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호 대원들을 위한 커뮤니티, 오르카넷.


이 커뮤니티에선 익명성을 바탕으로 여러 자유분방한 주제로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간다.


[ㅅㅂ 무슨 진지공사냐 ㅈ같네 진짜]

[아 무슨 야간탐사야 진짜 장난치지마세요ㅠㅠ]


누군가는 푸념을 하고


[오붕이들 이번에 올라온 탈론허브 신작 봤음?]

[스틸라인 온라인 출석이벤트중인데 출석해씀안해씀?]


누군가는 정보를 공유하고


[도를 넘은 블프의 기행,,, 뱃살로 맥주캔 3개 연속 박살,,,]

[아이고 브라우니얔ㅋㅋㅋㅋㅋㅋㅋ]


누군가는 웃긴 동영상이나 사진을 올리고


[아 사령관님 섹시댄스 보고싶다!]

[사령관님 팬티튀김 먹고싶은 오붕이면 개춬ㅋㅋㅋㅋㅋㅋㅋ]


누군가는 똥글을 싼다.


그리고 누군가는...


[아니 솔직히 페어리들 하는게 뭐임? 싸울줄은 암??]


"아오, 이 분탕년 또 왔네. 넌 1년 차단이다 이년아."


완장이다.


각 부대별로 돌아가며 한명씩 뽑아 완장직을 하게하는 오르카넷.


과거 완장직을 겸했던 오르카호의 여러 부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뽑았고 페어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과거)

"언니들! 사령관님이 이번달에는 우리가 완장 뽑으래."


"...!!"


"이거 재밌어보이는데 아쿠아가 해봐도 돼??"


"그, 아쿠아? 혹시 오늘 더치걸이랑 만나기로 하지않았니?"


"으아악! 맞다!! 완전 잊고있었어!! 고마워, 레아 언니!"


아쿠아가 방을 나가고... 방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아쿠아한테 시키는건 조금 그렇지?"


"그건 여왕이 봐도 진짜 개쓰레기인거 같아."


"그... 전 빼주시면 안될까요?"


"하?"


"저 지지난번에 했었다구요... 그리고 지난번에는 원래 티타니아 언니 차례였는데ㄷ"


"쳇."


왠지 모르게 입이 얼어버린듯한 드리아드였다.


"으음, 그럼 드리아드는 이번달은 넘어가고... 남은건 티타니아랑 다프네랑 리제인데..."


"잠깐. 너는 왜 빼는거지?"


"왜냐면 그동안 변화의 성소에 출격하느라 바빴잖아. 요즘은 아니지만."


"그거 그냥 주인님이 빙룡덱 질린ㄷ읍읍!!!"


"언니 제발 조용히..."


"출격하는거면 여왕도 할 말 많아. 요즘 들어 비스마르크쪽 애들말고 나를 자꾸 출격시킨다고."


"그리고 출격안할땐 카페아모르에 얼음 만들러가야해. 바빠죽겠어. 요즘 내 얼굴 보기 힘든거 너희들도 잘 알텐데?"


사실상 페어리의 소녀가장인 티타니아였다.


"아... 미,미안, 티타니아. 그럼 남은건 다프네랑 리제인데..."


자꾸 은근슬쩍 자신을 제외하는 레아였다.


"저는 그..."


"간호업무도 겸해야해서..."


갑자기 빛의 속도로 간호사 스킨으로 갈아입은 다프네.


"...ㅆㅂ"


그렇게 타이밍을 놓친 리제가 결국 완장이 되고말았다.


(현재, 페어리들이 관리하는 농원)


"리제 언니! 자꾸 패널만 보지말고 여기 잡초들 좀..."


"응?"


"아,아냐! 내가 할께!!"


완장하랴 페어리의 원래 업무인 농작물 관리하랴 신경이 날카로워질때로 날카로워진 리제.


게다가...


"뭐? 설마 너... 완장...? 푸흡!"


"그거 차아암 안되셨사옵니다."


이 두 해충들은 오르카호에서 중요한 요직에 앉아있는 탓에 아예 완장대상에서 제외였던지라 자연스레 놀림감이 되기 딱 좋았다.


"하아, 그년들 다시 보이기만 해봐라. 혀를 뿌리부터 잘라버릴테니까."


복수를 다짐하는 리제의 가위질에 잡초들이 우수수 썰려간다.


물론 패널을 보면서 일을 하기에 잡초를 잘라 다듬는다기보단 그냥 개판으로 만드는것에 더 가까웠고 아쿠아는 그저 말없이 화낼뿐이었다.


그렇게 일과시간이 끝나고 자유시간이 찾아왔다.


"하아, 주인님 사진 너무 좋아..."


사령관을 찬양하는 글, 특히 사진이나 그림에 개추가 와바박 박히는 오르카넷 특성상 념글 1페이지의 80~90%가 사령관의 사진이나 그림 투성이였고


완장인건 짜증나지만 그래도 일과가 끝나고 념글목록을 가득 채운 사령관의 사진들을 마음껏 볼수있다는건 리제에게 있어 행복 그 자체였다.


[아니 ㅆㅂ 똑같은 사진이 몇개냐 ㅆㅂ 좀 다른 사진 좀 올려라]


"이년이 돌았나. 넌 영구차단이다."


물론 지금의 그녀에겐 사심이 좀 많이 담겨있긴 하다.


"으음... 그런데 진짜로 중복 사진이 많긴하네. 흐음. 화질도 좀 열화된거 같기도하고."


게시글들을 쭈욱 둘러보던 리제의 눈에


[완장 뭐하냐고!!]

[아 ㅆㅂ]

[밑에 글ㅆㅂ]

[탈론허브 프리미엄 유출본 떳다 사령관님 레전드 갱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라는 참으로 천박하면서도 리제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제목이 들어왔다. 왠진 몰라도 완장을 찾는 글들이 그 위에 한무더기가 있지만 그딴건 리제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꿀꺽"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의 야릇한 비밀을 살짝 엿보려던 소녀의 마음은...



"씨바아아ㅏ아아아ㅏ알!!!!!!!"


더러운 펙첩의 농간에 짓밟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