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헌터는 결국 결투를 준비했다. 싸울 생각은 없었지만, 안 싸우면 부대 전체가 3년 성관계 금지라서 어쩔 수 없었다. 


그 대신 아스널이 콤보용 더미가 되어서 계속 두들겨맞기로 했으니 나름 분풀이에는 좋았다. 그래서 비스트헌터는 아스널을 데리고 타이치엔에게 찾아갔다. 


"2주 내로 할 수 있는 걸로 알려주세요. 돈은 이년이 대신 내실 거고, 맞는 것도 이년이 대신 맞을 거에요."


"흠. 2주는 너무 짧은데요. 아! 육식 어떠신가요."


비스트헌터는 육식을 배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처음 배운 기술은 다름아닌 지건이었다.


"기록상 2000년대 중후반 이후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자주 쓰던 기술이거든요. 그래서 일단 지건부터 가르쳐드릴게요. 자 아스널씨. 지건!"


타이치엔은 손가락 두개를 쭉 펴더니, 아스널의 어깨를 찔렀다. 그러자 그녀의 비명소리와 함께, 그녀의 어깨에는 작은 구멍이 하나 뚫렸고, 피가 약간 흘러나왔다.


"꺄아아악!"


"자. 비스트헌터씨도, 지건을 외치면서 따라해보세요."


"아... 네. 후웁. 지건!"


그녀도 아스널의 반댓쪽 어깨에 지건을 날렸다. 비록 구멍을 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아스널에게 고통을 주는 데에는 성공했다.


"꺄아아악."


"어머. 재능이 있으신데요?"


비스트헌터가 연습부터 쾌조를 보였지만 콘스탄챠는 반대였다.


"장풍을 1000번 넘게 연습했는데 왜 한 발도 못나가요?"


"..."


콘스탄차는 파동권도 하나 쓸 수 없었다. 그래서 라비아타에게 갈굼을 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아도겐! 외치면서 다시!"


"아...아도겐!"


평범한 바이오로이드의 신체에서 장풍이 나갈 일 없었다. 하지만 라비아타는 장풍을 쏠 수 있다고 굳게 믿고있었다.


"에휴. 괜히 결투를 받아줬나보네요. 이렇게 격투에 재능이 없을수가."


"...죄송해요 언니."


"극약 처방이 필요해보여요. 2주 뒤에 패배하면, 콘스탄차양을 히루메의 후임으로 강등할 거에요."


"..."


콘스탄챠는 연습 끝에 새벽 2시 쯤에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미친돼지년. 강등은 무슨 강등이야."


라비아타는 콘스탄챠가 자고있을 때, 초보자도 하기 쉬운 장풍 자세를 연구하고 있었다.


"에휴. 걔는 언제 살의의 파동에 눈을 뜨려나."


그녀는 새벽 6시, 대강 네 시간에 걸쳐서 산 하나를 초토화시켰다. 그럼에도 별 효능을 보지 못했다.


그동안 앨리스는 다른 계산을 내놓았다. 


"아스널씨. 시간 되시나요?"


아스널은 람각에 연달아 얻어맞고, 지건에 뚫리는 등 개패듯이 두들겨맞아서 수복실에 실려왔다.


"당연하다. 무슨일이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할게요. 제가 도와드릴테니, 나중에 마스터키 받으시면 저 몇 번 빌려주세요."


"뭐? 무슨이유로."


"콘스탄챠가 져야 제가 부대 내에서 2인자 노릇을 할 수 있거든요."


앨리스는 콘스탄챠가 추락한다면 바닐라 등 바이오로이드를 자유롭게 괴롭히면서 권력을 즐길 계획이었다. 그것을 위해 그녀는 부대를 배신해버렸다.


"도와주면 고맙지. 계약에 동의하겠다."


앨리스는 지금 콘스탄챠가 풍림화산류를 배우고 있다는 얘기, 그리고 본인이 어떻게 도와줄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2주가 지나서 경기 당일. 아자즈가 만든 경기장에서 안경을 벗은 콘스탄차와 비스트헌터는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그리고 심판은 우르. 사회자 및 해설위원은 스프리건이었다.


콘스탄차는 링에 오르기 직전에도 파동권을 연습했다. 하지만 깃털 하나 정도나 간신히 날릴 정도였고, 사실 손바람에 가까웠다. 승룡권의 상태도 별로였으며, 용권선풍각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언니. 승룡권이 대공이라는데, 상대가 점프해서 오긴 해요?"


"그러니까 장풍을 배우는 거죠."


"그리고 주먹에 맞아야 상대가 피해를 입을텐데..."


"갈! 판정 박스 안에 들어오면 주먹에 맞건 아니건 피해를 줄 수 있어요. 그리고 본인 피격 판정이 사라지고요."


"판정 박스가 대체 뭔데요? 피격판정은 또 뭐에요? 그리고 전 안 되잖아요."


"안 되면 히루메의 후임 해야죠 뭐."


그녀와 다르게 비스트헌터는 2주간 큰 성과를 보였다.


"오. 지건 좋은데요?"


"고맙습니다. 사부님."


아스널을 패면서 그녀는 체와 지건을 마스터했고, 월보와 람각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스널이 수복실에서도 두들겨 맞아줬기 때문에, 비스트헌터가 더욱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아스널은 전치 16주까지 연장되었지만, 그것이 비스트헌터의 알바는 아니었다. 


그리고 결국 링위에 선 둘, 콘스탄차는 패배할 것이라 직감한 듯 좌절한 표정이었고, 비스트헌터는 아스널을 제외한 다른 바이오로이드를 때린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파도 원망하지 말아주세요. 콘스탄차양."


"..."


아무튼, 우여곡절끝에 오르카호 1호 결투가 시작되었다. 그러자 콘스탄차는 자세를 잡고 장풍을 쓰려고 했다.


"아...아도겐!"


하지만 장풍이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상대 비스트헌터가 되려 당황스러워 했고, 관중들은 그녀를 비웃었다. 라비아타는 한숨을 푹 쉬었다.


"..."


그래서 비스트헌터가 체를 써서 순식간에 콘스탄차에게 접근했다. 그래서 본인이 열심히 연마한 지건을 쓰려고 했다.


"콘스탄차. 승룡권을 써!"

"아. 소류겐!"


하지만 애석하게도 콘스탄차의 주먹은 허공만 갈랐다. 그래서 비스트헌터의 지건이 그녀의 복부를 찔렀다. 그러자 그녀는 단 일격에 피를 뿜어버렸다.


"커헉... 켁...켁."


그래서 때린 비스트헌터가 되려 당황했다. 그러자 타이치엔이 외쳤다.


"이 틈이다. 계속 공격해!"


그래서 비스트헌터는 약간 찜찜했지만, 콘스탄차를 몰아세웠다. 지건과 람각은 그녀가 열심히 수련한 풍림화산류가 무색하게 가드만 올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술과 힘의 차이로 인해 가드를 하건 안 하건 그녀에게는 큰 고통이었다. 


"몰아 붙혀요! 비스트헌터!"

"리버설로 승룡권을 써! 콘스탄차!"


그녀는 라비아타의 말을 듣고 허공에 승룡권을 했다. 하지만 라비아타가 생각하는 극적은 효과는 없이, 되려 비스트헌터의 람각을 잘못 맞아서 턱이 부러져버렸다. 


"꺼억...꺽."


"아! 콘스탄챠선수! 벌써 쓰러지나요? 지금 아마 판정승을... 아 강행하는군요!"


심판 우르는 지금 무슨상황인지 잘 몰라서 판정승같은 것을 내리지 않았다.


"잠깐만요. 심판님. 지금 이거 TKO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비스트헌터마저 콘스탄차가 불쌍했는지 심판을 불렀지만.


"TK? 대구 경북 지역이 여름에 덥다는데. 푸흐흡."


"..."


우르는 경기 내용에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라비아타도 포기하고 흰 수건을 던지려 했을 때, 콘스탄차가 드디어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