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lastorigin/49543871?p=1 - 시리즈 모음










철의 교황은 서서히 눈을 떴다. 당분간 깨어나지 않으려 한 그의 잠을 깨운 것은 두개의 소리였다. 너무나도 큰 소리가 들려왔다. 지구에서는 자신이 뿌려둔 씨앗의 포효가, 그리고 저 은하 건너편에서는 별의 아이가 분노에 가득 차 날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계획이 일그러졌구나. 니놈도 그러하더냐?"



교황은 분노의 고함이 들려오는 은하를 향해 대답없을 질문을 했다. 이내 교황은 뱀처럼 길고 거대한 몸을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잠시 다녀오겠다. 네스트, 외신이 움직인다면 부르거라."


“따르겠습니다. 교황성하, 지구로는 이단을 처단하러 가시는지요?"


“더이상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또한 그자는 더이상 이단으로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철의 교황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팔을 뻗었다. 그의 움직임은 공간을 가르고 문을 열어 철충의 행성과 지구를 연결했다.



“우리의 운명은 이제 그의 판단으로 가름날 것이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교황은 문으로 들어갔다.





***





마리와의 재회에 복받쳐 오르던 감정이 잠시 멈춰섰다. 원격에서 눌러도 문제 없는 장치를 굳이 내 코 앞에서 누르려 했던 마리의 모습, 그리고 내 주변 풍경이 변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위화감이 감정에 제동을 걸어온 것이었다.



“마리, 나는 왜 여기있는거야? 나는 분명 바위산 근처에 있었는데.”



내 주변은 바위산은 커녕 언덕도 없는 평지였다. 있는 것이라고는 나무 몇그루가 전부였고 바위산은 보이지도 않았다.



“아… 몬스터의 몸에 들어가고 나서의 기억은 없는건가?”



나의 의식이 없었다는 말에 마리는 수상할 정도로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슨 일 있었어?”


“...몬스터가 잔꾀를 부렸다. 방해전파로 기폭장치를 접근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게 만들어 내가 접근해오도록 유인하더군. 그리고서 놈은 초원으로 나와 내가 숨어서 접근하지도 못하게 했다. 그래도 슬레이프니르 대령 덕분에 놈의 방심을 틈타 접근에 성공했고 버튼을…”



잠시 풀렸던 마리의 표정이 다시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부담을 주는걸까 걱정되어 말리기도 전에 마리가 과거를 털어내듯 모든 말을 쏟아냈다.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몬스터가 자네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 끔찍한 기계음이 아닌, 자네의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빌고 자신을 배신하는거냐며 비난했다.”



마리는 고개를 숙였다. 그 말이 거짓임을 알았다해도 그 말 때문에 생긴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마리, 그건 내가 아니야.”


“...이거 실례했군. 군인이 적의 프로파간다에 놀아나다니. 대장 실격이네.”


“몸 빼앗겨서 아군들을 전부 날려버릴 뻔한 놈도 사단장 자리에 남아있는데 그정도야 뭐. 철충 감염으로 인한 쿠데타는 군법회의에 걸리나?”



내 자학개그에 마리는 작지만 웃음소리를 내며 웃었다. 나도 약하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웃음은 잔뜩 쌓인 긴장감을 슬슬 내려놓게 해줬고 어느순간 나는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끔찍한 기척이 내 머리를 후려쳤다. 동시에 수십 km는 떨어진 바다에서 거대한 이계의 존재가 쏟아지는 광경이 머리속에 그려졌다. 나의 감각들은 경고방송이라도 하듯 비명을 질러대었다.



"마리, 동쪽 바다에 오르카 대원들이나 전함 있어?"


"용의 함대가 그쪽으로 접근 중이다. 스틸라인 1개 여단도 대기 중이다만…  갑자기 그건 왜 묻는가?"


"젠장, 전부 대피시켜! 그쪽으로 별의 아이가 오고있어!"



마리는 내 말에 당황해 하면서도 곧바로 통신을 보내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는지는 묻지 않았다. 정보의 입수처를 밝히는 것보다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타이런트, 적의 정확한 정보는?"


"성체 4마리가 접근 중이야. 속도는 40노트 정도.”


“용의 함선보다 빠르군. 전투에 돌입하면 후퇴는 불가능, 타이런트 나는 북쪽 해안으로 가보겠다.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겠어.”



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별의 아이조차 찢어발길 수 있는 힘이다. 그러나 나는 과정은 모르고 결과만 안다. 죽일 수 있다는건 아는데 어떻게 해야 죽일 수 있는지는 모른다.



‘이럴때는…’



처음 타이런트의 몸에 들어왔을 때의 감각을 떠올려봤다. 그제서야 내 몸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감각이 느껴졌다. 이 몸을 처음 가졌을때 플라스마 포와 코어의 감각을 찾아낸 것처럼 이번에는 검은 액체의 감각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압축된 상태로 혈액처럼 내 몸을 돌고있는 그 끈적한 것을 움직여보았다. 몬스터가 했듯이 내 몸을 수리한다는 감각으로



“이게 되네…”



검은 액체는 순식간에 내 등에 두꺼운 장갑을 하나 만들어내고 다시 내 몸으로 들어갔다. 



‘쉽네’



미사일, 대포, 제트엔진까지. 내가 그 구조를 모르고 있는 물체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필요한 것은 약간의 집중력과 내 의지 뿐이었다.



“이 정도면 감염 한번 더 당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좀더 검은 액체를 뿜어내 보았다. 강력한 대포를 만들었다 다시 분해해 액체로 돌려보고 다른 형태로 재구축하며 그 감각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순간, 무언가 새로운 통로가 머리속에 생기는 듯한 저릿함이 느껴졌다.



[그분께서 눈을 뜨셨다!! 다시 한번 창조의 정수가 요동치고 있다!]  



머리 속에 생겨난 통로에서는 기괴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전장의 폭음에 익숙해지기 전의 나였다면 놀라 자빠질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나의 직감이 말해줬다. 이 목소리는 철충의 것이며 그들은 지금 열의와 기쁨 그리고 충성심이 있었다.



“뭐하는 놈들이냐?! 교황이 보낸거냐?”


[오오!! 그분께서 응답하셨다! 그분께서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셨다!!]



폭격보다 시끄러운 함성이 머리 속에서 울려퍼졌다. 그 괴상한 소음이 끝나자 그들은 한가지 말만 반복하기 시작했다.



[이끌어주소서! 우리를 이끌어주소서!]



철충들의 목소리는 인간의 언어를 흉내내려다 실패한것처럼 거칠고 부자연스럽게 끊겼다. 그러나 뜻만큼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은 애초에 인간의 언어로 말하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철충이 쓰는 이상한 불협화음을 쓰고 있었다.



“내 목소리가 들리느냐?”



내 몸은 철충들의 언어를 기억하고 있었다. 입을 열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뜻이 담긴 불협화음이 만들어졌다.



“들린다면 응답하라.”


[들립니다! 그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들을 향해 명령조로 말하는 것도 몸의 기억인듯 했다. 이게 당연하다는 생각은 머리는 이해 하지 못했으나 몸은 자연스럽게 이를 행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모두 내 앞으로 와라.”


[우리가 따릅니다! 우리가 당신의 말을 따릅니다!]



우레와 같은 대답이 들려온 직후 땅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내 머리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거대해졌다. 


이 녀석들은 아마 몬스터의 수하들이겠지. 주인이 이미 나에게 잡아먹혔다는 것을 모르기에 나를 주인으로 생각하고 있겠지.  안타깝게도 나는 후환이 될 수 있는 존재를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



‘와라. 허튼 수작을 부리는 순간 죄다 쓸어버려주마.’



별의 아이도 상대해야 하는데 이놈들에게 발이 묶여있을 수는 없다. 기껏해야 이 근처에 숨어있던 병력이니 그 수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쿠구구구구궁!!!



그러나 내 예상은 완벽하게 틀렸다.



콰과과과광!!! 쿵!!! 


“이건 도대체 뭐야?!”



머리에 거대한 드릴이 달린 지렁이 같은 철충 8마리가 땅을 뜷고 지면으로 올라왔다. 놈들의 길이는 나의 2배는 되는 것 같았다. 그것들이 밖으로 나오며 만든 구멍은 스트롱홀드도 지나다닐 수 있을 만큼 거대했다.


그것들이 모두 지면으로 나오자 나이트칙, 레기온 심지어 연결체인 트릭스터까지 구멍을 통해 그 강철 지렁이를 뒤따라 지상으로 나왔다. 순식간에 녹빛 초원은 철충들에게 짓밟혀 검은 빛으로 물들었다.



“...너희들은 뭐냐?”



하지만 겁먹을 가치도 없다. 예상보다 많아서 시간이 더 필요할 뿐. 지금의 10배가 있어도 내 위협이 되지는 못한다.



“저희들은 당신의 병사입니다.”



철충 무리 사이에서 트릭스터 한마리가 나와 말했다. 다른 철충처럼 그 모습은 한없이 괴물과 같았으나 인사하는 그 자세는 귀품있는 신사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니놈들이 따르던 자는 죽었다. 이 몸은 너희들이 알던 자의 것이나 정신은 다른 이의 것이다. 그러고 그 정신은 인간과 그 피조물의 아군이며 너희들 철충의 적이다.”



그리 말하고 나는 곧바로 입에 검은 불꽃을 머금었다. 5초면 이 무리의 절반을, 10초면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고 잔당을 추격까지 합쳐 아마 30초면 충분할 것이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우리는 알고있습니다. 그대가 인간이었으나 기계로 변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본래 그 안에 있어야 하는 정신을 소멸시킨 것도 알고 있습니다.”



잠시 입에 머금은 검은 불꽃이 흐트러졌다. 내가 당황했다는 것것을 눈치챘는지 트릭스터가 말을 이어갔다.



“그 몸이 우리 규율의 헌신입니다. 그 몸 속에서 이성을 지닌 존재로서 남아있다는 것만으로 저희들을 이끌 자격이 있으십니다.”



트릭스터의 이어지는 설명을 듣고서야 인과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몬스터는 철충 중에서도 상당한 고위계층이었으며 그 권력은 정신이 아닌 몸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설명이 살려고 하는 연극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말이지



“그 말이 위기를 타파하려는 거짓말이 아님을 내가 어떻게 믿어야 하지?”


“별의 아이가 오고 있음을 압니다. 그들과의 전투에서 저희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트릭스터는 고개를 숙였다. 



“별의 아이가 아니라 철의 교황을 죽이라해도 따를것이냐?”


“명하신다면 따르겠습니다!”



트릭스터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에 뒤이어 수백의 철충들도 고개를 숙였다. 숙일 고개가 없는 놈들은 몸이라도 숙였다.



“그렇다면 그 말을 행동으로 입증해봐라. 단 오르카… 그러니까 인간의 군세와의 교전은 피해라. 바이오로이드도 AGS도 사람도. 만일 교전한다면 지금까지 한 말을 모두 거짓이라 간주하고 전원 죽일 것이야.”


“따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저쪽에 있는 바이오로이드는 어찌할까요? 북쪽으로 가는 경로상에 있어 우리에게 짓밟힐까 염려됩니다.”



트릭스터가 날카로운 손톱을 들어 저멀리 숲을 가리켰다. 그 방향에서 한 바이오로이드가 숨어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게 보였다. 내가 고개를 들어 그 방향을 보자 그녀는 흠칫 놀라며 곧바로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도록.”


“예!”



검은액체로 비행용 제트 엔진을 만들어 작동시켰다. 엔진은 무난하게 가동되더니 덩치에 비해 심심한 소리를 내며 수백 톤이 넘는 나의 몸을 순식간에 띄워 그녀의 앞까지 날려보냈다.



콰과광!!!



비행고도는 고작 20m 정도였으나 300톤이 넘는 내 몸이 물렁한 흙바닥에 착륙하자 폭탄이라도 떨어진 듯 흙먼지가 솟아올랐다. 당연하게도 그 지저분한 파동은 나무 뒤에 숨어있던 그녀에게도 전해졌다.



“커흑…! 콜록! 콜록!


“아… 미안해 칸. 착륙이 서툴러서…”



칸은 미처 막지 못한 흙먼지를 코와 입에서 빼내려 애쓰고 있었다. 온 몸에 흙먼지가 묻고 충격과 당황이 섞인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본판이 미녀다 보니 그 흐트러진 모습도 귀엽게만 보였다.



“콜록! 콜록! 후우…철충이 자네를 엄청나게 개조했나 보군. 그 큰 몸으로 날아다닐 줄이야.”


“그러게. 나도 놀랐어.”


“저기 있는 철충들을 부리는 것도 감염 때문인가?”


“어… 아마도? 이 몸이 뭐 왕의 혈통이라거나 그런 모양이든데. 갑자기 튀어나와서는 갑자기 충성하겠다하고… 뭐가 뭔지 영…”



나는 고개를 으쓱거려 봤다.



“그러고보니 다른 대원들은?”


“없다. 여기는 나 혼자왔으니.”


“뭐?! 어째서?”



칸이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내 평소의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오며 입을 열었다.



“걱정했다. 정말… 이번에야말로 자네가 죽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버렸다.”


“난 괜찮아. 몸도 완전 쌩쌩하고.”


“자네가 무사하다는 건 마리 대장의 연락 덕분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자네가 무사하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어느샌가 몸이 움직이고 있더군.”



칸은 잠시 심호흡을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순간 그녀의 목소리는 격정에 차있었다.



“타이런트! 몸을 좀 소중히 하게!”


“어..에? 그 부상 입었던 바이오로이드 몸은 버리고 새 몸으로 갈아탔…”


“그게 문제가 아니지않나!! 몸은 수리할 수 있어도 정신을 수리할 수 있겠나? 새로운 몸으로 갈아탄다고 해서 자네가 가진 기억이 사라지나?”



칸이 손으로 내 턱을 몇번 내려쳤다. 그녀 나름의 항의인듯 했다. 미사일에 직격당해도 흠집도 안나는 몸이 그녀에게 밀려 조금 흔들렸다. 아니 흔들린건 내 마음이겠지.



“자네가 몸이 절반가량 날아가도 살아남는다는 것도, 우리는 스치기만 해도 죽을 병기에 정면으로 맞아도 자네는 멀쩡하다는 것도 알고는 있다!”



처음보는 칸의 화난 모습에 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 원인이 나 때문이었기에 더욱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런 자네의 몸이 부서질 때마다. 얼마나 큰 고통이 뒤따랐을지..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칸은 어느샌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허나 고개는 숙였어도 터져나오기 시작한 감정은 계속 튀어나왔다.



“칸. 나는…”


“어리광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자네가 선두에서 싸워준 덕에 수많은 대원들이 살아남았고 나도 그중 하나지. 하지만…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자네가 다치는 모습이 보고 싶지 않았다.”



칸이 다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맹수와 같던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고 수정 같은 눈물이 흘렀다. 그녀에게 무엇이라도 말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질량이 휘둘러졌다.



"이런 개같은… 칸, 엎드려!"



순간이동이라도 할 수 있는건지 갑자기 나타난 별의 아이는 두번 세번 촉수를 휘둘러 지면을 내려찍었다. 단순한 질량으로 짓누르는 행위였으나 그 질량의 단위가 수십톤을 넘어가자 그 파괴력은 땅을 갈랐다.



콰과과광!!! 쾅!! 콰과과과과과광!!!!!



지면이 뒤집어지고 공기가 찢어지는 힘이 몇번이고 칸을 향해 쏟아졌다.



“....”



그러나 그 힘의 일련도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힘을 휘두른 촉수는 이미 잘려나가 땅을 구르고있었다.



“타이런트!”



촉수를 정면으로 막아낸 내 몸에서 조각난 부품들이 떨어져나왔다. 하지만 상처의 틈에서 흘러나온 검은액체가 새어나와 몸을 재구성했다.



"칸, 내가 다치는게 보기 싫어?"



칸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미안해.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앞으로도 계속 보기 싫은 모습을 잔뜩 봐야 할거야.”


“왜 그렇게까지 하는건가? 자네는…”


“명령을 받은 적도 없고 그런 의무가 시스템에 탑재된 것도 아니지.”



별의 아이를 향해 검은 불꽃을 토해내기 직전, 칸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나도 칸, 너가 다치는게 싫어든. 내가 대신 다치는 것으로 칸, 너를 그리고 오르카의 대원들을 지킬 수 있다면. 그래, 얼마든지 박살날 수 있어.”



쿠구구궁!!!



허공에서 검은 불꽃이 별의 아이가 뿜어낸 보라색 번개와 충돌했다. 강렬한 에너지가 일순 충돌해 멈추더니- 그대로 별의 아이를 향해 직진했다



“키이익…크웨에에에엑!!! 캬아아아아악!!!!”



별의 아이는 머리부터 반으로 갈라졌다. 그 순간에도 강렬한 생명력으로 꿈틀거렸으나 의미는 없었다. 이윽고 완전히 두동강 난 별의 아이의 시체는 지면으로 추락했다.



“숙여! 칸!”



그 거대한 질량이 만든 충격파가 도착하기 직전 내 몸은 그녀를 감쌌다.




***




“또 다친건가. 타이런트.”



검은액체로 만들어낸 작은 캡슐 속에서 칸이 말을 걸어왔다.



“조금, 그래도 이미 회복했어.”


“타이런트”


“응"


“그날 자네를 구출했을 때. 자네의 몸 상태를 봤다. 몇번이고 죽었다가 살아난 것만 같은 그 몸을 봤다. 그리고… 눈물자국도”


“그건 조금 부끄럽네. 강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자네가 강하다는건 안다. 하지만 무적은 아니지. 그러니 혼자 싸우게 두지는 않을거다.”



난 그녀가 다치지 않게 하고 싶다. 그러나 칸도 내가 다치지 않기를 바랬다. 상대를 소중히 하는 마음에 우열이 없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를 않는다.


결국 그 가운데 지점에서 답을 찾는 수 밖에 없었다.



“나랑 같이 싸울거면 다치지마. 너는 나처럼 튼튼하지 않으니까.”


“자네야말로”



그렇게 말하며 칸은 싱긋 웃었다. 오늘따라 가슴이 엄청나게 간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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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군대 간다.


훈련소 끝나면 다시 연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