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바르그는 어머니라 할 수 있는 명확한 대상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엄마-" 라고 불러 보았다.




말 끝나기 무섭게 모여드는 그녀의 미간.
단숨에 변한 그녀의 표정에 남자는 숨을 삼켰다.

아무래도 말 실수를 한 것 같다.
아직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그녀에겐 잔인한 농담이었던 모양이다.

남자는 뒤늦게 후회했지만, 그런다고 있던 일이 없어지진 않는 법.

남자가 사과하려고 하던 그때.


" 네, 부르셨습니까. "




바르그는 언짢아 하는 게 아닌, 어딘가 안쓰러워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쩌면 그녀는 동질감을 느낀 걸지도 모르겠다.

그녀도 나도 어머니라는 존재가 없는 몸.

그 때문인지 그녀는 기꺼이 어머니의 역할을 맡아주기로 한 것 같다.


그런데.


' 이제 어쩌면 좋지? '


시작은 즉흥적인 장난이었다.
뒷일 따위 생각하지 않은 즉흥적인 장난.

이제와서 적당히 웃어 넘기기엔 도저히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건 그녀의 배려심을 무시하는 일과 다름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선 급한대로 도움이 될만한 기억을 더듬었다.

세크메트와 대화할 때를 떠올린다던가, 마리아와 대화할 때를 떠올린다던가.

그렇게 다급히 기억을 더듬고 있을 때 쯤- 


" 고민이 있거든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


부드럽고도 따스한 감촉이 얼굴을 채운다.
남자는 뒤늦게 바르그가 자신을 품에 넣고 껴안고 있음을 느꼈다.


" 무슨 이야기든 상관 없습니다. 설령 사소한 것이라도요. 그게 어머니가 해줄 수 있는 일일테니까… "


강직한 바르그의 목소리가 작게 떨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움과 서글픔 등…
어째선지 덩달아 슬퍼지는 감정이었다.

남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연기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사실 자신이 바라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닐까하고.


" …나는. "


이 애처로운 강아지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
남자는 아까와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좋은 친구가 있다고 한들, 가족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은 채울 수 없는 법이다.

그렇다고 그녀의 어머니를 되살릴 수도 없으니, 그녀에게 가족의 따스함을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은…


" 자, 잠깐…?! 주, 주인님 갑자기 그런 곳에 손을 집어넣으시면… 앗♡ "


가족을 직접 만들어주면 되는 거 아닐까.

어머니를 만들어줄 순 없어도, 어머니로 만들어 줄 순 있을 테니까.




바르그가 샬럿이나 마리아처럼 아이를 능숙하게 잘 돌볼 것 같진 않아도 지극정성으로 키울 것 같지 않아?

문득 그런 생각에서 시작한 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