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버러버러버~. 저 하늘 너머 높이~."


업무를 마치고, 오랜만에 정박한 오르카 호 위로 나가자 우로보로스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보였다.

선체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며 즐겁게 노래를 부르던 그녀는 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거기, 누구.... 아. 자네인가. 이리 와서 같이 경치 구경이라도 하겠나?"


- 아름다운 아가씨의 부탁은 거절할 수 없지.


"아가씨라니. 그렇게 봐주니 기쁘군."


우로보로스는 배시시 웃으며 내가 앉을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그녀의 옆에 앉아서 바라보는 곳엔 스카이나이츠 대원들이 벚꽃 아래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로 귀여운 아이들 아닌가? 꽃다운 나이에 딱 걸맞은 모습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보고 있었다네."


- 우로보로스도 겉모습만 본다면 꽃다운 나이의 아가씨인데.


"사람은 겉으로만 봐선 안되니 말일세."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조금 씁쓸한 표정이었다.


"잠시.... 늙은이처럼 옛날 이야기를 좀 하겠네. 괜찮겠나?"


- 언젠가 한 번은 들어야겠다 생각했으니까.


그걸로 그녀의 마음 속에 있는 한 점의 응어리가 풀린다면.

나는 우로보로스의 어깨에 살짝 달라붙었고, 그녀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나 때는 말일세. 전투와 공연, 부대 관리, 훈련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네.

나뿐만 아니라 제자들도 모두. 그때는 인간들의 명령에 따라 전쟁에도 나가야 했고, 민심도 잡아야 했으니 말일세."


하물며 그녀의 원본인 피톤은 교관이었다. 그 교육조차 본인의 몫이었겠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가르치느냐. 그것에 따라서 제자... 아이들의 생존율과 이어졌다네.

아이들이 죽는 모습은 보기 싫으니, 나는 끊임없이 배우고 지식을 전수했지."


그렇게 끝났다면 이 이야기는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P/A-4 피톤이 아니다.

윤회의 우로보로스라는 이명을 가진 기체.


"나는 두려워했다네. 죽음에서 배운다는 말은, 곧 죽음을 경험한다는 말이니.

하지만 내겐 거부권도, 거부할 이유조차 없었지. 저 아이들이 그런 끔찍한 기억을 하게 둘 순 없었을테니 말일세."


그녀의 본성은, 설령 그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죽음의 공포를 이어받은 그녀들은 절대로 누군가에게 그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을터.


"우리들의 봄은, 언제나 하늘 위에 있었고, 우리가 볼 수 있는 꽃이라곤 폭발하며 보이는 불꽃이었다네.

내가 탄생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말일세. 오히려 내가 탄생했으니 더 그랬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 지금도 비슷하지 않아?


모든 전투원이 그렇지만, 스카이나이츠는 특히 자주 출격한다.

고속으로 정찰할 수 있고, 적당한 화력으로 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그녀들에겐 약간의 죄책감도 가지고 있다.


"자네는 참 올곧아서 좋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살며시 눕혔다.

그리고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까까지 우리가 바라보고 있던 걸 잊으면 쓰나."


- 바라보고 있던 것?


푸른 하늘. 바다. 그리고 벚꽃이 핀 공원. 그 아래에서 웃고 있는.... 아.

우로보로스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내 제자들은 그대 덕분에 하늘이 아닌 땅에서, 불꽃이 아닌 꽃을 보고 있지 않나.

하늘을 무리해서 날지 않아도 되고, 죽음이 아니라 피부가 상할 걸 걱정하고, 미래를 보고."


- 그런건가.


"그런 거라네."


우로보로스는 그렇게 말하며 내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더니 내 머리를 살며시 껴안으며 말했다.


"내게... 우리에게. 땅에서 봄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맙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엔 어떠한 근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좋지만, 솔직히 이젠 좀 그렇다.


- 우로보로스? 맨살이 눈앞에 보이는데, 슬슬 부끄럽지 않아?


당장 눈앞에 핥고 싶을 정도로 앙증맞은 배꼽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이젠 좀 부끄러울 법도 한데.

그에 대해 우로보로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아하하, 이 정도로 부끄러울 리가 있나."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고개를 숙여 내 귓가에 속삭였다.


"하지만.... 자네가 날 부끄럽게 만들 방법이 있는데....

어떤가. 함께... 뱀처럼 얽혀... 시간을 보내보지 않겠나?"


-


봄꽃 대회 내려다가 생각해보니까 주제랑 안맞아서 그냥 올림