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주군 2번, 권속 1번, 폐하 1번에, 서방님이랑 오빠가 각각 2번씩, 제일 많은 건 사령관, 주인님, 그리고 역시… 하아….”


늘상 쥐고 살던 태블릿 대신 집어 든 구식 연필의 뒤꽁무니로 관자놀이를 후벼대며 중얼거리자 콘스탄챠가 걱정스러운 듯 물어왔다.



“주인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 콘스탄챠. 별 건 아니야. 그 왜, 난 딱히 애들이 나를 뭐라고 부르던 신경 안 쓰는 편이잖아?”



“네, 호칭에 얽매이지 않고 편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면서 그렇게 정하셨었죠.”



“그러다가 내가 뭐라고, 몇 번씩 불리는지 궁금해져서 한번 체크해봤어.”



“그러셨군요. 걱정이 생기신 건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그런데 한숨은 왜…?”



“그게… 걱정이라고 하면 또 걱정이기도 해서 말이야. 한번 봐볼래?”



“음… 주로 불리시는 건 ‘사령관’이나 ‘주인님’이네요. ‘사령관’은 보편적으로 쓰시니까 그렇다 치고, 제가 있는 배틀메이드나 컴패니언 여러분, 그리고 페어리 분들까지 사용하시는 ‘주인님’은 오히려 적게 불리는 편이네요.”



“그치? 거기까지만 보면 별문제 없거든? 근데…”



“아, 뒷장에도 있었네요…. 어머, 웬 깜지가.”



“하아…”


오늘 하루 동안 스틸라인 애들에게 들은 각하 소리는 255번. 이론상 최대치다.



“엄청나네요. 오늘 부대 시찰 일정이라도 있으셨나요?”



“안타깝게도 평소랑 비슷한 느낌이었어. 네 말대로 부대 시찰이라도 갔었다간, 귀벌레는커녕 귀철충이 돼서 잘 때까지 들렸을걸.”



“그건… 확실히 문제, 푸흡… 죄송해요…. 흠! 흠! 확실히 그렇게까지 된다면 큰일이긴 하겠지만, 각하라는 호칭이 나쁜 뜻은 아니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스틸라인 애들이 좀 많아야지. 사실상 내가 누구한테 불리는 걸 다른 사람이 보면 ‘각하’가 기본 호칭인 줄 아는 모양이야.“



”새로 오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될 수 있나요?“



”그게… 되더라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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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각하, 다음 주에 있을 전술 훈련 계획의 완성본을 보고드리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잠시 시간을 할애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물론이지. 사령관실로 가자.“



”감사합니다, 각하.“



”...“



.

.



“응. 일정도 널널한 편이고, 별다른 문제도 안 보여.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훈련 중에도 미세조정할 수 있도록 해줘.”


마리가 가져온 훈련 계획서를 보며 시작한 이야기꽃이 져갈 때쯤 노크와 함께 리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이번엔 새로 복원된 럼버제인 씨가 왔는데, 들여보내도 될까요?”



“신병등록 말이지?… 미안, 마리. 잠깐 괜찮을까?”



“예, 각하. 보고도 끝나간 참이니, 편하신 대로.”



“고마워… 그래, 들어와!”



“안녕! 아, 이게 아니지… 흠흠.”



“응?”



“승리!”



“음?!”



“금일 복원되어 앞으로 골든 워커즈 부대에 소속될 럼버제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낯선 전기톱에서 익숙한 휘발유의 향기가… 이건!’



“하하하. 반가워, 럼버제인 모델한테는 처음 받아보는 인사네. 몇 번 브라우니한테 들었어?”



“어, 이거 아니야? 지나가다 봤는데 이렇게 인사하길래 여기는 이런 분위기인 줄 알았어.”



“그런 분위기인 부대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부대마다 달라. 네가 속한 골든 워커즈는”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깜짝이야! 무슨 일이야, 마리?”



“상황이 급했다고는 하나 사령관 각하의 말씀을 끊은 무례를 사죄해야 하는 처지에서 감히 간청드릴 것이 있습니다.”



“딱딱한 분위기는 아니라고 말하는 참에 다이아몬드에 버금가는 화법으로 날 놀라게 할 줄은 몰랐네. 그래서 무슨 부탁?”



“죄송합니다, 각하…. 부디 새로 온 럼버제인 양의 소속을 저희 스틸라인 공병부대로 옮겨주셨으면 합니다.”



“에?”



“경례를 올리는 팔과 손목의 각도, 의류대를 맨 채 신병신고를 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우렁찬 목소리, 그리고 각하라는 호칭까지. 어느 것 하나 저희 부대원에 뒤지지 않는, 아니 버금가는 기합찬 모습. 이 마리는 감동했습니다. 부디 검토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허리를 숙여 앞이 보이지 않는 마리의 위에서 럼버제인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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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이네요. 컴패니언에서 배틀메이드로 소속이 바뀐 건이 있기는 했지만,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수준에서 멈췄으니까요.”



“물론 골든 워커즈나 공병부대나 중장비를 쓸 때가 많으니까 일적인 면에서 공통점이 없다고는 못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좀 그렇지.”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일단 럼버제인은 벌목 담당이고, 공병 쪽에서 담당하는 축성이랑은 거리가 있지 않느냐고 하면서 거절했어.”



“다행이네요. 음? 이건… 소속부대 변경 확인서? 변경 대상은 럼버제인 대위…. 주인님 설마…”



“아니, 거절했다는 건 진짜야. 거절은… 했는데….”



“했는데요…?”



“…마리가 벌목만 전문으로 하는 중대를 만들어서라도 데려가고 싶다고 말하더라고. 럼버제인도 기세에 밀려서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그게… 재고하는 입장이 되버렸어.”



“그래서 지금 럼버제인 양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공병대대 애들한테 미리 얼굴 익히게 한다고 마리가 데려갔어.”



“오르카호 최초 민간 바이오로이드의 군 입대 사례로 남겠네요….”



“으으… 피해자 생기고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미리미리 해둘 걸 그랬나.”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기는 힘들지 않았을까요. 예전도, 지금도.”



“그렇지…. 아무튼 일단 호칭부터 적당히 조사한 다음 지휘관 회의 통해서 정식으로 결정할 생각이었어.”



“그럼 배틀메이드 쪽은 제가 라비아타 언니께 말씀드려 놓을게요.”



“응, 다른 지휘관 애들한테 내가 전달할게. 시간은… 내일 오후 일과 시작할 때 보고 끝나고 할 테니까 그전까지 부대원 의견 종합해달라고 전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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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는 이쯤에서 마치고, 어제 얘기했던 것처럼 각 부대에서 어떤 호칭으로 부르고 싶다고 나왔는지 적어서 나한테 줘.”


볼펜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잦아들고 제출이 끝난 종이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스틸라인: 누나 각하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달링

둠 브링어: 사령관 당신(메이) 사령관!(진짜 메이!)

스카이 나이츠: 프로듀 사령관(그리폰)

AA 캐노니어: 자지 사령관(비스트헌터)

배틀메이드: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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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네. 부관들.”



“괜찮습니다. 늘상 있는 일인지라.”



“나앤은 자중 좀 하고. 자기 페이스라는 게 있는 거니까.”



“칫.”



“종합하자면, 나‘를’ 부를 호칭이 아니라 나‘에게’ 불리고 싶은 호칭을 적어놓은 거랑 그냥 자기가 부르고 싶은 호칭 써놓은 거 빼면 대부분 사령관이네.”



“크흠…”



“뭐. 부르고 싶은 거 적으라며.”



“부대원 의견까지 종합했어야지. 안드바리가 나한테 달링이라고 부르는 거 보고 싶어?”



“달링… 진짜 갈 데까지 갔구나. 어떻게 그런 음침한 생각만…”



“미친년아! 니가 적었잖아!”



“농담이야, 농담. 발끈하긴.”



“불끈?”



“…”



“핫하하! 나도 농담 한번 해봤네!”



“…미안한데 네가 하면 그렇게 안 들려. 어쨌든 페어리나 메이드 쪽 애들한테는 미안하지만, 한동안은 사령관으로 참아줘. 시범적으로 1달 정도만 시행할 생각이니까.”



“괜찮아요. 주인님. 아니, 사령관님.”



“레아도 괜찮아요, 사령관님.”



“그래. 그럼 회의는 여기서 마치자. 한 주 동안 수고했어. 주말에 푹 쉬고 다음 주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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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소장 마리 외 1명! 사령관실에 용무가 있어 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작전 관련이구나. 들어와.”



“승리!”



“승리. 재차 말하지만, 주제가 주제라고 각 잡을 필요 없다니까.”



“다음 달에 있을 캐노니어와의 합동 전술 훈련 계획의 초고 작성에 대해 각하아… 사령관님과의 의논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2주나 지났는데도 잘 안 되는구나…. 그래, 어떤 부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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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안에 있어?”



“그래. 그리고 사령관이라니까.”



“공식적인 자리도 아니잖아. 사석에서도 그렇게 불러야 돼?”



“당연하지. 애초에 사석에서 불리는 호칭이 너무 많아서 통일시킨 거니까.”



“그래? 하지만 다른 애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던데.”



“그럴 리가. 내가 제대로 전파를… 했었나…? 그러고 보니 사석 포함이라는 얘기는 안 했던 거 같기도 하고.”



“거봐. 익숙지도 않은 일을 하니까 달링도 헷갈리잖아. 그리고 하나 더.”



“또 뭐가 있어?”



“밤일할 때도 사령관으로만 불리면 진부하지 않겠어? 들리는 얘기로는 스틸라인 소위 꼬마한테 오빠라고 불린다고 했었지 아마?”



“아, 그건 좀 아쉽…”



“야! 그거 누구한테 들었어!”



“푸훗…. 이만 가볼게. 한번 잘 생각해봐. 체계적인 게 꼭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니까.”



“조언 고맙네. 그나저나 금방 갈 거면 뭐하러 온 거야.”



“모처럼 한가해서 잡담이나 하려고 온 건데, 이미 충분히 즐겼어. 잘 자.”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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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사령관님! 안색이 안 좋으세요! 또 아자즈 씨한테 예비 태블릿 받아와서 일하고 계세요?!”



“그거 아니야. …그리고 그때 뺏어간 뒤로 아자즈 만나러 갈 때는 영관급 1명씩 같이 가게 해서 그러지도 못하잖아. 그냥 생각하는 게 좀 있어서.”



“농담이에요. 호칭 통일 때문에 그러신거죠?”



“귀신이네. 어떻게… 아니다. 내 옆에 붙어있는 게 너밖에 더 있나. 여튼, 그거 맞아. 이게 맞나 싶어서 일주일 전부터 고민 중이야.”



“초반에 스틸라인 분들이 헷갈리시는 걸 제외하면 무난하게 흘러가지 않았나요?”



“확실히 한 3주 정도 지나니까 자연스러워지긴 했는데… 그게 불편하다고 해야 할지, 미안한 일이 좀 있어서.”



“미안한 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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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수확한 작물은 지난번과 비교해서 좀 더 줄었어요. 새로 배합한 비료랑 작물 사이에 안 맞는 부분이 좀 있었던 거 같아요.”



“그렇구나. 그럼 비료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가정하에 작물을 10종류 정도 골라서 비료와의 조합을 실험해줄 수 있을까?”



“네, 문제없어요. 주, 사령관님.”



“권속!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들렀어!”



“오, LRL 왔어? 이리와. 자, 손 위로.”



“음!”


나는 익숙하게 LRL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들어올린 뒤 그대로 무릎에 앉혔다.



“…”



“레아?”



“부러…”



“레아? 괜찮아? 좀 멍해 보이는데.”



“아, 아니요! 완전 멀쩡해요! …그나저나 호칭 통일에서 아이들은 제외인가요?”



“어? 아… 뭐, 그것도 있긴 한데…. 그냥 LRL은 워낙 오래 부르기도 했고, 그리고 잠시만 가까이…”



“네?”


나는 레아에게 손짓해 다가오게 한 후 귓속말로 얘기했다.



“초창기에 사령관이라고 부르라고 했다가 이제 권속 아니냐고 우는 바람에….”



“아…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레아는 내 말을 듣고는 턱에 손가락 대고 잠시 허공을 바라보았다. 잠깐의 공상이 끝난 후 레아는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럼 레아도 주인님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나요?”



“…네?”



“어머, ‘네’라뇨? 레아는 아가인데요? 손아랫사람한테 ‘네’라고 대답하는 건 이상하죠.”



“아니, 쓰는 단어부터가 클래식한데….”



“클래식?”


레아의 윤곽에 푸른 빛이 돌자, 책상 위 모니터가 깜빡거리고 LRL의 머리칼이 올라와 내 턱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기 시작했다.



“클…래식 작품에 나올법한 멋진 표현이라고…. 음. 그거 외엔 아무 뜻도 없었어.”



“어머, 싫다. ‘주인님’도 참, 오해나 시키시고…. 그럼 레아도 앞으로 ‘주인님’이라고 불러도 되는 거죠?”



“…”



“대답.”



“…대신 사석에서만 부탁해. 다른 애들이 항의할 수도 있으니까.”



“항의할 게 있나요? 당연한 일인데요.”



“…아무튼, 알았지?”



“네! 그럼 이만 가볼게요, 주인님!”



“…LRL, 미안한데 잠깐만 내려가 줄래?”



“권속, 괜찮아…? 얼굴이 파래.”



“그냥 소화가 좀 안 돼서. 으… 미안한데 소화제 좀 꺼내줄래? 소파 옆 서랍 맨 위칸에 있어.”



“응! 알았어, 권속!”


LRL은 웃으며 내가 부탁한 약을 가지러 갔다. 그 천진난만한 미소 한 번에 속이 풀린 걸 보면 스트레스가 분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저온 정성이 있으니 단숨에 원샷을 때리곤, 참치캔을 하나 따 LRL과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잡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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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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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음… 그….”



“아무 말 안 해도 돼. 나도 말 안 되는 거 아니까.”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단순히 레아의 독주긴 했지만, 어찌 됐든 LRL한테 면죄부를 준 건 나니까 생각할 게 좀 생기더라고. 럼버제인 입대미수가 원인이 돼서 호칭을 정하자고 하긴 했지만, 애초에 마리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으면 해결됐을 문제를 내가 오버해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 매번 바보짓에 휘말리게 하는 주인이라 미안해.”



“너무 자책하지는 마세요. 주, 사령관님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신 거잖아요. 비록 결과가 비뚤어지긴 했지만, 그간 해왔던 일들은 없어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힘내세요. 다음엔 더 잘하실 거에요.”



콘스탄챠의 위로에 볼이 경직되는 느낌이 들었다. 붉어진 눈시울을 숨기기 위해 의자를 뒷쪽으로 돌려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



“…나중에 그거 한 번 더 말해줘. 녹음했다가 힘들 때마다 듣게.”



“후후, 녹음이 아니어도 몇 번이든 말해드릴게요. 주인님은 노력가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주인님이에요.”



“…”


오른손을 들어 콘스탄챠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반응이 떠오르지 않았다. 볼을 타고 내려오는 눈물에 목이 메여 도저히 정상적인 대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콘스탄탸는 부들대며 떨리는 내 오른손에 말없이 손수건을 쥐여주었다. 이런 놈도 주인이라고 불러주며 끝까지 따라와주는 그녀가 생각나 더욱 눈물이 났다.


.

.



“…그래서 한달까지 1주일 좀 넘게 남았는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



“사령관씩이나 돼서 한 번 했던 지시를 번복하는 꼴이 우습긴 하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니까. 지휘관 애들 모아줘. 공식적으로 퍼뜨렸으니까 공식적으로 주워담아야지.”



“네, 주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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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대략 3주 전에 했던 회의에서 시작한 호칭 통일은 오늘부로 취소할게. 한심한 짓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해. 그간 고생많았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에게 머리숙여 사과했다. 마리는 당황하며 고개를 들어달라고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과라고 생각해 조금 더 뒤에 자리에 앉아 말을 이어나갔다.



“너희들의 개성을 존중해서 시작했던 호칭 자율화였는데, 내 판단미스로 취지도 없애버린데다 결국 아무것도 해결 안 됐네.”



“달링이 하는 일이 그렇지 뭐…"



"라고 하고 싶지만, 달링도 달링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을 테니까. 괜찮아. 거기다 우리 쪽은 하나 안 하나 차이도 없었으니까 애초부터 상관없는 일이었고.”



“그렇긴 하지. 스틸라인 애들 제외하곤 처음부터 사령관으로 통일이었으니까.”



“…진짜 아무것도 안 바뀌었구나. 완전히 긁어 부스럼이었네.”



“그래서, 나머지 1주일은 어떻게 할 거야? 재전파? 차라리 다른 걸로 바꾸는 건 어때?”



“바꿔? 뭘로?”



“뭐…. 특별 이벤트로 이름으로 부르게 한다던지. 이름으로 부를 기회는 거의 없잖아.”



“야자게임같은 느낌인가. 나쁘진 않겠네. 그럼 시험삼아 여기서 한 번 해볼까?”



“후후, 여전히 즉흥적이네? 그런 면도 좋아하지만. 시간은 10분?”



“음! 시간은 10분. 제한 없음. 호칭은 이름으로만. 지금부터 시작!”



““……””



“왜 그래, 레오나. 얼굴이 굳었는데?”



“아니, 달링… 시작부터 이런 질문해서 미안한데…”



“에이, 우리 사이에 미안할 게 뭐 있어! 다 말해!”



“달링… 이름이 뭐였지…?”



“뭐?”



“죄송합니다, 각하….”



“…미안.”



“…미안하군.”



“프로듀서 아니야? 아야! 왜 때려, 그리폰!”



“조용히 해, 전단장. 저녁에 전단장 이불로 만든 제비집탕 먹고 싶지 않으면.”



“하! 난 펭귄이거든! 어? 이게 아닌데?”


심하게 무안해지는 분위기를 걷어내기 위해 라비아타에게 눈을 돌렸다.



“라비아타…는 알지…?”



“…저는 프로토타입으로 설계되어서 등록 기능이 없어서요.”


에이, 아니지? 장난이 심하네.



“콘스탄…챠? 내 이름 알잖아, 그렇지?”





“사령…관님?”


그대로 엎어져서 울었다. 거창한 이유도 없고 그냥 진짜 서러워서. 내 이름도 모르는 부하들 앞인데 상관의 권위고 뭐고 알게 뭔가. 그뒤로 일주일동안 이름으로만 서로를 부르도록 한 뒤 사령관실에 칩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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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 잠시만 나와보세요! 급히 전해드릴 일이 있어요!”



“나는 누구지? 내 이름을 말해 봐.”



“…님, 장난치지 마세요!”



“이름 부분만 얼버무리지 마.”



“…”


말없이 노크 소리만 이어지는 것이 꼴보기 싫어 문밖에 있는 리리스에게 말해 내쫓았다. 애초에 급한 일이었으면 태블릿으로 보내지, 나한테 올 일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죄송해요. 저도 뭐라 드릴 말씀이….”



“리리스 스탑.”



“네, 네?”



“너도 말해봐.”



“…다음주에 뵐게요. 건강하세요.”



“다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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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하나지만 별명은 49개.


'얘네 이름 안 부르고 호칭으로만 부르는데 저러면 이름 까먹지 않을까?' 에서 생각한 스토리입니다. 


말이 안 되죠. 저도 맨날 보는 군 동기 이름 다음날 아침 점호 때 까먹을 때까지 안 믿었어요.


글은 5천자가 마지노선인 듯. 콘만 넣는데 40분 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