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요?"


카페에서 대뜸 서비스를 운운하는 사령관의 언행에, 세이렌은 난색을 표하며 굳어버렸다. 만사에 열심히 임하는 세이렌이기에 더더욱 당황하는 그녀. 차라리 이때 넉살 좋은 테티스나, 긍정적인 네리가 있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령관의 표정에는 전혀 화난 기색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화가 나지 않았거나, 혹은...


"난 분명 세이렌의 팬티를 튀겨오라고 그랬어!"

"네? 저의... 패, 팬티요?"


질 낮은 장난이겠지. 매사 친절한 편인 사령관이지만, 이렇게 질 낮고 짓궂은 장난을 치기 좋아하는 어린아이 같은 면모도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또, 부 함장 님을 놀리고 있었죠? 어휴~ 주인님은 변태~ 성추행 아저씨~ 홀애비 냄새나~"


그때, 테티스가 끼어들어 세이렌에게 구원의 손길을 건넸다. 그리고 성실한 세이렌 답게 정석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 못써요, 테티스! 아무리 그래도 주인님에게..."

"그럼! 난 주인님이지... 그렇지?"

"무, 물론이죠! 하지만... 패, 팬티는..."


차라리 테티스에게 그대로 맡겨두는 편이 좋았을 것을, 세이렌은 그러하지 못했다. 상황이 예측한 대로 흘러가자, 사령관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궤변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서비스고 나발이고, 그저 오랜만의 휴식을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녀들과 보냄에 있어 장난을 조금 치러 왔을 뿐인 그에게, 호라이즌의 아이들 같이 상쾌한 치유제도 없었으니까.


물론, 당황하는 세이렌이 안쓰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장난을 멈출 생각 따위는 그에게도 없었다.


"여기 사장 불러와!"

"사장?"

"사장님?"

"어... 우리 사장님이 누구지? 애초에 사장님이 따로 있었어?"


주방에서 열심히 일하는 운디네를 제외하고, 장난의 최초 대상이던 세이렌, 구원의 손길을 내민 테티스, 그리고 무슨 재밌는 일인가 싶어 얼굴을 내민 네리까지 모두가 동시에 얼어붙었다. 확실히 네리의 말대로 사장 따위 있을 리 없으니까. 굳이 따지자면 명령 계통의 최상급에 있는 사령관 본인이 사장이라면 사장일 것이지만, 그럼에도 사령관은 테이블을 치며 '진상 고객'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저... 주인님이 사장님 아닌가요?"

"그러게, 부함장 말대로 사장은 주인님이잖아!"


구석에 숨어 긴급 회의를 진행하는 세이렌과 네리를 보며 사령관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장이 있을 리 없지... 애초에 따지자면 내가 사장 비슷한 거니까.'


그럼에도 당황하며 안절부절 하는 그녀들의 귀여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사령관이라는 직책에 큰 만족감을 준다. 갑자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고 뛰쳐나간 테티스가 이상하긴 했으나, 뭐... 지금 상황을 모면하려 도망간 것이겠지.


거기까지 생각하면 열심히 진상을 피울 뿐이다.


"안되겠어! 모두 징계다! 모두 벗ㅇ..."

"저... 주군... 아, 아니지... 주, 주인님..."

"어?"


그때 사령관의 망막에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광경이 맺혀졌다. 카페 호라이즌의 '메이드'들 보다 확연히 큰 신장. 짙은 남색의 머리칼. 그리고 비교를 불허하는 거대한 흉부. 이 모두를 갖춘 인물이 사령관의 앞에 충격적인 복장으로 서 있었다.


"용...? 이, 이게 무슨..."

"주인님이... 사, 사장을 부른다기에..."

"아니... 부르긴 했는데..."

"그, 그래서 소관이..."


'무적' '백전백승' '불패의 신화' 블랙리버 기술의 총아' 수많은 칭호를 섭렵한 그 무적의 용이, 지금 살색의 면적이 천 쪼가리 보다 넓은 그런 의상을 입고 도열해 있는 현실에 사령관의 머릿속이 하얗게 타 들어갔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보다 스페셜 메뉴에 불만이 있다고 들었소."

"어? 그, 그랬지..."

"여기... 소관이 직접 스페셜 메뉴를 해드릴 테니... 부하들의 책망은 접어주시오..."


그러면서 망설임 없이 입고 있던 팬티를 벗어내는 용. 사령관이 당황하여 만류하기도 전에 이미 용은 다음 행동에 들어갔다. 전장에 나서며 3자루의 검을 쥐던 손에는 이제 팬티가 들려있었고, 적들을 바라보던 단단한 눈초리에는 수줍음이 담겼다. 단아하게 깎아낸 듯 아름다웠던 얼굴에는 붉은 혈기가 돌아 달아올라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쪼르르르-


맑은 액체가 따라지는 소리와 함께, 앙증맞은 흰 티 컵에 짙은 갈색의 액체가 담겨졌다.


"그, 그게 뭐야?"

"모, 모닝 커피라오... 서방님을 위해... 준비해 보았소..."


'아니, 커피인 건 알겠는데...'


문제는 커피를 내리는 저 천의 종류다. 명백히 방금 벗어낸 용의 팬티. 그것이 거름 막 역할을 하고 있었다.


"호, 혹시 이렇게 하는 게 아니었소? 부, 분명 테티스 선배가 이렇게 하면 된다고...!"


테티스의 조언이 결국 이 사단을 일으켰구나. 허나, 남자로써 사랑하는 여인의 정성을 외면한다는 것은 사령관의 평소 지론에 어긋나는 행위. 결국 처음부터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것인지 정해진 일이리라.


"음... 굿 스멜... 앤 딜리셔스."




잔 들어

용이 직접 내린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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