 미소 때문인지 얼굴을 붉히며 애써 고개를 돌렸다. 

 


“그럼 티타니아를 다시 받아들인 것으로 하고 처벌은... 그래 그걸로 하도록 하지.”

 

“?”

 

.

..

...

 

“티타니아 커피 좀 주겠어?”

 


약간의 앞가슴의 트임과 함께 귀여운 프릴이 많이 달린 메이드 복을 입은 채, 내미는 잔에 커피를 따라주는 티타니아를 바라보며 사령관은 만족한 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티타니아에게 내려진 처벌은 일주일 동안 사령관의 시중을 드는 일이였다. 여기까지는 티타니아도 받아들였지만, 정작 그녀를 언잖게 만든 조건은 사령관이 제공하는 메이드 복까지 입고 시중을 들어야 한다는 조건이였다.

 


“..여왕 굴욕.”

 

“보기 좋은데 굴욕까지라고 할 거 있나?”

 

“이 옷. 왠지 싫어..그리고 가슴 껴.”

 

“내가 보기에는 아쿠아 보다 귀여운데?”

 

“너 왠지 화나..”

 

“하하.”

 


사령관이 보기에는 귀엽지만 정작 본인은 질색을 하며 싫어하기에, 마음이 약간 찔리기는 하였지만, 본인이 싫어하는 것을 해야 벌로써 의미가 있기에 사령관은 한동안 티타니아의 이 모습을 즐기기로 하였다. 

 


“실례합니다. 주인님.”

 


사령관에게 보고를 위해 들어온 레아가 사령관 뒤의 귀여운 메이드 복을 입고 서있는 티타니아 보자 기쁨 반 황홀함 반으로 감동한 듯 어쩔 줄을 몰라 하였고, 레아의 그 모습에 티타니아도 살짝 당황한 듯 움찔 하였다.

 


“티타니아! 너무 예쁘고 귀여워요!”

 

“..칫!”

 


레아에게만은 절대 이 모습을 보이기 싫었는지 들리도록 혀를 차는 티타니아를 아랑곳 없이 레아는 마치 소중한 인형을 끌어안듯 티타니아를 격하게 끌어안으며 마치 귀여운 조카를 자랑하는 이모의 미소로 사령관에게 자랑하였다.

 


“주인님 이거 보세요! 티타니아 너무 예쁘지 않나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런 귀여운 메이드복은 어디서 구하신거에요?”

 

“지난번 파티마가 선물로 준 것을 보관하고 있었지.”


“..끄러”

 

“티타니아. 계속 이렇게 입고 있어주면 안될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군. 티타니아 벌이 끝나도 계속 입고 있는 건 어때?”

 

“시끄러워! 전부 죽어버려!”

 


티타니아의 얼음이 다시 한번 사령관의 집무실에서 폭발하였다. 하지만 그 폭발은 전처럼 누군가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이 담긴 것이 아닌 그저 자신과 자매들을 사랑해주는 남자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한 여자의 수줍음의 표현이리라.



------------------------------------------------------------------------------------------------------------------------------------



그저 귀한 시간 내어 봐주시는 라붕이들에게 압도적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