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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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먹어라 라붕씨.


.........



팬텀은 라붕이에게 줄 병문안 선물로 사온 빅 사이즈 호박엿을 해맑게 들이밀었다.


본 기체가 준비한 엿도 드십시오 김라붕.

영양 섭취는 신체 회복에 매우 중요합니다.


라붕씨 주려고 셋이서 엄선해온 엿이다.

자, 여기 내가 주는 엿도 먹어라.


.......



최소 손목이랑 맞먹는 굵기를 가진 엿을 한가득 쥐어든 라붕이는 그저 엿을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


응? 왜 그러냐 라붕씨. 입맛이 없는거냐?

 

음... 역시 딱딱한 호박엿이 아니라 물엿을 사오는게 좋았을까.


......니네 일부러 이거 사온거지?


편식하지 마십시오 김라붕. 음식을 가려선 위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입원중인 라붕이에게 줄 선물로 무엇이 좋을지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던 셋은, 방주에서 다운받은 멸망전의 인터넷 게시판의 정보를 토대로 호박엿을 한가득 구입하여 라붕이에게 선물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엿이란 엿은 탈탈 털어왔다.


선배가 옛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 바로는, 환자에게 병문안을 갈때 선물하기 좋은게 엿이라고 들었다. 그러니 감사 인사라면 선배에게 해라 라붕씨.


뭐, 이 정도는 상식이다! 그러니 너무 고마워 할 필요는 없다!


어서 엿이나 드십시오.


...........



모두가 엿을 주고 받는 동안, 소란스러운 병실의 문이 열리며 또 다른 익숙한 사람들이 들어왔다.




일어났냐?


여어~! 잘잤냐 새끼야~


호오... 오늘도 먼저 온 사람들이 있었나.


어, 엠하 어서오고.



자연스럽게 옆에 자리 깔고 앉은 엠프레시스 하운드는 엿을 먹고있는 라붕이를 희안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근데... 아침부터 왠 엿? 뜬금없는걸 먹고 있네?


병문안 선물로 엿이 제일이라는 정보를 옛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입수했다!

자! 여기 너희도 하나씩 들어라!


아... 그, 그래....


참 나... 아주 그냥 팔자가 폈네 폈어.


야... 나 아직 환자야 이 년아...


그러고 보니, 너도 이제는 너의 몸 상태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겠군.


그런 편이지. 최근에 닥터가 전부 설명해 줬으니까.


....괜찮은거냐? 어찌보면 시한부 선고나 다름없었을 텐데... 아무리 닥터가 치료해 준다고는 해도 맨정신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지 않은가.


음... 사실, 내 몸이 상태가 안좋다는건 이미 이전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어.

내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설명 들을때도 걍 그러려니 하더라... 괜히 겁먹고 난리 피우는 것보단 이게 차라리 낫지 뭐.


솔직히 말하자면, 난 끝까지 함구하는 쪽을 원했는데...

다행이도 지금 네 상태를 보니 그런 걱정은 필요 없었군.


난 니 울고불고 난리 피우면서 생쇼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멀쩡하다?


왜, 내가 그 난리 피우는게 보고싶디?


야! 지금은 멀쩡해서 그렇지, 너 시한부야 븅신아!

에휴... 가만보면 이 새끼 간이 큰건지 그냥 생각이 없는건지 알 수가 없네...


둘 다 같은데? 생각이 있으면 여기 나가서 뒤지려는 짓을 하겠냐?


아, 아니... 그건 미안하다니까...


아마 두고두고 놀림 받을거다. 그런데 뭐 어쩌겠나. 다 니 자업자득이지. 받아들여라. 멍청한 놈.


사람답게 사십시오 김라붕.


쉐이드 말이 맞다 라붕씨.

이제는 라붕씨도 사람노릇 해야지. 


ㅇㅇ


.........


본 기체를 쳐다볼 시간에 엿이나 드십시오.



어째... 얘 말투가 점점 신랄하게 변하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이제는 너의 장래에 대해서도 슬슬 이야기가 나오더군. 너에게는 어떤 일이 맞을지에 대해서 말이야.



이전 회의시간에 나왔던 주제는 오르카 전체에도 진작에 퍼져나가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듯해 보였다.


그러게. 안그래도 나도 요즘 그 생각하고 있었거든? 근데 내가 여기서 뭘 해야 좋을지를 모르겠네...

추천좀ㅇㅇ


할거 없으면 걍 우리 시다바리나 해 새꺄.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네.

우리가 까라면 까고 기라면 기어~

너한테 딱 맞다 야ㅋㅋㅋ


아니... 너희랑 일 한다 쳐도 내가 할수 있는게 있긴 해? 도저히 짐작이 안가는데...


하긴, 우리 셋은 규모도 작고 딱히 보조가 필요한 팀은 아니니까. 차라리 행정쪽으로 상담을 받아보지 그러냐. 지금의 너에겐 그게 적합하다고 본다만.


목표를 잡을 거라면 크게 바라보고 최대치를 잡는것을 권장합니다.

우선은, 시뮬레이션 룸 A-3단계를 2주 내로 클리어 하는것을 목표로 잡으십시오.


시뮬레이션? 아... 니가 허구언날 입에 달고 사는 그 모의전?

음... 내가 할 수 있으려나...


언제나 본 기체가 서포트 할 것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십시오.


너무 어렵다면 나랑 같이 하자 라붕씨!

내가 옆에서 같이 도와주겠다! 쉐이드도 있으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꼭 지휘 연습을 먼저 시작할 필요는 없다.

라붕씨는 일반인이니까, 부담이 너무 큰건 미뤄두고 행정이나 군수쪽을 먼저 시도해 보는게 나을것같다만.


군수? 군수면 그거지? 자원관리.

그럼 안드바리랑 같이 일하겠네?


아니면 스틸라인 쪽의 실키 상병과 같이 일할 수도 있겠지. 알파와 아르망이 행정업무를 교육한다는 말도 얼핏 들었으니까 어쩌면 거기로 빠질지도 모르겠군.


흐음...



천아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라붕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


야. 차라리 있잖아...


뭐, 왜 또 그렇게 불길한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생각해보니까, 너도 핫팩이랑 같은 인간이잖아?


그....렇지? 근데 그게 왜...?


그럼 있잖아.....

















이참에 부사령관 한번 도전해보지 그래?




..............



................



.......오오........












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


엥?!


아니... 뭔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하고 있어!!

나 일반인이라니까?! 근데 뭔 터무니 없는 소리를...!


목표는 크게 잡으십시오.


야! 크게 잡아도 정도가 있지... 그건 지나치게 크잖아...


음... 사실 넌지시 생각은 하고 있긴 했는데...


........





......

시간 걸려도 한번 도전해 보는건...?


응 안해.



야, 생각을 좀 해봐... 여기에 나 말고 능력있고 쟁쟁한 사람들이 널렸는데, 내가 고작 인간이란 이유로 그런 터무니 없는 시도를 하는게 맞다고 보냐? 설령 도전한다 해도 위에서 말릴걸?

내가 사령관이라면, 나한테 그런 자리 절대 안맡긴다.


야! 남자새끼가 시작도 전에 꼬리말고 튈 생각부터 하고있냐?!


남자답게 사십시오.


아니, 이미 통령님도 있고 참모총장님도 계시잖아... 거기에 굳이 내가 뭘 시도하고 자시고가 없다니깐?


그럼, 넌 뭐하고 싶은데? 뭐 땡기는건 있냐?


그러니까 그거 관련해서 상담 해봐야 한다니까...

난 그냥 너네 말대로 행정이나 군수쪽 말단으로 1인분 하는게 적당해. 나도 딱 그 정도 수준이고.


......에휴.....


뭐, 그걸 지금 당장 고민할 필요는 없다.

우선은 낫는것만 생각해라. 그게 지금 니가 해야할 최우선 과제니까 말이야.


 

야, 근데 너 다 나으면 다음엔 뭐 할거냐?

또 오르카 탈출쇼 시즌2 찍을거냐?


안해!!!


자자, 너무 놀리지들 마라. 이제 라붕씨도 그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반성 한것같으니까.

뭐... 또 그런짓 하면 그때는 메이 대장의 미사일에다가 묶어버려서 철의 탑 방향으로 쏴버리기로 합의 해놨으니 문제없다.


'...문제가 많은 것 같은데...'


그럼, 당분간은 계속 여기서 짱박혀 있겠네?


어쩔 수 없지 뭐.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닥터가 엄중하게 경고했거든.

이번에도 말 안들으면 그땐 진짜로 욕 한바가지 먹을수도 있으니까.


이미 FAN파장이 중추신경을 절반 가량 침식했다고 들었다. 당연한 조치로군.


심심하면 불러라 라붕씨! 엿 싸들고 달려오겠다.


아니... 엿은 이제 됬어... 지금 이것도 다 먹는데 몇 주는 걸리겠구만.


저 바구니에 든게 죄다 엿이었냐...


나도 하나 먹어도 되겠나? 아침을 거르고 온 참이라서 말이야.


아, 여기있.....

응..?!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끼어든 나머지 찾아온것을 이제야 눈치챈 라붕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칸을 쳐다보았다.


칸? 언제 여기에...


음, 대충 너가 미래에 할 일에 대해서 의논할 때쯤?


아까부터 있었구나... 전혀 몰랐다.


우리도 왔다고~



칸의 뒤를 보니 칸을 따라서 들어온 호드팀 전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 너네도 왔냐. 어서오고.


우리 사고뭉치 잘 지내냐?


몸은 좀 괜찮냐 비실아ㅋ


야야... 아픈애한테 너무 그러지마.


병문안 왔어요 라붕씨!


...엿먹냐?


후후..! 딱 좋은 타이밍에 온 것같네요!


넌 어째 카메라 안들고 다니는 날이 없냐...


이거 없음 탈론 페더가 아니죠~! 흐헤헤...


그, 그래...



칸은 엿을 까먹으며 아까 하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차기 부사령관이 되고싶다고?


아뇨그런적없어요절대


숨도 안쉬고 부정하네...



샐러맨더는 타이르는 듯한 말투로 라붕이를 향해 설득을 시도했다.


야 임마... 사내라면 크게 한탕 해볼 생각을 해야지!

그럼 너 뭐하고 싶은데? 미리 생각해놓은 분야라도 있어?


음...


.......


........

잡일...?


하이고...



워울프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질책하기 시작했다.


야 임마... 너도 사령관이랑 같은 인간인데 기왕 하는거 제대로 된 자리 하나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

설마, 너 평생 잡일만 할 생각은 아니지?


밥값 좀 해 븅신아...


아니, 인간인게 뭐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다고 그래... 그냥 지 능력에 맞게 사는거지.


음... 너 정말 그걸로 괜찮아? 혹시 모르잖아? 니가 모르는 너의 또 다른 재능이 숨겨져 있을지.


.......


아~ 야간작전 끝나고 이제야 복귀해서 그런가?

배에서 밥달라고 난리네...

야, 먹을거 좀 있냐?


엿먹어.


뭐 새꺄?!


아니아니..! 호박엿 먹으라고....



빅 사이즈 엿을 들이대는 라붕이의 손아귀에서 재빠르게 엿을 채간 하이에나는 비닐을 벗기며 흥미롭다는듯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드디어 니 일에 대해 의논할 때가 오긴 왔네ㅋㅋ


그러게. 이제 백수 탈출이네? 축하한다 새꺄!


니들이 보기에 당장 내가 할만한거 있냐?

일반인이 시작하기에 적당한걸로.


부사령관.


싫다니까!!


야 임마, 남자가 시작도 전에 도망부터 갈려고?

이거야 원... 설마 이렇게나 패기가 없는 놈일 줄이야...


아니... 시작부터 뭔 부사령관이야...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는 하지마라 제발...



소름이 돋은것 마냥 양 팔을 쓰다듬는 라붕이는 질색하면서 중얼거렸다.


나 그런 분야에 대해서 아는게 하나도 없다니깐? 게다가 라비아타씨가 통령 역할 이미 맡고 있더만. 사실상 그게 부사령관인데 내가 거기서 낄게 뭐 있냐?

난 행정사무나 병참쪽에 면접볼란다. 

음, 그래. 역시 나한테는 그게 낫지ㅇㅇ


...어휴.....


.............



쉐이드는 푸른 안광을 반짝이며 조용히 라붕이를 불렀다.


김라붕.


응?



무심한 손동작으로 라붕이의 베게맡에 한입 사이즈 엿이 낱개로 여럿 들어있는 엿봉투를 툭 내던지면서 무덤덤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엿이나 먹으십시오.


...??



짧고 간결한 한마디를 남기고서 쉐이드는 묵묵히 뒤를 돌아 병실을 퇴장했다.


아....



팬텀과 레이스는 지극히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쉐이드가 나간 입구를 말 없이 쳐다보았다.


....쟨 또 왜 저러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쉐이드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라붕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라붕씨.



팬텀은 그런 라붕이를 한심하다는 듯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라붕씨는, 아직 많이 멀은것 같다.


(끄덕끄덕)



....어...?


푸훕...!



최대한 웃음을 참던 샐러맨더는 결국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 해버리고 말았다.


푸하하핰ㅋㅋㅋㅋ 야~! 이젠 살다살다 쉐이드가 욕 때려박는 모습을 보넼ㅋㅋㅋㅋ


넌 어찌된게 기계가 답답해할 정도로 답이 없냐...


이젠 로봇한테까지 욕먹고 살아...?


철좀 드세요 라붕씨!


이번건 편집해서 두고두고 놀릴때마다 써먹을게요!


난 쉐이드가 저렇게 돌려까는건 난생 처음본다 야...


자, 쟤 말대로 엿이나 마저 먹어라.



워울프는 본인이 먹던 엿을 얼타고 있는 라붕이의 아가리에 쑤셔넣으며 위로를 건넸다.


아, 아니 난 그냥...


조금은 성장했나 싶었더니... 금세 이 모양이군.


에휴... 차려줘도 못쳐먹는 답답한 새끼.


.....븅신.


..............



불과 20초만에 폐급새끼가 되어버린 라붕이는 변명할 타이밍도 놓치고 그냥 엿이나 빨아먹었다.













.......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칸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라붕아. 부사령관에 대한 이야기말인데.



"우물우물... 웅?"



엿을 까먹던 라붕이는 자신을 부르는 칸을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 준비하지는 않아도 되니, 한번 생각정도는 해보는게 어떠냐.



"아니... 지휘관인 니가 그 얘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면 어떡하냐... 게다가 이미 통령님까지 계시잖아. 그분이 계신 상황에서 내가 굳이 그럴 필요는..."



실제로 설정상으로도, 인게임 내에서도, 이 오르카 저항군의 기반을 다지고 최근까지도 이끌어 왔던 사람이 바로 라비아타다.

그런 사람이 이미 통령이라는 부사령관의 역할을 충분히 해나가고 있는데, 내가 그 사이에 끼어든다는건 누가 봐도 말이 되지 않는다.


물론, 그것도 우리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너가 말하는 바를 우리가 이해 못한다는 의미는 아냐.



"......."


라붕아. 넌 우리 오르카 저항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나..? 음...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긴한데...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알지는 못해서... 왜?"


그럼, 우리가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다는것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겠군.



"...응. 말 그대로 군대니까."


우리 오르카 저항군의 규모도, 몇년새 매우 거대해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세력이 커지겠지.

그리고 이건 현실적인 문제다만, 사령관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물리적, 시간적인 한계가 존재하는건 사실이다.



"......."


물론, 지금 당장은 우리끼리 해나가는데 지장이 없겠지만, 머지않아 성장해나갈 저항군의 속도와 크기를 고려한다면, 대원들을 이끌어줄 사람은 한명이라도 더 손을 보태주는 것이 오르카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니까.

그리고 라비아타 통령과 용 총장이 부사령관의 입지에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그녀들도 먼저 우선해야 할 부대와 임무가 있는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 오르카에는 훌륭한 스승들이 매우 많으니까, 당장 눈앞이 아닌 먼 미래를 바라보고 차분히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널 교육시켜 보자고 이미 지휘관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나온 참이거든.



"음... 근데 전투지휘는 사령관님이랑 지휘관급 간부님들이 이미 잘 처리하고 있는 분야인데 거기에 내가 끼는건 오히려 민폐아닐까?

괜히 내가 그런짓 했다가 사고라도 발생하면..."


꼭 전장 지휘만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

너도 알다시피, 이 오르카에는 매우 다양한 부서들이 있지.

후방지원부터 행정분야까지, 저항군의 규모가 커지면 특히 중요해질 영역이지.

너에겐 이쪽 계열로 한번 심층적으로 교육시켜 보고자 하는데... 어떤가. 고민 정도는 해보는건?



"......."


고민할게 있냐?


워울프는 침대에 걸터앉아 라붕이의 어깨에 한쪽 팔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


그야 처음은 누구나 서투르고 잘 못하는게 당연하겠지. 그러니까 우리가 도와줄거고.

까짓거 밑져봐야 본전 아니겠어? 기왕 하는거 시도라도 해보자구.


그래 임마~! 너도 인간인데 어엿한 자리 하나쯤은 있어야지!


대장 말대로, 환경은 충분히 갖춰져 있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오르카 2인자 자리도 충분히...






"얘들아."



조용한 목소리로 만류했다.



"너무 그렇게까지 해서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아도 괜찮아."


.......



"난 지금 이 순간까지도 너희에게 이미 많은걸 받아왔으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너무 무리해가면서 권유해주지 않아도 돼."


...라붕아. 우린...



"난 그 정도의 자리를 감당할 능력은 못돼."


.......



"머리가 좋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희처럼 조직 경영이나 군 관련 지식이 풍부하지도 않은 내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분에 넘치는 자리에 앉는다는 무책임한 짓은 하고 싶지않아."


.......



"능력도 없는 내가 감당도 못할 자리에서 실수라도 저질렀다간... 정작 위험해지는건 내가 아닌 너희들이잖아. 아무리 후방계열 이라고는 해도, 그것 조차 결국은 너희 목숨이랑 직결될텐데. 그것만큼은 죽어도 싫어."


라붕씨...



"내 실수때문에 너희가 잘못되서 영영 못보게 되는건 사양이야. 단순히 능력의 문제를 떠나서, 그냥 내 실수 하나 때문에 너희가 어떻게 되는건... 역시 보기 싫거든. 이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니까."



게임속에선 중파를 당하던 사망을 하던, 수복버튼을 한 두번 누르기만 한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부활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게임"속의 이야기.

현실의 사람이 다치면 피를 흘리고, 고통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것이 과하면 아무리 강인한 바이오로이드라 할지라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번 죽은 사람은, 절대로 되돌아 오지 않는다.



"역시... 난 아래에서 너희를 도울게.

내가 실수하더라도 너희한테 가는 부담이 제일 적은 쪽으로 가서 일하려고 해. 이것 만큼은 진작에 정해놓은 거거든."


...그래. 네 뜻이 그러하다면 존중하마.

그렇게까지 우리를 걱정해서 말해주는 너니까.

나도 이 이상은 무리해서 권유하지는 않겠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을 존중하마.


이야... 설마, 라붕이가 우리를 이렇게까지 생각해 줄줄은 미처 몰랐는걸?

솔직히 이번엔 좀 감동했다?


새끼~ 폼잡긴ㅋ



"....안돼냐?"


안될리가 있나. 오히려... 고마우면 고마웠지.

...고맙다 라붕아. 그렇게까지 마음 써줘서.



하지만 워울프는 딱 한마디만, 더 덧붙이기로 했다.


그래도 라붕아.



"응?"


우리 대장 말대로, 한번 생각이라도 해봐.

무리해서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생각정돈 한번쯤 해봐서 손해볼건 없잖아?

아직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가자고~



"...응. 알았어."


...마땅히 할만한거 없으면 우리 방 청소나 하던가.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아직 급한 사안은 아니니까요!


음..! 간만에 진지한 얼굴로 분위기 잡는 라붕씨 영상 GET!



"...안 지겹니?"


걍 포기해... 포기하면 편하더라...


할거없음 그냥 나한테 와라 라붕씨!

까짓거 나랑 같이 플랜 한번 짜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아, 그리고 쉐이드한테 찾아가는거 잊지마라.

사과 한마디 정도는 해야지.



"쉐이드... 걔가 그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는데... 언제 한번 걔랑 모의전 이라는걸 해보긴 해봐야겠네.,"


일을 찾는건 좋다만, 어디까지나 지금 너의 최우선 과제는 회복이라는걸 잊지마라.

일은 그 다음이다.


이제야 좀 사람구실 하냐?


걍 시다바리 하라니까~! 니랑 딱맞는구만 뭐ㅋ


"엿 먹어."


뭐 씨발아?


"아아아..!! 미안미안!! 그냥 분위기 풀라고 농담좀 해본거야...! 그러니까 제발 주먹좀 내려!!

나 중환자라면서!!"


아프면 지랄말고 누워서 엿이나 쳐먹어 새꺄!


옛다! 제일 큰 빅엿.



바구니에 들어있던 엿중에서 제일 커다란 엿을 까서 이 새끼의 입 안에다가 쑤셔박았다.


"......."


참... 맛있게도 먹는군.


천천히 먹어라 라붕씨. 여기 음료수도 좀 마시고.


많이 먹고 빨리 나아라 라붕씨!

그래야 또 다 같이 놀지!



"ㅇㅇ..."


자주 놀러올테니까, 일단 낫는것만 신경써.


술은 당분간 못먹겠네...

그러니까 우선은 몸이나 챙겨 임마! 그래야 진탕 마시지!



"좀 봐줘라... 니가 타주는건 이제 사양할래..."


어허! 겨우 그걸로 엄살부려서야 쓰겠어?

아직 개방안한 레시피 잔뜩있는데.


퇴원하면 기념으로 또 한잔해야지!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 생기면 바로 닥터 양에게 상담하는거 잊지마시구요!


몸 좀 잘 돌봐... 아프면 고생하니까.


자주 찍으러 올... 아니아니, 자주 병문안 올테니 기대하시길!



"....차라리 여기다가 카메라를 설치하고 가지?"


에?! 정말요?!


"되겠냐!!!"



.......




모두와 웃고 떠들며 이야기하는 라붕이를 칸은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래. 그렇게 웃으면서 지내다오.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즐겁고 행복한 그 모습이 변치않도록. 그 이상은 바라지 않으니까.'



그렇게 작은 바램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눈앞의 광경을 조용히 시야에 담았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지금 이 순간이 담긴 사진 한장을 페더에게 부탁하자고 되새기며.






























하아... 원래라면 35~40화쯤에 완결낼 거였는데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시간을 끌게되네ㄷㄷ

다른 쓰고싶은게 있는데 그럴라면 이거 빨리 완결내고 시마이 쳐야겠네.

그래도 결말은 어느정도 생각해놓은게 다행이다!




재밌게 보셨으면 개추랑 댓글좀 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