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거 같나?"


"확실히 펙스의 운송용 트럭이 맞아요. 연료가 아직 남아 있는데 놔두고 간 걸 보면, 다시 빼오기는 귀찮았나봐요."


레이븐이 얼음판 깊숙히 박혀 있는 트럭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년들은 우리가 차마 여기까지는 찾아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거 같군."


"그래, 이제 우리 남자를 되찾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칸과 아스널은 뜻 밖의 성과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쳐다봤다.


"칸, 다음 계획은 어떻게 잡는 게 좋겠나?"


"이제는 수색범위를 어느정도 특정할 수 있겠지. 충돌각을 보면 북서 방향이니, 우선 그 쪽으로 이동하는 게 좋겠어."


"좋아, 우리 캐노니어는 오늘밤 야영을 할 계획인데, 혹시 생각 있나?"


"아니, 호드는 이쯤에서 복귀하겠다. 우리 기동장치가 추위 때문에 얼어붙은 모양이야. 재정비가 필요하다."


"그래, 늑대들한테 발톱관리는 꽤나 중대한 사항이겠지. 오늘도 수고 많았다 칸."


"너 역시. 혹시 이 곳에서 야영을 할 생각이라면, 우리 호드가 복귀 하면서 주변을 살펴봐 줄 수 있다만."


"그래주면 고맙지. 여태까지 교전이 발생한 부대가 없기는 해도..."


"흠... 확실히 철충이 오기엔, 적합하지 않은 장소니까. 여튼, 우리 에밀리 감기 안들게 이불이나 잘 덮어주도록."


"후후후... 걱정마라. 뭣하면, 오늘밤은 네가 데려가서 재워도 된다만?"


............!!!


아스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칸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저, 정말 그렇게 해도 괜찮겠나?"


"물론이다. 솔직히 나 역시 우리 귀염둥이를 이런 엄동설한에 밖에서 재우기엔 좀 걱정된단 말이지."


"그, 그렇지! 애들은 역시 따뜻하게 재우는 게 맞는 법이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데려갈 생각이지? 필요하다면, 우리 부대가 타고 온 차량을 빌려 줄 수도 있다."


"음... 차량은... 아무래도 이 곳은 땅이 가파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멀미가... 어쩌면 시간도 오래 걸릴테고..."


칸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꼬리를 돌리자, 아스널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자네가 직접 업고 갈 수 밖에 없겠는데?"


"엇..."


"호드의 기동력이라면, 해가 저물기 전까진 도착 할 수 있을테지 안그런가?"


아스널이 웃으며 윙크를 하자, 칸은 잔뜩 기대감을 품은 표정으로 에밀리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후후... 마냥 무뚝뚝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사령관의 아이를 갖게 된다면, 그녀는 필시 좋은 엄마가 되겠어."


아스널은 에밀리를 어부바 해주는 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

.

.

.

.

(그날 밤 호드의 숙소)





ㅡㅡㅡㅡㅡㅡㅡㅡㅡ(북극기지 야외 식당)


"어서 서두르십시오, 곧 부대원들이 올 시간입니다."


"네, 파스타랑 고기 드레싱은 다 끝났어요."


"훌륭합니다 포티아. 아우로라양, 디저트 준비는 다 끝났는지요?"


"예 주방장님, 재료는 다 가져왔고 이제 만들기만 하면 끝이에요."


"과일, 시럽, 떡, 우유, 그리고... 팥? 설마..."


"그게... 얼음은... 이 주변에 많으니까..."


"당장 바꾸십시오!"


"하와와... 하지만..."


"하루종일 얼음밭에서 구르신 분들한테 또 얼음을 대접할 셈이십니까?"


"으... 하지만, 아직 주방에 모든 재료들이 도착을 안했어요. 그래도 얼음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이런 추운 날씨에 그렇게 찬 음식을 먹으면, 필시 설사나 배탈이 날 터... 일단 같이 냉동실로 가시지요."


소완은 아우로라와 같이 재고확인을 위해서 주방 뒤쪽에 있는 냉동실로 향했다.

그녀가 문을 열자 아직 빈 공간이 훨씬 많은 냉동실 안에는, 포장을 뜯지 않은 상자 몇 개가 놓여져 있었다.


"확실히 물품이 아직 대부분 도착하지 못했군요. 어디보자... 찹쌀믹스, 꿀, 참깨, 초코분말, 커피, 크림치즈..."


"어떻게 할까요 주방장님...?"


"다행히, 양 자체는 충분한 거 같사옵니다. 소첩은 지금부터 티라미수랑 호떡 아이스를 만들겠사옵니다."


"네? 저것들로는 레시피 목록의 반도 안되는데요..."


"항상 모든 재료들이 갖춰질 거라는 보장은 없사옵니다. 무릇 요리사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법."


"주방장님..."


"디저트는 소첩이 전부 맡을 터이니, 아우로라 양은 메인 쪽을 봐주시지요."


아우로라는 속으로 소완의 끈기와 열정에 몹시 감탄했다. 사령관이 사라지고나서 가장 피폐해져 버린 그녀였지만, 지금은 오르카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의욕으로 불타는 상태였다.


"저기... 주방장님은 꼭 사령관님을 다시 볼 수 있을 거에요."


멈칫-


"아우로라양, 갑자기 그게 무슨...?"


"주방장님이 이렇게 열심히 음식을 만들어주시니까, 대원 분들도 먹고 힘내서 반드시 사령관님을 찾을테니까요."


...............................


"저, 저도... 옆에서 최선을 다해 도와드릴 거고요... 헤헤...."


...............................


아우로라의 뜬금없는 위로에 소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항상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그녀였지만, 지금은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자신의 부주방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후후후후... 아우로라 양..."


"하으... 죄송해요... 제가 갑자기 주제 넘는 말을..."


꼬옥-


소완은 아우로라를 다정하게 안아주며 말했다.


"고맙사옵니다."


"네?"


"이렇게 마음씨 따뜻한 분과 일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영광이옵니다. 소첩은 참으로 복 받은 여자가 아닌지요? 후후..."


"아하하... 저도 주방장님하고 같이 일해서 기뻐요..."


"후후... 이제 사담은 그만하고, 각자 맡은 바를 충실히 이행하는 게 좋겠사옵니다."


"앗, 네 알겠습니다-!"


오르카 대원들이 임시로 건설한 야외 식당은, 그 어느때 보다도 따뜻한 온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델타의 침소)


"아흑~! 아흐흑~!!"


"헉-! 헉-!! 델타..."


"앙~ 앙~ 흘리지마요! 그대로 내 안에... 으읍-!!"


"크윽-!!"


델타는 자신의 몸 위에서 허리를 거칠게 흔들고 있는 사령관을, 자신의 다리로 꽉 감쌌다.

그의 모든 체액과 온기를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녀는, 서로의 몸이 하나가 될 정도로 세게 끌어 안았다.


부르르릇-!!


"하아... 하아..."


"허억... 허억..."


두 남녀는 같이 몸을 포갠 채, 양 손을 맞잡고 숨을 나눴다.


"사랑해 델타..."


"하아... 하아... 나도 사..."


"응?"


거칠게 숨을 내쉬는 델타가 갑자기 말을 멈추자, 사령관은 의아한 듯 물었다.


"갑자기 왜그래 델타...?"


"아니에요. 아무것도..."


갑자기 식어버린 분위기에 사령관은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델타 위에서 내려와 옆자리에 드러누웠다.


"뭔가 심각해보이는데, 무슨 생각을 한거야?"


"별 거 아니에요... 단지..."


"단지...?"


사령관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함께 식사를 할 때도, 데이트를 할 때도, 같이 잠자리에 들 때조차, 델타가 자신의 약지에 껴진 반지를 의식하고 있는 줄은...


"나한테 털어봐. 뭐가 고민인지."


"아뇨, 됐어요..."


"흠..."


사령관은 새침하게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는 델타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면, 오늘은 내가 직접 요리를 해줄게. 같이 주방으로 갈까?"


델타는 사령관의 달콤한 제안에 귀를 쫑긋거렸다. 아무리 서운해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직접 요리를 해주겠다는 데 마다하는 여자가 얼마나 있을까?


"자기가 요리같은 것도 할 줄 알았어요?"


"이래봬도, 꽤 유능한 남자라고~♪ 자, 가자."


사령관의 깜짝 이벤트에 화가 풀린 델타는,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흥, 어디 얼마나 잘 만드는지 보겠어요. 제 입맛은 꽤 까다롭다는 걸 알아두세요."


"그래, 설마 내가 당신한테 맛 없는 걸 대접하겠어?"


두 남녀는 같이 샤워를 하고, 최상층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의 대문이 열리자 홀 안에는 아무도 없이, 수 많은 테이블들이 가지런히 정돈만 되어 있었다.


"이 넓은 곳에 아무도 없네? 당신이 지시한거야?"


"네, 자기랑 둘이 있을 땐 그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으니까요."


"하하 그래, 당신은 저기 맘에 드는 곳에 앉아 있어. 난 주방으로 가볼게."


사령관이 주방에 들어서자, 주방 안엔 온갖 최고급 기구들과 접시들이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먼지나 물기 한 톨 없는 주방의 말끔한 모습에, 사령관은 새삼 오르카에 있는 주방이 떠올랐다.


항상 대원들을 두둑하게 먹이느라 바쁘고 잔뜩 어질러진 오르카의 주방.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대원들이 식사시간 때마다 미소짓게 만들어주는 그 곳은 사령관에게도 각별한 곳이었다.

몰래 야식으로 라면을 끓이다 세크메트한테 들키기도 했고, 오르카의 행사나 기념일 때마다 커다란 케이크와 쿠키들을 만들기도 했다. 

오르카의 귀여운 꼬마 대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했고, 그리고... 자신과 미래를 약속한 그녀와의 추억도 담겨져 있었다...



"자기...?"


..........................


"자기~~"


..........................


"자기-!!!"


"엇...!"


델타는 사령관이 후라이팬을 바라보며 한참을 멍 때리자,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째려봤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아, 아무것도 아냐... 그나저나 당신 배고프겠다. 저기 자리에 앉아 있어. 금방 만들어줄게~"


"흠..."


"거기 앉아서 내가 요리하는 모습이나 지켜보고 있으라고."


"뭐 좋아요~ 그럼 어디 한번 만들어보시길. 필요한 건 전부 비치되어 있을 거에요."


"그래, 기대하고 있으라고!"


휘릭-!


"어머나...///"


사령관은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허리에 앞치마를 둘렀다. 그리고, 소매를 걷어 싱크대 위에서 손을 씻기 시작했다.


(후후후... 우리 자기는 앞치마를 두른 모습도 정말 섹시하네요~)


델타는 테이블에 턱을 받치고, 므흣한 미소를 지으며 사령관이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탁탁탁탁-!!

화르륵~ 화르륵~!!


도마 위에서 잘게 썰린 재료들이 팬 위에서 볶아지자, 맛있는 냄새가 온 주방을 타고 흘렀다.


"칼질도 아주 능숙해 보이는데, 확실히 한두번 해본 솜씨는 아닌 거 같군요?"


"뭐... 내가 오르카에 있을 때, 착실하게 배워두..."


(뭐지...?)


"가르쳐준 사람이 일류급이었으니까..."


(쯧...)


델타는 요리하는 사령관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의 표정엔 요리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느껴지기 보단, 아름다웠던 추억을 회상하며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잔뜩 묻어 나오고 있었다. 

사령관에 대한, 그녀의 의심은 최고치에 달하고 있었다.


.................(30분 후)


"자~ 완성~!!"


사령관은 테이블 위에다 밑반찬과 메인디쉬를 정갈하게 내려놓았다.



"이건... 국수인가요...?"


"그래, 혹시 우육면이라고 들어봤어?"


"듣도보도 못한 음식이군요. 더군다나, 이 위에 떠 있는 기름기... 저 요즘 다이어트 중인 거 모르나요?"


"우리 델타가 뺄 살이 어디 있다고 그래. 오히려 더 쪄야 내가 만질 부분이... 아야! 미안, 아얏!! 알겠어~"


"또 저급한 말을... 생긴 건 확실히,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같은데..."


"일단 한술이라도 떠보는 게 어때? 의외로 입맛에 맞을 수도 있으니까."


"흥! 자기가 직접 만든 게 아니었다면, 입에 갖다대지도 않았을 거에요."


"그래, 그거 참 영광이네."


델타는 거만한 표정으로 스푼을 들어 국물을 떠 마셨다.


후르륵-


"어때...?"


.................................


후르륵-


"어 음..."


후르륵- 쩝쩝... 후르르륵-!!


"뭐, 만족한 거 같아서 다행이네 하하..."


그녀는 처음에 거만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열심히 우육면을 음미했다.

평소엔 아무리 고급스러운 요리라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그녀는, 간만에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음음... 의외로 입에다 댈 정도는 되는군요."


"그래, 내가 만들 줄 아는 것 중에서 제일 자신있는 거니까."


"혼자서 만든 레시피인가요...?"


"그건 아니고..."


.................................


사실 은연 중에 델타는 알 수 있었다. 이 음식은 사령관의 약혼녀가 알려준 레시피대로 만들었다는 것을...

그녀는 이 가혹한 현실을 깨닫기 시작하자,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역겨움이 끓어 올랐다. 

비록 몇 십년, 몇 백년이 되더라도 사령관의 마음을 완전히 돌려 놓을 수 있다면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본래 질투의 화신인 그녀는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령관이 자신한테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달콤한 말조차도 전부 가식처럼 들렸고, 어쩌면 영원히 그를 갖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엄습했기에,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의 다짐을 깰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


"당신이 또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쨍그랑-!!


"하아... 하아..."


"데, 델타...?"


"내가... 내가... 얼마나 더 참아줘야 하나요..."


"뭐라고?"


"내가 바보 같아요?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이냐고요-!!!"


"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무슨 말을..."


탁-!!!


델타는 사령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 올렸다.


"이거-!!"


"읏..."


그녀는 반지가 껴진 사령관의 손을 그의 눈 앞에 들이대며 소리쳤다.


"내가 모를 줄 알았나요? 이 구더기같은 음식을, 당신 약혼녀가 알려준 레시피대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그건..."


델타는 자신의 목구멍에 손을 집어넣고, 목젖을 세게 잡아 당겼다.


"우우욱-!!! 우웨웨엑-!!!"


"델타...!"


그녀는 카펫 위에다 방금 먹은 것들을 전부 게워내기 시작했고, 곧 바닥 위에는 그녀의 토사물로 범벅이가 되었다.


"우욱... 헉... 헉..."


.................................


"자기가... 나한테 한 말은... 사실 전부 거짓말이죠...?"


"무슨 말을 하는거야..."


"자기한테는 오직 나 밖에 없다는 말! 평생 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말! 그리고... 그리고..."


.................................


"나를...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


.................................


"전부 거짓말이었죠...?"


"아니야! 난 정말로 널...!"


"그만! 그만 말해-!!! 듣기 괴로우니까..."


"델타..."


그녀는 답지않게,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을 병째로 들이키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그만, 당신 너무 무리하고 있잖아!"


쨍그랑-!!


"하아... 하아..."


델타는 뒤에다 병을 던져버린 채, 비틀거리며 사령관한테 걸어갔다.


"허울 뿐인 말 따위보다... 아무래도... 직접 증명하는 게 낫겠죠."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녀는, 사령관의 앞에다 자신의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날 정말로 사랑한다면, 당신 손가락에 있는 그 빌어먹을 반지를 빼서 나한테 끼우세요."


"뭐라고?"


"진심으로 당신의 약혼녀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면... 증명해보세요. 그렇게 하면, 믿을테니까..."


"나는... 나는..."


사령관은 입을 바들바들 떨며 자신의 약지를 쳐다봤다. 

자신한테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준 그녀와, 이불 속에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서약한 맹세의 증표... 그건 사령관의 신체일부와도 같은,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다.


"어서요! 나를 사랑한다면서요? 그러면,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있나요?!"


"난..."


델타의 압박에 사령관은 괴로운 듯 눈과 입술을 꾹 닫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만약에... 그녀들 중 한명을 구해야 되는 상황에 처한다면 나는...


"아니, 난 그렇게 못해."


그는 단호하게 못을 박아둔 채, 반지가 껴진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하-! 역시..."


사령관의 단호한 태도에 델타는 가슴에 커다란 창이 뚫린 것처럼,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흘렸다.


"흐윽... 흑흑... 역시... 나 같은 건... 흑..."


.................................


"으윽... 흑... 흑흑..."


.................................


그녀는 바닥에 주저 앉은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흐느꼈다.


"알고는 있었어... 알고는 있었는데... 지금쯤이라면 그래도... 흐윽..."


"델타..."


사령관이 그녀를 일으켜주기 위해 손을 뻗자...


탁-!


"그 손 치워요. 그렇게 상냥하게 대해줘 봤자... 더 괴로울 뿐이니까..."



델타는 사령관의 손을 차갑게 뿌리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미안해, 난 그녀를 잊을 수 없어. 사랑이란 게... 마치... 심장과도 같은 거라... 내 의지대로 떼어낼 수 없거든."


"그만, 그만 말해요... 제발..."


그녀는 눈물과 화장이 범벅이가 된 채로 입을 열었다.


"당분간, 우리... 떨어져서 지내도록 해요. 그게... 서로한테 좋을 거 같으니까..."


"델타..."


"어서 가버려요. 지금은... 그냥... 혼자 있고 싶어요..."


...................................


사령관은 한참을 고민하다 괴로운 가슴을 끌어안고 바닥에 주저앉은 델타를 뒤로 한 채, 식당을 나갔다.

그가 밖으로 나가자, 델타는 뒤돌아서 그가 나간 방향을 쳐다봤다.


"왜... 왜... 그냥 가버리는 거에요..."


"흑흑... 당신이라면, 내 가시까지 전부 안아줄 수 있을텐데..."


"으흑... 흑... 지금이라도 괜찮으니... 돌아와서 날 안아주세요... 흑흑..."


화려하고 넓은 식당 안에선, 한 여인이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완결까지 꼭 내긴 할건데... 글 쓰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다면, 봐줘서 정말 고마워~~~~


이미지 작품들 출처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0800523&memberNo=1166780

https://www.pixiv.net/users/6129432/artworks?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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